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소설은 허구적 이야기): https://arca.live/b/lastorigin/31012748

2편(서술자와 초점자): https://arca.live/b/lastorigin/31067980


므네모시네를 뽑다 폭사하여 구금당한 사령관, 문학 소녀 하르페이아는 때를 놓치지 않고 사령관의 일일 교사가 되어 소설을 어떻게 읽는 지를 가르치지만, 'ㅐ' 다르고 'ㅔ' 다르다며 나'앤'의 나주평야를 놀리다 브래지어 3개를 받게 되는데....


주인님 안녕하세요.

이터니티? 하르페이아는 어디 갔어?

저번 수업 때 나이트 앤젤양에게 브래지어 3개를 받는 바람에....

아...

하르페이아양이 의식을 찾을 때 까지 임시로 제가 교육을 맡았어요.

지금은 수업을 받을 때가 아닌 것 같아. 내가 병문안을....

주인님은 구금 중이세요, 바로 시작할게요.

ㅠㅠ

오늘은 사건에 대한 배울 거에요.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줄글을 읽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저 인물은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이 사건 이후엔 어떻게 될까?'

이런 질문을 던져가며 읽는 것이죠.

첫 수업 때 하르페이아양이 '이야기란 사건의 연속이자 서술'이라고 하였죠?

위의 질문들처럼, 독자가 소설을 읽으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사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사실과 의미를 조합하고 해석하는 일이에요.

이것을 줄거리 잡기라고 하죠.


주인님은 소설을 읽을 때 어떻게 읽으시나요?


등장인물이 어떤 일을 하는지, 소설의 주제는 뭘까? 하는 걸 생각하면서 읽지.


행동, 사건, 주제가 모두 담긴 모범적인 답변이에요. 이 세 가지의 관계도 아시나요?


어...?


인물은 행동을 통하여 사건을 만들어요, 하지만 인물이 사건 그 자체라 할 수는 없죠.

사건은 행동에 대한 반응과 해석이 뒤따라야 하거든요.

여기서 반응과 해석이란, 소설 속 주변 인물들의 것이기도, 서술자나 독자의 것이기도 해요.

행동이 사건이 아닌 것처럼. 사건은 주제가 될 수 없어요.

사건이 작품을 구성하고 의미를 형상화하지만, 추상적 의미 그 자체를 대변할 수는 없거든요.


형상화는 뭐고 추상적 의미는 또 뭐야?


예시를 들어볼게요.

"출소한 장발장이 교회에서 은식기를 탐내고, 그것을 훔치다 경찰에게 잡혔지만, 신부님은 오히려 은촛대를 주시며 체포될 위기의 장발장을 구하셨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무엇일까요?


죄인에게 용서와 관용을 베풀어라?


그렇다면 이 이야기에서 일어난 사건은 무엇일까요?


주제랑 똑같지 않아?


이야기에서 신부가 용서했다고 나와있나요?


그건 아닌데, 은촛대도 같이 주셨으면 용서하고 관용을 베푼 거잖아.


 

정확히 말하면 주인님께서 의미를 도출하신 거죠.

이야기의 중심 사건은 '신부가 은식기를 훔친 장발장에게 은촛대를 주었다.'이고,

이 사건에서 우리는 용서와 관용이라는 추상적인 의미, 즉 주제를 찾아내요.

만약 사건과 주제가 같다면,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은식기를 훔치면 은촛대도 주어라'와 같은 지엽적인 주제만을 찾아내겠죠.


미역국에 미역이 들어가 있다고 그걸 미역이라 부르지 않는다는 거구나.


좋은 비유네요.

간단히 정리해 드릴게요.

행동 + 반응, 해석 = 사건

(중심)사건 = 주제를 구체적으로 형상화 한 것.


어렵지는 않으신가요?


아직은 할만해, 근데 잠깐 쉬는 것도 좋은 생ㄱ-


셋을 구분해 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사건을 알아보죠.

사건이란 무엇일까요?

소설에서 사건은 보통 

‘상황이나 상태가 유의미한 외적/내적 변화를 겪는 것’이라 정의해요. 


사건이 변화라 했으니 사건을 요약한다면 '처음 상황~끝 상황의 변화'라는 문장 형태로 나오죠.

보통 서너 문장의 연속체(sequence)의 형태를 가지게 되는데,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아요.


1. 처음 상황 – 끝 상황

  예) 주인님의 화가 - 풀렸다

2. 처음(갈등 내포) - 해결 시도 – 끝(결과)

  예) 화가 나신 주인님에게 – 가슴을 만지게 해드리니 – 화가 풀렸다

3. 원인1 – 처음 상황 – 원인2 – 끝 상황

  예) 수업이 싫어서 – 화가 나신 주인님이 – 가슴을 만지게 해드렸기에 – 화가 풀렸다


예시가 왜 이런...


....만지실래요?


흫헤헤헤헤헤ㅡㅎ헤ㅡ헤헤헿


(효과 확실하네요.)

