1편(소설은 허구적 이야기): https://arca.live/b/lastorigin/31012748

2편(서술자와 초점자): https://arca.live/b/lastorigin/31067980

3편(사건 1): https://arca.live/b/lastorigin/31187383


므네모시네를 뽑다가 폭사한 사령관은 구금되어 더러운 제조 욕구를 교정한다는 명목으로 문학 수업을 듣는다. 문학 선생님 하르페이아는 나이트 앤젤의 가슴을 놀리다 의식불명이 되고, 이터니티가 잠시 선생님 자리를 맡게 되었는데...


갈등에 대하여

주인님, 자ㅈ... 그곳은 괜찮으신가요?


날 강간하고서 그런 말이 나와?


강간이라뇨, 서로 합의된 사랑 아니었나요?

어머, 제 '샤샤'도 동의하네요.


철컥(조준 완료라는 뜻)


(죽기 싫은 자는 말이 없다는 뜻)


수업을 시작할게요, 저번에 이어서 오늘도 사건을 배워볼 거에요.

저번에는 사건의 의미, 중심 사건 찾기 정도를 알아보았죠?

이는 사건을 통해 소설의 줄거리를 파악하고, 의미와 주제를 부여하는 일이에요.

소설에서 '사건'이란 무엇이라고 했었죠?


무언가가 변화한다고 했지.


맞아요, 그렇다면 그 사건은 무엇 때문에 발생할까요?

인물의 행동이나 환경이 그 원인인 듯 하지만, 결국에는 갈등이 사건의 원인이에요.

소설을 감상하고, 해석한다는 것은

독자가 줄거리를,

그 줄거리를 이루는 사건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주제를 도출하는 과정이에요

그리고 사건은 갈등에 의해 정의되고, 만들어지죠.

즉, 갈등이란 최종적으론 소설의 의미와 내용을 담은 씨앗인 셈이죠.

흔히 '기승전결',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같은 말을 들어보았을 거에요.


소설의 내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설명하는 거 아니야?


정확히 말하면 소설의 갈등이 어떻게 흘러가는가,

다시 말해 갈등의 진행 상황을 말하는 개념이에요.


갈등은 葛藤, 칡과 등나무가 얽히듯이 서로 대립하는 것들의 싸움이자

모순, 상반된 것들이 뒤얽히는 것을 뜻해요.

이 갈등은 무엇 때문에 생길까요?


서로 원하는 게 있는데 그게 안 맞아서?


정답이에요 주인님!

갈등은 욕망에 의해서 일어나요.

무언가를 향한 욕망이 저지 되면, 갈등이 싹트죠.

그러니 사건의 원인/동기/의미를 파악할 때는

인물과 그가 속한 집단, 계층의 욕망과 심리를 살펴야 한답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는 어떤 욕망이 있을까요?


철거민들은 잘 살고 싶고, 근데 자기 집이 재개발로 사라지니까 갈등이 시작된다?


맞아요, 잠깐 정리하고 넘어갈게요, 이 다음 수업이 플롯에 관한 내용인데,

갈등은 그를 위한 전초작업이기도 하거든요. 


1. 소설의 인물은 욕망을 지니고, 욕망이 저지 되거나 충돌하면 갈등이 일어난다.

2, 사건의 흐름과 의미, 그것을 제시하는 원리(이걸 플롯이라 해요)를 이해하려면,

   작품의 중심 사건과 이를 구성하는 중심 갈등을 이해해야 한다.


중심 갈등

이제 갈등에 대해서 좀 더 깊게 들어가 보죠.


모든 소설에는 갈등이 존재해요.

갈등이 잘 드러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언제나 소설엔 갈등이 있죠.


 

계속 이야기하지만, 소설을 읽는 것은 여러 작은 요소들을 모아

중심적이고 지배적인 상위의 요소로 모아가는 과정입니다.


사건 이야기 할 때 말한 내용이네.


네, 사건이 중심 사건이 있듯이, 갈등도 중심 갈등이 있어요. 


그런데 중심 갈등은 인물의 이름이나 지명처럼 소설에 떡 하니 드러나지 않아요.

따라서 독자는 서로 비슷한 의미들을 모으고(이 집합을 패러다임이라 해요)

반대쪽에선 대립적인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면서 하나의 커다란 대립 관계를 만들지요.

 

...?


어려운 용어들이 좀 나왔죠?

쉽게 말해서 두 그룹으로 나누는 거에요, 각 그룹들의 주장은 서로 반대되고요.

중심 갈등은 줄거리 층위(쉽게 말해 소설의 지면)에 없고,

주제적 층위(작가와 독자, 감상의 영역이에요)에 존재한답니다.


따라서 중심 갈등을 제시할 때는 정형화된 형식이 있어요,

특정하기도 힘드니 제시할 때라도 간단해야죠.

