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말했 듯이 나는 GOP에서 군생활을 했어, 이번 썰은 내 소대장의 동기 썰이야. 보기 편하게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서 적었어.

 

 우리 중대가 담당한 경계 구역은 총 세 구역이었는데 첫 번째는 완만한 평지에 가까운 경계에 어렵지 않은 구역, 두 번째는 앞에서 언급한 호국영령이 살아계시는 구역, 세 번째는 고지가 겹쳐서 골짜기 형태로 나타나는 A자형태의 구간이야. 이번 썰은 세 번째 구역에서 일어났던 '사고'야.


우리 소대장의 동기인 옆소대장 B는 체대 출신의 활달하고, 열혈의 사나이 클럽 회원 느낌의 중위였어, 스포츠 머리에 축구 좋아하고 들으면 딱 이미지가 연상되는 소대장이야. 남자다움을 중시하는 마초남인 그는 평소에도 귀신따위는 없다며 호기롭게 초소에서 공포영화 보기 무서운 라디오 듣기 등 온갖 간부새끼들의 꿀을 빨던 놈이었어. 그러던 7월 쯤 한여름에 사고가 발생했지.


그가 소대장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야간당직과 순찰을 하는 날이었대, 그날도 어김없이 CCTV가 안보이는 사각 지대에 휴대폰을 놓고서 스마트폰으로 세븐나이츠를 하던 그가 갑자기 경계 초소 옆 간이초소의 키폰으로 근무나간 인원에게 보고를 받았어. 경계 초소에 귀신이 있어서 근무를 못 서겠다는 초병의 보고였지. 그 말을 듣고서 어처구니가 없던 그는 핸드폰을 보는 것을 멈추고는 키폰을 통해서 병사들에게 막 화를 냈더래. 세상에 귀신이 어딨냐, 근무가 서기 싫으면 싫다고 해라. 아니면 전역을 하던가 이런 식으로 짜증을 내고는 키폰을 끊고 핸드폰으로 다시 세븐나이츠에 열중을 했더래.


그런데 대전에서 줫발려서 짜증이 확난 상태로 고개를 들어 경계 구역을 감시하는 CCTV를 봤는데 아까 보고한 초병들이 경계 초소에는 안들어가고 옆 간이초소에서 불안한 걸음으로 왔다갔다만 하고 있더래. 그걸 본 소대장이 대전에서 발린 것도 짜증나는데 딱 봐도 

근무 서기 싫어서 저러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보니 열이 확 올라서 병사들한테 키폰으로 연결한거야. 키폰으로 통화하면서 온갖 욕설로 니들 뭐하냐 다 줫대고 싶냐 이런 식으로 화를 내는데 병사들이 덜덜 떠는 목소리로 진짜 귀신이 있어서 못 가겠다고 말하니깐 눈이 뒤집어져서 내가 당장 갈테니깐 딱 기다리라고 하고는 그대로  소대통신병을 깨워서 순찰을 나간거야. 병사들을 친히 조질려고.


씨발씨빨거리면서 통신병이랑 간이초소로 갔는데 역시나 병사들은 간이초소에 덜덜 떨고 있더래. 그걸보니깐 소대장이 병사들이 장난치거나 뺑끼치는 건 아니구나 싶어서 약간 누그러지는 투로 말을 건넸대, '야 씨발 니들 여기서 뭐해' 이 말에 병사들이 저 초소에 귀신이 있어서 진짜 못 가겠다 거짓말이 아니다. 정말 무섭다 하면서 하소연을 하더라는거야. 


근데 그 초소가 어떤 형태냐면 A자형 골짜기의 꼭짓점, A자 윗부분 즉 산맥이 합쳐지는 곳에 초소가 있고 그 주변에 가지 가 긴 버드나무 비슷한 나무들이 초소를 감싸는 형태였어. 이 초소에 귀신이 나와서 병사들이 못 가겠다고 하소연을 하니깐 우리 사나이클럽 회원인 소대장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어서는 자신감 넘치게 말한거야. '야 내가 직접가서 보고 올테니깐 별일 없으면 니들 다 줫댈 줄알아 알겠어?' 하고는 자신만만하게 그 초소로 들어갔대. 


근데 막상 그 초소에 들어가니깐 아무 것도 없더라는거야.  먼지만 조금 날릴 뿐 주변에도 귀신의 귀자도 안보이니깐 소대장이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초소 창문을 열어서 병사들한테 소리쳤대 '야 씹새끼들아 아무 것도 없잖아 다들 업드려 씨ㅏㄹ' 근데 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소대통신병과 병사들이 동시에 얼굴이 하얘지면서 검지 손가락을 위를 보라며 뻗었대. 손동작을 보자마자 소대장이 창문에서 상체만 밖으로 내민 상태 그대로 고개를 돌려서 위를 봤는데 초소주변을 감싸던게 버드나무처럼 가지가 뻗어져 있던게 아니라 귀신의 머리카락이랑 길게 늘어진 손가락이 뻗어진채로 초소 위에서 거미가 거미집에 매달려 있듯 거꾸로 달려서 소대장을 쳐다보는데 그 쳐다보는 눈이 소대장이랑 마주쳤더래.


소대장이 그걸 보고는 그대로 비명을 지르면서 창문으로 내밀었던 상체가 확 기울어져 밖으로 떨어졌고 병사들이 그걸 보자마자 기겁하면서 고개를 숙인채로 소대장한테 달려가 소대장을 업고서는 자신들이 원래 있던 간이초소로 도망갔더래. 간이초소로 다들 도망가서 소대장을 살펴보는데 소대장은 눈은 뒤집어져 흰자를 보인채로 거품물고 기절했고, 몸은 부들부들 떨고있더래. 병사들이 중대 소초에 보고해서 중대장이랑 부소대장 행보관이 급하게 뛰어오고 병사들은 그동안 소대장 몸 주무르면서 어떻게든 정신 차리게 만들려고 했는데 지독한 냄새가 나더래. 병사들은 귀신인줄 알고 깜짝 놀랬는데 알고보니깐 소대장이 바지에 그대로 소변을 지린거였어.


후에 중대장을 포함한 간부들이 와서 병사들과 소대장을 이끌고 소초로 복귀했고 해가 중천에 뜬 아침에 중대장이랑 행보관이 나가서 그 초소로 갔는데 초소는 별일이 없었다는 듯이 있더래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만 풍기며 있더래. 그래도 문제가 크게 발생한 초소라 다시는 그 초소를 쓸 생각은 못 하고, 그 초소는 폐쇄하고 옆의 간이소초를 개축해서 경계소초급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대. 후에 내가 전역할 때 쯤에는 그 초소는 아예 부수고 없앴다더라.


이 사고로 사나이클럽 소대장은 대대를 넘어 연대에서도 유명해졌는데, 진짜 큰 비극은 귀신을 본 소대장으로 유명해진게 아니라 소변을 바지에 지린 소대장으로 유명해져서 그 소대장의 선임, 동기 심지어는 부연대장급 지휘관들도 그를 계급이나 소대장이라고 안부르고 소변대장이라고 부르게 됐어. 이 수치스러운 별명을 얻은 그 소변대장은 자신의 억울함을 여러번 어필했는데 안타깝게도 억울함이 해소되기는 커녕 부사관 간부들에게도 소변대장이라고 뒤에서 불리게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