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영원한 겨울의 방주 서브 스토리 스포일러가 섞여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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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아, 소완. 무슨 일이야?


 

혹...시간이 되시오면...


 

소첩과 함께 다과를 즐기시지 않으실는지요?


 

소완이랑?


 

소첩의 작은 청일 뿐이오니 너무 소첩을 염두에 두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아냐. 소완이 하는 일을 생각하면 이 정도 부탁은 당연히 들어줘야지.


 

그리고 마침 나도 슬슬 간식이 땡기기 시작했고.


 

감사하옵니다. 그러면 소첩이 다과를 가져오겠나이다.




 

복숭아와 딸기로 만든 오믈렛이옵니다.


 

폭신폭신하고 두툼한 빵 위에 생크림과 과일을 올려 접은 간단한 다과이지요..


 

난방이 빵빵한 방에서 이런 간식을 먹으니 엄청 사치를 부리는 느낌이네.


 

세상에서 제일 귀하신 분이시오니 이 정도의 사치는 사치 축에도 들지 않사옵니다.


 

맛있다. 빵은 폭신폭신하고 진득한 생크림에 신선한 과일이 잘 조화되네.


 

입에 맞으신다 하시니 기쁘옵니다.


 

소첩도 하나...


 

음...


 

후후, 소첩이 만들었지만 맛있사옵니다.


 

(입가에 묻은 생크림을 핥는 모습이 왠지 야한데...)


 

왜 그러시온지?


 

아, 아냐. 응. 커피랑도 잘 어울리네.


 

복숭아는 좋아하시옵니까?


 

좋아해. 엄청.


 

......그런데...


 

할 말 있지?


 

역시 주인...


 

뜬금없이 나랑 같이 다과를 먹자고 할 성격은 아니잖아?


 

후후, 역시 소첩을 잘 알고 계시나이다.


 

......


 

후후, 소첩 답지 않게 크게 긴장 하였나이다.


 

손발이 덜덜 떨리고 있사옵니다.


 

조금만...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사온지..


 

손 줘.


 

......


 

손 잡고 기다려줄게.


 

너무 긴장하지는 말고.


 

무슨 말이든 들어줄 테니까.


 

(엄청 긴장했나 보네. 손 엄청 차갑다.)


 

송구하나이다.




 

손이 따뜻해졌네. 이제 괜찮아?


 

조금만 더 이대로 있고 싶사오나 이대로라면 본론으로 들어가지 못할 것 같사옵니다.


 

주인...소첩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사옵니까.


 

응.


 

망극하옵나이다.


 

아시다시피 소첩은...독점욕이 강하나이다.


 

소첩의 태생, 소첩의 목적, 소첩의 주위 환경을 핑계를 대지 않겠사옵니다.


 

세상은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지 않사옵니까.


 

과정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때는 의도를 파악할 때 뿐이지요.


 

......소첩의 악행은 실로 끔찍한 것이었나이다.


 

동료들을 모략하고, 비방하고, 함정을 파는 일은 부지기수였사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주인께 약을 먹여 소첩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도록 조종하려고 했사옵니다.


 

......


 

그대로 처분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악행이나...


 

주인께선 소첩의 악행이 드러난 순간에 뜬금없이 요리대회를 열어 소첩의 악행을 묻어주셨사옵니다.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오르카 호 주방장이라는 중책에 임명해주시는 성은까지 내려주셨나이다.


 

이 은혜, 소첩이 평생 보은 하여도 갚을 수 없을 것이옵니다.


 

망극하옵니다.


 

아냐, 소완이 해준 일에 비하면야...


 

......


 

소첩은 욕심이 많사옵니다.


 

이미 주인께 받은 것만으로도 분에 넘치는 데...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바라게 되었나이다.


 

그래서 소첩은 더 열성적으로 주방장의 업무를 행했나이다.


 

주인께 내쳐지지 않기 위해서.


 

하오나 지금은 알고 있나이다.


  

주인께선 그런 분이 아니시라는 것을.


 

그러자 앞만 보고 달려왔던 소첩이 마침내 주위를...뒤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나이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이 소첩의 악행이었나이다.


 

이 어찌 간악한...


 

물론...소첩의 본성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을 것이나이다.


 

주인의 인정이 있기에 이러고 있을 뿐...


 

소첩...변하고 싶사옵니다.


 

동료에게 계략과 모략을 꾸미지 않고 정정당당히 경쟁하는...


 

주인께 인정을 받지 못해도 더욱 노력하여 받을 수 있게...


 

누군가의 실수에 화를 내기보다는 좀 더 관대해질 수 있게...


 

그런...사람이고 싶사옵니다.


 

소완은 변하고 싶은 목표가 있고 변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잖아. 가능할 거야.


 

감사하옵니다.


 

하오나...


 

소첩의 과거에 저지른 악행이 소첩의 발목에 매달려 있나이다.


 

소첩...감히 요청컨대...


 

소첩은...주인께옵서...용서해주시길 바라나이다.


