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 https://arca.live/b/supernerimk2?category=%EC%86%8C%EC%84%A4&target=title&keyword=%EC%A1%B0%EA%B8%88+%EC%9D%B4%EC%83%81%ED%95%9C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07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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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말한 대로 준비를 마쳤소.

스캔 결과, 대량의 AGS가 숲 내부에 주둔하고 있었소.

그대의 판단을 기다리겠소.”

 

“철충은?”

 

“일부 있긴 하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오.

괜찮은 대원 한 부대 정도 데리고 가면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오.”

 

“흠… 한 부대라...

일단 알았어.

 

 

 

말끔하게 차려입은 용에게서 보고를 듣고 있다.

철충이라면... 뭐, 연결체나 둠이터 같은 것도 아니니까 상관없겠지.

만에 하나 나온다고 한들, 외부에 대원들을 주둔시키고 있으면 처리 가능한 문제다.


오히려 제대로 된 위력을 알 수 없는 AGS가 문제라면 문제다.

하지만 그것도 나중에 처리할 생각이니 지금 고민할 문제는 아니다.

적당히 써먹어야 할 때도 있고. 


 

 

“일단은 로버트의 본체까지 가는 게 중요한데… …”

 

“흠? 방금 뭐라고 했소?

로버트?”

 

“아, 아니. 별 거 아니야.

일단 내가 말했던 대로 진행하게만 해줘.”

 

“… 알겠소.

숲 내부에는 소수의 인원만 돌입하고, 타 부대는 외부에서 기다리는 작전.

썩 안전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대도 다 생각이 있겠지.”

 

“그래, 생각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대신 좀 강한 친구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건 어떻게 됐어?”

 

“그건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준비해놨소.

기대해도 좋을 것이오.”

 

 

 

용은 패널에 손을 올려 무어라 작게 입을 열었다.

밖에서 잠시 소란이 있더니 이내 금방 조용해졌다.

 

 

 

“… 뭐야?”

 

“그대가 말한 ‘강한’ 대원을 찾느라 고생 좀 했지.

좁은 구역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고, 다수의 적을 상대할 능력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너무 과격하면 안 된다는 조건까지.

명단을 쭉 살펴보느라 힘 좀 썼소.”

 

“라비아타는…”

 

“지금 그대가 준 외부 임무를 하느라 다른 걸 할 여유가 없지 않소?

아마 이곳까지 부르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것이오.”

 



라비아타에게는 에바 프로토타입을 찾으라는 임무를 내린 상태다.

실제로 찾을 거라 기대하는 건 아니고, 그냥 좀 쉬고 오란 뜻이었지만.

간간히 무전을 보내오는 것을 보면 아직은 괜찮은 모양이다.




“… 쩝, 어차피 라비아타는 이번 작전에서 논외였으니 상관없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라비아타가 제대로 힘을 쓰면 곁에 있을 나도 같이 휘말릴 것이다.

요정 마을 을 탐험하는데, 그 정도 힘은 너무 과하다.

연결체마저 혼자서 썰어버릴 정도니까.

 

 

 

“칸이나, 리리스는?”

 

“둘 모두 능력 있는 자들임은 틀림 없지만,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엔 부족함이 있소.

그리고 이번 목표는 경호가 아니지 않소?”

 

“… …

그건 또 그렇네.

속 편하게 관광하려고 온 건 아니니까.”

 

"관광하러 간다고 해도 그대라면 그 정도 호위 전력은 붙을 것이오."


"하하... 그렇게 되나?"


"아무렴 최후의 인간인데, 안전보다 우선할 수 있는 것은 없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호대장이 들어가면 그대도 다루는데 애를 좀 먹을 것이오.”

 

“… 쩝, 네 말이 맞네.

저쪽이 먼저 저자세로 나오지 않는다면 말이지.”

 

 

 

---저희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가서 그 리더라는 사람을 데려오시죠---

요정 마을에서 바닐라가 했던 말이다.

누가 봐도 '이게 우리 마누라다!' 같은 느낌이라 좋긴 했다만, 이걸 리리스가 하게 되면 과연 말 한 마디로 끝날까?

아마 말 끝에 총알 한두 개는 덧붙여서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용이 추천하는 대원은 누군데?’

 

“지금 이곳 막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소.

가서 한 번 얼굴 정도는 봐주시는 게 어떻겠소?”

 

“얼굴? 못 볼 건 없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의 입구로 걸어갔다.

가리고 있던 천막을 거둬내고 밖을 슬쩍 봤을 때 내 앞에는 에메랄드 빛의 날개가 나를 비추고 있었다.

 

아름다운 레이스로 옷을 수놓고, 짙은 남색의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성숙한 여성.

아랫배를 다 드러내놓고 다리만 가리는 기이한 치마.

