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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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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은 눈을 떴다.

눈 앞에 보인 광경은 피범벅이 된 복도, 그리고 널브러져있는 시신들이었다.


“허억…허억…시발..이건 꿈이야…”


사령관은 애써 부정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지만, 깨어나질  않았다. 그 순간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오는 것을 보고는 도망치려했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시발! 도망쳐야한다고…!”


무언가 계속 다가온다. 그래도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무언가는 사령관에게 속삭이듯 말한다.


“일어나세요..”


“으아아아악!!”


사령관은 비명을 지르며, 무언가를 꽉 움켜잡고 조른다. 


“커헉…! 주…주인님…! 리리..스에요…”


그제서야 사령관은 주위를 둘러본다. 자신의 공구를 실험하겠다며, 밖으로 나왔고 신나게 실험을 하던 중 폐건물에서 깜빡 잠들었던 것이다. 


“허억…헉…꿈..?”


사령관은 자신의 손이 여성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는 것에 놀라며, 리리스의 목을 풀어주었고 다시 작업복을 갖춰입었다.


“주인님…괜찮으신가요…?”


사령관은 심기가 불편했다. 방금 전까지 자신을 죽일려고했던 사람에게 안부를 묻는다. 자신을 끈질기게 쫓아오는 이 여자들이 맘에 들지 않았다.


“너야말로 괜찮은거냐? 블랙…리리스였나..?”


“저는 주인님이 주시는거라면 고통도…”


얼굴을 붉히며, 다가오는 그녀를 본 사령관은 기겁을 하며, 다시 걸어나갔다.


그런데 그 블랙 리리스라는 여자가 계속 자신을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주인님! 지금 사흘째 아무것도 안 드시고..잠도..”


자신을 걱정하는 말이었지만, 사령관은 그게 싫었다.


“이봐, 난 그것보다 더 굶어봤고, 잠도 설쳤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그러다가 쓰러지시면..!”


“안 쓰러져.”


사령관의 태도에 리리스는 걸음을 멈추었고,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에 사령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본다.


“주인님께서 쓰러지시면…저희는 또 혼자남게 되요…”


사령관은 그녀의 말에 뭔가 보였다.


‘큰 우주선에 혼자 남았을 때 넌 어땠어?’


‘왜 혼자서 살아돌아왔어?’


‘하나가 되는거야…’


뭔가가 속삭이듯 사령관의 귀에 맴돌았고, 이상한 문자들이 보였다. 사령관은 머리를 쥐어잡고, 고개를 저어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목소리는 더욱 더 그에게 속삭였고, 이상한 문자는 눈을 감아도 보였다.


“나가…! 나가라고..! 내 머릿속에서 나가!”


“주..? 주인님…?”


사령관은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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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시발..머리야…”


사령관이 눈을 떴을 땐 수복실이었다. 

그 끔찍한 잠수함에 돌아온 것이다. 게다가 환자복이었다.

사령관은 질색을 하며, 일어난다.


“깼어? 오빠?”


닥터의 모습이 보이자, 사령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얼마나 쓰러진거지…?”


“한 이틀…?”


사령관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 하루도 아니고 이틀이나 쓰러져있었으니.


“가끔은 말야, 우리한테 맡기고 좀 쉬는 버릇 좀 들여보는건 어때?”


“뭐..?”


닥터의 말에 사령관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건 줄 알았다.

여성들밖에 없는 이 잠수함에 뭘 맡기라는 것인가.


“도망치지 않을거라며? 우리도 이제 그럴려고. 우리도 오빠처럼 해야할 일이 뭔지 깨달았거든.”


사령관은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닥터에게 했던 말임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내일부터 회의실에 가서 사령관으로서 뭘 배워야할지 공부해. 여기 공돌이는 오빠말고도 너무 많거든.”


이제것 도망쳐온 건 자신이 아닐지라는 생각을 한 사령관은 괜시리 닥터에게 욕을 했다. 


“시발…닥터, 그건그렇고.. 내 작업복이나 줘..그게 없으면 불안하거든..”


“아 그 작업복말이야…? 미안한데 너무 오래되서 잠시 아자즈언니란테 맡겼어.”


“뭐…?”


“대신 말이야, 내가 다른 작업복을 준비했거든? 한 번 볼래?


닥터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천막으로 덮혀져있는 무언가가 보였고, 사령관은 침대에서 일어나, 그 천막을 치운다.


“감사인사는 나중에 해, 오빠”


닥터는 이 말을 하고 물러난다. 그런데 사령관이 갑자기 불러세웠다.


“고맙다… 닥터”


사령관은 웃으며, 닥터에기 감사인사를 전했다.

웃는 연습을 아무래도 더 해야할거 같다.


“당연한 일을 한건데 뭐..”


닥터는 사령관의 웃음에 활짝 웃고는 물러난다.


사령관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새 작업복을 본다.


“이건 아무래도 더 이상 작업복이 아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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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사령관은 오르카호의 회의실에 들어온다.


사령관이 부임한 이후로 두번째로 들어오는 회의실이었다.


“주인님…? 그보다 회의실에는 왜…?”


라비아타가 사령관과 사령관의 새 작업복을 보자 좀 당황한 눈치였다.


“뭐…나도 이제 도망치지 않기로했으니.. 뭘해야하는거지..? 그…저항군 사령관이라는거 말이야..”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웃으며, 사령관을 반긴다.


“그러고보니 그대여, 난 아직 그대의 이름을 듣지 못했군!”


늦게 복원된 로열 아스널이 사령관을 보며, 호탕하게 말하자 사령관은 살짝  웃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아이작, 아이작 클라크.”



공돌이 사령관의 새 작업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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