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어느 카테고리로 올려야할지 고민을 했었는데, 공모전에 제출했던 창작 바이오로이드에 대한 언급도 있고하니 창작탭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어어부 프로젝트-

어어부 프로젝트라는 밴드를 처음으로 안 것은 한때 유행했던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가장 응원했던 밴드인 자우림에서 ‘아주 어려운 분을 모셨습니다’하면서 동료가수를 불러왔는데, 그때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에서 강렬한 삑사리를 내고 ‘도대체 저걸 왜 불러왔냐’고 다들 욕을 했었다.

뭐 어쨌든 ‘나는 가수다’라는 공연 자체가 한번의 실수로 음원이 박제되어 영원히 고통받는 프로그램이기도 했고, 자우림이라는 밴드가 아무나 불러왔을 것 같지는 않았으니, 호기심에 유튜브에서 그 사람의 이력을 검색하였고 그 결과 어어부 프로젝트라는 밴드에 이르게 되었다.

검색할 당시 이 밴드의 대표곡은 영화 반칙왕의 OST였던 ‘사각의 진혼곡’, 그리고 이 소설의 제목으로 인용되기도 한 ‘아름다운 ’세상에‘ 어느 가족 줄거리’였다. 안타깝게도 당시 대학생인 나에게는 이런 비관적인 음악(그리고 민중가요 테이스트)은 맞지 않았고, 그냥 이런 밴드가 있구나 정도로 지나가게 되었다.

그러던 이 밴드와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범내려 온다’로 유명한 이날치 덕분이었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베이시스트인 장영규가 국악을 이용하여 이것저것 실험을 했었는데, 첫 프로젝트인 씽씽은 모종의 사유로 해체가 되었지만, 이날치는 On-Stage에서의 공연을 토대로 떡상에 성공했다. 잊고있었던 밴드의 이름을 듣고 나니, 문득 궁금해져서 그들의 신곡을 찾아나섰고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앨범이 추가된 것을 확인하였다.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

그 사이 나도 성장이란걸 하긴 했는지 정치성향도 수구꼴통에서 다소 중도쪽으로 넘어왔고, 이번 앨범 자체도 딱히 민중가요 테이스트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대중성을 드디어 잡았다고 생각할 정도라, 앨범을 통째로 구매해서 듣기 시작했다. 특히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하지만, 밴드 본인들도 이야기의 해석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고 밝혀놓고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8945). 그 외의 것에 대해서는 청자의 상상에 맡기다보니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하는가?’라는 고민을 계속 하게된 점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설정 관련-

스스로 스토리를 짠게 아니라, 앨범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발상 자체는 꽤 이른 타이밍에 완료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창작 바이오로이드 공모전 공지가 나오며, 10월 말 연재를 목표로 작성을 하기 시작했는데 우울증이 계속 겹치는 바람에 11월 말에서야 이렇게 탈고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비루한 글을 올리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발 쟝이라는 바이오로이드를 그냥 더치 걸로 해놔도 무방했을텐데, 괜히 욕심이 생겨서 대리운전 기사를 모티브로 하여 B급 중장 보호기 컨셉 바이오로이드(https://cafe.naver.com/lastorigin?iframe_url_utf8=%2FArticleRead.nhn%253Fclubid%3D29589050%2526articleid%3D913371)를 내었다. 그리고 여기에 바이오로이드가 도입된 뒤의 미래상에 대해서 몇가지 추가로 생각한 소재들도 있었다.

바이오로이드 로고 : 게임을 하면서 대충 5호, 2036호로 적기에는 바이오로이드수가 어마어마한데 숫자만 써야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헛똑똑이들만 모인 모 단체의 회원번호 부여방식을 차용하는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단, 콘스탄챠는 한시대를 풍미했던 MP3 기종 번호가 맞다) 

바이오로이드용 식자재 : 중간에 오아시스 스펀지를 씹어먹는듯한 빵 식감이 나오는데, 멸망전 인간들이 굳이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맛있는걸 먹였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바이오로이드를 이용한 사기 : 바이오로이드들은 인간을 뇌파로 구분할 수 있지만, 인간은 바이오로이드를 구분할 방법이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있었다. 블레이드 러너(눈에다가 시리얼 넘버를 입력했던걸로 기억), 블랙 팬서(아랫입술 뒤쪽) 같은 방식이 문득 생각은 나지만... 어쨌든 기억모듈을 공유한 뒤, 남자에게 전처인양 접근해서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을 쓸수도 있지 않았을까? 다만 이건 실제로 쓰게되면 너무 이야기가 복잡해져서, 쓰는 과정에서 폐기한 설정이다.

