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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점심시간.

수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식당에 옹기종기 모여 배식을 받으며 식사를 한창 즐기고 있다.

오늘의 메뉴는 함박스테이크라던가.


노릇노릇 알맞게 구워진 육향에 달그락 거리며 부딪히는 식기들의 불협화음. 그 속에서도 각자 친분이 쌓인 이들끼리 오가는 왁자지껄한 수다소리가 뒤섞여나오곤 했다.


하지만, 모두가 웃고있는 와중에 홀로 웃지 못하는 이가 있었으니.

귓가를 귀찮게구는 소음 속에서 조용히 들려오는 소리. 그것은 마치 미역을 갉아먹는 전복이 내는 듯한 소리였다.



아삭아삭아삭.



저기, 식당의 구석진 곳.

그곳에 앉아서 식사를 즐기는 금발의 여성. 그 소리의 근원은 바로 저기에 있었다.



화려한 금발에 냉철한 지휘로 전장을 이끄는 훌륭한 발할라의 대장, 레오나. 

뛰어난 미모에 냉철한 지휘, 고고한 카리스마까지. 그야말로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지휘관.

....이었었다.



하지만 최근, 스스로의 나태함에 집어삼켜져 허리에 튜브를 달게되었고, 이를 사령관에게 들키는 수모를 겪은 그녀는 다시 이전의 완벽함을 되찾고자 오늘 하루도 고군분투 중이다.



"우욱..."



그녀가 운동을 시작한지 어느덧 일주일. 그녀의 물렁물렁한 육신은 아직 운동에 적응하지 못한 듯 여기저기 삐걱거리고 욱신거리고 있었지만, 그녀가 누구던가.

수 많은 전투를 치루며 전장을 지휘하는 여걸. 그 옛날 용맹무쌍한 바이킹들의 정신을 물려받은 발할라의 대장. 그녀는 철혈의 레오나다. 그런 그녀에게 이까짓 고통 쯤, 전장에서 겪은 것에 비하면 손톱의 때만큼도 되지 않을 터.



하지만 그런 그녀라도 견딜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런것만 먹으라는 거지?"



그것은 이 끔찍하게 맛없는 다이어트 식단이었다.



레오나는 포크로 셀러드를 푹 찍어 올리고는 질린다는 눈빛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보이는가? 이 드레싱없는 채소가. 처음에는 나름 식감도 좋고 기름지지도 않으니 얼마나 먹든지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본디 좋아하는 음식도 꾸준히 먹으면 질리기 마련.



이것을 일주일째 입에 담고있으니 나 자신이 채소를 먹는 것인지 여물을 먹는 것인지 분간이 안가기 시작했다. 아삭아삭한 식감이 입안에서 멤돌지만, 처음 맛보았을 때의 상큼함은 온데간데없고, 풀때기의 씁쓸함만이 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래, 그래도 채소는 최소한 식감이라도 좋다. 헌데 이것을 또 뭐인가?



레오나는 다른 용기에 담긴 삶은 달걀을 경멸어린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레오나는 생각했다. 대체 어떤 놈이 계란을 삶아 먹기 시작했는가.


계란은 아주 질좋은 식재료다.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할 수 있고, 그 만큼 풍부한 맛을 자랑하니까.


그런데 그런 훌륭한 식재료로 한다는 짓이 겨우 삶는거라니.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나마 부드러워 목넘김이 쉬운 흰자는 양반이다. 제일 고역인 것은 그 가운데에 자리잡고있는 노른자.


이 샛노란 녀석을 보고있자니 없던 화도 끓어올라 울분이 터진다. 대체 뭐가 그리 불만이 많아서 이리도 퍽퍽한건지... 



그래, 여기까지는 최소한 어찌저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있어서 제일 끔찍한 녀석은 바로 이 놈이었다.


보기만해도 분노를 일으키는 음식. 그것은 닭가슴살이었다.


닭고기, 싸고 맛이 좋아 자주 쓰이는 식재료다. 하지만, 신은 공평하다. 그것에게 닭다리와 날개를 하사하고 동시에 가슴살까지도 내려주셨으니.



이 놈의 퍽퍽한 식감. 그것을 맛보면 노른자가 얼마나 부드러운 녀석이었는지 세삼 느낄 수 있다. 그래, 식감이 문제라면 맛으로 해결하면 된다. 그런데, 무염 닭가슴살이라니...


멸망 전 인류는 분명 악마인게 분명하다. 왜 이런 식단을 생각해낸거지? 다양하게 조리해서 맛있게 먹으면 되는데, 어째서 굳이...?



레오나는 증오스러운 닭가슴살을 포크로 푹 찔러서 들어올리고는 그대로 입에 욱여넣었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이것만큼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이 퍽퍽한 식감, 끔찍한 맛. 이것을 맛보면 물이 정말 달콤한 꿀처럼 느껴진다.



