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34581563


모음집- https://arca.live/b/lastorigin/3347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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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기절해 있던 레이스와 팬텀이 깨어나고 나서야 그들은 공연장 뒷쪽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에키드나는 그녀의 양손 가득 들린 전과 과일이 담긴 용기들을 보면서 집에 가 그것들을 맛나게 먹을 생각에 푹 빠져 있었고, 서현은 추석을 맞이하여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로 가득 찬 복도를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숨막히네..."


"그럼 다른 곳으로 가면 되지."


"그럴까요?"


서현과 에키드나는 발을 돌려 복도와 병동에 외부 사람 하나 없는 곳으로 돌아갔다. 병동이 꽉꽉 차긴 했지만, 그들의 가족은 한 명도 오지 않은듯 하였다.


"여긴 사람이 뭐이리 없어?"


"세 분류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니까 그렇죠."


"시설도 여기 요양원에서 가장 안좋고, 그래서 값도 싸죠. 돈없는 사람들이 빠듯하게 모아서 보내주시거나, 부모와 자식간에 사이가 안좋아 그냥 이곳에 보내시는 분들도 있고, 임종을 준비하는 분들이 여기 계세요."


"...음침하고 기분나빠. 얼른 나가자."


"그러- ...저기 우산이 있는데요?"


서현은 이질적으로 고급스러운 양산이 구석에 펴져 있는 것을 확인하였고, 그곳에 있어야 할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였다. 그는 천천히 그곳으로 다가갔다.


"...거긴 왜 가. 주인이 찾겠지."


"외부인 한명 안오는 공간에 누가 이런 비싼 양산을 냅두고 다녀요? 데스크에라도 가져-"


순간, 서현의 말문이 막혔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어린 꼬마가 폭탄같은 것을 만지작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꼬, 꼬마야?"


"..."


그녀는 뚝뚝거리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더이상 폭탄에 대고 있던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종이로 엉성하게 만들진 폭탄 위에 있는 스톱워치의 붉은 글씨는 5초를 가르키고 있었다.


"...! 위험해!"


서현은 순간, 그녀의 양산을 집어던지고, 소녀를 폭탄의 반대쪽으로 밀쳤다.


"꺄악!"


"누나!"


팬텀과 에키드나는 모든 것을 확인하는데 눈 깜짝할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팬텀이 재빨리 폭탄을 사람이 빈 복도 한가운데에 던졌고, 에키드나가 주변에 있던 운반용 카트와 철문을 순간적으로 뜯어내고는 폭탄을 당겨 철들을 그곳에 뭉치기 시작했다.


"다들 귀 막아!"


'...콰아아앙!'


순간 철들의 빈공간 사이로 번쩍이는 빛과 함께 천지가 몇 초동안 진동하였다. 잠시후, 천장에 먼지같은 것이 후두둑 떨어지고는, 아무일 없다는 듯 정적이 이어지다 경고음이 병동 내부에 울려퍼졌다.


"하아... 하아... 괜찮- ...얘 어디갔어."


"윤서현! 어디 다친 곳은 없나?"


"저, 전 괜찮은데... 그 꼬마애가 없어졌어요."


"지금 그게 중요해? 우리도 들킨다고!"


"선배, CCTV는 전부 처리해놓았다."


"잘했다, 후배. 얼른 빠져나가자."


에키드나와 서현, AL 팬텀과 레이스는 곧장 추적추적 비가오기 시작하는 요양원 밖으로 빠져나갈려 했다. 서현은 소녀가 두고 간 우산이 마음에 걸려 결국엔 그것까지 챙겨 밖으로 나섰다.


.

.

.


비가 내리는 추석 당일 밤, 노란 머리의 소녀가 우산도 쓰지 않은채로 길거리를 내달리고 있었다.


"허억... 허억..."


'탁탁탁...'


그녀는 건물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어느 음침한 문을 두들겼다.


'쾅쾅쾅!'