보통은 대립적인 두 낱말이나 구를 사용한답니다.

'생명과 죽음', '자유와 억압'이 그 예시에요.


문제를 하나 내볼게요,

<흥부와 놀부>의 중심 갈등은 무엇일까요?


음....


문제가 너무 어렵나요? 가슴 만지실래요?


아니야, 쉬워, 쉽다고. 만지면 또 덮칠 거잖아ㅠㅠ


(아쉽네요...) 


정답은 '흥부 대 놀부'!


비록 중심 갈등이 정답이 없는 주제적 층위에 존재하지만, 적절하지 못한 대답이에요.

그들의 욕망이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갈등 하는지는 나오지 않았어요.


팁을 드리자면, 인물/사건/장소/시간은 줄거리 층위에 속하기에

저것들로 갈등을 정리하는 것은 피하시는게 좋아요.

 

그러면 부도덕과 도덕?


나쁘지 않네요, 다만 너무 범주가 넓고 추상적이어도 좋지 않아요.

사실 중심 갈등도, 범주의 범위도 독자에 따라 다르지만...


'소설은 정답이 없지만, 항상 적절하게 읽고 해석해야 한다.'

이 소설 수업에서 가장 중요해요. 항상 기억해 주세요.


갈등의 종류

갈등은 양상에 따라 여러 갈래로 분류할 수 있어요.

그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서술과 줄거리에요,

'서술에서 갈등이 어떻게 드러나는가 / 줄거리에서 갈등이 어떻게 드러나는가'

이렇게 분류할 수 있어요.


서술을 먼저 볼게요, 서술이란 쉽게 말해 '표현하는 방식'이에요, 시점이 대표적이죠.

갈등은 흔히 '싸운다'고 이야기 하지만, 꼭 인물끼리 싸움이 드러나야만 갈등은 아니에요.


<소나기>에선 아무도 싸우지 않지만,

우리는 '사랑과 그 사랑을 방해하는 죽음'이란 갈등을 찾아낼 수 있잖아요? 

<소나기>의 갈등은 드러나지 않고(소년이 소녀가 죽지 않기를 희망하는 대목이 없죠)

작품 속에 숨어서 의미를 만들고 있죠.


이렇게 갈등이 드러나는지 따라 '드러난 갈등/잠재된 갈등'으로 분류 할 수 있어요.

드러난 갈등의 경우, 갈등을 빚는게 인물인지 아닌지 한번 더 나눈답니다.

'인물 갈등/비인물 갈등'이죠.


서술에서의 다른 분류도 알아볼까요?

<자전거 도둑>에선

자동차 수리비를 두고 신사와 수남이가 갈등을 빚죠.

이윽고 신사가 자전거에 자물쇠를 채우고, 수남이는 자전거를 들고 도망갈까 고민해요.

각각 '외적 갈등/내적 갈등'이라 할 수 있어요.


<운수 좋은날>에선 김첨지가 돈을 더 벌 것인지, 아내에게 돌아갈지 고민해요.

술집에서는 "이놈의 돈!"이라며 돈을 패대기 치면서

'빈부'라는 궁극적인 갈등이 서술에 직접 드러나죠.

서술에 대놓고 드러나는가에 따라 '서술의 표층 갈등/ 심층 갈등'으로 나뉘죠.


<장마>를 볼까요? 소설에서 드러나는 갈등은

각각 북한군과 한국군 아들을 둔 외할머니-친할머니의 갈등이에요.

하지만 과연 두 할머니의 싸움이 이 소설의 전부일까요?

두 할머니의 갈등에는 6.25와 남북한의 갈등이 담겨있어요.


즉, 두 할머니는 북한과 남한을 상징하는 일종의 매개체죠.

반대로 갈등의 주체가 욕망의 주인이라면 지배적이라 할 수 있고요.

이를 '매개적 갈등/지배적 갈등'이라 해요.


서술에서는 그 구분이 좀 많았죠?

줄거리에서는 두 가지만 다루니 조금만 참아주세요.


사건은 '처음 상황~끝 상황'으로 정리한다 했었죠?


응.


줄거리에서 갈등을 구분하는 것은 간단해요.

'끝 상황에서 해결되는가, 해소되는가?'의 여부에요.


...?


해결은 사건을 말하고, 해소는 갈등을 말해요.

<동백꽃>에서, 점순이가 결국 '나'와 동백꽃 속으로 들어가죠?

'나를 좋아하는 점순이가 관심을 받으려고 날 괴롭힌다'는 사건이 이 이후에도 지속될까요?


아마 아니겠지?


네, 그러면 이 사건은 끝났다 볼 수 있어요. 사건이 해결된 거죠.

<동백꽃>의 갈등인 '애정과 몰라주는 마음'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니,

갈등도 끝이겠죠? 갈등이 해소된 거에요.


