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https://arca.live/b/lastorigin/39489289?showComments=all#c_164344606

이글을 토대로 작성되었음을 알림.

2화: https://arca.live/b/lastorigin/39540858

3화: https://arca.live/b/lastorigin/39585299


그날은 가을이 시작하는 날이었던걸로 기억한다. 하계용 전투복을 입고 뛰쳐 나가려는 브라우니를 레프리콘이 총에서 탄창을 뽑아 정확히 브라우니의 후두부에 명중시켜 끌고온걸 본 기억이 선명한 그런 날이었다. 


“찬공기를 너무 쐐시면 감기에 걸리신다고요?”

“아 커피 고마워 리리스. 그래도 가끔씩은 날씨가 변하는걸 느껴보고 싶어서 말이야. 그리고...”

“그리고…?”

“몸이 식으면 리리스가 다시 덥혀 주면 되잖아?”

“쥬인님...❤


한껏 선선해진 아침공기를 맞으며 난간에 기댄채  종이컵에 타온 인스턴트 커피를 홀짝이던  사이 못보던 바이오로이드가 눈에 들어왔다. 


“으..에...에취잇! 썅..왜 이렇게 추운거야…”


앳되보이는 얼굴에 축 늘어진 은발. 낯설지 않은, 마치 홍련에게 자식이 있었다면 딱 저렇게 생겼을법한 외모


그리고


“으에..써...어떻게 따듯한 음료가 커피밖에 없어…”


마치 뱀처럼 갈라진 혀. 뱀의 유전자가 섞여있어 갈라진 혀와 온도 변화에 약하다고 들었다. 이름이 분명 천아라고 했나? 생각이 그쯤까지 들었을 무렵 현측에서 빤히 바라보던 나와 눈이 마주친 천아는 재밌는걸 발견했다는듯이 달려올라오기 시작했다.


“천아라고 했나요...주인님. 마냥 애같아 보여도 장화와 같은 엠프레시스 하운드 소속이에요. 주의를…”

“괜찮아. 그럴 의도가 있었으면 진작 날 노렸-”


“왁!”


“크헉?!”


어느새 윗층 난간까지 올라온 천아는 천하의 리리스가 미쳐 반응하기도 전에 등뒤에 달려들었다. 마치 짓궂은 여자아이가 장난을 치듯, 하지만 묘하게 살기가 어려있는 백허그에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그 진짜 이유는 아무래도...


“이게 지금 뭐하는 짓거리지?”

빡쳤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방금전까지만 해도 헤실헤실한 표정을 짓던 리리스는 지금 당장이라도 내뒤에 매달려있는 천아를 죽여버릴듯한 기세로 노려보며 살기를 뿜어댔다. 언제나 내곁에서 경호를 하며 많은시간을 함께한 나조차도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었지만 천아는 반에 찐따가 말을 건것 마냥 가볍게 무시했다.


“네가 사령관이구나? 잠깐 팔 좀 벌려봐. 읏차…”

“으엑?”

“...!”

“아아...이제 좀 살겠네…”


별안간 내 팔을 들어 올리더니 그 사이에 쑥 들어온 천아는 능글맞은 웃음을 띄며 날 올려다보았다. 


“여기 오기전부터 쓰던 핫팩들은 전부 오래가질 않는단 말야...그치만 넌 식지않잖아? 아 물론 머리에 단검 하나 박히면 금세 차가워지겠지만 킥킥!”

“개년이…”

홀스터에서 권총을 뽑아 올리려던 리리스의 완력을 한팔로 부들부들 떨며 막고있을때쯤


“읍…! ㄱ..그으..천아야?”

“응? 왜?”

순진해 보이기까지하는 그녀의 표정과 달리 허리춤을 붙잡던 손은 점점 내려가는게 느껴졌다. 마치 뱀이 몸을 휘감고 내려가듯...천천히 내려가던 손은 결국


“읏..!”

“에? 뭐야? 아하핫! 아! 너도 남자다 이거지?”


반응이 오자 천아는 더더욱 짖궂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놀려댔다.


“꼴에 사령관씩이나 되시는분이 고작 이정도가지고 이렇게 반응이 오면 뭐하자는 거야? 꺄하하하! 기대했어? 응? 방에 끌고가서 으쌰으쌰 뭐 이런거 생각한거야? 내 생각하면서? 아 진짜 골 때리네!”


