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어! 쉬발!"

 

"주인님 괜찮으세요?"

 

수복실에서 나를 맞이해준 건 다프네가 아닌 리제였다.

 

"아, 리제, 곁을 지켜준 거니?"

 

"네, 주인님,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언제나라도 곁에 있는 게 이 리제랍니다?"

 

그래..... 리제는 변하지 않았구나... 다행이다...

한순간 안심하고 있었을 때 다프네가 들이닥쳤다.

 

"아, 다ㅍ.."

 

다프네를 보자마자 깊숙한 곳에서 반가움이 새어나와 다프네의 이름을 부르려던 순간,

 

"주인님!정말괜찮으신가요?주인님!정말괜찮으신가요?주인님!정말괜찮으신가요?주인님!정말괜찮으신가요?주인님!정말괜찮으신가요?어떤년이그랬죠?어떤년이... 내 주인님을?'

 

정신 나갈거같다.

 

"다프네! 그쯤 해! 지금 수복실에 아무도 없다 해도 지금 주인님은 안정을 취하셔야 해!"

 

"언니...... 언니마저도 주인님과 나 사이를 방해하려는 거야? 비켜,"

 

"아니, 다프네, 나는 언제나 너의 사랑을 응원하지만 지금은 선을 지켜야 할 때란다."

 

"비켜."

 

"안돼."

 

그래, 이건 꿈이구나? 꿈이야, 다시 잠들고 깨어나면 모든 게 돌아와 있겠지? 하지만, 이 난장판속에서 잠에 들리가 없잖아?

리제와 다프네가 서로 바뀌어있다니,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냥 꿈이라면 깨면 되지만 현실이었다. 뺨 한쪽이 얼얼하다. 현실이네.....  

 

"꺅! 주인님? 왜 그러세요?"

 

리제가 새 같은 목소리로 내 손을 강하게 저지한다.

 다프네도 다급히 나에게 달려들어 내 뺨을 보호했다. 아니, 보호라기보다는 껴안는 것에 가까웠지만 아무튼 내가 자해하는 걸 저지는 하지않았는가?

살벌하게 기싸움을 하던 자매는 적잖아 당황한듯했다. 

갑자기 주인님이 앉아있는 곳에서 크게 살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 그쪽을 돌아보니 자신의 주인이 정신을 놓은 채로 웃어젖히며 자신의 뺨을 때리고 있었으니, 

 

"주인님! 갑자기 이게 무슨! 진정하세요!"

 

"주인님! 나때문에그래? 내가잘못했어!내가잘못했어!내가잘못했어!내가잘못했어!내가잘못했어!내가잘못했어! "

 

"다프네! 주인님은 내가 막고 있을 테니 빨리 진정제 언니한테 주렴! 어서!"

 

"알겠어, 언니!"

 

그렇게 안정제를 삼킨 나는 점점 아려오는 뺨과 두 자매의 걱정스러운 얼굴에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주인님, 좀 정신이 드세요?"

 

리제의 다정한 목소리는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광기가 흘러나오던 리제의 목소리는 어디 가고 마치 화났을 때의 리제처럼 오히려 차분했다.

 그때와 다른 건 그때의 리제는 섬뜩함을 숨겨놓고 있다면 지금의 리제는 그런 건 모르겠고 오직 선한 의도와 이전의 다프네에게 느낄수 있던 차분하고 다정한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주인님미안해.....주인님미안해.....주인님미안해.....주인님미안해....."

 

대신 지금 기어들어갈 듯이 작은 목소리로 미친듯이 중얼거리는 다프네에게 이전의 리제의 광기가 묻어 나올 뿐...

 

"그래, 리제, 걱정시켜서 정말 미안하구나, 근데, 닥터 좀...... 불러줄 수 있니?"

 

"당연하죠 주인님. 당장 닥터 언니에게 전화할게요."

 

"뭐? 닥터 언..... 니?" 

 

나는 다프네의 끝없는 "주인님 괜찮아?" 를 들으며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