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보고오면 더 재밌슴 https://arca.live/b/lastorigin/31092191

아니면 몰?루




브라우니 48... 일련번호 대기도 귀찮다. 그래, 브사팔, 통칭 '사팔이'는 오늘 기분이 좋았다.

짬밥타임때 바깥밥을 먹어서? 그것도 있다. 베일 중령이 그녈 안쪼아대서? 그것도 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베일 중령, 내가 누구라고?"
"...브라우니..."

"말이 짧다?"

"브라우니 대령님 이십니다"

"그래그래, 이제 너보다 계급 높은 브라우니 대령이다~ 베일 중령? 윗사람이 까라면?!"

"끄는급느드..."


이젠 그녀가 베일 중령을 쪼니까 기분이 좋은 것이었다!

우하하하 통큰 웃음과 함께 사팔이는 그녀의 어깰 마구 두드렸다. 실시간으로 찌그러지는 그녀의 미간에 사팔이는 기분이 쨰지는 거 같았다

꼬시다! 이제 사령관님이 있으니 사팔이의 세상-


"적당히 해"
"아야!"


따끔한 감각에 머릴 감싸자 딱밤을 날린 사령관. 그리고 얼얼한 머릴 부여잡던 '대령' 브라우니 4782번, 그리고 인상을 콱 찌푸린채 그들을 흘겨보는 베일 중령.

그들은 최정상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담고 있었다.


"너무함다, 각하!" "상명하복 맛좀 볼래?" 라며 투닥거리는 둘을 보며 베일은 분노와 혼란, 당황을 동시에 겪고 있었다.

일단 처형하지 못한 저남자. 저 남자의 말에 거역할 수 없었다. 베일은 최근 적국인 아스가르드 공화국에서 세뇌관련 연구가 있었단 첩보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그걸 이 남자가 이용하는게 아닐까... 베일 중령은 그러한 추측을 하며 생각을 넘겼다.


그리고 한낮 인간한테 각하란 호칭을 붙이는 브라우니! 이 남자가 '대령' 직책을 주자마자 헤픈 웃음과 함께 그녀가 해온것처럼 베일을 갈구고 있었다.


그녀의 예상으론 이 브라우니를 세뇌시킨 '각하'라 불리는 이 아스가르드 첩자... 확정된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 첩자가 어떤 방법을 썼는지 몰라도 브라우니와 베일을 세뇌시킨뒤 그녀 모두를 마리에게 데리고 가려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야 이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곳 입구엔 뇌파스캔장치가 있다. 등록되지 않은 뇌파가 인식되면 그순간 엘리베이터는 감옥이 될거고, 대기조에서 뛰쳐나와 그녀 일행을 속박할 것이다!


베일 중령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점점 느려지는 엘리베이터 입구에 섰다. 입구가 열리자마자 거의 뛰듯 나온 그녀는 곧바로 돌아봤고, 남자가 걸어나오려는 걸 보며 기쁨의 함성을 지르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리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에?"
"휘유, 여긴 왜이리 꾸민거야"


경보음도, 알람도, 대기조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엘리베이터 문은 브라우니까지 내려주곤 닫히고 말았다.


"이거 다 마리 대장 증손주분들 취향이지 말입니다"
"씨발 브루주아 새끼들, 여기 안드바리 있었으면 전부 사형이야 사형"


하하호호 서로 맞장굴 치던 둘은 어느새 베일 중령을 앞질렀다. 천천히지만 위대하신 마리 수령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베일은 자기 귀가 멀었나 싶었지만 그렇다기엔 그들의 대화소리가 너무나도 잘 들렸다. 감시 포탑이 나올 자리는 맨들맨들한 벽으로 여전히 막혀있었다.


"뭐함까, 베일 중령!"

"아,네, 네..."


곤혹스럽지만 괜찮다. 다음에는 경호팀을 거쳐가야 하는 방이 있다. 오직 마리 수령님의 믿음을 받은 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경호팀은 수많은 스틸라인군사들의 선망의 대상이며 어쩌구저쩌구...


"대충 그런 생각을 하고있을거지 말임다"


라며 브사팔, 통칭 사팔이는 그녈 조용히 비웃었다.

아무리 브라우니라지만 사팔이도 해먹은 짬밥이 수백년을 넘었다. 겨우 22살짜리 베일 정도는 사팔이가 머리 위에서 놀고있는 것이다.


"그런데 말임다. 아무리 각하를 쏠 수 없대도 구속 등의 행위는 가능할 거 같은데 어쩌실검까? 지금 명령체계 톱은 마리 대장님이시지 말임다"


점점 가까워지는 경호룸에 사팔이도 못내 불안감을 표하고 있었다. 그래, 인류 최고봉인 사령관일지라도 명령우선권자는 현재 마리 대장이다. 죽진 않아도 구속되어 끌려갈지도 모른다.


"그을쎄?"


하지만 사령관은 의미심장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러곤-


"어어, 각하 그거 함부로 열면-"

"실레합니다"


냅다 열어버렸다. 경호실을.