"언니들! 저에요, 엘리! 폭탄이 터져 사망처리됬는데, 어느 분이 구해주셔서 살아있어요! 제발 문좀 열어주세요! 저 살아있다구요!"


"..."


'삑삑삑삑삑...'


"존재하지 않는 대원번호입니다."


'삑삑삑삑삑삑!'


"존재하지 않는 대원번-"


"언니들 제발... 제발 저좀 들여보내주세요..."


벌레 하나 기어가는 소리 안들리는 문에 기대어 눈물인지 비인지 모르는 걸 얼굴에 흘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조그마한 종이 뿐이었다.


그 종이에 쓰여진 문구는 이러했다.


'사망판정 오류 프로토콜을 진행하세요. 종이 처리방법은 아시죠?


-UOU학원의 S.'


"..."


엘리는 종이를 갈기갈기 찢고는 입에 넣어 오물오물 씹고는 꿀꺽 삼켜넣었다.


"...그동안 즐거웠어요... 언니들..."


엘리의 발에서는 매우 깊은 구둣소리가 울려퍼졌다. 어찌나 무겁던지, 빗소리가 심함에도 또각거리는 소리가 선명해졌다.


엘리는 그 프로토콜이라는 것을 진행하기 위하여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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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큰 도시에서 그 애를 어떻게 찾을건데!"


"복장도 특이하고, 팔에 기계장치도 있었어요! 금방 찾는다구요!"


한편, 그녀를 찾기 위해 편의점에서 급히 우산을 사 도시를 돌아다니는 서현과 에키드나는, 문득 아무 단서없이 소녀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서성인다는 걸 깨닫고는 잠시동안 서있었다.


"..."


"그래서, 그렇게 돌아다니면 그 애를 찾을 수있겠어? 사막 한가운데에서 바늘 생김새를 안다고 해서 찾을수 있겠냐고?"


"...찾았다."


잠시 말이 없던 팬텀이 에키드나 옆에 레이스와 함께 서있으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은폐장을 끈 팬텀은 테블릿을 하나 들고 있었고, 디스플레이에는 정확히 그녀의 모습이 있었다.


"노란 양갈래 머리, 옛 귀족풍의 옷을 입었고, 하얀 의수를 착용한 소녀, 맞나?"


"어머, 어떻게 찾은거야?"


"암살자와 보호자의 기본은 대상을 정확히 파악하는것, 나는 이 도시의 모든 CCTV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테블릿이 있다."


"역시 팬텀이라니까! 난 연구소에서부터 알아봤어!"


"시간 없어요! 애 다 젖었네!"


서현 무리는 그녀가 도시를 가로지르는 큰 강의 다리로 향한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장 그 꼬마를 쫓아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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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쏴아아-'


"...비가... 오네요... 우산도 잃어버렸는데... 그래도, 저 대신 누가 써주겠죠? 좋은 것을 나눠주는 것도 귀족의 의무중 하나니까요..."


엘리는 다리의 한가운데에 다다랐다. 말없이 비내리는 강을 바라보던 그녀는 천천히 난간을 하나씩 하나씩 밟아오르며, 더이상 밟을 난간이 없을때까지 올라갔다.


난간의 끝에 다다른 그녀는 주머리를 뒤적여, 알약을 하나 꺼내들었다. 녹색의 기분나쁜 색을 가진 그것을 엘리가 찬찬히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쟤 뭐하는거야?!"


"야, 꼬마야! 너 거기서 뭐해!"


서현과 에키드나는 헐레벌떡 그녀를 말렸다.


"거, 거기서 빨리 내려와! 위위위위험하다고!"


"..."


소녀는 더이상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알약을 입에 넣을려는 순간, 서현은 소리쳤다.


"우산!"


"...!"


서현의 외침은 효과가 있었는지, 노란 머리 꼬마는 조금씩 조금씩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거 돌려주라고 찾아온건데, 거기 있으면 어쩌자는거야!"


