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글 공부를 더 해야 하는 데다, 슬슬 졸려오는 새벽 시간에 필력 테스트 용으로, 초단편 겸해서 한번 적어봤음.

대표적으로, 졸려서 그런지 브라우니 6201인데 자꾸만 브라우니 6021로 적은 부분이 나옴 ㅅㅂ;;


너무 오랫동안 텍스트를 잡은 바가 없어 구성이 매우 거칠고 대충 쓴 티가 나겠지만, 감안하고 읽어주면 대단히 고맙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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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걱우걱......

 

“야. 브. 슬슬 손이 느려진다?”

 

“이어 으아우이......아이미다......!”

 

노움 582와 이프리트 124가 고압적이고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가운데, 레프리콘 서너 명과 브라우니 여럿이 일제히 차려 자세로 침상 끝에 가지런이 도열해 고개를 푹 수그린 채로 앉아있다. 모두가 움직임을 멈춘 지금, 유일하게 양 팔을 허우적대는 이 브라우니 6201은, 생활실 침상 사이의 복도에 놓인 의자에 앉아있는 이프리트 11의 공허한 시선을 견뎌가며 복도에 엎드려서 필사적으로 먹을 것들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아니, 이건 먹는다는 것이 아니라 숫제 몸 속에 쑤셔넣는다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할지도 몰랐다.

 

‘오르카 보급단’이라고 인쇄되어 내용물을 가득 머금고 빵빵하게 부풀어있는 비닐봉투들은 아직도 두어 개가 남았다. 모두 비워져 홀쭉해진 비닐봉투 역시 그와 같은 숫자. 브라우니가 봉투에서 하나를 꺼내들어 어떻게든 씹고 뭉개서 억지로 삼킬 때마다 부스러기가 브라우니 입가의 양 옆으로 흘러내렸고 그럴 때마다 각 침상에서 이를 지켜보는 노움과 이프리트의 눈가가 사납게 꿈틀거렸지만 브라우니는 그것까지 모두 신경쓸 상황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자정까지 몇 시간 남지 않은 오늘 이 하루가 지나가기 전에 이 모든 것을 먹어치워야 했다.

 

마실 것도 없이 음식물을 사정없이 입으로 쑤셔넣던 브라우니의 시선은 문득, 의자에 앉아있는 생활실 최고참 이프리트의 양 옆에 쌓여있는 비닐봉투로 향했다. 두어 개가 더 남아있었다. 그나마 대짜가 아니라 중짜 봉투에 담아준 건 최고참 이프리트의 마지막 자비였을까 싶었다. 아뿔싸. 그 와중에 손이 조금 느려진 것 같다 싶었는데 귀신같이 그걸 지켜본 모양이었다.

 

“우리 ‘배고픈’ 막내가 벌써 맛을 음미하는구나.”

 

최고참의 나지막한 한 마디에 번개같이 말들이 터져나왔다. 마치 브라우니 6201더러 들으라는 듯이 호령에 가까운. 모두 노움과 이프리트의 목소리였다.

 

“시정하겠습니다!”

 

“똑바로 지도하겠습니다!”

 

작게 한숨을 폭 쉰 이프리트는, 어느덧 손을 멈추고 있는 브라우니에게 관심없다는 듯이, 그렇지만 냉정하게 한 마디만을 뇌까렸다.

 

“뭐해?”

 

이 이상은 정말로 못 견딜 것 같았다. 배가 너무 불러 터질 것만 같았다. 조금만 더 잘못 넣으면 생활실 바닥을 토사물로 메워버릴 것 같았다.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든 저 최고참이 왜 저러는지 알아내야 한다. 왜 저렇게까지 화를 내는 건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 건지 빨리 파악해야 한다. 무어라도 잘못했다고 빌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여느 때와 같지 않게 브라우니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지만 무의미했다.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거친 그 수많은 사고가 어느덧 생략되고, 무조건 용서를 구한다는 결론만이 머리에 남아 있었다. 여하튼, 브라우니는 바들바들 떨며 최고참 이프리트 앞에 엎어져 양 손을 싹싹 빌었다.

 

“죄송함다......! 죄송함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슴다!”

