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36987806


모음집- https://arca.live/b/lastorigin/30161379 


출처 https://arca.live/b/lastorigin/29837903  


====


시간을 조금 돌려, 맥스 일행이 회장까지 제압을 끝내고, 모두들 방직공장에 갇혀있던 어린 바이오로이드들을 구출하던 때였다. 맥스는 그 굳은 표정을 곧장 누그러뜨리고는 아이들에게 창고를 털어 얻은 음식과 약을 다른 일행과 함께 나눠주었다.


노동 바이오로이드들 전용 식량창고에는 거의 대부분 유통기한이 지난 개사료와 무엇인지 모를 검은 젤리가 담긴 통조림들, 심지어 먹지도 못하는 페인트통들이 줄줄이 채워져 있었다.


반면 회장실 옆에 위치하던 굳게 잠겨진 식량창고를 열자,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음식이 고기 아채 과일 구분하지 않게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식량창고 바로 옆에는 회장이 좋아하는 음식의 제조방법이 담긴 서류들이 수두룩빽빽 쌓여있었다. 이곳 노동 바이오로이드들이 수십년동안 먹을 수 있는 저 모든 음식들이 깨어나지도 않은 회장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치가 떨린 맥스는 모든 것을 개방하고 다른 대원들과 함께 산처럼 쌓인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다들 와서 이거 먹어봐!"


맥스가 굽고있는 고기를 지긋이 쳐다보며 침까지 질질 흘리는 아이들이었지만, 정작 내민 고기는 손사레를 치며 거절했다.


"괘, 괜찮아요! 저흰 페인트 한컵이면 배불러요..."


"...설마 저 페인트랑 염료, 진짜 먹는 거였니?"


"그, 그래도... 며칠 굶다가 먹어보면 꽤 먹을만...해요..."


"먹지 못하는걸 왜 먹을만 하다는거야!"


"꺄악!"


맥스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자리에 웅크리는 더치걸. 맥스는 혼내는게 아니라며 추후 당황하면서 설명했지만, 그 더치걸은 쉽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녀에게 맥스가 보이지 않게 피해주자 심호흡이 조금이나마 편해보였다.


맥스는 그 넓은 공장단지를 두루 바라봤다. 수많은 공장들, 브랜드들, 그리고, 수많은 창고들. 맥스는 창고의 문을 하나하나 열어보았다. 창고에서는 수십, 수백만원이라는 태그를 붙인 명품 가방들과 옷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공장에서 찍어낸 저급 물품들을 명품이라고 혀를 내두르며 구매했을 구인류들을 생각하던 맥스는 치를 떨며 자리를 이동했다. 그렇게 창고들을 뛰어넘고, 마지막 '재사용 창고'라고 쓰인 창고 앞에 도착했다. 그 문은 델타나 회장이 아니면 열 수 없도록 굳게 잠겨져 있었지만, 맥스가 자물쇠를 향해 총을 몇발 쏘자 가볍게 열려 버렸다.


'끼이이익...'


문은 전보다 어찌 된건지 훨씬 더 을씨년스러운 소리를 내었고, 안은 매우 컴컴하였다. 확 풍겨져 오는 썩은내에 맥스는 무의식적으로 옷을 들어 코로 가져갔고,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후레쉬를 켰다.


'딸깍.'


그가 켜올린 빛 바로 코앞에서는 죽은 더치걸이 눈을 부릅 뜨고 있었고, 맥스는 너무나도 놀라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으아악! ...흐억! ...허억..."


그는 헛 것을 본 건 아닌지 다시 후레쉬를 겨눠 확인해봤지만, 역시나 그가 본 건 헛것이 아니였다.


토성처럼 차곡차곡 쌓아올린 시체들이 높은 찹고 천장에 거의 닿을 듯 하였고, 시체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철사로 꽉 막아놓은 상태였다.