폭발할것만 같던 리리스의 선을 시험하던 천아는 기어코 그 선을 넘어버리고 말았다.




“이 뷰-”



리리스가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홀스터에서 뽑기까지 0.15초


“웅-”


눈앞에 있는 년의 미간에 속사로 3발을 박아넣을시 두개골 파편이 사랑스러운 주인님에게 튈거란걸 계산하기 까지 0.08초


“시-”


총구 방향을 돌려 슬라이드를 잡은채 내려찍기로 결정하기까지 0.05초 그리고


“인..?”


마하에 가까운 속도로 휘두른 권총이 천아의 관자놀이에 충돌하기까지 0.02초.


투-콰아앙------!!!


총합 0.3초만의 내 허리춤에 매달려있던 천아는 트럭에 치인것 마냥 나뒹굴어졌다.




"리리스!! 안돼!!!”


눈 한번 깜박한 사이에 날아가는 천아를 향해 돌진하는 리리스를 말려보았지만


“걱정마세요 주인님…




...죽이진 않아요❤


“에..?데에…?”

천아는 자신이 무엇에 당한지도 몰랐다. 그저 위에서는 피가 흐르고 입에서는 침이 질질 새어나오고 있을뿐. 한참 정신줄을 놓은 천아에게 달려든 리리스는 딱 죽지않을 만큼만 폭력을 시전했다. 마지막엔 황급히 달려온 다프네가 놓은 “대(對)리리스용 진정제”를 3번이나 맞고서야 진정한 리리스를 페로와 하치코가 때어놓고서야 겨우 천아를 수복실로  후송할수있었다.






“전체적인 다발성 골절과 심각한 뇌진탕을 비롯, 출혈이 심해 수혈팩을 3개 정도 갈아꼈고...예상 수복 시간은…”

“시간은…?”

“2일 하고도 16시간이에요.”


걱정되는 표정으로 의료차트와 천아(였던것)를 번갈아보며 살피던 다프네는 한숨을 쉬며 차트를 덮었다. 리리스에게 당한것 치고는 “비교적” 적은 부상이었기에 다행이도 부상에 “비해서” 짧은 수복 시간에 나는 안도했다.


“그나마 주인님이 있었기에 이정도로 끝난걸거에요...만약 주인님이 없었거나 조금만 늦었어도…”

“처음으로 사망자가..나왔을지도…”


전신이 붕대에 감긴채 침대에 누워있는 천아를 내려다보며 나와 다프네는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르카 비밀 방음실-

“하아..하아…”

2시간전부터 스스로를 구속한채 기다리고있던 리리스는 얼굴을 붉힌채 곧 다가올 벌을 기대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있었다.

지잉

아 오신다. 점점 다가오는 발소리에 맞춰 리리스에 심장소리도 미친듯이 쿵쾅댔다.

그리고 그런 리리스 앞에선

“쥬인님...나쁜 리리스는...벌을 받아야해여….”

촉촉한 눈망울이 초점없이 흔들렸고 이미 붉게 물든 얼굴을 들어올리며-

“어서….벌을…”

“그래...잘못한 만큼 벌을 받아야겠지.”


아 나의 사랑스러운 주인님. 옷소매를 올리며 드러나는 주인님의 손목에 리리스는 침을 삼켰다. 이제 벌을 주실거야...감당하기 힘들만큼에 벌을…!


“리리스…”

“녜에….”

“벌로 이대로 있어.”

“에?”


저녁먹기전엔 돌아오겠다는 말을 끝으로 뒤돌아선 사령관의 등을 바라보며 순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리리스는 문이 닫히고 나서야 상황을 이해할수있었다.


“쥬인님!!!!!!리리스가 잘못했어요오!!!!!!!!!!쥬인님!!!!!!!!!!!!!!!!!!!!!”


그러나 소리가 새어나가는 일은 없었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완벽한 방음을 추구한건 리리스 자신이었기에 안에서 하이에나가 폭탄쇼를 벌일지라도 소리가 새어나갈일은 없었다. 그렇게 리리스의 외침이 새어나오는 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