 

콧김과 함께 흐 하는 작은 한숨을 내쉰 최고참 이프리트는, 어떻게든 음식물을 해치우느라 얼굴부터 처참한 몰골이 된 브라우니의 꼴을 보면서도 한가하게 손가락만 의자에 딱딱거리며 두드렸고, 침상 위에 서서 브라우니를 노려보고 있는 노움과 이프리트의 표정만 험악해졌다. 그 둘이 브라우니에게 무어라고 쏘아붙이려는 순간 최고참 이프리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브라우니의 귓가에 울렸다.

 

“그러니......?”

 

처음으로 들어보는 다정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 브라우니는 그래도 진심을 담아 사과한 것이 통했나보다 싶은 생각에, 희망의 한 줄기 빛이 비쳐오는 것만 같았다. 이제는 산 걸까. 그런데 그 순간, 다시 들려온 이프리트의 목소리는 어딘가 서늘해져 있었다.

 

“그런데... 죄송할 짓은 왜 한 거야?”

 

“죄, 죄송함다!!! 죄송함다...!!!”

 

“묻잖아. 결국 죄송할 짓을 왜 했냐고.”

 

“그, 그건......”

 

순간적으로, 가관이라는 듯의 미소가 이프리트의 얼굴에 한순간 나타났다 사라졌다.

 

“뭐해......? 계속 먹지 않고......”

 

진심을 담아 사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최고참의 속개 명령이었다. 더 이상은 못 버틸 것 같았다. 이 이상으론 더는 안 된다. 결국 브라우니의 눈에서 굵은 눈물 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떨궈져 나오다가 줄기를 이뤄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조금씩 오열하는 목소리로 최고참 이프리트에게 애걸했다. 지금 이프리트의 태도라면 군인의 품위를 지키지 않는다는 구실로 더한 짓을 저지를 것 같았지만 이판사판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 봐야 했다. 그렇게 브라우니는 이프리트에게 사실상 매달려 울부짖었다.

 

“정말, 정말로 죄송, 함다... 히끅. 정말로, 죄송함다...... 히끅.”

 

“정말로...? 그럼 아까 죄송하다는 건 가짜였다는 거네에...?”

 

“아, 아, 아님니다!!!”

 

“그럼 여기가 안이지 밖이니......?”

 

“앞으론, 다신, 그러지, 않겠슴다...... 히끅.”

 

“그럼 뒤에선 그러겠다는 거네에...?”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린 것 같다. 무슨 말을 해도 기어코 꼬투리를 잡아 자신을 옥죄오고 있는 이 최고참. 브라우니는 더 이상의 출구가 없는, 실시간으로 옥죄어오는 미궁 속에 같힌 느낌이었다. 대체, 지금 내 앞의 최고참 이프리트가 내게 원하는 게 무엇일까. 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자기를 물고 놔주지 않는 걸까.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어진 브라우니에게 남은 선택지는 그저 무력하게 우는 것이었지만 최고참 이프리트는 그것도 쉽사리 놓아 보내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우니...? 울어...? 그래. 내가 나쁜 년이구나... 내가 나빴구나...... 내가 나빠서 우리 막내 울린 거구나... 그치이?”

 

이 이상은 견딜 재간이 없다. 브라우니는 순간 악지르며 남은 비닐봉투들을 모두 찢어서 내용물을 쏟아냈다. 그리고는 포장을 까서 미친 듯이 입에 쑤셔넣기 시작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최고참이라는 년에게 어떻게든 엿을 먹여주겠다는 심산으로. 포장을 마구 뜯어 헤치고 아까보다도 더욱 미친 듯한 속도로, 눈물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음식물에 들이박는 브라우니가 점차 내보이고 있는 폭주에 노움과 이프리트가 무어라고 소리치며 달려들었지만 브라우니에게 그런 건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온갖 간식류와 냉동식품의 맛이 얼굴에서 뒤범벅되어 눈물콧물과 섞이며 혀에 쓰디쓴 맛으로 배어드는 가운데 누군가가 무어라고 외치는 소리가 웅웅거리며 귓가에 울리는 감각을 마지막으로 브라우니 6201은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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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더 나은 묘사가 있을 것 같은데 그걸 끌어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