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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로이드는 도구다.

도구는 무릇 주인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구로서 주인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에 리리스는 한치의 망설임도, 일말의 의심도 없이 사령관의 앞을 가로막고 오메가를 향해 총을 겨눌 수 있었다. 바짝 긴장해 있는 리리스의 어깨 위로 사령관의 손이 얹어졌다. 리리스는 흠칫 놀라며 뒤돌아 자신의 주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리리스."


피투성이가 된 얼굴에 축 늘어진 팔다리를 보고 있자니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그녀였지만 그녀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으며 주인에게 활짝 웃어 보였다.


"네 주인님. 말씀하세요."


사령관은 억지로 미소를 짓는 리리스를 보며 피식 웃더니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말하였다. 피로 얼룩진 손으로 최대한 조심스레 눈물을 거둬주었지만 덜덜 떨리는 그의 손은 새하얀 리리스의 피부에 약간의 핏자국을 남겼다.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묘한 고양감이 그녀의 깊은 곳에서 피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조금 무리한 부탁을 해도 될까?"


사령관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리리스는 총구는 여전히 오메가를 향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은 리리스를 지나쳐 리리스와 오메가의 사이에 서고는 그녀에게 등을 보이고 섰다. 그리고는 뒤돌아 보지 않은 채 다시금 가면을 쓰면서 리리스에게 부탁하였다.


"내가 밖으로 나올때까지...여기로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아줘."


그녀는 도구였다.


"명령이신가요 주인님?"


사령관은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사령관이 무겁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래."


리리스는 사령관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허리를 숙이며 절을 하고는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주인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리리스는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갔다. 그리고는 육중한 문을 밀어 닫았다.


그녀는 도구였다.


닫히는 문의 틈 사이로 사령관의 뒷모습이 점점 사라져갔다.


그녀는 도구였다.


점점 사라져가는 그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을 수 없는 고통이 그녀의 몸을 맴돌았다.


그녀는 도구였다.


완전히 닫히기 직전 사령관이 잔망스럽게 흔들며 건네준 손인사가 아픔을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문이 완전히 닫히며 둔중한 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졌다. 리리스는 한참 동안 문에 이마를 대고 서있었다.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 바닥을 적셨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도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컴패니언 자매들, 우리의 임무는 두가지 입니다. 쉬운거에요."


리리스가 문에서 이마를 떼고 뒤돌아보며 말하였다. 그녀의 앞에는 그녀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긍지 높은 사령관의 방패이자 검인 컴패니언들이 서있었다. 


그녀는 도구였다.


"첫째, 지원군이 올때까지 이 문앞을 사수하는것, 주인님이 나오실때 까지 이 문은 출입 금지입니다."


리리스가 잔뜩 긴장해있는 하치코의 귀를 만지작 거리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그리고는 포이, 페로, 스노우페더, 펜리르와 모두 눈을 맞추었다. 리리스는 눈물을 마저 닦아 내고는 당차게 미소 지으며 다시금 권총 두자루를 꺼내 들었다.


"둘째, 항상 그랬듯이 다치지 않도록! 두가지 전부 주인님의 명령입니다. 누구도 어길 생각은 하지 마세요!"


리리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AGS들이 흉흉한 안광을 내뿜으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도구였다.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도구로써의 가치는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가치를 잃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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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값은 다 떤 것 같은데 '사령관'...아니면 더 시간이라도 줄까? 징징 거리는 모습이 장관이던데."


오메가의 등 뒤로 어느새 조립된 케스토스 히마스가 위협적인 기계음을 내며 작동하기 시작했다. 비록 원래 그녀가 가지고 있던 것만은 못했지만 사령관을 죽이는데는 충분했다. 오메가는 당최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의 연속이군, 블랙 리리스는 왜 내보낸거지? 그나마 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겼었는데 왜 스스로 걷어 찬거야?"


평소 그와 함께 해온 오르카호의 선원들이었다면 모를까 오메가의 입장에서 가면을 쓴 사령관의 표정을 알 방도가 없었다. 그 사소한 사실 하나가 오메가를 굉장히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런 오메가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사령관은 오메가도 알기 쉽게 그녀를 비웃으며 말하였다.


"알파가 말한 그대로네."