위에서 보면 둔덕까지 다 보일 것 같은 아슬아슬한 미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워요. 주인님.”

 

“… 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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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로니아 레아.

페어리 부대의 지휘관급 개체요.

우리 반군에 없어서는 안될 개체지.

그대도 만족할 것이오.”

 

“어… 그래, 용.

고맙다…”

 

 

 

나쁜 건… 아니다.

아니지, 오히려 좋다면 좋다.

기후 조작이라는 능력의 스케일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파괴력도 어마어마하다.

요정 마을 정도는 혼자서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이니.

 

능력의 정밀함은?

굳이 물어볼 것도 없다.

허리케인급의 자연재해로 적군만을 골라 피해를 입힐 수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주인님?”

 

“어… … 반가워.”

 

“어머? 안색이 좋지 않으시네요.

혹시 주인님은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나요?”

 

“아... 아냐아냐. 엄청 마음에 들어.

생각해보니 레아만큼 믿음직한 대원은 없겠네.

진짜 없겠어. 하하…”

 

 

 

하지만 왠지 모를 어색함에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애초에 지금이 나와 레아의 첫만남이다.

반군에 페어리 시리즈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레아 정도의 고급 모델까지 데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음의 준비를 좀 하고 올 걸 그랬는데.

눈만 살짝 흘리면 보이는 둔덕과 그 부드러운 모양새가 괜시래 사람 마음을 홀린다.

 

 

 

“주인님께서 어떤 일을 하시려는 지는 모르겠지만,

제 능력은 지형을 타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 …”

 

“주인님?

혹시 불편하신 점이라도…”

 

“아… 아냐.

그냥 잠깐 정신이 멍해져서.”

 

 

 

이제 와서 야한 옷차림 때문에 말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건 익숙할 만큼 익숙해졌다.


다만 아직 나와 깊게 이야기 해본 적이 없다는 것.

인간에게 어떤 상처를 입었을지 모른다는 것이 나를 자꾸 망설이게 만든다.

 

 

 

“… … 레아.”

 

“네, 주인님.”

 

“잠깐 손 좀 잡아봐도 될까?”

 

“손이요?”

 

 

 

레아는 방긋방긋 웃으며 끼고 있던 장갑을 벗었다. 

하얀 장갑을 땅 아래로 툭 던져놓고는, 부드러운 양 손으로 내 손바닥의 위 아래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후후, 그렇게 좋은 손은 아니죠?

농사일 하는 사람 손이 고울 수는 없겠죠.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부끄럽네요.”

 

“… …”

 

“그래도 주인님께서 원하시면 언제든지 내어드릴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라도 만나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주인님은 모르실 거에요.”

 

“…

… 용?”

 

 

 

울컥해지는 마음에 나는 용의 이름을 불렀다.

 

 

 

“… 알겠소.

마음이 편해지면 그 때 나오시오.”

 

 

 

굳이 내가 입을 열 필요 없다는 듯이, 용은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 밖으로 향했다.

철컥거리는 용의 칼들이 그녀가 얼마만큼 멀어졌는지를 내게 알려주었다.

 

 

 

“… 레아…”

 

“네, 주인님.”

 

 

 

문득, 손에 있는 옅은 상처가 보였다.

살을 스치고 지날 때마다 느껴지는 약간의 거슬림이 가슴 시리게 아팠다.

 

비밀의 방부터 죽어가던 아이들의 사진까지.

잠시나마 잊고 살 수 있었던 추악한 과거는 아직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 미안해.”

 

“주인님께서 그런 말씀 하실 필요는 없어요.

저는 이제 주인님 덕분에 행복하니까.”

 

“…

… 미안하다. 미안…”

 

“참, 그런 말씀하지 않으셔도 된다니까.

에잇!”

 

 

 

레아는 고개를 떨군 나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조금 과하게 노출된 살결.

야하게만 보였던 그 부드러운 살들이 내 몸에 포근하게 입맞춤한다.

내게는 그것이 오히려 따뜻했다.

 

 

 

“어때요? 주인님?

조금은 소녀 같았나요?

다프네들이 이러면 좋아하신다고 했는데...?”

 

“…”

 

“저는 어쩌면 이 순간을 위해 그렇게나 힘들게 버텼던 걸지도 몰라요.

주인님의 얼굴을 보려고,

많이도 아니고 딱 한 번만 보려고.”

 

“나… 난…”

 

“이렇게 슬퍼하는 주인님의 모습을 보니 저도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거 아세요?”

 

“… …”

 

“그만큼 주인님께서 저희를 사랑해주시고 계시구나.

우리를 위해 눈물도 흘려주실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기쁘고, 텅 빈 마음이 채워질 것만 같아요.”

 

“… 힘들었으면 힘들었다고 말해도 괜찮아.”

