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호에 들어온 나비 한 마리, 그것이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노란색 날갯짓은 에밀리의 두 눈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에밀리는 홀린 듯, 무기도 없이 그 나비를 쫒아 갔다. 위로 살짝 올라갔다가, 다시 밑으로. 윈쪽으로 둥그렇게 갔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마치 허공에서 흔들거리는 깃털처럼. 에밀리의 시선을 즐기는 듯, 피하려는 듯 이리저리 움직였고, 에밀리는 그것을 따라가다보니 어느 새, 오르카호에 처음 보는 장소로 와 있었다. 그 곳은 화분과 꽃으로 가득한 곳이였고, 잠수함과는 맞지 않는 듯한 곳이었다. 나비는 그 곳에 있는 보라색 꽃 위에 앉았다. 그래서 그녀는 한참 바라보다가, 그 꽃에 손을 대려고했다.

"함부로 건드리면 안 돼요. 에밀리 양."

나긋나긋한 목소리. 에밀리는 그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풍성한 시커먼 긴 머리카락에 풍만한 몸매를 지닌 그녀는, 약간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잘못 건드리면 꽃이 상할 수 있어요. 혹시 길을 잃으셨나요?"

에밀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장소. 매일 aa 캐노니어쪽 위치에서만 있다보니, 다른 장소에 대해서는 하나도 몰랐다. 그 동안, 나비는 다시 날아서, 레아의 뒤로 나풀나풀 사라져갔다.

"네."

"어머. 제가 길을 찾아드릴게요?"

레아의 제안. 다만, 에밀리는 자기도 모른 채 그녀에게 도발을 하였다.

"고맙습니다. 아줌마."



그 시각, 비스트헌터는 에밀리를 찾아서 잠수함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얘 또 어디갔어."

작은 중얼거림. 이것은 그녀가 질 낮은 브라우니나 탈론페더와 만날 수 있다는 걱정을 함축한 말이었다. 그러다가 페어리시리즈의 화단 근처,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

"에밀리. 한참 찾. 으헉!"

그리고 그다지 보고싶지 않은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주위에는 번개가 번쩍이고 있다. 그리고 누가 봐도 화난 듯한 여자가 에밀리 앞에 서 있었다. 

"에밀리양.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고맙습니다. 아줌마?"

번개가 더욱 날카로워진다. 비스트헌터는 좆됨을 직감하였다.

'저것은 나도 절대 뚫을 수 없다.' 

그녀는 일단 전화로 라비아타를 불러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화를 가지고오지 않았다. 

'저거 어떻하지? 이 근처. 전화가. .. 스틸라인!'

그녀는 스틸라인 행정반을 향해 뛰어갔다.



그 시각, 에밀리는 의문에 빠져있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평범한 말이었건만, 길을 찾아주겠다는 여자는 잔뜩 화난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기만 하다.

"에밀리양,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에밀리는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무슨 말실수를 했을까. 분명 크게 이상한 단어는 없었는데. 아! 저번에 파니가 다른 바이오로이드에게 아줌마라고 하면 화낼 수 있다고 했었는데. 뭐였더라? 아!'

"고맙습니다. 어머님."

멀쩡한 하늘에 먹구름이 한 가득 끼었다.



그 시각, 이프리트는 당직을 서면서, 몰래 잠을 청하고 있었다. 꿀 같은 낮잠시간. 물론 간부에게 걸리면 안 되지만, 이미 스틸라인 간부들과 병사들은 훈련하러 떠났다. 그래서 이제 본인은 편하게 의자에 앉아서 자고 있으면 된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건드린다. 설마 브라우니? 아닐 것이다. 스틸라인은 모두 훈련을 나갔다. 설마 사령관님? 그녀는 겁을 먹은 채, 고개를 들었다.

"이프리트! 전화 좀 빌려줘."

타군 간부였다. 이프리트의 불안감과 안도감에 휩싸였다. 만약 잠시 잠수함에 방문한 불굴의 마리 대장이나 레드후드님에게 걸렸다면 죽었겠지만, 다행히 타군의 인원이었다. 하지만, 저 간부가 아스널에게, 아스널이 마리에게 이 상황을 전달하면, 대재앙이 된다. 

"이프리트 병장! 멍 때릴 시간 없어! 전화 줘!"

비스트헌터의 다급한 외침. 이프리트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손에 쥐어드렸다. 비스트헌터는 그 전화를 받아서 바로 배틀메이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약간의 통화음 소리. 전화 받는 소리르 변했다.

"누구십니까?"

"지금 라비아타씨 있어?"

"저는 누구시냐고 물었..."

"나는 비스트헌터. aa캐노니어 소속. 라비아타씨 어디 가셨어?"

"지금 외출 중 이십니다."

"언제 오시는지 알아?"

"모르겠습니다. 돌아 오시면 제가 스틸라인에게 전화 하겠습니다."

"아니, 전화말고, 페어리의 화단. 거기로 오시라고 해 줘."

"네. 알겠습니다."

통화가 끊겼다. 이프리트는 상당히 경직 된 표정으로 뻣뻣하게 앉아있었다. 

비스트헌터는 생각해야했다. 번개를 뚫고, 에밀리를 구할 수 있는 바이오로이드. 빠른 속도가 필요. 그렇다면, 펭귄같은 옷을 입은 그녀.

"이프리트."

"그렇습니다."

"전화 한 번만 더 쓸게."



