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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묘사가 나오니 주의!


네오딤과 에키드나에 의해 의식을 잃은 존.

닥터는 사령관의 부탁을 들어주고다 그의 뇌를 스캔한 뒤, 기억들을 영상화하여 저장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닥터는 그의 기억들을 보게 되는데...





***




그로부터 일주일 뒤.

닥터가 존의 기억을 복사하고 영상화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닥터에게로 달려갔다.

이미 마음 속 깊숙히 상처를 입은 존. 사령관은 대체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길레 그렇게 망가졌는지 알아내고자 하였다.


자신을 제외한 유일한 인간이자, 멸망 전 인류 사회의 산증인. 물론 멸망 전 인류 사회에 대해서는 현재 오르카호에 거주하는 바이오로이드들로부터 익히 들은 바가 있다.


모두 하나같이 바이오로이드들을 도구취급하며, 재미로 죽이거나 성노리개로 부리기도 하는 등. 기본적인 인권조차 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사령관은 당연히 멸망 전의 대다수 인간들이 모두 바이오로이드들을 도구취급하며 장난감처럼 험하게 굴렸다고 여겼다.

하지만, 존은 달랐다. 그 역시 바이오로이드들을 도구취급하는 듯했지만, 기존의 인간들과는 다른 관점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사령관은 이번 기회를 통해 존의 아픔과 과거 멸망 전 인류 사회의 다른 면을 알아보겠단 마음으로 긴장의 끈을 붙잡은 채 닥터의 공방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사령관.

그런데, 어째선지 안에는 각 부대의 대표들과 콘스탄챠, 그리폰 등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사령관.




"얘들아... 왜 여기 모여있어?"



그의 말에 무적의 용이 대표로 나서서 답했다.



"사령관님께서 두번째 인간의 기억을 들여다본다는 말에 같이 모여서 보기로 했소."



"굳이?"




그러자 이번에는 콘스탄챠가 나서서 말했다.




"비록 주인님께 해를 끼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인간님이시잖아요. 지금은 마찰이 있지만, 기억을 통해 두번째 인간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분명 좋은 동료가 되어줄거라 믿어요."



나름 긍정적인 답을 하는 콘스탄챠. 하지만, 모든 이들이 그런 마음으로 찾아온 것은 아닌 듯하다.




"인간분이 마음의 상처가 커봐야 얼마나 크겠나요... 저희들을 그렇게 끔찍하게 대했으면서... 전 단지 이 인간이 어떤 성격이고 가치관이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온거에요."




키르케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일부 인원들이 이에 동조하는 듯했다.



지휘관들 역시 마냥 존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


멸망전 인류를 직접 만났었던 마리, 칸, 용, 라비아타 등은 존 역시 어떤 시커먼 속내를 감추고 있을지 모른다며 철저히 조사해야한다는 입장이었고,

아스날, 레오나, 메이 등은 비록 마찰이 있었기는 해도 아직은 중립을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각자 자기만의 입장에서 영상을 관람하러 모인 그들. 사령관 역시 그들 사이에 끼어서 긴장감을 유지한 채 닥터를 불렀다.



그리고 이내, 닥터와 그녀를 도왔던 포츈, 그렘린, 아자즈가 차례로 들어왔다.

그런데, 넷은 하나같이 표정이 심각해보였고, 그 중 그렘린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불안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상태에 레오나는 그렘린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렘린, 대체 왜 그래?"




"레오나 대장님.... 정말로... 영상, 보실건가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그렘린. 그녀의 눈은 이미 눈물로 가득 고여있었고, 레오나는 그녀를 껴안아주며 진정시켰다.




"그렘린, 진정해. 우선 숙소로 먼저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도록 해. 특이사항 발생하면 곧바로 보고하고."




그렇게 그렘린을 먼저 돌려보내는 레오나.

그리고 뒤이어 포츈이 앞장서서 나와 모두에게 말했다.



"영상 시작하기 전에, 언니가 충고할게 있거든. 혹시 비위가 안좋거나, 심약한 사람들은 돌아가길 추천하거든?"




그녀의 말에 웅성이기 시작하는 일동.

게다가 항상 낙천적이던 아자즈조차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어 모두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포츈 양의 말이 맞아요. 심신미약자들은 지금 바로 돌아가주세요. 이건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른 내용일 겁니다."



아자즈의 말에도 모두들 제자리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미 굳게 다짐하고 들어왔기에 그들은 어떠한 것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렇게 버튼을 눌러 영상을 틀려는 닥터. 그녀는 손가락을 깆다대었으나, 곧바로 누르지 않고 사령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 아마 이걸 보고나면 생각이 많아질거야."