거슬리는 암캐년의 이름이 나오자 오메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네 더럽게 오만한 태도는 자기가 상대를 다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다고 말해줬거든. 그 말 그대로네, 모르는 일 투성이니까 지금 짜증만 내는데 급급하잖아."


사령관이 손목과 발목을 돌리자 기묘한 소리가 나며 사령관의 끊어져 있던 팔다리가 다시 이어졌다. 오메가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크게 당황했다. 분명 유기적 힘줄도 절단해 버렸고 AGS 골격도 물리적으로 부순 다음 해킹해서 기능을 상실시켜놨었다. 무슨 수로 다시 붙인건가, 아니면 고도의 눈속임인가? 팔다리를 전부 잘라버렸어야 했다고 오메가는 후회하였다. 


"팔다리를 잘랐어도 똑같았을거야."


오메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것 처럼 사령관이 말하였다. 그는 손을 몇번 쥐었다 폈다 해보더니 이내 만족 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목을 몇번 돌렸다.


"가만 보면...너랑 나랑은 생각하는게 비슷한 구석이 많은 것 같아."


오메가가 사령관의 말에 코웃음 치며 말하였다.


"구역질 나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걸 보면 네 노리개 년들이 많이 참아준게 티가 나는걸."


사령관은 오메가의 말을 무시하고는 자신의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래, 내가 죽는 모습을 생중계 하겠다는 발상이나 끔찍하게 죽이겠다는 생각 같은것도 비슷하달까. 사실 네가 방송을 송출했을 때 속으로 옳다구나 싶었거든."


사령관이 잠시 말을 끊었다.


"궁금하지 않니? 레모네이드 오메가?"


"뭐가 궁금하냐는 거지?"


사령관이 레모네이드 오메가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하였다.


"내가 너한테 얼마나 처참한 죽음을 선사해줄지 궁금하지 않냐고 이 개년아."


사령관의 가면 아래로 흉흉한 붉은 안광이 일었다. 레모네이드 오메가의 케스토스 히마스가 거슬리는 고음의 기계음을 내며 점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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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을 최대 출력으로 유지하며 전속력으로 항해하고 있는 오르카호를 따라 무적의 용이 이끄는 함대들이 바다를 가르며 송신된 좌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마리를 포함한 모든 지휘관들은 라비아타와 알바트로스의 앞에 서 있었다. AGS인 알바트로스 조차 이 상황은 기가 찰 노릇이었지만 최강의 지휘관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침착하게 상황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일단 좌표 송신과 함께 전달된 정보를 정리해보겠다."


알바트로스의 말과 동시에 지휘관들의 앞에 화면이 띄워졌다.


"현재 사령관의 육체는 오리진 더스트 추가 주입과 더불어 각종 골격 강화, 내 섬유 강화 등 AGS에 버금가는 신체 개조가 이루어져 있다. 맞나?"


알바트로스가 회의실에 모인 기술팀들을 바라보며 질문하였고 닥터가 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선에 나설때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기가 차는군. 아무리 사령관의 독단이었다고 했지만 기술팀이 지휘관들에게 언질을 주지 않은 점은 문제가 있다고 사료된다. 일단 나중에 마저 얘기 하도록 하고."


알바트로스가 입을 열어 반박하려던 닥터를 제지하며 말하였다.


"현재 오메가의 위치는 확보 되었지만 사령관과 어떤 방도로 갔는지 모를 컴패니언만이 있으며 본 함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위치도 정확히 노출되어 언제 공격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알바트로스가 화면을 옆으로 넘기자 오메가가 위치해 있는 본거지의 지도가 나타났다. 


"그렇기 때문에 사령관의 지휘권을 넘겨 받은 본기 알바트로스는 동시에 작전을 수행하도록 하겠다. 사령관이 명령한 단 한명의 사상자도 용납치 않는 조건 덕에 굉장히 고 난이도의 수행 능력을 요구로 하는 작전들이니 다들 주의하여 주길 바란다."


