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배신한 오르카호의 비참한 일상만 표현하다보니

오르카 사령관이 어찌되었는지 언급이 없었습니다.

오르카 사령관은 탈옥을 시도했다가 몽구스팀에게 제압되었었고

간수를 자청한 아머드 메이든에 의해 신체적 고문 받고

알렉산드라의 정신적 고문과 오드리의 의상 마네킹 체험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이번 편으로 요안나 아일랜드 시찰은 완전히 끝내려고 합니다.

다음이 나올지 싶겠지만 재미있게 봐주십시요.


새벽에 생각나서 쓰다보니 머릿속에 정신이 하나도 없이 비몽사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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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도착했습니다. 일어나셔야합니다."


"으응? 어어..그래...내가 잠이 들었었어?"


"네. 오늘 참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요....피곤하셨는지 개인 비행기에 타시자마자 잠드셨습니다."


"그래...."


전 사령관이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펙스에 도착해있었다.

한편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전 사령관이 파이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시연아."


"네 주인님."


"그거...제대로 보냈지?"


"네...보냈습니다..아마 지금쯤....테마파크에는 또 다른 파티가 벌어지고 있을 겁니다."


전 사령관의 충성파 일원들이 모두 행복한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고 있을 때

테마파크에서는 다른 이벤트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벤트의 주최자는 오드리 드림위버와 공진의 알렉산드라였고

참가자들은 과거 오르카 호에서 쓸모없다는 이유로

쓰레기 버려지듯이 요안나 아일랜드로 오게된 바이오로이드들이었다.

그녀들을 향해 알렉산드라가 외쳤다.


"펙스의 회장님께서 너희들의 그 울분을 달래기 위해 보내주셨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 참가한 이들 모두가 의문을 표했다.

그 중 한명이 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자

알렉산드라는 웃으며 너희도 곧 알게 될 거라는 말을 하고

무언가를 그녀들이 있는 곳 한 가운데에 무슨 고깃덩이 하나가 던져졌다.

잠시 동안은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녀들은 이내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눈빛이 변했다. 


"읍! 읍!"


그것은 사지가 뒤틀린 채 입에 테이프가 붙어있고 눈에 안대가

씌워져있는 오르카의 사령관 아니..이제는 

자신들을 비참하게 내다버린 인간이었다.

자신들을 쓸모없는 고철 보듯이 내다버린

겉으로는 깨끗한 척 웃으며 위선을 떨던 그 인간이었다.

오드리는 이내 그의 입에 붙어있던 테이프를 떼었다.


"여...여기 어디야?! 아무것도 안 보여! 나 좀 풀어줘!"


"당신들은 이 곳에 마치 쓸모없는 존재처럼 버려졌었습니다.

 그런 당신들을 위해서 펙스의 회장님과 레모네이드 님께서

 여러분의 그 앙금과 울분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보내셨습니다.

 본디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을 죽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모두 버림 받은 몸 죽일 수는 없어도 

 죽기 전까지는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 여러분의 눈 앞에 있는 건 인간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 모양을 한 고기덩이일 뿐입니다."


오드리의 그 말에 오르카의 사령관이 당황한 듯이

벌벌 떨며 말했다.


"무...ㅁ무ㅜㅜㅜ무무무슨 소리야?! 내가 왜 고..고깃덩이인데...

 나...나난 인간이라고! 여기 어디야...이 안대 풀어! 명령이야!"


자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외치는 그 말들

한 때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해준 그 말

그러나 그는 모르고 있다

지금 그 말들이 자신의 고통을 배로 늘려줄 것이라는 걸...


"보시다시피 이 고기덩이는 자신의 악행을 그저 그 순간만 피하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저희가 믿고 따라야할 인간으로는 한참 모자라다고 평할 수 밖에 없죠.

 그렇기에...여러분은 이 자를 어떻게 하시든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재수가 없어서 이 고기덩이가 죽기라도 한다면."


"히..히익! 나..날 죽인다고!."


그 말에 겁을 먹었지만 이내 오드리가 안대까지 풀어버렸다.

그렇게 눈을 뜨자마자 그가 본 건 

분노와 울분으로 가득한 눈을 한 한 때

자신의 밑에 있었던 자신이 쓸모없다 여기고

구해줬다가 내다버린 바이오로이드들이었다.

그 모습과 오드리가 말했던 죽인다는 말이 겹치자

오르카의 사령관은 정줄을 놓고 말했다.


"그래...차라리 죽여라..헤헤...죽여!

