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글 https://arca.live/b/lastorigin/37831987





오르카호에 합류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1인실 침대에 누워 나의 상황을 파악했다.


세계는 반쯤, 아니 4분의 3쯤 조져져있고 남은 사람들이 모여서 얼마 남지 않은 희망을 부여잡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내가 얼추 두 번째 희망쯤 된다. 




물론 나보다 앞서서 다섯 번째 희망들까지 있긴 했는데 첫 번째인 사령관 빼면 전부 희망의 탈을 쓴 절망이라 


모두 발견되자마자 저기 저 머나먼 곳으로 가버렸고, 비공식적으로 여섯 번째인 내가 공식적으로 두 번째 희망이 되었다. 


두 번째인 나도 반쯤은 절망인 것 같기는 한데,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장 내가 ㅈ된 것 같다는 거다. 



 

두 번째 인간이랍시고 오르카에 합류한건 좋았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서류작업은 아직 안된다고 하고 정찰임무나 전투는 위험하다고 안 시켜주고 할 수 있는 건 산책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대충 나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나도 일단 군인이었던지라 이런 조직 내에서 어느 정도의 눈치는 있다. 


오르카호의 대원들은 나를 경계하고 있는 것 같다.


그중 지휘관들은 더욱 확실하고 노골적으로 경계하고 있는 것이 티가 난다


나를 쓰레기나 오물을 보는 것 같은 눈으로 보는 이도 있었다.

 



나도 안다. 이 인간들이 왜 나를 이렇게 보고 있는지.

 

혹시나 저 두 번째 인간이라는 놈이 사악한 마음을 품고 사특한 술수를 써서


쿠데타를 일으키고 사랑스러운 자기네들의 사령관을 조져버린 다음 명령권과 지휘권으로 


오르카호를 자기입맛대로인 하렘왕국을 만들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일단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사실 조금 있긴 했는데 금세 관뒀다.


생각을 해봐라 오르카 대부분은 사령관파다. 


내가 쿠데타 하자고 하면 따를 사람이 ㅈ도 없다는 말이다. 


일단 세력이 있어야 쿠데타를 하던지 하지 ㅈ도 없는데 뭘 어쩌라고.




어찌어찌 세력을 모았다 치자 어찌어찌 사령관파를 모조리 물리치고 


내가 인류 최후의 인간이 되어 오르카호 사령관이 되었다 치자. 


그 다음은? 내 ㅈ대로 할 수 있는 나만의 하렘이 생기나? 그건 아닐거다.


세계가 4분의 3쯤 날아간 상황에 적들은 오지게 많은데 하렘은 개뿔 쳐 싸우느라 바쁘겠지


이제 사령관도 없으니 그 사람이 하던 일, 내가 다 해야 한다. 즐길 시간 따위는 없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하렘은 네다섯 명 많아봐야 열 명쯤 인데, 여긴 자릿수가 다르다.


나도 의자왕도 그 누구도 꼬추 하나로는 감당 할 수 없다. 


그런데 사령관은 동침일정인지 뭔지로 로테이션을 돌려가며 이곳 사람들을 만족시켜 주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기 꼴릴 때 마다 박아대기도 하며 저번에는 8P를 했는데, 


밤새 전부 보내버리고 멀쩡히 걸어서 서류작업 하러 갔다더라. 


염병 진짜 인간이 맞나? 물어 보니까 철충? 어쩌고 하던데 일단 확실한건 인간은 넘어섰다.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정력도 체력도 다른 능력도 사령관보다 후달리니 


쿠데타고 나발이고 짜져 살면서 콩고물만 주워 먹어야한다. 


첫째는 안전 둘째는 생존이다.


나는 내 앞길에 대한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며 잠에 들었다. 





이거 재밌는거 맞나? 더 써와도 되는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