브라우니는 냅다 그의 앞으로 뛰어들었다. 아무 알림도 없이 열린 경호실 문이라고? 안에 있던 경비병들이 총부터 갈길거란 건 지명했다.

귓동냥으로 들은 얘기론 이녀석들은 살상력이 높은 탄을 쓴다던데... 그런 탄이라면 관통력이 낮아서 브라우니 몸은 뚫고 지나가도 그에겐 치명적이지 않을것이다. 온몸이 찢길 각오를 하며 브라우니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머, 아직도 충성스런 아이가 남아있었군요"


잔잔하면서도 뱀독이 담긴듯한 예리한 목소리.

브라우니는 이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한 120년 전인가? 미친년 3인방끼리 싸울때 들었던 한 경호실장의 목소리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뺴꼼 뜬 한눈으로 묶어올린 기다란 흰머리가 찰랑이고 있었다. 얼마나 기른 것인지 그녀의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포니테일은 그녀의 고갤 따라 찰랑이고 있었다.


흰머리의 그녀는 흰색 메이드 카츄사를 쓴 채 정장핏으로 손을 털고 있었다. 예전에 입던 흑백교차의 옷이 아닌, 흰색 와이셔츠에 착 달라붙는 검은 정장바지... 옛날 오르카의 탐정아가씨와 같은 모습이었다.


"오래 기다렸지?"
"전혀요. 그리고 리리스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답니다?"


치마가 없음에도 들어올리는듯한 인사를 하며 전 오르카 경호실장, 리리스는 사령관에게 인사를 올렸다. 웅웅 거리며 울리는 로자 아줄도 주인님을 반기는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주인님께서 명하신 행정청사 최상층 제압, 성공적으로 완수했음을 알립니다"
"양측 사상자는 있어?"
"당연히 없습니다"


저 자부심이 느껴지는 한마디. 주인님이라도 자신들의 무위에 의심하면 안된다는 단호함이 엿보이는 말이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브라우닌 왠지모를 안심을 느꼈다.


그리고 베일 중령은 절망 중이었다.


"이, 이게 뭐야..."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큰 정예병들이 바닥에 전부 구속되어 있었다. 별 상처도 보이지 않는걸 보니 한순간에 그들이 쓰러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쯤에서 베일 중령은, 저 앞의 흰머리 여자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었다.

흰 머리카락. 어지간한 소총크기의 권총, 장미모양의 부유장비...

정말, 정말 이 남자가 옛 오르카의 각하라면 저 여자는...


"블랙 맘바?..."

"어머, 옛날 별명인데 알고있네?"


그리운 별명에 웃음을 훔치는 리리스는 치명적인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아, 베일 중령은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자신이 누구에게 총을 겨눴는지, 자기가 어떤 사고를 친건지...


"자, 베일 중령?"


인간님은 그녀와 시선을 맞추려 쭈그려 앉았다. 그 시선에 담긴 짙은 무언가에, 베일 중령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내가 오르카 때엔 꽤나 자비롭기로 유명했어. 그러니까 딱 한번 더, 기회를 줄게"


어꺠를 두드리는 척 하며 그녀 목을 쓰다듬던 그는, 그녀의 맥박이 뛰는 곳을 문지르며 웃었다.


"개수작 부리지말고 당장 마리한테 안내해"


* * *


"오셨습니까"


커다란 문 안쪽엔 수많은 이들이 있었다. 공통점이라면, 가장 상석에 앉아있는 금발의 여성과 다들 닮아있다는 것일까?

상석의 금발 여자는 일어나지 않은 채 그를 맞이했다. 그게 불쾌했는지, 리리스는 고개를 까닥이며 눈썹을 치켜들었다.


"군인이라 무식한 건 여전한건가요, 마리? 당장 일어나서 주인님을 맞이-"

"여기가 어디가 감히!-

"쏴버려"


- 꾸웅!


나이가 들어보였던 남자는 몸이 뒤로 젖혔다. 큼지막한 빈공간이, 그와 그의 왼팔 사이에 나 있었다. 뒤늦게 터져나오는 피가 분수처럼 쭉쭉 뽑혀나오기 시작해서야 그가 총에 맞았음으로 모두가 알아챘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총을 쏜 리리스는 무심하게 총구를 마리쪽으로 옮겼다.


"..."


이 회의실에 앉은 이들 대부분이 총이 뽑히는 것 조차 보질 못했다. 나름 실전도 뛰어본 이들 중 마리가 뽑은 녀석들 뿐인데...

반응할 수 없다는 것에 모두가 수긍했다. 수틀리면 뒤진다는 걸.


"..."


주윗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지혈받던 그를 보던 마리는, 무심한 표정 그대로 사령관을 바라봤다.


"이 아이는 각하의 손자입니다."

"그래서?"

"그래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마리는 고갤 저었다. 무심했던 표정이 사라지며, 분노에 가득 찬 마리의 얼굴이 드러났다.


"각하와 저의 후손이란 말입니다. 그래서란 말이 나오십니까?"

"그래서"

"각하! 여기있는 이들 모두! 당신의 아이들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이이이익!"