 

“후후.”

 

 

 

레아는 상처 난 손으로 내 머리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힘들었던 모든 순간을 다 합쳐도,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비할까요?”

 

“…”

 

“주인님. 나의 주인님.

작은 요정들이 언제나 목말라 했던 사랑을 채워주시는 주인님.

드디어 만나 뵙게 되네요.”

 

 

 

레아는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부드럽게, 하지만 마치 강한 힘이 나를 잡아 당기는 것처럼,

레아는 점점 더 나를 자신의 몸 쪽으로 붙였다.

 

사랑, 어쩌면 저주 받아 마땅할 사랑.

이 아이도 그 사람에 얽매여 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아픔을 겪어야 했을 텐데,

그럼에도 이런 사랑을 버리지 못했던 건 그 이유가 있었지 않았을까?

 

이유 없는 사랑은 없을 것이다.

이성이 아닌 감성이 붙잡고 있는 상념.

겉으로 들어내지는 않지만, 그런 불길한 생각이 자꾸 내 머리 속에 맴돌았다.

 

 

 

“주인님, 원하시면 편하게 침대로 가실까요?

이렇게 서 계시는 것도 힘드실 것 같아요. 후후.”

 

“… 고마워. 레아.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레아는 밝게,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처럼 밝게 웃었다.

남색의 머리카락은 깊은 심해처럼 빠져들 것 같았고,

그에 어울리는 보랏빛 치마는 나풀거리며 커다란 요정처럼 보였다.

 

등 뒤의 기이하게 반짝이는 초록빛의 날개,

그 끝이 점점 푸르게 짙어지며 내 눈을 빨아들였다.

 

눈, 깊고 깊은 푸른 눈.

두꺼운 눈썹을 해치고 올라오는 푸른 눈동자.

빤히 쳐다보고 싶지만, 그럴수록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돌리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하얀 얼굴은 그 어느 것보다 쉬이 붉어졌고,

미안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기괴한 조화가 내 죄책감을 가중시켰다.

 

 

 

“더… 더 빨리 내가 왔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저는 너무나 기쁘답니다.”

 

“…”

 

“그럼 우리, 편하게 누워서 이야기할까요? 주인님?

고맙게도 제게 주어진 시간이 짧지만은 않거든요.”

 

 

 

레아는 내 손을 잡고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

전에 용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간이용 침대.

그 위로 다른 여자와 함께 올라가는 것이, 그것이 허락된다는 것이 지금 내가 어떤 인물인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사랑.

아무리 씹고 씹어도 소화되지 않는 사랑.

그래서 속이 터지고 배가 찢어질 것 같지만, 그럼에도 나는 불평할 수가 없었다.

 

 

 

“주인님, 편히 누우세요.

제가 도와드릴 테니.”

 

 

 

레아는 천천히 자신의 옷꺼풀을 벗기 시작했다.

아마 다프네가 알려준 것이겠지. 

내가 섹스를 그렇게나 좋아한다고.


첫만남부터 침대에 함께 눕는 두 남녀.

삐둘어진 사랑일까, 아니면 참을 수 없는 애정일까?

레아의 하얀 몸을 보니 죄책감이 마음을 잠식하기도 전에, 비정상적인 성욕이 마음 속에 뿌리를 내린다.


내 바지를 야릇하게 벗겨주는 레아를 보며 나는 부드럽게 웃었다.

이미 굳게 서있는 내 물건을, 레아는 사랑에 빠진 눈빛으로 쳐다본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어떠한 속죄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 아이들에게는 이것이 과거를 잊게 해줄 유일한 방법일테니까. 


 

 

“하아… 주인님♥

너무 만나고 싶었어요…♥

 

 

 

레아가 내 몸 위로 올라 탄다.

난 이 아이가 상처 입지 않도록 부드럽게 키스를 해줄 수 밖에 없었다.

잊혀진 부드러움을 상기시켜주기 위해.

내가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혀와 혀가 얽힌다.

준비되지 않은 사랑이 미친 듯이 주변을 에워쌌다.

눈 앞이 밝아지고, 아랫배에는 힘이 들어갔다.

그게, 우리의 고달픈 삶의 보상이 될 것이다.

나에게도, 레아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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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유용한 오늘의 지식]

반군은 오르카 호에서 벗어난 이후로 성욕 해소는커녕 자위도 제대로 못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언제 ㅈ간이 다시 자신들을 찾으러 올지 몰랐기 때문이죠.

앞으로 수백, 수천 명의 반군을 만나야 하는 주인공은 어떻게 될까요?

(몰?루)


(야쓰도 좀 진지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썼슴.

꼴리게 쓰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한 번 정도는 이런 맛도 있어야징)



아무튼

절대 애 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