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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바닐라는 급하게 지원 요청을 보냈고, 주변 구역을 정리하던 발키리와 알비스가 이 곳으로 왔다.

그 둘도 그 형용하기 난감한 상황을 보고 놀라면서 알비스는 먹던 초코바를 급하게 주머니에 쑤셔넣고 방패를 들었고, 발키리는 저격총을 꺼내들었다.


"아니아니아니아니 잠깐만 있어봐! 총은 일단 내리고!!"


나는 다급하게 마리오네트를 안아 들면서 둘을 제지했다.
나는 느꼈다. 이 마리오네트는 다르다고. 어쩌면 이 마리오네트가 우리들에게 실마리를 줄 지도 모른다고.

알비스는 내가 안아든 마리오네트를 지그시 보고는 급하게 고개를 돌려버렸고,
발키리는 마리오네트의 형태를 한 넝마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음, 이해는 간다. 숨만 붙은 시체보다 더 흉한 몰골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
여기서 그냥 눈 딱 감고 머리에 총알을 박아서 편하게 해주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바이오로이드가 원하는 것을 들었다. 죽인다는 선택지는 이미 머릿속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일단 오르카호로 돌아가자. 이 아이도 데리고 말이야."



=====



외부에서 돌아온 우리들은 급하게 수복실로 달려가서 마리오네트의 응급치료를 실시했다.
최소한 고통은 덜하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말을 하자 다프네는 눈을 크게 뜨면서 나와 마리오네트를 번갈아 쳐다봤다.

하긴 그 반응도 무리는 아니다. 내가 업어서 달려올 때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 쪽 눈이 흘러 떨어져버리는 바람에 안그래도 처침한 몰골이 더 악화되었으니...

다프네에게는 정말, 정말로 미안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조치를 해달라고 도게자까지 박... 으려 했지만 도게자는 바닐라와 다프네가 뜯어 말리는 것으로 불발되었다.
다프네는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쉬고는,


"네, 일단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그래도... 정말 이게 저 아이를 위한 일이 될까요..."


라고 걱정과 근심이 섞인 말을 했다.

내가 데려왔으니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면서 다프네를 다독여 주었다.
마리오네트의 상태가 더욱 악화가 된다면... 그 때는 정말로 별 수단이 없다.



"...언니! 조금 급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아요!"




=====


"하아, 오빠도 가끔씩은 기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른단 말이지. 오빠가 우리들에게 했던 명령, 기억하지?"

"아... 그게... 나도 솔직히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네 네, 오빠는 그래도 인정이 많으니까. 저 바이오로이드가 오빠의 마음을 흔들 정도의 행동이라도 한 거, 그런 거지?"


맞긴 한데... 반 정도라고 해야 할까?

나는 침상에서 누워 잠든 마리오네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닥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잠깐 생각을 해봤는데 좀 이상하긴 해. 델타가 이끄는 마리오네트들의 공통점이 자아가 매우 희박하다는 점인데, 이 마리오네트는 좀 다른 것 같단 말이야."


그러고보니 그러네.

마리오네트, 레모네이드 델터가 이끄는 직속 바이오로이드 전투원... 이지만 실상은 이름 그대로 꼭두각시,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는 있는 꼭두각시다.
바이오로이드는 바이오로이드를 만들 수 없다. 그런데 델타는 그 점을 비틀어서 바이오로이드지만 바이오로이드가 아닌 무언가를 운용한다는 그야말로 미친 발상을 실현했다.

아아, 지금 생각해보니까 기억의 방주에 있던 유전자들 대부분을 박살낸 것도 모자라서 인권, 아니 바이오로이드권? 그런 것도 깔끔하게 무시하는 델타에 대한 분노가 더 커지는 것 같다.


——빠, —있———?


그런데 델타는 왜 마리오네트를 만들어내는거지?
자기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오드리나 올리비아, 테일러를 끝없는 절망에 빠뜨리려는 밑준비라도 되는 건가?


—오빠, —ㄷ고——어?


음, 뭐가 어찌 됐든 간에 델타를 아주그냥 바닥에 머리를 3번 박게 해야 할 것 같다. 속이 좁다 못해 그냥 면과 면이 만나 0이 됐다고 해도 될 정도 속좁은 년인데 좀 더 굴욕적인 수단ㅇ—


"오빠!!! 듣고 있냐고!!!"

- "흐와잌!!!"
- "—아으?!"

"아잇 정말! 생각에 잠기는 건 좋은데 내 이야기도 좀 들어줘!"



=====




...뭐, 닥터는 후일 마리오네트의 몸 상태가 좋아지면 다시 불러달라고 하면서 수복실을 떠났다. 아마도 마리오네트를 사지 멀쩡하게 수복시켜볼 생각이겠지. 눈 같은 거는 수복하기 무지막지하게 어려우니 말이다.

그런데 닥터가 예전에 마리오네트를 분석할 때 죽은 마리오네트는 조금 거부감이 든다고 했던 거로 기억하는데...

...비인도적인 짓은 안 하겠지. 난 닥터를 믿어.



"우우... 아으...?"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은 푹 쉬고 있어줘."


마리오네트는 닥터가 소리 지를 때부터 깨어난 후 줄곧 내 손을 붙잡고 있다.

닥터가 나가고 나도 다른 대원들과 어울릴 생각으로 수복실을 나서자 문 뒤로 마리오네트가 비명을 계속 질러버리는 통에 계속 묶여있다시피 하다...

그래도 내가 주변에 있어주니 마리오네트는 천사같은 미소로 나를 천진난만하게 바라본다.


"...상관 없나."

"아우... 에헤헤..."


느낌은 크게 다르지만 더치걸을 데려올 때가 생각난다.




*****




글 내용이 회복되지 않는다.

여전히 뭘 쓰고 싶은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핫팩이 뭐라고 얘내들 애호도 못하게 해.

오른쪽을 보란 말이야 오른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