 죽으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뭐해! 어서 날 죽여! 날 죽이라고! 

 나야 죽으면 그만이지만.. 

 너희는 내가 죽으면 내 시체나 찌르면서 살겠지.

 인간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바이오로이드년들!

 너희 따위가 너희 위에 서있는 인간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나는 죽을지언정 인간으로 남겠지만 너희는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도 못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일 뿐이라고 알아!

 알았으면 지금 당장 날 풀어라!

 그리고 내 밑으로 들어와라!

 내 사지가 망가져도 난 결국 인간이다!

 너희의 위에 평생 군림할 인간이란 말..이..."


그렇게 발악을 하듯 악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그런 발악도 그의 뒤에서 등장하는 무언가로 인해

막히고 말았다.

그의 옆에 나타난 건 바로 생체 재건 설비였다.


"저...저게 왜...여기에...김지석의 무덤에 있어야 하는 게..."


"아~저거 말인가요? 당신을 잡고 레모네이드 님이 저희 쪽으로 인수 했습니다.

 그리고 재건 설비의 설계도를 구상해서 완벽하게 저희 펙스 자산으로 

 만들어 냈죠. 그 동안 고통 받느라 모르시고 있었나 본데.

 당신은 지금까지 니스가 발라지고 불에 그을려지고 피부가 찢기고 

 뒤틀리고 꿰메지고 터지고 으깨지는 순간이 매번이었으니 의문조차 들지 않았겠죠.

 하지만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나요?

 그런 당신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고 그런 몸뚱이인데도 멀쩡하게 말하는지조차

 이제는 잊어버렸나보네요?

 그럼 다시 한 번 말해드리죠. 

 당신의 그 몸은 지금까지 이 생체 재건 설비를 이용해서 

 되살리고 복원하고 뒤틀은 거랍니다~"


오드리의 말에 오르카의 사령관의 안색이 파랗게 변했다.

그리고 다시 생각이 났다.

처음 오드리에게 끌려가던 날 자신은 저 설비에 안에서

마네킹 마냥 몸이 일그러졌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다시 복원 되었었다.

결국 자신의 입에서 차라리 죽이라는 말은 잊고 있던

저 생체 재건 설비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었다

죽으면 저 설비로 죽기 전에 다시 살려질 것이기에...


"아..아니야...그럴리가..."


"불쌍하게도 정신착란까지 왔나보네요. 그렇게 이 기기에

 도움을 받아 다시 살아나고도 잊어버릴 정도라니.

 여러분들 이제 여러분들이 도와주십시요.

 이 어리석은 인간이 동이 틀 때까지의 시간 동안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죽거든...이 설비로 삶의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십시요."


오드리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고 

그에 의해 버려졌던 요안나 아일랜드의 주민들은

일제히 분노 섞인 표정과 함께 오르카의 사령관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뒤이어서 그의 비명만과 울분과 분노 섞인 바이오로이드들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우린 구조되고 널 위해서 일하게 될 줄 알았었어!"


"하지만 넌 우릴 무참하게 내버렸지!"


"인간을 위해서 다시 일할 수 있다는 희망마저도 우린 잃어버렸어!"


"너 같은 것만 없었어도!"


그렇게 울분 속에서 오르카의 사령관의 몸은 터져나갔다.

언제 죽이라고 했냐는 듯 오르카의 사령관의 입에서는 살려달라는 말이

연신 터져나왔다.

이대로 저것들에게 맞아 죽으면 적어도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기에

차라리 죽이라고 발악하듯이 외쳤었다.

하지만 생체 재건 설비가 있다면 말짱도루묵이었다.

만약 자신이 이 폭행속에서 죽었다고 해도 

자신은 벗어날 수가 없었다.

자신에 죽게 되면 저 생체 재건 설비로 다시 살아나서 고통받을 테니까


생체 재건 설비

한 때 그가 오르카의 사령관이었을 당시

그 물건은 이 시대의 지랄맞은 병인 휩노스병에서

해방시켜주는 마법의 상자와도 같은 물건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마법의 상자와도 같은 물건으로 인해

자신의 삶은 더더욱 고통스러워졌다.

모든 것을 잃은 지금 자신은 이 펙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이 버린 바이오로이드들과 자신이 살겠다고 갈아버린 바이오로이드들에게

폭행과 멸시과 증오를 받으며 분풀이 인형만도 못한 인생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한 때 자신에게 희망과도 같았던 물건은

지금 자신에게 원치 않은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저주받은 상자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맞으면서 생각하던 중 그의 심장이 멈춰갔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어머? 죽어가네요? 죽으면 안 되죠?"


