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훌쩍... 흐흐흐흑....

   

   

새벽 3시의 오르카호. 누군가의 슬픈 울음소리가 복도 전체에 울려퍼지고 있다. 너무도 처량하고 애달픈 울음소리가 몇분동안 이어지자, 근처 숙소에서 자고있던 팬텀은 잠에서 깨버렸다.

   

   

“아...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못자겠다. 이거 어디서 나오는 소리지?”

   

   

팬텀은 숙소에서 나와 복도를 돌아다니며 소리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내 팬텀은 스트라이커즈 숙소 앞에서 멈춰섰다. 숙소 문 너머에서는 울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 소리 여기서 들리는거였구나. 누가 왜 울고있는거지? 한번 들어가볼까?”

   

   

“...아니야. 괜히 관계도 없는 내가 들어가면 불쾌해 할지도 몰라. 그냥 돌아가야겠다.”

   

   

“훌쩍... 혼자 남겨지는건 싫어... 제발 저를 혼자 두지 마세요...”

   

   

“어?”

   

   

돌아가려던 팬텀은 혼자 남겨지기 싫다는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숙소 문을 열었다. 숙소안에는 눈물콧물로 얼굴이 범벅이 된 채 엉엉 울고있는 우르가 있었다.

   

   

“앗? 돌아와준거에요? 제가 다 잘못했으니까 제발 저를 두고 가지 마세요!”

   

   

문 열리는 소리를 들은 우르는 문쪽으로 달려오다가 옆에 있던 서랍장에 부딛혀서 우당탕 넘어져버렸다. 깜짝 놀란 팬텀은 후다닥 숙소로 들어와서 넘어진 우르를 일으켜줬다.

   

   

“우르였잖아! 너 괜찮아? 대체 무슨 일이야?”

   

   

“제발, 가지마세요! 저를 혼자 두지 마세요! 제발제발제발 부탁이에요. 말 잘들을테니까, 제발 저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훌쩍, 으흐흑...”

   

   

우르는 자신을 일으켜준 팬텀의 옷을 꽉 붙잡고 놓지를 않았다. 당황한 팬텀이 그런 우르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우르는 손에 힘을 더욱 꽉 주고 팬텀을 놓아주지 않았다.

   

   

“으아아아, 갑자기 왜이래? 내가 널 언제 버렸다고...”

   

   

“흐흐흑... 제발... 저를 혼자 두지 말아주세요... 훌쩍, 외톨이가 되는건 너무 싫단말이에요... 훌쩍... 제발...” 

   

   

“외톨이가 되는건 싫다고?”

   

   

“다시 혼자가 되고싶지 않아... 그러니까 가지 말아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

   

   

팬텀은 너무도 난처했다. 친하지도 않은 여자아이가 자신을 붙잡으며 혼자 두지 말아달라고 애타게 외치고 있으니까. 팬텀은 지금 자신에게 닥친 이 상황이 몹시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앞에 있는 우르를 달래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팬텀은 자신을 꽉 붙잡고 있는 우르를 안고 토닥여주기 시작했다.

   

   

“그래. 나 안 갈게. 그러니까 이제 울지마.”

   

   

“훌쩍... 정말 안 갈거죠? 거짓말이 아니죠?”

   

   

“응. 거짓말 아니야. 널 혼자 남겨두지 않을테니까 이제 울지마.”

   

   

팬텀의 토닥임에 우르의 눈물은 점차 멎어갔다. 우르의 눈물이 거의 멈추자, 팬텀은 방에 있던 티슈를 뽑아서 눈물로 얼룩진 우르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자, 여기 티슈에다가 코 풀어. 흥 해봐.”

   

   

“흥!!”

   

   

“됐다. 이제서야 다 닦았네. 우르 너 이제 괜찮아?”

   

   

“응... 이젠 괜찮아졌어. 근데 넌 누구야? 목소리 들어보니까 미나랑 티아멧은 아닌거 같던데.”

   

   

“난 팬텀이야.”

   

   

“팬텀 안녕... 근데 여기는 어떻게 온거야?”

   

   

“지나가다가 우는 소리가 들리길래 잠깐 들렀어. 그나저나 우르 넌 이시간에 왜 울고있었던거야?”

   

   

“...미나랑 티아멧이 사라져가지고.”

   

   

“사라져? 그러고보니 미나랑 티아멧이 방에 없네. 그 둘은 어디로 간거지?”

   

   

“자다가 깨서 화장실 가려고 미나를 불렀는데, 대답이 전혀 안들렸어. 혹시나 싶어서 미나랑 티아멧의 침대에 가서 이불을 만져보니까, 미나랑 티아멧은 이미 사라지고 없더라고.”

   

   

“아, 그러고보니 우르한테 분리불안증이 있다는 얘기를 예전에 들어봤던거같아. 그래서 그것 때문에 울고있던 거였구나?”

   

   

“응. 전에는 나를 혼자 두지 않겠다고 약속 했으면서 나를 두고 떠나버리다니... 훌쩍, 내가 너무 귀찮게 굴어가지고 미나랑 티아멧이 날 버리고 떠난걸까?”

