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이었을까.
항상 유쾌하게 시시껄렁한 유머를 날리던 아저씨는 더이상 아저씨로 부를 수 없는 몸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미안, 놀랬.....지??"

"누구시죠??"

이 낮선 여성형 로봇에게선 어딘가 익숙한 분위기와 향기가 풍겨나오고 있었지만, 난 이 사실을 애써 부인했다.

아니야, 저게 아저씨일리가 없어.

몇번이고 속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그 것은 건방지게도 아저씨가 자주하던 포즈를 따라하며 웃고 있었다.

"따란~나야, 알프레드 아저씨....아니 이젠 아줌마라고 해야할까"

"......왜 그런거에요"

"남성형 몸이 없기도 했고, 사령관님께서도 로봇은 성별에 상관없게 프로그래밍 되어있으니깐 여기서 생활하는건 아무래도 여성형 바디가 편할거라고....."

아저씨는 뭐가 그리도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어쩔줄 몰라했다.

이전까지 본 적 없던 아저씨의 표정에 나는 역겨움과 함께 분노가 치밀어올랐고, 자신을 아저씨라 하는 그것의 뺨을 후려치며 말했다.

"우리 아저씨 어딨어!!!!이 역겨운 괴물아!!!"

"페더......아, 미안. 그래...너한테 상담하고 결정했어야 할 일인데...많이 놀랬지??"

그것은 오히려 날 위로하며 내 손을 잡아주었고, 이 순간 동공은 커지고 심장이 요동치며 자신을 아저씨라 부르는 이 존재의 목을 꺾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어디갔나했네, 거기 있었구나?"

그 순간 사령관이 나타났고, 자연스럽게 그것의 허리에 손을 감으며 안는 순간 나는 확신했다.

'했구나'

이 역겨운 상황을 도저히 견딜수 없던 나는 손을 뿌리치며 화장실로 달려가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하아.....하아....저 미친새끼.....아저씨한테 무슨 짓을....."

오랜 시간을 잠수정에서 생활 하다보니 사령관이 인간으로써 어딘가 모르게 좀 뒤틀려있단걸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이번엔 경우가 달랐다.

이 뒤틀린 관계를 어떻게든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그것을 부수고 아저씨를 되찾는다는 방법밖엔 답이 없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