"살... 살려주세요..."


"...뭐라고?"


"살려-"


'미끌-'


"꺄아악!"


비가 온 탓에 미끌거리는 난간을 걷던 엘리는 결국 미끄러져 난간에 허리를 부딪히곤, 강으로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서현은 그녀가 미끄러질 기미가 보일 때부터 그녀를 잡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고, 난간에 착 붙어 손을 쭉 뻗었다.


하지만, 그녀와 그 사이는 김한장 차이로 가까워지다 다시 멀어졌고, 서현 또한 강으로 몸을 던질려는 그때, 엘라는 그녀의 의수를 잠깐동안 정지시켰고, 레이스는 곧장 슬라이드 하며 서현의 발목을 잡아챘다.


"으아악!"


서현이 꼬마의 팔목을 단단히 잡자마자, 레이스는 강하게 그의 발목을 잡아당겼고, 서현과 소녀는 허공에 잠시동안 붕 뜨더니, 철퍽 소리와 함께 다리 위 물웅덩이에 떨어졌다.


그의 등은 축축히 젖어 있었고, 서현은 그 꼬마를 꼬옥 안고 있었다.


"허억, 허억, 허억..."


"괘, 괜찮으세요?"


"나... 나, 나는 괜찮아. 넌 어디 다친 곳 없니?"


"ㄴ, 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추석의 늦은 오후, 비가 내리는 한가운데 속에서 무방비상태로 둘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살았다는 안도감과 구했다는 안도감의 심호흡이 오가는 사이에, 에키드나가 그들의 몸 위에 우산을 씌웠다.


"다 젖었네. 얼른 일어나. 감기걸릴라."


"누, 누나..."


"얘, 넌 어디사니? 우리가 데려다 줄게."


"가, 감사한데... 전... 여기에 있어도-"


"왜, 다시 뛰어내리기라도 하게? 아니, 그전에 집은 있어?"


에키드나가 우산과 함께 건낸 질문에 그녀는 고개만 저었다.


"...당분간 우리집에서 지내."


"그치만-"


"어디 지낼곳도 없잖아? 걱정마. 우리집에 남잔 얘 하나밖에 없고, 얘도 취향 이상한거 아니니까."


"무슨 소리 하시는 거에요!"


"농담이야. 얼른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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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 이상하네요."


"무슨 일이야, 시라유리? 똥 씹은 표정은 또 뭐고."


"아, 니키. ...어제 오류로 사망판정 받은 엘리의 생체신호를 초기화 시켰거든요? 아직 그 신호가 꺼지지 않았어요."


"...그래? 그럼 추적해보지, 뭐."


'삐익-.'


"어젯밤에 왔었나?"


"6시 조금 안되서요."


"...잠깐. 얘... 누구 따라갔는데?"


"...?!"


'쾅!'


"그게 대체 누구에요!"


"음... 신원확인 중이야. ...윤...서현? 클리스턴 사립고 2학년이래. 아빠는... 신원미상? 그리고, 옆에 있는 저 여자는 우산때문에 얼굴이 전부 가려졌어."


"크윽...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그나저나 클리스턴 사립고는 어떻게 간 거야? 애 아빠가 돈이 많나?"


"그건... 가봐야 알겠죠. 니키, 가짜 신분증이랑 학교 입학신청서좀 닥터한테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주세요."


"자기가 하면 될 걸..."


"전 내일 있을 신입생 신고식을 준비해야 해야 해서요."


.

.

.


"으아아아! 지각이다!"


"뭐야, 오늘 학교 가는거야?"


"몇년전부터 공휴일제도가 바뀌었는데... 도대체 누가 바꾼거야! ...엘리!"


"ㄴ, 네?"


"먹고싶은거 저 누나한테 말해! 누나는 엘리 먹고 싶은거 있으면 바로바로 사주고요!"


"알았으니까 얼른 가. 조금 있으면 버스온다."