   

   

‘으아, 겨우 진정시켰는데 다시 울려고 하잖아? 이럴 땐 어떡해야하지...’

   

   

‘아, 좋은 생각이 났다! 친구 사귈때를 대비해서 준비했던 비상용 개그를 여기서 써먹어보자. 그걸 듣고 웃으면 더 이상 안울지도 몰라.’

   

   

“우르. 딸기가 직장을 잃는 것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

   

   

“몰라...”

   

   

“바로 딸기시럽이라고 해. 딸기가 실업했으니까.”

   

   

“...푸흡.”

   

   

“아, 웃었다! 그러면 우르. 모래는 울때 어떻게 우는지 알아?”

   

   

“설마... 흙흙?”

   

   

“그래 정답이야! 내가 계속 문제 내볼테니까 더 맞춰볼래?”

   

   

“응!”

   

   

팬텀은 비축해뒀던 30개 가량의 비상용 개그를 모두 우르에게 들려줬다. 팬텀이 개그를 들려줄때마다 우르는 까르르 웃었다. 

   

   

“ㅋㅋㅋㅋ 진짜 웃겼다. 재밌는 얘기들 들려줘서 고마워 팬텀.”

   

   

“아냐. 내가 오히려 고맙지. 내가 한 말에 그렇게나 많이 웃어줘서. 내 개그를 듣고 웃어준건 너가 처음이거든.”

   

   

“그보다 팬텀. 미안하지만 나 화장실까지 데려다주면 안돼? 지금 너무 급해서... 난 앞이 잘 안보여서 혼자서는 거기까지 가기 힘들어.”

   

   

“앞을 왜 잘 못봐? 어디 아픈거야?”

   

   

“내가 원시가 심해가지고... 그보다 나 진짜 쌀거같아! 나좀 빨리 데려가줘!”

   

   

“앗, 알았어! 내가 데려가줄테니까 잘 따라와!”

   

   

팬텀은 우르의 손을 잡고 숙소를 나와 화장실로 달려갔다. 우르와 팬텀이 떠나고나서 얼마후, 미나와 티아멧은 작은 상자를 들고 스트라이커즈 숙소로 돌아왔다.

   

  

“조용히 들어와. 우르가 소리듣고 깰지도 모르니까.”

   

   

“알겠어. 그나저나 왜 하필이면 이런 늦은 새벽 시간에 받아가라고 하는거야... 좀더 일찍 주거나 하지.”

   

  

“그래도 공짜로 만들어준게 어디야. 이거 받으면 우르도 분명 기뻐할거야. ...근데 뭔가 이상한데? 왜 우르 침대에 아무도 없어?”

   

   

“앗?! 진짜 침대에 우르가 없네?? 우르 이녀석 어디간거지? 혼자서 밖에 나간건가??”

   

   

“앞도 잘 못보고 분리불안증 있는 애가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거야.. 티아멧, 얼른 우르 찾으러 가보자!”

   

   

티아멧은 들고 있던 작은 상자는 문 앞에다 내려두고, 미나와 함께 우르를 찾기 위해서 복도로 후다닥 달려가버렸다.

   

   


   

<잠시후 화장실에서 나오는 우르와 팬텀>

   

   

“고마워 팬텀. 덕분에 살았어. 실례가 안된다면 숙소까지 다시 데려가 줄래?”

   

   

“문제없어. 내 손 꽉 잡고 잘 따라와.”

   

   

“알겠어.”

   

   

팬텀은 우르의 손을 잡고 조심조심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

   

   

“우르...”

   

   

“왜?”

   

   

“호, 혹시 너가 잘때까지 내가 계속 곁에 있어줄까?”

   

   

“응? 계속 같이 있어줄거라고?”

   

   

“혼자 있는건 싫다고 아까 너가 말 했잖아. 나도 외톨이로 지낸 시간이 길어가지고, 혼자 있다는 고통이 어떤건지 잘 알아. 그런데 나보다 외로움을 더 많이타는 너는 오죽하겠어.”

   

   

“그러니 너가 혼자 있는 외로움을 더 느끼지 않도록, 잠들기 전까지 내가 계속 곁에 있어줄게. 그래도 괜찮지?”

   

   

“같이 있어주면 나야 고맙지... 고마워 팬텀.”

   

   

“뭐 이런거가지고. 그보다 지금 숙소에 거의 도착했어.”

   

   

한참동안 조심스럽게 복도를 걷던 둘은 마침내 스트라이커즈 숙소 앞에 도착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문을 연 팬텀은 방 문앞에 작은 선물상자가 놓여진 것을 발견했다.

   

   

“어라? 문 앞에 웬 상자가 생겼어.”

   

   

“상자가 있다고? 안에 뭐가 들어있는데?”

   

   

“나도 모르겠어. 내가 한번 열어서 확인해볼게.”

   

   

팬텀은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예쁜 안경과 편지지가 놓여있었다.

   

   

“이건 설마...”

   

   

“팬텀. 상자 안에 뭐가 있는데? 앗, 뭐하는거야?!”

