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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이었지.

아무렇지도 않게 삼대 기업의 최고 바이오로이드 셋을 한 작전에 투입할 줄은.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서… 라고 생각해도 과잉 전력이고, 만에 하나 그렇다고 하면 역으로 당했을 때 중추를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지나치게 신중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역으로 지나치게 과감하다고 해야 할까.


- 생각이 많아 보이시네요.

- 이런 상황이니까요.


별로 숨길 것도 아니어서 조금 기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더니 빙긋 웃는 미소가 돌아왔지.


- 아직 완전히 신뢰받을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주셔도 괜찮은 건가요?

- 당장은 철충보다 레모네이드 오메가 쪽이 우선순위가 높기도 하고….

 아마 이 정도가 주인님께서 예상하신 범위 내겠죠.

- 범위?

- 흠, 과연….


그 말에 용은 잠깐 생각에 잠겨 있더니 이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음.

알파가 어쩐지 소외감이 든다고 생각하는 동안에도 탐사는 척척 이루어져서, 아머드 메이든이 덤벼든 AGS를 쓰러뜨리고 확보한 콘솔에 리앤이 즐거워하며 달려들었지.


- 특이한 양식이네. 중앙 시스템에 접근하고 싶은데, 도와주겠어?

- 아, 네. 문제 없어요.


아마 이것으로 오메가는 자신이 사령관 측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확신하게 될 테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며 느끼는 감정이 두려움이 아니라 희열이라니, 자신의 복수심도 어지간하다고 생각하며 레모네이드는 케스토스 히마스를 조작했어.


*   *   *


- 기본적인 검사 결과 세뇌 코드가 심어져 있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영양결핍을 제외하면 건강 상태도 양호하고요.

심적인 부담도 적지 않았기 때문인지, 당분간 깨어날 것 같지는 않네요.

- 그래. 정밀 검사도 부탁해.


다프네와 기술 팀의 보고를 확인하고, 사령관은 수복실의 창 너머로 히루메를 힐끔 본 다음 리제와 함께 함교로 돌아왔어.


- 특이한 경우도 다 있네.

- 그러게요.


한국에서 일본 수출을 염두에 두고 컴패니언으로 만들어졌다가 배틀메이드로 옮겨간 최고급 바이오로이드가 왜 알래스카에서 밀항을 시도한 걸까.

오메가가 복원한 건 아닐 테고, 생존개체가 무작정 겁에 질려 도망치다가 거기가지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으려나.

어지간히 파란만장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돌렸더니, 사령관은 뭔가 생각에 잠겨 있었어.

내가 첫인상을 성대하게 망쳐놨으니 어떻게 보충해야 할까 생각중인 거려나.


- 고민되나요?

- 약간은.

- 괜찮아요.

- …그래?

- 그럼요.


히루메는 말이 요란하고 망상벽이 심할 뿐이지, 실제로는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만큼 쉬운 여자고.


- 그냥 잘 쓰다듬어 주시기만 해도 충분해요.

- 그렇다니 다행이네.


그 포이도 굴복시킬 정도의 경지에 올랐는데 히루메 정도야 한 방이지.

오히려 사령관이 또 한 방에 꼬시지 않을 지가 걱정된다면 모를까.

아무튼….


- 아무래도 저는 단단히 미움 받은 것 같으니까, 부탁할게요.

- 어?

- 네?


왜 거기서 의문형이 돌아와요?

리제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고 바라봤더니 사령관은 답지 않게 당황하면서 시선을 피했음.


- 아, 응! 걱정 마. 잘 다독일 테니까.

- ….


저 사람이 저렇게 어색하게 군 적이 몇 번 없는데.

그렇달까, 어쩐지 기시감이 드는….

설마.


- …누가 짐승인지.

- 하하….


시험 삼아 띄운 운에 사령관이 움찔하는 걸 보고, 리제는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로 사령관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었음.

히루메의 꼬리를 보고 자기한테 꼬리를 달 생각부터 하는 걸 일편단심이라며 기뻐하기엔, 솔직히 좀 너무 음란마귀 같잖아?


- 주군, 레모네이드 오메가가 접근하고 있소. 지시를 부탁하지.

- 알겠어. 바로 연결할게.


그 어색한 분위기를 끝내 줘서 고맙다고 생각한 걸 알게 되면, 과연 오메가는 좋아할까 싫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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