  

-단발 쟝 설정(카페 말투를 그대로 옮겨와서, 어색할 수 있음)-

외관 설명 : 커다란 식별번호(IYD-08881)이 적힌 명찰을 빵모자에 달고 있는, 청록색 자켓을 입은 단발머리의 소녀. 옷은 깔끔하지만, 마치 22세기 기준 21세기 초에나 볼 법한 구식 패션으로 생산이 되었기 때문에 매우 촌스러운 이미지를 준다. 손에는 본사(오르카호?)와의 통신을 위한 단말기를 쥐고 있다.


키는 143cm, 신체나이 16세. 멸망 전 주요 보직은 운전수. 무장은 본인이 모는 해치백 차량.


"(고객님의 가정 및 회사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저희 문화 인형은 언제나 고객님의 높은 기준치를 만족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저희 문화 인형에서 단발 쟝(해외 출시명 Lemy Serable)제품을 구입해 주시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 문화 인형에서는 고객님께서 보시지 못한 다양한 제품이 많으니 자주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고객님께서 원하시는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친절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저희 임직원들은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다"라는 자세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만일 구입하신 단발 쟝 제품에 이상이 있거나 불편한 사항이 생기는 경우에는 아래 담당자에게 언제라도 연락을 주시면 친절히 상담해 드리고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단발 쟝은 아무말 없이, 아니 아무말 못하고 그저 너덜너덜한 설명서를 내밀었다."


이름은 장발장의 언어유희입니다. 중학교때까지 저게 Long Hair Jean 인줄 알았는데, Jean Valjean 이더라고요...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이걸 써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판매명인 레미 제라블(Lemy Serable)도 레미제라블(Les Miserable)에서 착안하였습니다.


주로 택시나 대리운전 등 운전에 특화되었던 바이오로이드로, 도시근무를 하는 더치걸같은 느낌으로 구상을 하였습니다. 위에 설명문에서 '아무말 못하고'를 강조했는데, '택시나 대리운전사들은 말을 안하는게 제일이다'라는 주변 분들의 말에서 착안해 원가절감 겸 성대모듈이 없는 바이오로이드로 구상을 하였습니다. 덕분에, C구역 같은 곳에서도 수요가 많았지 않을까 싶네요. 퍼블릭 서번트도 있지만 굳이 문화인형을 꺼낸 이유는, 문화인형의 이름을 달고 출시된 바이오로이드들은 퍼블릭 서번트 이름 달고 나오는 것보다 좀 더 싸고 저품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성대모듈이 없는 바이오로이드다보니, 대사 구상이 대부분 '알람음'으로 처리가 되어있습니다. 나앤에게 가슴이 없듯이, 단발 쟝은 성우가 없다는 특징으로 캐릭터성을 잡아보았습니다. 물론 단말기가 주어지기는 하지만, 핸드폰이라기보단 삐삐에 가까운 느낌의 장비입니다.


본인이 직접 전투수행을 한다기보단 자동차를 탄 상태에서 싸운다는 컨셉으로, 코코 인 화이트셸과 비슷한 인게임 SD를 생각하였습니다. 현재 라스트오리진이 서비스를 2년 넘게 하다보니 초창기 대비 B급 비율이 지나치게 줄어든 점과, B급은 중장보호기가 없다는 것에 착안해서 부족한 B급 풀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액티브 1스킬은 네오딤과 에이미를 섞은 느낌이고, 액티브 2스킬은 램파트의 시민보호 스킬을 응용하였습니다.


-마치며-

이 창작물을 완성하며, 마음속으로 다짐한 것이 하나 있다. 개인사는 밝힐수 없지만 우울증이 계속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라오 역시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되가고 있었다. ‘사령관=플레이어 자신’이라는 설정이 있지만, 스크린 너머의 내 자신과 달리 나는 너무나 비참한 삶을 살고있지 않은가라는(라오뿐만이 아니라 다른 창작물들 – 심지어는 프렌즈, 빅뱅이론, 사인필드 같은 시트콤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생각이 계속 들기 시작하면서, 조금은 쉬었다와야할 것으로 자각을 하게 되었다. 일단은 창작 바이오로이드 공모전 결과가 발표될때까지만 쉬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잘 모르겠다. 나도 주인공처럼(내지는 2020년 대구 신세계백화점에서 투신을 한 이름 모를 남자처럼), 그저 뉴스의 단신으로 짤막하게 처리되는 날이 오지는 않을까.



-아름다운 세상에 어느 남자 줄거리 다시보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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