"진짜요?"


"음... 한 2분 안으로 오겠네."


"갔다올게요!"


.

.

.


"어이구, 어이구! 추석 다음날이라고 다들 파업이냐? 뭐이리 많이들 늦었어?"


""죄, 죄송합니다...""


"어쨋거나, 다 왔지? 오늘 우리반에 신입생이 왔다. 일본에서 잘나가는 UOU학원 출신이니까 다들 잘 대해줘. 들어와라, 시라유리."


'드르륵...'


"자, 자기소개- 아니, 한국말 모르지? 그... 인트로듀스 유어셀프, 오케이?"


"아, 음... 하지메마시떼... 저는... 시라유리, 라고... 하요... 잘부탁 드리... 겠 습니다."


"와... 얼굴 개예뻐."


"이새낀 벌써 고백받은 표정이네."


"시끄러, 넌 사랑을 모르는구나?"


"...얼굴좀 봐, 재수없는 년."


"다 들릴라. 그나저나 UOU 학원은 뭐하는데야?"


"글쎄? 들리는 소문으로는 일본 정치인들이 보내는 학교래."


"으매 무섭네? 코와이네~"


"자, 자! 다들 조용히하고, 시라유리는... 음... 윤서현 옆자리가 비네. 히즈 네임 이즈 서현 윤, 앁 넥스트 투 힘, 오케?"


"아, 와캇따와캇따. 알겠습니다."


'또각... 또각...'


"윤서현 진짜 운 존나 좋네. 옆자리가 쟤 차지야?"


"시끄러, 선택교과 시간에 쟤 옆자리는 내꺼다."


'스윽.'


"...?"


"안녕, 난 시라유리, 만나서 반가워."


"뭐야, 한국말 못하는거 아니였어?"


"벌써부터 한국말 잘한다는거 들키면 피곤해지잖아?"


"...벌써 학교생활 다 배웠네."


"후훗, 너 말하는거, 꽤 마음에 든다?"


"...수업시간에는 좀 조용히 해줄래?"


"아, 미안미안... 일본에서 다닌 학교랑 여기랑은 꽤 다르네?"


"..."


"저기, 내가 여기에 대해서 잘 모르거든. 너가 좀 알려줄래?"


"...나중에."


"아 왜~ 지금 알려줘~"


"어이, 거기둘? 클래스 타임 비 콰이엇, 오케이?"


"어, 엄... Sorry, I can't understand what you are saying..."


"뭐라는 거야?"


"쌤 말이 뭔지 모르겠데요."


"아이 참, 영어교사였으면 됬을텐데, 서현아, 거기 시라유리한테 조용히 해달라고 좀 해주라."


"아, 예. 죄송합니다."


"자, 그럼 다시, 이부분에서 쓰인 비유법은..."


"...수업시간엔 좀 조용히해. 선생님한테 찍히고 싶지 않으면."


"...미안."


.

.

.


'딩동~ 딩동~'


"저기, 쉬는 시간인데 혹시-"


"야! 윤서현! 빨랑 나와! 오늘 화학 실험실 이동수업이래!"


"뭐? 진짜?!"


"뒷자리 다 털리기 전에 빨랑 튀어나와!"


"저, 저기-"


"미안, 내가 지금 바빠서. 다음에 이야기 하자."


"..."


'쿵...'


"여어~ 하지메 마시떼야?"


"..."


"여기 자리 비지?"


"...비긴 하지."


"뭐야? 말 할줄 아네?"


"너같이 머리에 17년 썩힌 우동 쳐박고 다니는 애를 위한 자리는 비니까, 썩은내 풀풀 풍기는 아가리 싸닫고 쳐앉아있기나 해."


"뭐? 저 썅- ...뭐야, 어디가는거야? 야!"


"쳇... 꽤 어려운 상대가 되겠군요.


윤서현... 당신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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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길어지네;;

엘리는 여기서라도 행복해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