그렇게 길거 이어진 길을 무의식적으로 따라가기 시작한 맥스는 창고 맨 뒤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 설치된 벽 하나를 통째로 매꾼 기계를 하나 확인하였다. 기계는 계속해서 운영되고 있었는데, 맥스가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는 곳으로 후레쉬를 비추자 기계는 더치걸을 꾸역꾸역 자기의 몸 속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


그는 당장 붉은 빛의 정지버튼을 눌렀고, 그제서야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땡그랑!'


"..."


딱딱한 금속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 맥스는 화들짝 놀라서는 총과 함께 그곳에 후레쉬를 비추었다.


수십개의 양철 캔들이 기계가 멈춘 충격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맥스가 그곳에 다가가자, 통조림들 뒤에 숨겨진 자그마한 구멍이 보였다. 기계의 것이었다. 그 기계는 통조림을 하나 더 뱉어내고는 완전히 가동이 중지되었다.


"...이건...!"


맥스는 뭔가를 직감한듯 통조림 하나를 꺼내 뚜껑을 열어봤다. 역시나 검은 젤리가 있었다. 후레쉬의 강한 빛을 받자, 붉은색을 띄기도 했다.


맥스는 불안해졌다. 자신의 생각이 틀리길 바라며 기계를 구석구석 탐색해보았다.


"허억... 허억..."


그렇게 몇분이 지나, 맥스는 마침내 기계 아래에 서류더미를 하나 발견하였다. 팔을 쭈욱 내민 그는 곧장 그것을 획득해내었고, 차곡차곡 쌓인 먼지를 털어냈다.


"..."


맥스는 침을 꿀꺽 삼키고, 노란색 봉투의 끝을 뜯었다.


'찌이익-'


'스윽'


"..."


그는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서류를 읽어나갔다.


(생체 젤리 제작법 및 섭취법


1. 젤리 한 캔당 바이오로이드 생육<혈액포함> 380g, 헤로인 20g이 들어가 있다.


2. 제작법- 기계에 바이오로이드 사체를 집어넣고, '가동버튼'을 누른다. 만약 붉은 빛이 빛나는 것이면 사체 부족, 알림음이 들리면 헤로인 부족 알림입니다.


3. 섭취방법- 통조림을 딴 후, 곧장 섭취한다. 기계 오작동으로 금속 골격이 씹힐 수 있으나, 인체에 무해하니 안심하고 섭취하세요.


4. 주의사항- 바이오로이드들이 확인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하지 마세요<스트레스로 모듈장애와 생산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가급적 빠르게 시식하게 하십시오<헤로인으로 인한 판단력 저하를 빨리 일으켜 통조림 확인이 불가합니다.>.)


"..."


맥스의 손이 덜덜 떨렸다. 저것은 정말로 죽은 더치걸의 혈액과 살코기들었다. 심지어 더치걸들이 통조림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어린 신체에 치명적인 약물, 헤로인까지 투입했다니, 그는 절망했다.


"...으아아아아... 


끄으으으아아아아아아!"


'쾅! 쾅! 쾅! 쾅! 쾅!'


기계를 심하게 내리치는 맥스, 그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설명할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이 두통을 일으킬 정도로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기계는 무심하게도 꿈쩍도 하지 않았고, 그는 눈물을 흘리며 기계 앞에 기대었다.


"..."


기계는 말이 없다. 맥스는 생각했다. 기계는 죄가 없다. 저걸 만든 것이 제일 악마같은 것이라고. 뛰어놀아야 할 어린 나이에 이 공장에 쳐박혀 24시간 내내 노동하며 겨우 먹을 수 있는것도 자신의 선배와 페인트 덩어리. 그는 알수 없는 복수심이 들었다. 그가 당한것은 아니지만, 맥스는 이런 짓을 벌인 자들에게 똑같이 되갚아주고 싶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다짐했다. 방금 처리를 끝낸 델타를 포함해, 더치걸이란 모델을 제작한 펙스를 부숴버리겠다고 다짐하였다.


