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가벼운 정찰 수준으로 판단했었다.

 

“지친다~아!”

 

겨우 상황을 정리했을 때는 헤아릴 수 없는 수의 철충들이 해안가를 가득 메운 뒤였다.

갑작스러운 전투에도 당황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시간을 벌어준 정찰조가 아니었더라면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만 해도 오금이 저려버린다.

 

“부상자들의 호송이랑 정비 정도면 되려나? 추가 정찰팀이 돌아오는데 1시간 정도 걸리니 그때까지가 쉬는 시간이네.”

 

그러니 1분 1초라도 더 쉬는 시간을 효율 좋게 사용하기 위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자신이 직접 싸운 것도 아니면서 약한 소리나 하고 있는 자신에게 혐오가 들었지만 쉬는 것도 중요하다는 잔소리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애도 아니고 같은 잔소리를 몇 번이나 들을 수 없지.

잠시 눈이라도 붙일까 생각하고 있는데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스널이다. 들어가도 괜찮겠나? 사령관.”

 

이번 정찰조의 현장지휘를 맡았던 게 아스널이었다.

그녀의 지휘능력과 보급능력 덕분에 승리한 샘이니 그녀가 이번 전투의 MVP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늘어졌던 몸을 일으키자 문 너머로 환자복을 입고 있는 아스널이 보였다.

환자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당당하고 당찬 발걸음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왔지만.

 

“보고는 받았어. 상처도 가볍지 않은 데 더 누워있는 게 어때?”

“이 정도로 침상을 차지하고 있을 수는 없지. 대장으로서 꼴불견이다.”

 

상처가 벌어지거나 하면 바로 돌아오겠다고 다프네를 설득했다며 웃는 아스널에게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나중에 다프네에게 위로나 하러 가자.

하지만 아스널의 당당한 모습에도 걱정이 가시는 일은 없었다.

그녀의 목에 감겨진 붕대.

막 새로운 붕대로 교체한 것 같지만 옅게 붉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목을 당했던 것.

대장급 바이오로이드의 육체였기에 치명상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뿐, 다른 병사들과 비교해도 그녀의 부상이 가장 위험했다.

자신의 상처에 시선이 향했다는 것을 느꼈는지 아스널도 이번에는 표정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상처를 가리듯 손으로 부드럽게 감싼 그녀의 입에서 처음으로 약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사령관은 언제나 완벽한 승리를 우리에게 선사해주었지. 그 누구도 잃지 않고, 설사 부상자가 있더라도 필사적으로 싸울 수 있게 독려해주었어. 그렇기에 우리는, 나는 사령관의 귀에 언제나 승리의 포성만이 들려올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죽을 수도 있었다.

그것을 실감한 순간 그녀에게 떠오른 생각은 사령관을 실망시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고, 모두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령관의 가슴에 검은 구멍을 낼 뻔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그녀는 자신의 팔을 감싸 안았다.

여장부라는 말이 구현된 듯한 그녀에게는 너무도 동떨어진 모습을 보고는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아스널.”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지탱하고 있던 끈을 놓듯이 품안으로 기대어왔다.

아무리 강하고 대범한 성격의 그녀라도 죽음의, 아니 조금 자의식 과잉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무거운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라 이해할 수 있다.

오르카호의 모두가 이런 부족한 나를 의지해주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흔들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모두를 지탱해주고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

아스널을 끌어안은 팔에 힘이 들어간 건 그녀를 향한 마음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걸 그녀도 이해해준 것인지 수그리고 있던 고개를 들어 평소의 표정으로 눈을 마주쳐왔다.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주듯 올곧은 그 눈빛에 끌려가듯―

 

“이 정도면 분위기도 충분히 무르익었겠다 세울 수 있겠나? 사령관. 한 판 하지!”

“…분위기 팍 삭아버렸는데?”

 

너무나 평소의 얼굴로 돌아간 그녀에게 어이가 없어져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할 마음 가득한 그녀는 망설임 없이 허리춤에 손을 찔러 넣더니 그대로 환자복 바지를 내려버렸다.

어디선가 빠밤! 이라는 효과음이라도 들려올 듯 당당하게 마이크로 팬티가 눈앞에 나타났다.

처음부터 이게 목적이었겠지?

그런 생각에 화답하듯 그녀는 허리춤에 손을 대며 당당하게 말했다.

 

“생물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번식본능이 강해진다고 하지. 총알이 목을 꿰뚫은 순간 내 번식본능이 스위치를 켜버렸네. 이대로 사령관이랑 한 판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식힐 수 없을 것 같으니 염치 불구하고 부탁하지 사령관!”

“기대하고 찾아왔을 텐데 미안하게도 지금 지쳤거든, 설 것 같지가 않거든,”

“그럴 줄 알았지.”

 

그럴 줄 알았다?

그 말에 불안한 기운이 뒷목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나라도 이런 부상을 입은 체 평소처럼 할 수 없지. 그래서 이걸, 준비했지.”

 

오나홀.

얇은 것치고는 신축성이랑 열 보존율이 특히 좋은 물건.

쉽게 뒤집어서 안쪽까지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편리한 물건.

나도 신세를 몇 번 졌었던 물건으로,

 

“그거 내 거잖아?! 어디서 찾은 거야!”

“사령관은 뭔가를 숨기는 것에는 제주가 없는 것 같군. 아니면 누군가가 찾아주기를 바란 건가?”

“아, 아니, 그!”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다!

어떻게든 이 사태를 무마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직전까지 혹사시켰던 머리를 다시 한 번 빠르게 돌렸다.

눈에 하트가 떠오른 아스널을 조용히 의무실로 돌아가게 만들 방법……같은 게 있을 리가,

뇌내 시뮬레이션만으로도 연전연패하느라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나에게 아스널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오나홀에 관해서도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넘어가도록 하지. 오히려 이게 지금 이 순간을 더욱 빛내줄 테니까 말이야.”

 

오나홀을 양 검지로 활짝 펼친 그녀는 그대로 자신의 침을 흘려넣었다.

끈적하게 데워진 타액이 넘실거릴 정도로 차오른 오나홀은 평소 로션으로 채웠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비교할 수 없는 음기를 뿜어대었다.

지친 몸마저 반응해버릴 정도로 짙은 분홍빛에 어떻게든 견뎌보려 했지만 이어지는 추가타가 바지를 폭발시켰다.

 

“자 사령관, 마음껏 안에 싸질러도 되는 오나홀 보지다.”

 

이미 준비만전인 습기 찬 아스널의 질속을 가득 채우는 오나홀.

마치 자신의 보지인 것마냥 오나홀의 입구를 벌리자 끈적한 타액이 애액마냥 흘러내렸다.

 

“마음껏 즐겨주면 좋겠군.”

 

-

 

크르르 못참겠다 크르르르!

 

-

 

알면서도 당한다는 말을 실감하며 조금 이른 잠자리에 든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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