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3316232

이전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1485744


--------------------------------------------------------------------


이 즈음 오르카 호에서 복원한 두 종의 바이오로이드 - 안드바리와 드리아드는 방향성은 달랐지만 목적은 동일했어.

바로 물자 관리였지.

FAN파를 탐지해 회피하는 것으로 별의 아이와의 조우는 피할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한 항로의 제약은 필연적으로 기항과 보급의 빈도를 줄어들게 만들었으니까.

안드바리의 임무가 체계적인 관리를 통한 물자 낭비의 최소화였다면, 드리아드는 식량 생산 효율의 극대화를 위해서였지.

일단은 오르카 호에 한 기를 배치하고, 그 후 여유가 생기면 식량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령지에 추가적으로 배치할 계획이었어.

'이었다'는 건, 물론 지금은 포기했다는 뜻이지만.


- 요, 용서해 주세요! 주인님께 버림받는 것 만큼은……!


계획을 듣자마자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저런 소리를 내뱉었으니 말이지.

그래. 리제처럼 어그레시브하지 않을 뿐이지 너도 한 의존 했었지.

도대체 삼안은 무슨 생각으로 정원사나 농부의 성격을 저따위로 만든 걸까.

잊을 만하면 떠오르는 의문을 잠시 접어두고, 리제는 간만에 레아와 면담을 가지게 되었지.


*   *   *


- 엄살일까?

- 당연히 엄살이죠.

- 그 아이도 참….


강한 확신을 담은 대답에 레아는 이마를 짚으면서 한숨을 내쉬었고, 리제는 애매하게 웃었지.

드리아드가 꾀병 컨셉의 스킨을 받을 만큼 엄살의 스페셜리스트(?) 라는 점을 고려할 없었던 것이, 속된 말로 눈알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정도였거든.

의존증의 진면목이 나왔다면 그 정도로 어설프게 매달릴 리가 있나.


- 주인님도 눈치채셨을까?

- 아마도요.


사령관의 성격상 별로 불쾌하게 여기지는 않을 거라는 리제의 첨언에도 레아는 별로 안심한 기색이 아니었어.


- 주변에서 특별 취급 받고 있다는 오해라도 사면 곤란하잖니.


으음. 원작 초코여왕에선 컴패니언의 특별 취급을 못 견디고 돌발 행동을 벌인 레아가 여기선 페어리의 특별 취급을 경계한다라.

복잡미묘한 감상이 들긴 하는데, 누가 봐도 이유가 자기 때문이라 할 말이 궁하네.


- 아무래도 단단히 주의를 줘야 할 것 같아.

- 어떻게요?

- 소완 씨랑 리리스 씨에게 맡겨두는 건 어떠니?

- …사람 잡을 일 있어요?


리제의 경악한 표정을 보고 레아는 호호 웃으며 농담이라고 덧붙였지만 과연 정말로 농담이었을까.

일단은 두고 보자는 결론을 내리고 자리를 뜨면서, 리제는 드리아드가 알아서 눈치를 챙겨 주기를 속으로 바랐지.

딱히 자매의 정 같은 걸 느끼지는 않지만, 역시 남이 그 상황에 처하는 걸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차라리 번개에 맞는 게 덜 무섭겠다.


*   *   *


- 후후후….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사령관님?


번개 하니 하는 말이지만, 이 분도 한 번개 하셨지.

꾸며낸 것임이 너무 확실한 존댓말과 함께 도발적으로 웃어보인 사디어스에게 사령관은-


- 지금 당장은 할 일이 없어.


정말 냉정하게도 현실을 고했지.


- 뭐어? 당신, 그게 할 말이야?

- 경범죄자한테 테이저 캐논을 쓰게 할 수는 없잖아.

- 안 될 건 뭐야. 쓰게 해 줘.

- 철충을 상대할 때는 마음껏 쓸 수 있을 거야.

- 무슨 소리야. 그건 당연한 거고. 철충은 괴로워하는 표정을 안 짓는걸.


그런 문제인가.

리제가 미묘한 표정을 지어보인 동안에도 사령관과 사디어스의 협상은 물 흐르듯 진행되었지.


- 알렉산드라처럼 출력을 최대한 낮춘 장비를 대신 쓴다면 허가해줄 수 있는데.

- 그런 걸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

- ……으음.


잠깐 고민에 빠져 있던 사령관은,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지.


- 일방적이지 않은 모의전이라도 괜찮다면 방법이 있는데.

- …흐응?

- 우리 쪽 대마왕이 슬슬 마법소녀 상대로 힘에 부쳐서, 아군을 필요로 하던 차거든.


……어?

여기서 그 스킨 각이 잡힌다고?


-------------------------------------------------------------------



한동안은 2~3일에 한 편 정도씩으로 텀을 둘까 하빈다.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1809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