그런 그녀의 맞은 편에는 발키리가 앉아서 같은 식단을 먹고 있었다. 얼굴에 온갖 불만이 묻어나는 레오나와 달리 발키리는 얌전하게 군말없이 그것들을 입에 집어넣고 있었다.



"발키리, 넌 이런걸 어떻게 먹는거야? 이게 맛있어?"



"그럴리가요. 단지 건강을 위한 잠깐의 고난일 뿐이죠."



"이건 말도 안된다고... 이건 최악이야!"



"어쩌겠어요. 이게 모두 몸매를 관리하기 의한 것인데..."



"하필이면 오늘 메뉴가 함박스테이크라니... 너무 불공평하잖아... 남들 다 맛있는거 먹을 때 우리만 못먹게하고..."



그렇게 불만을 표하면서 겨우 식사를 끝낸 레오나.

하지만 그녀에게 닥친 시련은 지금부터였다.





***




홀로 복도를 거닐고 있던 레오나.

여느 때처럼 도도함을 유지하며 품위있게 우아한 발걸음을 옮기는데...



"아, 레오나 대장님!"



저멀리서 짜리몽땅한 흰 햄스터 한 마리가 도도도도 달려와 그녀의 품에 안겼다.

레오나의 부하인 알비스였다.



"복도에서 뛰지마. 넘어져."



자신의 품에 안긴 부하가 그리도 귀여운지 품에 안은 채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레오나. 알비스는 그런 상관의 손길이 마냥 좋기만 하다.



"대장님! 초코바 하나 드릴게요!"



천진난만한 소녀가 불쑥 건네주는 초코바. 이 자그마한 녀석은 덩치에 안맞게 마음 씀씀이는 태산과 같았다.



"후훗, 고마워. 잘먹을..."




끼기기기긱.... 텅!




그 때, 천장의 환풍구가 뜯겨져 나가더니 그 속에서 마이티가 불쑥 튀어나와 소리치는 것이었다.



"멈춰!"



"꺄앗!"



"우왓! 대장님!"



레오나는 순간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렀고, 알비스는 빠르게 자신의 상관 앞에 서서 방어태세를 갖추었다.



천장에서 불쑥 튀어나온 마이티는 안면근육을 꿈틀거리며 레오나에게 말했다.



"레오나 회원님, 설마 그 초콜릿... 드실겁니까?"



설마했는데 기어코 나타나고야 말았다. 이전에도 숙소에서 몰래 과자를 먹으려 했는데 갑자기 옷장에서 튀어나오질 않나, 훈련 도중에 초콜릿 하나 베어물려 했더니 철충을 찢으면서 나타나질 않나...


정말 지독하다 못해 공포스러울 지경이다.




"흐, 흥! 이건 내 부하가 준거야. 부대를 이끄는 대장으로서 부하의 마음을 거절할 순 없잖아!"




그녀의 말에 마이티는 그녀 앞에 서있던 알비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자그마한 몸뚱이로 대장을 지키겠다는 듯 늠름하게 서있는 그 모습. 그 누구보다 대장을 아끼고있다는 증거렸다. 마이티는 그 모습을 보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아무리 저라해도 이건 말릴 수가 없겠네요. 그건 드셔도 됩니다. 하지만, 본인 의지로 드시는건 절대 안됩니다. 아셨죠?"




마이티는 그 말만을 남긴 채 다시 환풍구 속으로 들어가 우당탕 요란한 굉음을 내며 사라졌다.




***




또다시 일주일 후.

레오나는 안드바리가 관리하는 창고를 방문하여 부대 물자 상태를 직접 검사하고 있었다. 자기 부하들이 사용할 물자이니 만큼 최고 상관인 자신이 관리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녀는 안드바리와 함께 창고를 둘러보며 물자 개수를 파악하고 불량품이나 부족한 물자들을 꼼꼼히 체크하였다.




"흐음... 좋아. 완벽히 잘했구나. 역시 안드바리야."




부하의 유능함을 칭찬하는 것 역시 상관으로서의 의무. 그녀는 이 똑부러지는 꼬마 보급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그 손길이 마냥 좋은 듯 배시시 웃어보이는 안드바리.




"헤헤헤, 대장님. 이제 돌아가서 같이 간식먹어요!"



꼬마보급관의 제안에 순간 혹할 뻔했던 레오나.

하지만 그녀가 누구던가. 철혈의 레오나다. 그녀는 아쉬움을 감춘 채 정중히 거절했고, 안드바리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럼 다음에는 꼭 같이 간식먹어요!"



"그래, 알겠어. 먼저 들어가서 쉬고있으렴."



"네!"



안드바리가 밖으로 달려나가고, 홀로 창고에 남겨진 레오나. 그녀는 마지막으로 물자 상태를 확인한 후 밖으로 나서려는데...


그 때, 운명의 장난인 듯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무언가. 그것은 보급상자 위에 놓여진 초코바였다. 정리하던 중 하나가 밖으로 나와버린 듯하다.