"멋대로 죽어서 해방되려고 하다니 건방지게 짝이 없네요.

 회장님이 받은 고통은 이게 다가 아닌데...

 여러분들 이 오만한 놈을 생체 재건 설비에 집어 넣어버리세요."


생체 재건 설비 그 말이 나옴과 동시의 

수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자신들 들어올렸다.


"죽으면 안되지~?"


"아직 치룰거 다 못 치뤘잖아?"


"너는 왜 편히 죽으려고 하는 건데? 우리는 버려놓고?"


"용서가 안 돼. 너도 우리가 받은 것처럼 버려지는 고통을 느껴야 돼!"


그리고 생체 재건 설비에 던져졌다.


"아...아ㄴ..대....제발...나..날 집어넣지마..날...날...날 죽게 내버려 두라고!"


그는 그렇게 외쳤으나 그의 외침은 이내 생체 재건 설비가 작동함과 동시에 뭍혀버렸다.

오르카의 사령관은 그대로 설비 안에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잠이 든 그를 다시 설비가 복원시켜주고 있었다.

바이오로이드들은 그 과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의 밤이 지날 때까지라는 시간제한이 있지만 그녀들은 기다린다.

그에 대한 원한을 풀기에 아직 밤은 기니까.....

생체 재건이 되면 그는 다시 자신이 버렸던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던져질 것이다

그럼 다시 죽기 직전까지 고통받을 것이고 

죽기 직전에 다시 생체 재건 설비 안으로 던져질 것이다.

그럼 다시 재건 될 거고 재건 되면 다시 던져져서 죽기 직전까지 고통받고

죽기 직전에 또 다시 설비에 던져져서 수복될 것이다.

아마 오늘 밤이 가시기 전까지 계속 반복될 것이다.

그 모습을 안쓰럽게 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요안나였다.

요안나는 그 모습을 씁쓸하게 보다가 자리를 떴다.

그걸 오드리가 보고 다가왔다.


"돌아가시는 건가요?"


"섬 내를 순찰해야해서 말이네....이것도 섬 지도자로서의 일이니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떠나려는 요안나에게 오드리가 말했다.


"요안나는 이런 자리가 좋지 않나보군요."


"뭐..그렇네...비록 저 자가 우리의 주군을 고통스럽게 하고

 우리를 내다버렸지만..지금 우리가 하는 행위..

 저 인간과 다를게 뭐가 있나 싶어서 말이네."


"다릅니다. 저 자는 뻔뻔하게 회장님을 속이고 고통받게 만든 거고

 저희는 그런 회장님과 여러분의 울분을 풀어드리는 것에서 다릅니다."


오드리의 말에 요안나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하..그런가...그래도 난 저기에 낄 맘이 없네..

 증오를 쌓아봐야...결국 본인에게 독으로 돌아올 뿐이니 말이네..

 단지 내일 아침이 되면 이 곳에 사는 자매들에게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말하길 부탁하겠네....복수는 복수지만...지금은 이 섬에서 그저 평범한 나날을 오내던 이들이 말이야."


그 말에 오드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답했다.


"알겠습니다. 정 원치 않으신다면 강요않겠습니다."


그 순간 생체 재건 설비의 작동이 멈추고 

신체가 다시 수복된 오르카 사령관이 다시 버려진 섬 주민들에게

던져졌고 뒤이어 그의 비명이 들려왔다.

모습에 요안나는 씁쓸하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요안나는 그리고 자신의 손을 봤다.

손에는 검이 쥐어져있었고 그 손에는 검을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피가 다 나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 자가 불품없는 비참한 모습으로 다시 자신들 눈 앞에 왔을 때

그 때 요안나 본인도 그 자에게 검을 날릴려고 생각했었다.

자신들을 내다버렸던 이가 눈앞에 나타났으니.

하지만 요안나는 자신의 복수를 자제했다.

이제 자신은 혼자가 아닌 거대한 섬의 지도자이기에..


"짊어진다는 건 이런 기분이었군....그럼 마을 순찰이나 돌아야겠지..적어도..

 저 광란의 현장으로 모르는 이들도 있으니..."


요안나는 그렇게 마을 순찰을 돌기 위해

뒤에서 들리는 비명소리를 외면한 채 나아갔다.

오늘하루 복수로 미쳐돌아갈 이들 투성이지만

그들과는 달리 자신들의 주군을 위해서 싸웠던

이들이 밖에서 일어날 일도 모르는 채 자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