알바트로스는 잠시의 쉴틈도 없이 작전 개요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본 함이 미사일 포격에 노출된 상황을 제거하기 위해 오메가의 기지에 잠입할 기술팀을 고속 이동시켜 먼저 진입시키도록 하겠다. 기술팀은 스카디, 아자즈, 그렘린. 차출된 인원은 각 부대의 명령이 아닌 기술 총괄인 닥터의 명령을 따르기 바란다. 가장 빠른 도착과 수행을 요구함으로 본 인원들의 이동은 고속 이동과 운반이 가능한 나와 로크가 맡도록 하겠다. 스카이 나이츠는 운반에는 적합치 않으니 같이 이동하면서 호위, 도착 후 타격을 맡기겠다."


알바트로스가 이의를 제기하려는 슬레이프니르를 가리키며 말하자 슬레이프니르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기술팀의 완벽하고 안전한 도착을 위해 다소 번거롭더라도 생체장을 이용한 위장과 호위를 대동하도록 하겠다 AL-팬텀과 AL-레이스에게 목적지 도착 후 기술팀의 메인 시스템 접근 까지의 호위를 맡기겠다."


알바트로스의 말이 끝나자 일순 침묵이 지나갔다. 들려야 할 대답이 들리지 않자 알바트로스는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까지 어디에 처박혀 있는건가!"


"여...기 있어요..."


그 순간 사령관실에 모여 있던 모든 인원들이 목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작은 화면에는 숨죽인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하는 팬텀이 송출되고 있었다. 모두가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호탕한 목소리가 화면 너머로 들려왔다.


"아아 여기서부터는 제가 설명하는게 빠를 것 같습니다."


팬텀이 도망치듯이 화면을 벗어나고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아머드 메이든의 블러디 펜서 였다.


"저희 아머드 메이든은 사령관님 명령으로 팬텀, 레이스, 컴페니언과 함께 움직이면서 야금야금 오메가년의 본거지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컴패니언은 은엄폐가 필요 없다고 판단 된 순간 부터 독단적으로 이탈, 현 시간 부로 사령관님의 위치를 사수하며 전투 중입니다."


"그럼 귀관들의 위치는?"


"현재 아머드 메이든은 컴패니언들과 합류해서 사령관의 위치를 사수 할 예정입니다."


알바트로스는 탄식을 내뱉고는 블러디 펜서에게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블러디 펜서에게 질문하였다.


"아머드 메이든 대장 블러디 펜서, 질문할 사항이 있다."


"예, 말씀 하십쇼."


"사령관의 목적은 오메가의 사살인가?"


블러디 펜서를 포함한 모두가 알바트로스의 질문에 침묵하였다. 블러디 펜서는 심호흡을 하고는 알바트로스의 질문에 대답하였다.


"죽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알겠다 작전의 방향성이 정해지는 대답이었다."


알바트로스는 오르카호의 인원들을 둘러보며 말하였다.


"기술팀의 작전은 변동 사항이 없다. 사령관의 목표는 오메가의 사살, 우리의 역할은 사령관이 오메가를 사살할때 까지의 시간 확보와 오메가 사살 후 사령관의 안전 귀환이다. 오메가 사살 후 잔존 세력의 저항은 없다고 계산된다. 그들에게는 오메가의 죽음 이후 우리와 맞설 이유가 없다."


알바트로스가 반박하려는 레오나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레오나가 입을 다물자 알바트로스는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며 일동에게 질문하였다.


"만약 오메가를 사살하는데 실패한다면 어떡하죠?"


라비아타가 알바트로스에게 질문하였다. 알바트로스는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령관이 하겠다고 했으니 이견의 여지는 없다."


"만약..."


마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만약 사령관이 죽는다면?"


지휘실에 다시금 무거운 침묵이 내려 앉았다. 모두들 걱정 하고 있었지만 감히 입밖으로 낼 엄두조차 못내고 있던 질문이었다. 알바트로스는 그런 마리의 질문에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마리를 똑바로 응시하며 마리에게 되물었다.


"사령관의 지휘를 일임 받은 알바트로스가 아니라, 사령관의 밑에서 같이 싸운 AGS 지휘관인 알바트로스가 불굴의 마리에게 질문하지."


마리가 계속 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라면 사령관이 죽으면 어떻게 할텐가?"


마리는 굳건한 의지가 깃든 눈빛으로 알바트로스의 질문에 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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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진짜 앞으로 3화내로 끝낼거임 


그리고 하루에 너무 많이 올리는거 아니냐고? 솔직히 내가 쓰면서도 뇌절 같긴 함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