"...괜찮아. 어서 틀어줘."




그렇게 닥터는 버튼을 눌러 영상을 틀었다.





***





[전세계 인구 수, 100억 돌파...]




[삼안산업, 바이오로이드 개발 착수...]




[노동력을 대체하는 바이오로이드, 노동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실업률 역대 최대....]





[○○○시 정부, 블랙존 치안포기 선언...]





인류는 무궁한 발전을 이루었고, 영토를 확장하며 그들 만의 세상을 건축하였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마천루가 숲을 이루고, 별빛을 잃은 하늘 대신, 도시의 야경이 어둠을 밝혔으며, 거리는 인적이 드문 곳을 찾기 힘들어졌다.



이 휘황찬란한 도시의 절경을 보라. 이것이 인류의 기술이 이뤄낸 예술이고, 인간만이 뽐낼 수 있는 빛이니라. 이 빛이 모두의 앞을 밝혀주었고, 수 많은 인류가 빛이 밝히는 곳을 따라 나아가며 앞으로도 있을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보였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빛이 드는 곳에는 반드시 그늘이 진다.

그늘은 깊숙히 파고들어갈수록 더욱 어둡고, 눅눅하고, 싸늘했다.


사회에서 배척받는 이들의 세상. 우리는 그것을 블랙존이라 부르기로 약속했다.




인구수는 무한히 불어나고, 모두가 성공을 위해... 꿈을 위해 달려나간다. 그것이 거창하든 소박하든.

그리고 많은 이들이 자신의 성공을 기원하며 도시에 발을 들이고, 앞으로의 창창한 앞날만을 떠올리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다 모든 것을 잃게되면, 그들은 그늘로 사라진다. 



블랙존에 거주하는 이들은 대략 이렇게 구성되어있다.


바이오로이드와 기계에게 밀려나면서 일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자,

도박에 눈이 멀어 재산을 탕진하고도 정신을 못차리는 자,

중범죄를 저지르고 공권력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숨어들어온 자,

그리고 이들 밑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




어느 날의 도심.

수 많은 인파와 차량들이 줄지어 다니며 거리를 가득메웠으니, 그 광경은 마치 형형색색의 강물이 넘실거리며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군중의 강물이 흐르는 도심 속 골목길.

어느 자그마한 두 소년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다.




"형아, 먹을 것 찾았어!"



체구가 작은 소년이 천진난만하게 쓰레기통에서 누가 먹다남긴 패스트푸드를 꺼내들었고, 좀 더 체구가 큰 소년은 그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대단한걸, 존! 간만에 먹을만한걸 찾았어!"




그렇게 두 소년이 음식물 쓰레기 하나 주워들고 기뻐하는 사이, 골목을 서성이던 건달이 다가와 두 소년에게 발길질을 날렸다.




"이 더러운 쓰레기 새끼들! 너희들 때문에 거리가 더러워지잖아! 얼른 블랙존으로 안꺼져!?"




전신에 문신을 그린 험악한 인상의 사내가 눈을 부라리자, 소년들은 겁에 질려 황급히 골목에서 빠져나와 도망쳤다.



그 둘이 거리로 나오자마자 레이저처럼 쏘아붙여지는 눈초리. 거리의 모두가 둘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마치 집안에 나타난 바퀴벌레를 보는 것처럼.




두 소년은 이런 눈초리가 너무나도 따갑게 다가왔다. 분명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음에도, 마치 화살 다발을 맞은 듯이.

하지만 누구를 원망하랴. 소년들은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다. 태어나길 쓰레기로 태어난 아이들이니.




그렇게 한참을 달려가던 중, 체구가 큰 소년이 누군가와 부딪히게 되고, 그대로 발라당 넘어져버린다.




"으앗!"




"꺄악! 뭐야!? 이 쓰레기들이, 감히 내 코트를 더럽혀!?"




고풍스런 옷차림을 보아하니 재벌 가의 귀부인인 듯하다. 넘어진 소년이 당황하며 무릎을 꿇은 채 싹싹 빌며 용서를 구했고, 작은 소년 역시 그 옆에서 똑같이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귀부인에게는 그런 행동조차 역겹게 다가왔는지 옆에 동행하고 있던 바이오로이드에게 소리쳤다.



"뭘 보고만 있어! 이 쓰레기들이 내 코트를 더럽혔다고! 어서 밟아버려!"



"주인님, 이 아이들은 인간..."




바이오로이드가 당황하며 머뭇거리자 그대로 바이오로이드의 뺨을 때리는 귀부인. 바이오로이드는 뺨이 퉁퉁 부어올랐음에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한 말 잊었어? 이것들은 블랙존에서 기어올라온 쓰레기들이야. 인간이 아니라! 쓰레기를 치우는게 그렇게 힘들어?"