   

   

팬텀은 상자에 들어있던 안경을 꺼내 우르의 얼굴에 씌워주었다. 안경을 쓰자 흐릿했던 우르의 세상이 갑자기 선명해졌다.

   

   

“뭐야? 갑자기 앞이 잘보여! 이거 어떻게 된 일이야?”

   

   

“내가 너한테 안경을 씌워준거야. 우르야 어때? 가까이 있는것도 잘 보여?”

   

   

우르는 방을 한바퀴 슥 돌아본 뒤 팬텀을 바라봤다. 그리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응. 모든게 아주 잘보여. 팬텀의 예쁜 얼굴까지도.”

   

   

(화끈) “아, 잘 보이면 됐어. 그보다 이 편지 한번 읽어봐. 이게 제일 중요한거같아.”

   

   

“편지?”

   

   

팬텀은 상자에 있던 편지지를 꺼네 우르에게 건네주었다. 우르는 그것을 받고 편지의 내용을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우리의 귀염둥이 우르에게. 우르야.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서 미나랑 내가 너를 위해서 안경 선물을 준비했어. 참고로 이건 기술팀에게 부탁해서 만든 우르 전용 스페셜 안경이야! 지금 편지에 쓴 글씨들 잘 보이지? 이제 이 안경만 있으면 넌 가까이에 있는 것도 문제 없이 볼 수 있을거야. 그것만 쓰고 있으면 우리의 도움 없이도 일상 생활을 하는데 별 문제가 없겠지. 그래도 걱정하지마! 너가 앞이 잘 보이든, 안보이든 우리는 예전처럼 우리는 항상 너의 곁에 있어줄테니까. 그럼 메리 크리스마스! 곧있을 내년에도 쭉 함께 있자! 우르의 가장 친한 친구 미나와 티아멧 씀.”

   

   

“생각해보니 오늘이 25일이었네. 아마 티아멧이랑 미나는 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라고 잠깐 자리를 비웠던 모양이야. 우르야 어때? 친구들한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

   

   

“...기뻐.”

   

   

어느새 다시 촉촉해진 우르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팬텀은 티슈를 다시 뽑아서 그런 우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우르야. 왜 자꾸 울려고 하는거야. 안경 선물받은게 그렇게 기쁜거야?”

   

   

“미안, 또 울어버렸네. 안경을 선물 받은것도 기쁘지만, 친구들이 나를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 안심이 돼서 좀 울었어.”

   

   

“울지마. 우르는 우는 모습보다 웃는 모습이 더 예쁘단 말이야. 음... 너를 다시 웃게 만드려면 또 개그를 할 수밖에 없겠네.” 

   

   

“우르야, 우리 오르카호에는 절~ 대로 울지 않는 바이오로이드가 있어. 그건 대체 누구일까?”

   

   

“음... 설마 마리대장?”

   

   

“아니. 정답은 노움이야. No움이니까.”

   

   

“ㅋㅋㅋㅋ 마지막까지 웃긴 개그들 뿐이네. 이렇게 재밌는 말만 듣다가 나 팬텀의 팬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어.”

   

   

“하하... 나한테 팬이라니... 그보다 우르, 졸릴테니까 얼른 누워. 너가 잠들때까지 같이 있어줄게.”

   

   

“잠들때까지? 내가 잠들면 다시 떠날거야?”

   

   

“응? 아냐아냐아냐! 계속 쭉 같이 있어줄게. 그러니 또 울거나 하지는 마.”

   

   

“히힛. 고마워 팬텀. 그럼 내 옆에 누워서 같이 잘래?”

   

   

“그, 그래도 될까? 나 누구랑 같이 자는거 처음이야...”

   

   

(우르의 침대에 같이 누웠다)

   

   

“팬텀. 고마워.”

   

   

“응? 뭐가?”

   

   

“내 눈물도 닦아주고, 화장실도 데려다주고, 재밌는 개그도 해주고, 자는 순간까지 계속 같이 있어줘서. 혼자가 아니니까 정말 좋다.”

   

   

“응... 나도 혼자가 아니어서 좋아.”

   

   

“아참! 그러고보니 팬텀은 이번 크리스마스때 뭐해?”

   

   

“나? ...그냥 방콕해야지. 같이 놀 사람도 없고 마땅한 스케쥴도 없어가지고 혼자만 있을거야.”

   

   

“그러면 내일 일어나서 티아멧이랑 미나랑 같이 놀래?”

   

   

“같이 놀자고? 나야 고맙지!!”

   

   

“그래. 그럼 내일 같이 실컷놀자. 잘자 팬텀.”

   

   

“그래. 우르 너도 잘자.”



미나와 티아멧은 10분뒤에 숙소로 돌아와서, 평화롭게 자고 있는 팬텀과 우르를 보고 안심하며 잠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둘은 왜 팬텀이 우르의 침대에서 같이 자고있는지에 대한 영문은 전혀 몰랐습니다. 다음날 팬텀과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길때가 되어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죠.  오늘은 팬텀에게도 스트라이커즈에게도 모두 특별한 크리스마스네요. 서로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된 특별한 크리스마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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