그 순간, 레오나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식단을 바꾼지 2주째. 그녀는 이미 다이어트 식단에 질려버렸고, 본능이 단 것을 갈망하고 있었다.


강철같던 의지가 흔들리는 순간, 그녀는 갈등했다. 이것을 먹을까말까... 이것을 입에 대는 순간, 내 의지에 패배하는 것이 아닐까? 알비스가 하던 짓을 대장이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모두가 내게 실망하지 않을까?


그렇게 한참 고민하던 중, 그녀는 끝내 결단을 내렸다.



"...한입만이야. 딱 한입이면 돼...!"



그래, 딱 한입이라면 그리 열량이 높지도 않을 것이다. 맛만 보는거다. 맛만.



레오나는 자기암시를 하며 초코바를 손에 쥐었고 조심스레 포장지를 뜯었다. 그러자 질풍처럼 날아드는 달콤한 향기. 아, 이것은...!


그녀는 깨달았다. 발할라가 여기 있었다...!


이제는 이성이 흔들리기 직전. 그녀는 입을 열어 초코바를 한입 덥석 베어물었다.

그러자 입안으로 퍼져나가는 초콜릿의 달콤함, 그리고 뒤이어 기습하는 카라멜의 찐득함, 그리고 마무리를 짓는 아몬드의 고소함까지. 아아, 알비스. 네가 왜 그리 초코바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



레오나가 초코바 한입에 황홀함을 느끼던 중, 갑자기 초코바가 놓여있던 보급상자가 덜컹 거리기 시작하더니...



끼기기기긱, 텅! 텅! 콰지끈!



보급상자가 부풀어오르더니 산산조각이 나며 무엇인가 벌떡 일어나는 것이었다. 레오나는 화들짝 놀라 재빨리 뒷걸음질을 쳤다.

보급상자에서 나온 것은 다름아닌 퀸 오브 메인! 그녀는 우락부락한 몸매를 뽐내며 안면근육을 일그러트리고는 쩌렁쩌렁 소리쳤다.



"이 쉐끼...! 초코바를 먹었어!?"



그러자 그것을 신호로 하나둘 다른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보급상자 무더기 뒤에서 폴짝 튀어올라온 티에치엔,

환풍구를 뜯으며 기어올라온 마이티R,

보급상자 무더기 밑에서 들썩이면서 몸을 일으키는 레나 더 챔피언,

천장을 부수며 두루미처럼 우아하게 착지하는 스카디까지.


그렇게 모인 다섯 명의 여성. 다섯은 레오나를 둘러싸 도망갈 틈을 봉쇄하였고, 그들의 수장인 마이티가 실망을 드러내며 말했다.



"하아... 레오나 회원님, 실망이군요. 겨우 2주 밖에 안됬는데 벌써 금기를 저지르시다니... 티에치엔 회원님, 레오나 회원님이 초코바를 얼마나 드셨죠?"



마이티의 말에 티에치엔이 레오나의 초코바를 빼앗아 자로 정밀하게 측정하고는 마이티에게 보고했다.



"폭 약 2.5cm. 길이 약 5.2cm야."



"이런 세상에! 얼마나 많은 콜레스테롤을 섭취한거야! 뇌세포에도 지방이 끼겠어!"



마이티는 고개를 내젓고는 다른 회원들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받은 회원들은 레오나의 팔다리를 붙잡아 움직임을 봉쇄하였고, 그런 그녀 앞에 마이티가 다가갔다.



"이, 이거 놔!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아!? 나, 난 발할라의 대장이야! 이 사실을 달링이 알면 무사히 넘어갈 것 같아!?"



"레오나 회원님, 저희는 당신에게 해를 끼칠 생각이 없습니다. 단지 뇌세포에 낀 지방을 정화하기 위한 의식을 치를 뿐. 스카디 회원님, 그걸 꺼내주시죠."



그녀의 부탁에 스카디가 어디선가 큼직한 닭가슴살을 꺼내서 건네주었고, 마이티는 그것을 들고 레오나에게 다가갔다.



"그, 그건 뭐야... 너무 커!"



"닥터에게 부탁해서 개량한 고단백 닭가슴살입니다. 레오나 회원님, 사령관님이랑 모유수유 플레이 해보셨죠? 모유수유 플레이를 하면서 찌찌를 물릴 때 사랑을 담아서 주잖아요. 저희가 주는 닭찌찌에도 사랑이 담겨있답니다."



"나, 난 모유수유 같은거 안해! 그건 마리아가...!"



"회원님, 중요한건 모유수유 여부가 아닙니다. 여기에 저희 모두의 사랑이 담겨있다는 거지요. 자, 벌리세요."



그녀의 말에 퀸 오브 메인과 레나가 레오나의 입을 강제로 벌렸고 마이티가 닭가슴살을 그녀의 입안에 욱여넣기 시작했다.



"오고곡... 응오오옥...!"



그렇게 오늘도 다이어트를 위한 레오나의 여정은 계속되었다.



***

재미없어도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