"...죄송합니다.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그렇게 명령을 수행하는 바이오로이드. 두 소년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바이오로이드를 보며 벌벌 떨기 시작했고, 이를 본 바이오로이드는 동공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 역시 인지하고 있다. 이 아이들은 분명 인간들이다. 자신들과는 달리 자연적으로 태어나 자라온 인간 아이들. 그런데 정작 자기 주인을 포함한 시민 상당수가 이들을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인지부조화를 느꼈다. 어째서 같은 인간인데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인지.


그런 잡념도 잠시, 바이오로이드는 그대로 힘껏 큰 소년을 걷어찼다.



발길질에 멀리 튕겨날아가는 소년. 이에 작은 소년은 울음을 터트리며 형에게로 달려갔다.




"형아!"




"나, 난 괜찮아..."




하지만, 바이오로이드의 청소는 끝나지 않았다.

주인이 지켜보고 있다. 주인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이자 삶의 이유.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바닥에 널부러진 소년의 멱살을 잡은 채 무자비하게 가격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거리를 울리는 둔탁한 타격음. 작은 소년은 바이오로이드의 정강이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막아서보지만, 바이오로이드는 아랑곳않고 큰 소년을 가차없이 때리고, 때리고, 계속해서 때렸다.



이에 작은 소년은 힘으로 안되자 거리의 인파를 보며 힘껏 울부짖었다.




"제발, 제발 누가 도와줘요!!!"




나약한 소년의 외침.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혐오와 경멸의 시선이었고, 일부는 아예 이 광경이 재미있다는 듯 낄낄 웃기 바빴다.




작은 소년은 이 광경이 익숙했다. 이런 처지인건 항상 그래왔으니까.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간절히 외쳤다. 사람이 아니라면, 하다못해 길고양이라도 달려와 도와주기를 바랐기에.



하지만 결국 그 어떠한 도움의 손길도 없었고, 귀부인이 질릴 때 쯤 되서야 바이오로이드의 폭력이 막을 내렸다. 어찌나 흠씬 두들겨 팼는지 몸 곳곳이 피멍으로 가득했고, 얼굴은 퉁퉁부어 본래 형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쯧, 오늘 하루는 재수가 없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코트를 벗어 바이오로이드에게 건네주는 귀부인.




"이건 갔다버려. 더러운게 묻었는데 어떻게 입고다니겠어?"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코트를 벗어던진 귀부인은 곧장 어딘가로 연락해 누군가를 부르는데, 곧이어 커다란 수송차량 한 대가 달려와 그 앞에서 멈춰섰다.



차량에서 인간남성 경찰 한 명과 켈베로스, 미스 세이프티가 내려 귀부인에게 인사를 건냈다.




"네, 신고받고 왔습니다."



"여기 이 두 놈이요. 나참, 경찰이면 일을 똑바로 해야죠. 어떻게 이런 대낮에 쓰레기들이 거리를 돌아다니죠?"




귀부인의 추궁에 남성 경찰은 어쩔 줄 몰라하며 굽신거렸고, 덩달아 켈베로스와 미스 세이프티도 공손하게 사과를 올렸다.




"됐고, 어서 치워줘요. 이러다 어린아이들이랑 마주치기라도 하면 어쩔거에요?"




"네, 바로 치우겠습니다. 야, 저것들 실어."




남성의 명령에 켈베로스와 미스 세이프티가 두 소년을 차량에 실었고, 남성은 귀부인에게 인사를 올린 뒤 차량을 몰아 멀리 사라졌다.





***





한참을 달려, 도심에서 떨어진 황량한 구역에 다다른 차량.


거리에는 지은지 상당히 오래된 듯한 건물들과 판자들을 긁어모아 지은 판잣집이 가득했고, 거리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있었으며, 곳곳에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겨오고 있었다.




"으휴~, 씨이발!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는거레~? 나같으면 하루도 못버티고 자살하겠다~."




남성이 혀를 내두르며 질색을 표했고, 같이 탑승한 켈베로스와 미스 세이프티 역시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렇게 어느 길가에 도착한 차량. 남성이 신호를 주자 짐칸에 타고있던 켈베로스가 문을 열고 두 소년을 바닥에 내던진다.


그렇게 소년을 두고 떠나가는 차량. 작은 소년은 흠씬 두들겨 맞아 몸이 성치않은 형을 부축하며 터덜터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형아... 또 와버렸어..."




"...그래도 이번에는 꽤 오래 버텼네... 일주일 동안 도심 골목에서 지내니까 좋았지?"




