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메이드 시절, 아직 앞치마에 얼룩 하나 없던 때가 있었다.

사령관님의 아침당번을 보게 된 나는 다른 언니들보다 1시간 가량 일찍 일어나 주방에 들러 식사 준비를 보조해야만 했고,
이런 시간이 반복되자 아침마다 피곤한 기색을 지우지 못하는 이른바, 흘러빠진 모습을 자주 보였다.

아직 적응기간이었던터라 언니들은 크게 내색을 하진 않고 있었지만, 막사 내 최고언니인 에리수 언니는 그런 빠져있는 모습을 두 눈을 부라리며 머릿속에 세기고 있었고, 언제 어디서 불꽃싸다구가 날아올지 몰라 살얼음을 밟는 심정으로 메이드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결국 사령관님 아침 식사에 올라갈 매인메뉴 하나를 빼먹는 참사를 범했고, 식사 보조를 온 곤수단자 언니는 사령관님의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그릇을 치운 후 손짓으로 날 불러세웠다.

"니 윗기수 다 집합시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언니의 목소리에선 어떠한 분노도 느껴지지 않았고, 마치 이런 일이 생길줄 알았다는 느낌이었다.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막사로 간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곤수단자 언니의 말을 전했고, 막사 내에서 수제콘돔을 만들며 시간을 떼우던 언니들의 시선은 나를 향해 일제히 쏟아졌다.

언니들 또한 나에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은 채, 그저 앞장서란 말을 한게 전부였고,
안내를 마치자, 곤수단자 언니는 나가보라는 듯 손을 휘적거리며 짜증섞인 표정을 지었다.

쭈뼛거리며 방을 나서자, 곧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고 곤수단자 언니는 다른 언니들의 이름을 한명씩 차례로 부르며 뺨을 때리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앨리수, 보랙원, 반일라, 김란언니까지.

단 한명도 빠짐없이 곤수단자언니에게 30분 가량 야단과 함께 얼차려를 받았고,
그 광경이 너무 무서운 나머지 난 문앞에서 훌쩍거리며 어쩔줄 몰라했다.

잠시 뒤, 곤수단자 언니가 문을 나섰고 언니가 떠난걸 확인한 다른 언니들은 얻어맞은 자리를 어루만지며 연거푸 욕을 내뱉었다.

물론 언니들이 하던 욕에는 곤수단자언니 뿐만 아니라 나까지도 포함되어있었다.

그저 옷이 예뻐 아무런 생각없이 메이드에 지원했던 나는 메이드는 태어나는 것이 아닌 만들어지는 것이다 라는 말을 그제서야 깨달았고, 본래 이름과 국적을 버리고, 배틀메이드에서 도망쳐 컴페니언에 귀화해 현재는 히루메란 이름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