투명화 되었던 전투드론이 드러났다. 빠른 공명음과 함께, 에너지가 충전되는 소리가 나자마자


- 카창!


"꺅!"

"어머니!"


가장 나이들어보이는 여장군이 마릴 부축하였다. 저 아이 얼굴은 리리스도 알고 있었다. 사령관의 셋째 딸이었지? 30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정정히 살아있는 걸 보아 사령관이 불법으로 해놓은 더스트 증강수술을 받은거겠지.


그녀들 주위로 아까의 전투드론들이 떨어져 있었다. 모두 구멍이 뚫린 채 스파크만 일으키며 꺼져가고 있었다.


"하아... 마리, 예전의 당신이었다면 드론 하나정돈 상시구동시켜 놨었겠죠"

"..."

"책상머리에서만 있으시더니 녹슬었군요, 불굴씨?"


까드득, 까드득... 거칠게 이빨 가는 소리가 울렸다. 입술마저 꽉 깨문 나머지 피를 내며, 마리는 매서운 눈빛을 쏘아보내고 있었다.


"뭘 잘했다고 그리 꼬나보나요?"


"주인님께서 떠나기전, 싸우지말고 함께 번영을 이루란 말을 자기 직계자손만 챙기며 배불려란 뜻으로 알아쳐먹으셨나요? 그래서 몸도 마음도 기름만 가득 차신 채 녹슬어가셨나보군요."


겨눴던 맘바도 거뒀음에도 리리스는 한심함을 거둘 순 없었다. 누구보다 앞에 나가 전두지휘하던 용감한 불굴은 어디로 가고, 세습제나 다름없는 군부정부를 이어가는 독재자만 남은 것인가... 아무리 고민해도 그녀 머리로서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마리"

"..."


휙 고갤 돌린 마리는 떨고 있었다. 사령관과 어떻게든 시선을 마주보기 싫다는 소리였다.


"여긴 브라우니 4782번이야. 알지? 투머치토커라며 내가 별명붙인 애"

"...압니다"
"얘는 오르카 초중반기 생산되어 지금까지 인류에 헌신한 아이야. 그동안 뛴 공적도 만만치 않은데 준위에 머물러 있더라?"
"..."

"마리, 네 혈육도 가족이곘지. 맞아. 근데..."


정말 오랜만에 사령관은 화내고 있었다. 얼굴 가득 분노와 울분을 담은 그는 마릴 가리키며 언성을 높여가고 있었다.


"이 브라우니도, 우리 가족이야. 오르카때부터 같이 동고동락한 가족. 근데 져버려? 네가? 스틸라인 대장이면 다야?"

"..."

"마리 4호, 대답해"

"죄송, 합니다"


마음속 뭔가가, 가슴을 콕콕 찔렀다.

브라우니는 그 감각이 꽤나 낯설...진 않았다. 그야 대장님에 대한 원망이니까.

4백년은 훌쩍 넘긴 시간을 스틸라인에 헌신해온 그녀에게 온 대우란게 준위계급장 하나였으니까.

그녀만큼 살아온 브라우니는 한손 안에 꼽을 수 있었다. 그들 모두, 4782번과 마지막으로 만났을때 '대장이 우리한테 이럴 수 있냐' 라며 허탈해 했다. 그걸 끝으로 그들 모두 자진하여 제대하며 사라졌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오늘까지 억척스레 남아있던 4782는 그녀석들이 보고싶었다.


"마리, 진짜 마리, 네가 이럴 줄은 몰랐어. 어떻게 오르카를 배신해? 왜! 왜애!!"
"죄송, 합니다. 죄송합니다..."


마리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였다. "아버지" 라며 그를 부르던 여장군마저 그의 눈빛에 고갤 급히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딸 앞이라서 그런지 사령관은 급격히 분노가 가라앉고 있었다. 하아- 긴 한숨과 함께 얼굴을 문지르던 그는 언성을 낮춘 목소리로 명령하였다.


"오늘부터 오르카는 다시 부활한다. 예전과 동일한 일인집권형으로. 목표는 종전과 평화"

"..."

"마리 4호, 복귀를 명령한다"


자연스레 입이 벌어지는 마리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300여년 전 사령관이 떠나기전에 그녀를 비롯한 지휘관들에게 한 애기들을


- 우리 오르카호에서 오르카란게 말이야, 알다시피 범고래잖아? 범고래는 가족애가 끈끈해. 가족이 피해를 입으면 가해자를 찾아 죽을 때 까지 짖밟지

- 우리도 그런거야. 범고래처럼 전우애와 믿음으로 쌓아올린 가족이란 거지.

- 그러니까, 제발 니들 가족끼리 서로 척은 지지 말고 살아. 알겠어? 안그럼 콱 다 보지를... 아니다, 대가릴 찢어버린다?


그땐 장난으로 하신 얘긴 줄 알았는데...


"불굴의 마리 4호..."


아무래도 마리는 그런 줄 알고 해이해졌단 걸 후회하고 있었다.


"복귀를... 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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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셔서 감사한데수웅

다음에 나올 부대 하나 추천해주면 감사한데츄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