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부대의 휴일. 오랜만에 늦잠을 잔 네리는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흐아암... 잘 잤다. 뭐야, 숙소에 아무도 없잖아? 운디네랑 테티스랑 다 나갔나보네. 지금 몇시지?”

   

   

“벌써 3시가 넘었네? 아... 아침 점심 다 안 먹었더니 배고프다. 얼른 밥먹으러 가야겠어.”

   

   

네리는 잠옷차림에 머리도 안 묶고 숙소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느릿느릿 식당으로 걸어갔다.

   

   

“오늘 메뉴는 뭘까? 맛있는게 나왔으면 좋겠는데.”

   

   

“네리, 잠깐만!”

   

   

“응? 갑자기 왜?”

   

   

“머리카락이 바닥에 질질 끌려다니잖아. 안 끌려다니게 머리 묶어줄게.”

   

   

블랙하운드는 바닥까지 내려온 네리의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준 뒤, 주머니에서 고무줄을 꺼내 묶어줬다. 순식간에 똥머리를 한 네레이드가 완성되었다. 블랙하운드는 손거울을 꺼내 네레이드에게 보여줬다.

   

   

“거울좀 봐봐. 똥머리 마음에 들어?”

   

   

“음... 난 머리 스타일이 어떻든 별 상관없어. 아무튼 블하 고마워! 이제 얼른 밥먹으러 식당가야지~”

   

   

“식당간다고? 지금 3시잖아. 2시부터 5시까지 식당 문닫는거 아니었어?”

   

   

“뭐라고? 안돼! 나 아직 밥 안 먹었단 말이야!” (식당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풀썩) “아... 밥시간을 놓쳐버렸어. 너무 배고픈데, 5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안되겠어. 매점에서 빵이라도 사먹어야지. 숙소에 있는 참치캔 가지러 돌아가자.”

   

   

네레이드는 힘없이 숙소로 돌아가다가 어딘가에서 라면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킁킁) “뭐야, 어디서 라면냄새가 나는데? 갑자기 라면먹고 싶어졌어...”

   

   

네리는 라면냄새를 따라서 스틸라인 숙소에 들어갔다. 거기에는 막 왕뚜껑을 먹으려던 브라우니가 있었다.

   

   

“오, 네레이드님 아님까? 여기는 무슨 일이심까?”

   

   

“컵라면... 맛있어?”

  

 

“아직 입도 안댔슴다. 네레이드님도 먹고 싶어 하는거 같은데, 같이 왕뚜껑 먹읍시다. 여기 나무젓가락 많이 있슴다!”

   

   

“같이 먹어도 돼? 고마워!”

   

   

네레이드는 후다닥 달려가서 브라우니옆에 앉았다. 그리고 나무젓가락을 쪼개고 브라우니와 왕뚜껑을 먹기 시작했다.

   

   

“너무너무 맛있어! 평소보다 몇배는 맛있는거같아. 브라우니 너 컵라면 왜 이렇게 잘끓여?”

   

   

“흐하하! 원래 같이 먹는 음식은 뭐든 맛있슴다. 근데 네레이드님 머리스타일 예쁘지말입니다. 그 똥머리 누가 해준검까?”

   

   

“블랙하운드가 이렇게 해줬어. 냠냠...”

   

   

“머리 스타일을 바꾸니까 평소보다 10배는 예쁜거같슴다! 사령관님이 보시면 바로 뿅가버릴검다.”

   

   

“글쎄? 이런다고 사령관이 더 좋아해줄까? 네리는 잘 모르겠어.”

   

   

“브라우니일병. 잠깐 짐좀 옮겨야하는데 도와줄 수 있지?”

   

   

“넵! 네레이드님 전 가봐야할거 같슴다. 전 더 안먹어도 되니까 왕뚜껑은 마저 드십시오.” (후다닥 숙소 밖으로 나갔다.)

   

   

“그래?이제  네리가 왕뚜껑 다 먹어도 되는건가?”

   

   

“...아니, 브라우니가 돌아오면 마저 먹을수 있도록 남겨두자. 짐 옮기고 오면 분명 힘들어서 엄청 배고파질거야.”

   

   

네레이드는 왕뚜껑의 뚜껑을 닫고 스틸라인 숙소 밖으로 나왔다.

   

   

“후~ 조금이라도 컵라면을 먹으니까 훨씬 낫다. 이제 빵 사먹으러 가야지~”

   

   

왕뚜껑을 먹고 신난 네리가 복도를 걸어가고 있을 때 저 멀리서 LRL과 그리폰이 뛰어왔다.

   

   

“야! LRL 너 거기안서!!!!”

   

   

“으악, 네레이드 나좀 살려줘! 그리폰이 나 때린다!”

   

   

LRL이 네레이드의 뒤에 숨었다.

   

   

“둘이 뭐해? 술래잡기 하는중이야?”

   

   

“아니 그게 아니라... LRL 저녀석이 내가 쓴 일기를 사진찍어서 인간 그녀석한테 보내버렸어!”