만지면서 들어주세요.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작은 사건들을 모아 줄거리선(story line)을 만들고

줄거리선을 모아 중심 사건을 찾아내는, 사건의 수를 줄여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때 사건은으읏?! 죄송해요, 주인님. 거기는.... 예민해서...


사.. 사건들은 이 중심 사건을 찾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

매개적인 것에서 핵심적인 것으로,

표층적인 것에서 심층적인 것으로,

주변적인 것 에서 중심적인 것으로 바뀐답니다.


이제 직접 중심 사건을 찾아볼까요?

이효석 작가의 <메밀꽃 필 무렵>이에요, 이 소설의 중심 사건을 정리해 보시겠어요?


사건은 처음과 끝 상황이 나와야 한다니까...

허생원 일행이 봉평장을 다 본다 → 대화장을 보러 밤길을 떠난다?


좋은 요약이지만, 행동의 겉모습만 담겨있어요, 과연 작가는 로드 다큐멘터리를 원했을까요?


허생원은 외로이 살고 있다 → 아들 동이를 만난다!


소설에서 허생원의 아들이 동이라고 나오나요?


똑같이 왼손잡이라 나오고, 허생원이랑 동이의 과거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자지간 아니야?


왼손잡이라고 무조건 아들일까요? 이건 소설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독자가 바라고 예상하는 미래라 할 수 있어요.


어... 으어어...

허생원이 동이를 남이라 여기다가 → 아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소설의 후반부 이야기만 담겨있네요, 소설의 앞 부분에도 의미가 있답니다?

제가 정리한 중심 사건은 이래요.

허생원과 동이가 싸운다 → 화해한다

허생원과 동이는 초반에 충주집이라는 여인을 두고 싸우며,

후반부에 자신의 과거이야기를 털어 놓고 이후 물에 빠진 허생원을 동이가 업고 가면서 화해하죠.


난 똥멍청이야...


제가 너무 가혹하게 몰아 부쳤죠? 용서해주세요.

자, 여기 반대쪽 가슴도... 만지시면서... 으응....

아무튼,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소설에서 초점자는 허생원이고, 그만큼 독자는 허생원의 입장에서 읽게 되죠.

왼손잡이나 과거의 이야기들의 서술 또한 다분히 의도적이고요.


사건을 파악한다는 것은 허구세계에서 ‘누구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는가’를 알고 느끼는 것이고, 

‘왜 그런 일이 났는가’를 상상하고 추리하는 것이랍니다.

사건이나 작품의 의미는 소설 속이나 작자의 의도 속에 있는 것이 아니에요.

문제집과 교과서의 정답에도 없고요.

정해진 의미는 없어요. 주인님께서 직접 작품의 의미를 확장하고, 만들어 나가는 거에요.

음, 뭔가 교훈적이고 결말스러운 느낌으로 끝났네요.

그래도 하나만 더 이야기 하고 마칠게요.

허생원과 동이가 부자지간이라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왼손잡이는 유전이 아니라는데 말이죠.


 

그러..게?


 

사건은 줄거리 속에 존재하는 ‘사실’이지만, 사실이라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먼저 '1+1=2'처럼 자명하고 객관적인 것이 있고,

반대로 믿고 바라니까, 옳다고 여기니까 존재하는 사실이 존재하죠.

이 둘을 분간하기 위해 1+1=2는 진리, 후자는 진실이라고 말한답니다.


 

허생원과 동이가 왼손잡이라는 것은 진리이지만,

두 사람이 부자관계이기를 바라는 것은 주관적인 진실이죠.

우리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이 부자 관계이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경험세계를 모방해서, 즉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계지만,

독자는 소설(허구세계)를 읽을 때 자신이 살고있는 현실에 기반하여 읽어나가요.

 

그렇지만 절대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어요.

작품 자체(허구세계)는 그 자체로 완전한 세계이며, 

우리는 그 세계 속의 질서와 문학적 관습에 따라 읽어야 한다는 것.


 

왼손잡이가 '두 인물이 왼손잡이다.'라는 진리를 말하면서도 부자관계를 암시하는 기호이듯이

소설의 단어 하나하나는 작품의 맥락과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되며, 

사건 뿐만 아니라 소설을 읽는다는 전반적인 행위에서 중요하답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주인님.

이제.... 수업료를 받아볼까요?


....?


주인님께서 숙녀의 가슴을 그렇게 주무르시고도, 무책임하게 저버리는 분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어... 그, 잠시만, 진짜 잠깐만. 나 첫 수업 때 아스널에게 당한 곳이 아직 아물지 않아서...


아스널님이랑 함께 즐기신다는 말씀이신가요?



저는 그렇게 난폭하게 하진 않을 거에요.

주인님, 어서 저의 품으로...


 사령관의 아랫도리는 아스널과 이터니티라는 두 중장 캐릭터의 시간차 공격으로 페허가 되었다.






나도 가슴 만지게 해주면서 가르치는 이터니티 마망 있었으면

서울대 씹어 먹었다 ㄹㅇ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