그 시각, 에밀리는 아직도 레아와 대치중이었다. 그 동안 에밀리는 한 번 더 찍었었다. 다만, 이모라는 단어에 더더욱 번개가 두꺼워졌다. 에밀리가 고민에 푹 빠져있었다. 그나저나 이분은 왜 나를 붙잡고 있을까. 그러는 동안 레아는 얼굴이 시뻘개진 채, 구겨지고 있었다. 아마 조금 더 화나면... 

"다시. 한 번. 기회. 준다. 잘 생각해."

아마 눈에서 번개를 쏠 것 같았다.



오늘은 경계 근무 끝나고 숙소에서 춤을 연습하고 있는 그녀. 프로젝트 오르카는 이미 끝났지만, 그녀는 춤 연습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다만 하필 펭귄옷을 입었기에, 게다가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온몸이 젖어서, 그렇게도 멋이 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전화가 울린다. 그래서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슬레이프니르씨 있나요?"

"어, 나야. 너 누구..."

"빨리 페어리 화단으로 와주세요. 저는 비스트헌터에요."

"왜?"

"에밀리가 위험해요."

그래서 마하의 속도로 달려서 왔다. 하지만 그 현장은 참담했다. 타오르다 못해 재가 되어버린 꽃들, 구석에서 벌벌 떨고있는 리제. 그리고 번개로 인해 탄 자국이 가득해진 화관. 아마 인류멸망 직후의 화단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있는 아줌마. 그리고 정전기로 인해 머리카락이 치솟고 있는 에밀리. 총체적 난국이었다. 게다가 아직 번개가 출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비스트헌터가 달려왔다.

"슬레이프니르님, 우리 에밀리 좀 구해주세요."

비스트헌터의 애원. 간신히 희망적인 표정으로 변해있었다.

"나 번개보다는 느린데."

슬레이프니르의 대답. 비스트헌터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그래도."

일반적인 바이오로이드의 눈에는 절대 지나가지 못할 번개였지만, 슬레이프니르는 달랐다. 나는 지나갈 수 있다는 확신. 

"이 정도면 가능."

콰르르릉.

"안 되겠네."

에밀리의 오답. 그녀는 귀신같이 언니라는 단어만 피해갔다. 이번에는 할머니라는 오답 이상의 오답. 마치 시험문제를 다 틀리다가, 마지막에 교수를 향한 욕을 적은 느낌. 번개가 매우 거세졌다. 그리고 비스트헌터는 거의 울기 직전이다. 



에밀리는 머리카락이 마치 빗자루처럼 치솟고 있다. 아마 할머니라는 답이 매우 큰 오답인 듯 하다. 아줌마. 어머니. 이모. 고모. 할머니. 이 다음 단어를 생각해야만 했다. 에밀리의 고심. 에밀리는 어느 단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제 폭발 직전의 레아. 얼굴은 마치 관우같이 변해있었다. 뒤에서 절망하는 비스트헌터. 슬레이프니르는 그런 그녀를 위로해주었다. 그렇게 끝나기 직전, 기적이 벌어졌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레아양!"

라비아타. 그녀가 등장했다. 비스트헌터는 화색을 되찾았다. 하지만 레아는 아직 그 말을 듣지 못한 듯 싶다. 그러자, 라비아타는 번개를 뚫고, 레아를 붙잡았다. 

"레아야, 진정해!"

"언니! 이건 안돼. 아직 이렇게 갈 수 없어. 에밀리. 말 해!"

"아니다! 에밀리! 얼른 레아에게 언니라고 말 해!"

번개가 거세진다. 라비아타는 일단 레아와 에밀리를 분리시키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폭주를 막을 방법을 생각해 내었다. 하지만 에밀리는 일단 언니라고 말을 하고, 그 다음 할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보았다. 레아가 하도 인상을 꾸기느라 생긴 주름살을. 그래서 본인도 모르게, 그 주름살에 손가락을 대면서 말했다. 

"언니. 주름살."

짧은 정적.

쾅.

레아가 폭발했다. 비스트헌터는 날아가 자빠졌고, 다시 잠을 자던 이프리트도 의자에서 굴러떨어졌다. 슬레이프니르는 순식간에 피했고, 에밀리는 폭발 직전, 라비아타가 몸을 막아주었다. 그리고 레아는 온몸이 시커매진채, 기절해버렸다. 



후일담.

레아는 마음도, 몸도 중파라서 수복실에서 다프네에게 한 달 내내 간호받았다. 닥터와의 상담도 잔뜩 받았고, 약간 외모가 바뀐 에밀리에게 사과도 받아내었다. 이번에는 사고치지 않게, 아스널이 대동하였다. 

에밀리는 몸은 보호하였지만, 폭발음으로 인해 고막이 손상되었다. 그리고 머리카락이 약간 볶아져서, 마치 파마를 받은 듯한 모양이 되었다. 고막 수복 후, 아스널과 함께 레아에게 사과했다.

비스트헌터는 폭발을 얻어맞고 뻗어버렸다. 다만, 스스로 일어나서 수복실에 걸어갈 수 있는 정도의 부상이었다. 그리고 전화를 빌려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레드후드에게 이프리트에 대한 칭찬을 해주었다.

이프리트는 레드후드에 의해 임관하게 되었다. 

슬레이프니르는 사령관에게 순식간에 보고를 하러 갔다. 

라비아타는 바닐라의 연락을 받고 얼결에 에밀리를 구조했다. 그로인해 몸 뒷쪽이 약간 탔지만, 역시 경미한 부상이었다. 그리고 눈이 죽어있는 레아를 위로해주었다. 

끝.


ps. 원래는 야구봐야 했는데 엘지가 지고 있어서 그냥썻다 맨이야. 생각없이 막 적었다 맨이야. 아이고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