   

   

“에이, 그리폰 왜 그런 것 가지고 LRL을 때려? 설마 그 사진 보냈다고 사령관이 화내기라도 하겠어?”

   

   

“아니, 물론 그녀석은 화내지는 않겠지만...”

   

   

“내용이 부끄러우니까 그러는거지~ 출격하고 돌아왔는데 인간이 수고했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아~ 너무좋아! 다음번에는 머리 쓰다듬는거 말고...”

   

   

“야!!!!! 너 그거 말하지 마!!!” (퍽퍽)

   

   

“으악, 어느틈에 옆으로 온거야!” (도망갔다)

   

   

“너 거기 안서!!!”

   

   

LRL과 그리폰은 다시 복도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리폰은 왜 저렇게 부끄러움이 많아? 사령관한테 일기 보여주는게 뭐 어떻다고.”

   

   

“...갑자기 사령관이 보고싶어졌네. 한번 함장실에 가볼까?”

   

   

숙소로 가던 네레이드는 방향을 바꿔 함장실로 후다닥 뛰어갔다. 그리고 함장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사령관은 책상에 앉아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집중해서 보고있었다.

   

   

‘일 하는중이었잖아? 방해하면 안되겠어. 근데 뭘 저렇게 집중해서 보고있건는지 궁금한데?’

   

   

네레이드는 살금살금 다가가서 사령관의 바로 뒤까지 왔다. 여기까지 왔는데도 사령관은 눈치를 전혀 못채고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뭘 보는 거지?’

   

   

‘8월 7일 오늘의 일기. 전대장이 또 술을 먹고 함장실을 습격했다. 결국 시티가드가 인간을 강간 하고있던 전대장을 겨우 체포했다. 나는 블하와 함께 술에 찌든 전대장을 우리 숙소로 들고 왔다. 에휴... 이놈은 술만 마시면 왜 이 난리를 피우는지 모르겠다니까. 이럴때마다 차라리 소대장이 리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것도 안돼... 생각해보니 소대장은 술만 마시면 모모 옷을 훔쳐입고 함장실을 습격하잖아? 우리 부대는 왜 이런 애들만 있는 거야. ’

   

   

“ㅋㅋㅋ 진짜 웃기네. 스카이나이츠는 진짜 이래?”

   

   

“뭐야. 네리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아, 내가 너무 조용히 왔나? 놀래켜서 미안.”

   

   

“하나도 안놀랐어. 오, 근데 너 똥머리했네? 머리스타일 바꾸니까 되게 예쁘다.”

   

   

“...내가 예뻐? 별로 변한게 없는거 같은데...”

   

   

“평소보다 20배는 예쁘다. 평소의 트윈테일도 좋지만 이렇게 똥머리 하는것도 굉장히 예뻐.”

   

   

“내가 예쁘다니...” (얼굴이 새빨개졌다.)

   

   

“호오... 네리야.”

   

   

사령관은 의자에서 일어나 네레이드한테 천천히 걸어갔다. 당황한 네레이드는 뒷걸음질하다가 벽에 부딛혀버렸다. 사령관은 네레이드에게 벽쿵을 시전하며 말했다.

   

   

“네리...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귀엽네? 기왕 부끄러워진 김에 우리 더 부끄러워져볼까?”

   

 

“...네. 잘부탁드려요.”

   

   

   

   

1시간 뒤 네레이드는 함장실 문을 열었다. 블랙하운드가 묶어준 똥머리는 완전히 풀어헤쳐져버렸고, 잠옷은 너덜너덜해졌다. 네레이드는 사령관이 준 겉옷을 두르고 함장실 밖으로 나왔다.

   

   

“네리, 미안! 잠옷을 그렇게 만들어놔서. 오드리한테 새 잠옷 만들어달라고 부탁할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잘가~”

   

   

“응... 사령관 잘있어...”

   

   

네레이드는 멍한 표정으로 호라이즌 숙소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네레이드가 숙소의 문을 열자 안에 있던 세이렌, 운디네, 테티스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네리를 바라봤다.

   

   

“네리 너 옷이 왜그래! 누구랑 싸웠어?”

   

   

“아니야. 사령관 옷을 입고 온거 보니까 아무래도...”

   

   

“네레이드양. 여기 이 옷으로 갈아입으세요. 그 잠옷은 아무래도 버려야겠습니다.”

   

   

“알겠어 부함장님.”

   

   

네레이드는 너덜너덜해진 잠옷은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운디네는 옷을 갈아입는 네레이드의 머리카락을 유심히 살펴봤다.

   

   

“야. 너 머리도 안 묶고 돌아다닌거야? 머리카락을 바닥에 질질 끌고 다녀서 그런지 먼지가 잔뜩 묻었잖아!! 내가 머리 감겨줄테니까, 다 입으면 샤워실가자..”

   

   

네레이드는 옷을 다 입고 샤워실로 운디네와 함께 샤워실로 걸어갔다.

   

   

“...운디네. 나 혹시 똥머리 하는법 알려줄 수 있어?”

   

   

“응? 갑자기 똥머리는 왜?”

   

   

“사령관이 나보고 똥머리 한 모습이 이쁘다 해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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