반면 <장마>를 보면, 마지막에 외할머니와 할머니는 화해하면서,

'두 할머니가 싸운다'는 사건은 해결되지만,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어요.


<장마>의 중심 갈등이 '남북한의 갈등'이라면, 아직 갈등은 해소되지 않은 것이죠.

이게 사건의 해결과 갈등의 해소랍니다.


여러 갈래로 나누어 설명했으니 정리가 필요하겠죠?

(뽀삐.... 그렸따고.....)


갈등에 대해서는 여기서 이만 줄이도록 할게요.


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수업 끝?


이 모든 걸 종합해서, <기억 속의 들꽃>이란 작품의 중심 갈등이 무엇인지,

그 갈등의 성격은 무엇인지 파악해보고 마칠게요.

ㅠㅠ


먼저 줄거리를 말씀드릴게요.

 어른인 '나'는 6.25가 있던 유년기를 회상해요.

서울에서 온 여자아이인 명선이는 피난 중 폭격기로 인해 어머니를 여의고,

어머니가 물려주신 금반지 꾸러미와 함께 '나'의 집에 얹혀살게 되죠.

'나'의 부모는 물론 마을 사람들은 명선이의 옷을 벗기면서 까지 금반지를 탐내죠.

'나'의 부모가 명선이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감시하는 와중에,

명선이는 비행기 소리에 놀라 다리에서 떨어져 죽어요.

이후 명선이가 죽은 장소에서 금반지 주머니를 찾은 나는 그것을 강에 떨어뜨리며 막을 내립니다.


이 소설에서 중심 갈등은 무엇일까요?


명선이와 부모의 갈등인가?


음, 명선이는 얹혀사는 입장으로서 갈등을 빚기보다는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요.

명선이는 왜 금반지 주머니를 지키려 할까요?


자기가 아직 살아있는게 그 금반지들 덕분이니까?


맞아요, 명선이에게는 금반지가 곧 생명을 뜻해요, 하지만 어른들에겐 재물일 뿐이죠.

그렇다면 중심 갈등은..


생명과 물질?


주인님이 자랑스럽네요, 이 작품의 중심 갈등은 '생명과 물질적 욕망의 대립'이에요.

금반지나 명선이, 어른들은 일종의 비유나 상징, 즉 매개적 존재랍니다.

명선이와 어른들의 '갈등'도 이 중심 갈등을 위한 '매개적 갈등'이고요.

  * 이 부분은 잠깐 컨셉 버리고 말하자면, 위에 갈등의 종류를 그린 도표있지?

    그건 '중심' 갈등의 종류가 아니라 '갈등들'의 종류임, 한 작품에는 많은 갈등이 있고, 

    지배/매개 같은 건 무엇을 중심 갈등으로 잡느냐에 따라 달라짐.


다시 말해 <기억 속의 들꽃>의 중심 갈등은 '생명과 물질적 욕망의 대립'이며

'생명과 물질적 욕망의 대립'이란 갈등은

소설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해소되지 못한 

잠재적 갈등이자 심층(중심)적 갈등, 미해소적 갈등이라 할 수 있어요.


근데 이터니티.


네, 주인님.


이 소설의 중심 갈등이 <장마>처럼 남북한의 갈등이라 볼 수는 없어?

명선이의 어머니가 전쟁으로 죽었으니, 이 갈등도 어떻게 보면 6.25 때문 아니야?

 

수업 막바지라 끝내고 놀 생각만 하실 줄 알았는데,

질문도 해주시고.... 감동이에요.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에서 전쟁과 남북한은 그저 배경일 뿐이에요.

전쟁은 생명과 재물이라는 두 개념의 갈등과,

명선이가 죽으면서 재물이 생명을 이기는 극한의 상황을 만드는 배경이자 개연성일 뿐이죠.

위에서 어른 ’나‘의 서술을 잠깐 이야기 하면, 재물에 눈이 먼 어른들을 묘사하는데, 즉 서술하는데 공을 들였어요.

이 점이 중심 갈등이 '생명 vs 재물'이며,

주제는 '인간의 탐욕과 생명을 짓밟는 폭력성'임을 뒷받침해주죠.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어요 주인님. 밤이 늦었군요.

편안히 쉬시도록 이만 물러날게요.


끝이야...?


네, 수업은 끝났어요.


아니, 그 막... 수업료나, 강간이나.. 그런거 없이 끝나는 거야?

진짜야...?

나 눈물 나올 것 같아ㅠㅠ


(오늘 밤 면간 일정이 17명이었죠 아마...?)



이번 화를 끝으로 나이트 앤젤의 거유베기에

완파 당한 하르페이아가 다시 교편을 잡을거임.


두 편이나 할페라고 표지 사기 쳐서 미안해.

근데 이터니티 수영복 표정이 상냥한 과외 누나 같아서 아깝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