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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항해가 마무리되고 나면 아이를 가지자고 말할까 해요.

- 어머나.


자주 있던 부녀회 - 결국 리제는 이 명칭을 받아들이기로 했음 - 에서 꺼낸 이야기에, 동석해 있던 홍련과 라비아타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입에 손을 얹었지.

거의 합류 직후부터 아이에 대한 기대감을 던져오던 라비아타는 좀 더 극적인 반응을 하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침착했어.


- 물론 바라던 일이지만, 떠밀리듯이 결정한 건 아니죠?

- 아. 그건 아니에요.


이터니티의 묵언시위 이후로 주변의 기대가 한층 더 강해진 것을 걱정한 걸까.

당연히 선봉에 나설만한 분위기였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주변을 자중하게 해서 의외다 싶었는데, 라비아타 나름대로 적정선이라는 것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대외적인 이유야 이미 준비해뒀으니 대답은 막힘없이 나왔어.


- 닥터로부터 그 즈음이면 여유 있게 완성할 수 있을 거라는 답도 들었고, 용 씨도 합류했으니까요.


골타리온과 이터니티가 복원될 즈음 해서 용은 오르카 호에 재합류를 마쳤어.

다른 지휘관기들과 동격으로 내려온 원작과는 달리, 참모장으로서 블랙리버 계열을 주축으로 한 군사작전 전부를 통괄하는 위치로.

라비아타는 부사령관이고, 알파까지 합류하면 정말로 삼두정치 비슷하게 되는 거 아니려나.

아무튼 리앤의 합류로 인한 치안의 안정화에 적절한 분업까지 더해지니까 안정감을 넘어서 탄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에, 두 명도 별 무리 없이 납득했지.


- 사령관님은 틀림없이 기뻐하실 겁니다.

- 조금은 덜 기뻐해주는 편이 좋을 것도 같지만요.


이런 이야기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결코 빠지지는 않는 분위기도 이제는 익숙해졌지.

그 후에도 몇 가지 잡담을 나누었다가 자리를 파할 때, 라비아타가 감회가 새로운 얼굴로 어깨를 살짝 잡았다 놔 준 것이 묘하게 마음에 와닿았어.


*   *   *


- 뭔가 일이라도 있는 거야?

- 오히려 일이 적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편 리제가 미래(비슷한 것)을 안다는 것을 짐작하는 리앤과의 대화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갔어.

실제로 리제가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한 건 오르카호 내부적인 사정보다는 이후의 예정 때문이었음.

8지부터 낙원까지를 북미에서 보낸 후에는, 거의 9개월 가까이를 본래의 거점 - 한반도와 일본 열도 인근에서만 머문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여름 즈음에는 으레 태평양 한복판까지 나서고는 했던 작년이나 재작년에 비하면 훨씬 부담이 적었지.

그것도 그렇고.


- 해결해야만 할 사건?

- 못 당하겠네요.

- 그야, 사령관이 임신한 아내를 위해 행동 반경을 좁히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할지, 당연한 일이잖아? 그런데도 리제 네가 굳이 '알던' 시기에 맞추려고 한다는 건, 그 행동 반경 내에서 뭔가 중요한 일이 일어난다는 뜻일 테니까.


리제가 리앤에게 꽤 마음을 터놓은 것과는 별개로, 리앤도 리제에게는 말수가 늘어나는 편이었어.

마음을 읽히는 것 같다며 경원시된 기억이 있는 리앤으로서는 사령관이나 리제처럼 그런 걸 신경쓰지 않는 대상이 의미가 있었던 거겠지.


- 어쩌면 그쪽에서도 리제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던가?

- 그건 아니겠죠.

- 우와, 완전 확신. 아무튼 알았어. 혹시 필요한 일이라도 있으면 말하고.


지금부터 사령관에게 말하러 가는 거지? 라고 하는 리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리앤은 짤막하게 한 마디를 덧붙였어.


- 힘내.

- 네.


당장 가지겠다는 것도 아니고 예고의 예고 정도일 텐데 왜 이리 긴장되는지.

그래도 라비아타나 리앤에게서 받은 응원 덕분에 조금 더 각오가 선다고 생각하면서 리제는 호흡을 골랐어.


친구 사이의 훈훈한 응원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가족계획을 듣고 풀 스로틀을 당길 사령관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힘내라'는 뜻인 걸 알아채기까지 3 시간 정도 남았다는 건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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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부터 8지이빈다


덧붙여서 리앤은 리제의 존재 자체가 본래의 역사와 이쪽의 분기점이라는 것까지 짐작하고 있스빈다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34040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