"응! 먹을 것도 많았어."




"그래, 다음에는 뭘 먹을까?"




"나는... 프렌치토스트에 크림수프가 먹고 싶어!"




"그래, 언젠가는 반드시 먹자!"




"히히, 빵은 내가 더 많이 먹을거야!"




"그래, 그래~."




그렇게 오순도순 잡담을 나누며 거리를 거닐던 형제.

그러던 중, 척 보기에도 위험해보이는 건달 무리가 어느 가게 앞에서 어슬렁 거리는 것이 보이자 형제는 걷바로 근처의 쓰레기 더미 속에 몸을 숨긴다.




"잠깐 기다렸다가자."




"응."




마치 일상인 듯 아무렇지 않게 덤덤히 기다리는 형제.

곧이어, 건달 무리가 벽돌을 가져와 가게 유리창을 깨부수고, 안으로 쳐들어가 물건들을 마구잡이로 가져가기 시작한다.



그러자 안에 있던 점장이 산탄총을 들고 나와 소리쳤다.




"이 개새끼들아! 전부 죽여버리겠어!"



강도 일당들이 곧바로 밖으로 튀쳐나오고, 산탄총을 든 점장이 일말의 지체없이 장전한 뒤 일당 중 한 명에게 사격했다.




탕!



산탄이 흩뿌려지고, 이를 맞은 사내는 시뻘건 선혈과 육편을 흩날리며 뒤로 고꾸라진다.

그렇게 한 명이 쓰러졌음에도 물러설 생각이 없는 강도 일당. 그들은 오히려 저마다 흉기를 꺼내든 뒤 거리를 벌리며 점장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들어와, 이 새끼들아! 너희들 이번에는 전부 죽여버릴테니까!"



그렇게 다대일로 대치하던 중, 숨어있던 강도 중 한 명이 점장의 뒤로 살금살금 다가오고, 순식간에 덮쳐서 송곳으로 그의 어깨를 찔렀다.


이에 화들짝 놀란 점장이 뒤로 돌아 자신을 기습한 강도의 복부에 대고 산탄총을 쐈다.

그대로 상체가 산산조각이 나며 쓰러지는 강도. 그 틈을 탄 일당은 곧바로 빠르게 점장에게 달려들었다.




"빨리 밟아!"



강도 일당 중 하나가 빠르게 점장을 걷어차 넘어트리고, 다른 한 명이 산탄총을 걷어차 멀리 떨어트렸다. 순식간에 무력화된 점장은 그렇게 강도일당에게 짓밟히기 시작한다.



"야, 다 비켜! 한 방에 끝내버리게!"



그러다 가장 체격이 큰 강도가 슬랫지해머를 질질 끌며 다가와 힘껏 휘둘러 점장의 머리를 내리쳤다.



붕- 퍽!



점장의 머리가 짓이겨진 토마토가 되어버리고, 점장을 살해한 강도단은 그대로 물건들과 산탄총을 주워든 채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그 때, 먼저 쓰러졌던 강도 한 명이 토혈을 내뿜으며 간절하게 빌었다.




"나, 나도... 쿨럭! 나도 데려가줘..."



그러자 산탄총을 들고있던 강도가 짐을 동료에게 맡긴 뒤 산탄총을 장전하고 그의 머리를 향해 쏘았다.



철컥, 탕!



순식단에 육편조각이 되어버린 강도의 머리. 산탄총을 든 강도는 그것을 보고는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쉐끼~! 이런 좋은걸 가지고 있었단 말이야? 누구는 칼 한 자루도 구하기 힘든 상황인데 말이야~."



그렇게 강도단이 유유히 떠나가고, 쓰레기더미에 숨어있던 형제는 그제서야 조심스레 밖으로 나왔다.



"이번에는 빨리 끝났네. 다행이야."



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이, 저멀리서 궤도차량 하나가 굉음을 내며 달려오고 있었다.



"형아, 시체수집기야."



그것은 AGS였다. 그 기종은 본래 대형 쓰레기를 치우는 용도였으나, 쓰레기만큼 시체가 쌓이는 이곳, 블랙존에서는 주로 시체처리를 주업으로 삼고있다.



시체에 가까이 다가가는 시체수집기.



- 쓰레기 발견, 깨끗한 거리를 위해 쓰레기 무단투기를 자제합시다.



시체수집기가 딱딱한 어조로 말하면서 로봇팔를 뻗어 한때 살아숨쉬었던 쓰레기들을 주워들고 통에 집어넣었다.

시체들을 처리하고 떠나가는 시체수집기. 형제는 그걸 보면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

본 내용은 공식설정과는 전혀 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