창고를 빠져나온 그는 흘린 눈물을 닦고, 다시 도약할 준비를 끝냈다. 플로리다에서 며칠만 더 달리면 펙스의 본사건물과 함께 태양패널 관리소가 있는 워싱턴이 있다.


"..."


'칙, 치익-'


담배를 입에 물고, 맥스는 다시 그의 친구, 전우들에게 돌아갔다.


.

.

.


"...와씨... 맥스 화내면 무섭네." 


"무서운 정도가 아닌데? 그냥... 머리가 새하얘졌어."


"근데 맥스씨 뭘 하셨길래 그렇게 델타가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어요?"


""...넌 몰라도 돼.""


"아 맞다, 페더. 카메라 있지? 좀 줘봐."


샐러맨더는 그녀에게 받은 카메라에서 델타와 그녀의 주인, 문리버 인더스트리의 회장의 고문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

.

.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캬아아아아아악! 끼이이이야아아아아아악!"


"씨발년이, 넌 안 아플줄 알았어? 어디 더 발악- ...아, 너도 있었지?"


"ㅅ,사사사사사사살려주세요! 뭐, 뭘 원하시는 겁니까! 돈? 다 드릴게요! 얼마를 원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명품 옷이라도."


'탕! 타앙-!'


"끄아아악!"


"니새끼 팔다리요, 대가리에 돈밖에 없는 씹새끼야."


"으아아아아악! 흐으, 흐아아아악!"


오메가의 디스플레이에서는 방금전 샐러맨더가 전 세계에 업로드한 영상이 틀어져 있었다. 그녀는 아무리 스피드가 좋은 게릴라 부대이니, 델타가 꽤나 시간을 끌어줄거라 생각했지만, 삽시간만에 그녀와 심지어 회장까지 팔다리를 잘라버리자 이곳도 안전하진 못할거라 생각했다. 심지어, 세계 최강함대인 포세이돈 함대를 가진 감마또한 현재까지도 완전히 망가진 헤라클레스 호 꼭대기에 죽은채로 목이 걸려 있으니, 이젠 남은 것은 오메가를 비롯한 철충 사태 때 본사로 대피온 5명 뿐이었다.


외부의 적만 문제가 아니였다. 내부도 물이 거세게 새어나가기 시작했다. 포세이돈 함대 격침 사태때부터 게속해서 빠져가가기 시작한 펙스측 바이오로이드들이 델타 처형 사건으로 완전히 댐이 붕괴하듯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럭키가 했던 말인


"우린 대가리만 노린다."


를 통해 목표가 레모네이드 시리즈들로 한정되었기에, 이젠 이도저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인간과 럭키의 현상금을 각각 2000억 달러와 2500억 달러로 올렸음에도 그들을 잡으려는 바이오로이드의 움직임은 꽁무늬도 보이질 않았다.


"...젠장..."


오메가는 자신의 슈퍼컴퓨터, 케스토스하마스를 조작했다. 곧 있을 최후의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컴퓨터를 조작했다.


.

.

.


"그, 그러니까... 저희는 이제 뭘 하면 되는 건가요?"


"... 없슴다. 그동안 이 지옥같은 곳에서 생존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젠 여러분들은 자유임다."


수만명의 더치걸들은 자유란 말을 들었음에도 모두들 눈치만 보았다.


"...그럼 아무거나 해도 될까요?"


"예 그렇슴다."


""...""


더치걸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들의 물음은 맥스 일행의 가슴을 미어터지게 했다.


"...동료와 이야기해도 되나요?"


"...네."


"그림 그려도 되나요?"


"공장일은 그만하고 싶어요."


"잠좀 자도 돼요?"


"...웃어도 돼죠?"


""...""


럭키는 눈물을 흘렸다.


"저희한테 물어보지 마시고... 마음대로 하십쇼..."


그제서야 더치걸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엉엉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서로를 토닥여줬다. 그동안 수고했다며, 살아있어줘서 고맙다는 인사가 오갔다. 그건 그들에게만 해당되지 않았다. 그 꼬마아이들은 맥스 일행에게도 고맙다며 고개를 꾸벅이고, 볼을 비볐다. 그렇게 울음바다가 된 저녁시간이었다.


서로 웃고 울며 하다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고, 결국에는 그곳에서 하루를 지내야 했다.


.

.

.




모두가 잠든 새벽, 처음 숙소에 들어와 본 더치걸들은 적응이 되지 않아 몸만 뒤죽거렸다.


"끄으응..."


"...너도 잠 안와?"


"응..."


"맨날 일만 하다보니까 잠도 안오네..."


"그러지 말고 우리, 선물 만들어볼래? 저분들한테 드릴 감사의 선물 말이야."


"오, 좋다! 뭐가 좋을까?"


"저분들 군인이시잖아. 근데 입으신게 20년은 더된 방탄조끼야."


"방탄조끼? 우리가 만들 수 있을까?"


"잠깐만, 방탄조끼는 어떻게 만들지?"


더치걸 중 하나가 의류제작법이 담긴 책을 펼쳐 방탄조끼 제작법을 발견했다.


"찾았다! 방탄조끼! 케블라 섬유를 꼼꼼하게 엮어서 만든데!"


"오... 우리 기계중에서 케블라 섬유 다루는 것도 있지 않았어?"


"있지! 얼른 만들자! 저분들이 대략... 8천명정도 되니까... 사람 모으면 새벽까지 만들 수 있어!"


"빨리 친구들 구하자! 일 전부 끝내고 보면 피곤해서 잠도 오겠지?"


그렇게, 숙소를 빠져나온 더치걸들은 다른 숙소에 들어가 같은 처지어 처한 이들을 모았고, 그렇게 공장에 불이 다시 들어왔으며, 그 전등은 까만 하늘 짙은 푸른색으로 변할때까지 꺼지지 않았다.


.

.

.


'따르르르르르릉!'


"대령님, 대령님! 기상하십쇼!"


"으음... 알았어..."


"...대장이 대령을 깨우는게 말이 되는건지 원..."


럭키가 침낭을 정리하고서 차 등받이를 올리자, 보이지 않던 더치걸들이 쫄래쫄래 걸으며 무언가를 차량 아래에 내려다 놓고 있었다.


"어? 좋은 아침이에요!"


"...? 이건 뭡니까?"


럭키는 차에서 내려 차 아래에 있던 조끼 하나를 들어올렸다.


"방탄조끼에요! 군인님들 방탄조끼가 너무 해진것 같아서 저희가 새로 만들어 드렸어요!"


"아, 그렇- 잠깐, 새로 만드셨다구요?"


"ㄴ, 네... 혹시 마음에 안드시는건가요...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었는데..."


럭키가 그렇게 말려댄 럭키가 그렇게 말려대던 노동을 더치걸들이 스스로 하는 것에 그녀는 마음이 불편했지만, 힘써 만들어준 선물을 보고 얼굴을 찡그러뜨릴 순 없었기에 헤진 기존의 방탄복을 벗고, 딱 맞는 조끼를 다시 착용하며 활짝 웃었다.


"오, 딱 맞슴다! 정말 고맙슴다!"


"저, 정말요?! 저희가 감사하죠!"


"대령님, 꼬마 친구분들이 선물 만들어왔슴다!"


그렇게 아침에 벌어진 선물 증정식이 끝나게 되자 그들은 다시 워싱턴으로 떠날 채비를 하였다.


맥스는 자신의 차량 뒤에 델타를 비롯한 수족이 잘린 회장과 유미까지 묶은 후에 출발 준비를 끝냈다. 다시 한번 브라우니가 확성기로 목적지를 설정했다.


"이제 마지막 목적지인 워싱턴으로 가자! 오메가넌을 족치러 가자!"


엔진음이 울려퍼지고, 그들은 백미러로 보이는 더치걸들의 작별인사를 풍경삼아 모든 일이 시작되는 곳이자 끝나는 곳, 워싱턴으로 출발했다.


====


혹시 브금 선정이 마음에 안들면 언제든지 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