 

......


 

소첩의 악행은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나이다.


 

이렇게 용서를 비는 것조차 허용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나이다.


 

주인께 이렇게 말하면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도 자각하고 있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주인께 용서를 받고 싶사옵니다.


 

아직까지 용서한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기에...


 

주인의 말로서 소첩의 죄악의 족쇄를 풀어주시옵소서.


 

감히 청하나이다.


 

......


 

소완이 옛날에 어떤 일을 했는지 똑똑히 곱씹을 거야.


 

떠돌이 요리사라고 말한 채로 오르카 호에 들어와서 나에게 약을 먹이고, 주사하고,

애들을 함부로 대하고, 비방하고, 속이고, 이간질 했던 거.


 

...


 

지금까지 오르카 호에서 소완보다 악독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앞으로 소완이 어떤 일을 하든, 나에게 용서를 받든 과거의 죄는 사라지지 않아.


 

그건 알고 있어?


 

...알고 있사옵니다.


 

내 말 한 마디에 모든 것이 용서 된다는 생각부터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어?


 

......알고 있사옵니다.


 

용서 받아도 소완이 원하는 사람으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있사옵니다.


 

용서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에게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사옵니다.


 

알고 있으면...용서 안 할 거야.


 

......


 

후후, 소첩의 죄가 그 만큼 깊은 탓이겠지요.


 

소첩이 괜히 다망하신 주인을 심란하게 만들었나이다.


 

소첩이 물러남을...허락...허락...해주시오면...


 

......다른 애들한테 우선 사과하자.


 

......


 

다른 애들한테 우선 용서 받자. 내가 도와줄게.


 

그리고 용서 받으면...나도 용서해줄게.


 

주인...


 

소완이 자신의 죄를 마주했는데 이를 어떻게 그냥 보고 넘기겠어.


 

소완이 다시는 비슷한 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죗값을 치러야지.


 

다른 애들에게 용서 받고 홀가분해지자.


 

바꿔 말하자면 용서 받지 못하면 홀가분해지지 못한다는 말이야.


 

그 만큼 노력해.


 

그리고 그 만큼 나도 도와줄게.


 

예...주인.


 

후후, 사실 주인께서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뻔 하였사옵니다.


 

그건...미안..


 

아니옵니다. 전부 소첩의 부덕의 소치이라 생각하여 주인을 원망치는 아니하였사옵니다.


 

그래도...주인께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희망이 생기자 기쁨이 소첩의 몸을 가득 채우나이다.


 

주인. 그거 아시옵니까?


 

복숭아꽃의 꽃말을?


 

뭔데?


 

사랑의 노예. 희망.


 

그리고...용서.


 

이 디저트를 만들 때...용서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사옵니다.


 

그리고 여도지죄라 하여...군주의 총애를 받음에 따라 죄의 유무가 갈린다는 고사도 있지요.


 

지금 당장 용서 받지는 못했사오나...주인께서 길을 보여주시옵고, 도움을 주신다는 말을 들었기에.


 

소첩...지금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한 마음이 드나이다.


 

......


 

주인께서 복숭아를 좋아한다고 하시었지요.


 

그거 아시옵니까?


 

옛 이야기 중에 도낭이라 하여 오직 복숭아만을 먹여 온 몸에서 복숭아 향이 나고,

체액에서 복숭아 맛이 나게 하는 노예가 있었다고 하옵니다.


 

이야기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먹고 마시는 것에 따라 채취가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지요.


 

그리고 소첩은...최근 오직 복숭아만을 먹었사옵니다.


 

소첩을 주인께 진상하여도 될는지요?


 

...당연하지.


 

정말로 소완의 몸에서 복숭아 향이 나네.


 

그리고 주인의 몸에선 딸기향이 나옵니다.


 

엇? 아. 그러고 보니 최근에 식단이 딸기 위주였던 게?


 

후후, 소첩은 딸기를 무척이나 좋아하오니...


 

연모하는 이에게 안겨 좋아하는 향을 맡으니 이게 바로 도원향인가 하옵니다.


 

......안 되겠네.


 

소완 맛도 봐야겠다.


 

마음껏 소첩을 음미하시지요.



(거사 후)


 

아...벌써 밥 때네.


 

지금 긴히 상을 올리겠나이다.


 

아냐, 아냐. 소완도 힘들잖아.


 

조금 쉬었다가...


 

아까 먹었던 오믈렛도 남았고.


 

우물우물


 

후후.


 

왜? 뭐가 그렇게 즐거워?


 

복숭아 향이 나는 이와 딸기 향이 나는 이가 이불 위에서 하얀 액을 주고 받은 모습이

복숭아와 딸기 오믈렛과 똑같지 않사옵니까.


 

쿨럭! 머...먹고 있을 때 그런 이야기 하지마.


 

후후.


 

......


 

주인...소첩이 마음이 너무 충만하여 표현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사온데...

지금 한 순간만 감히 주인을 다르게 불러도 될는지요?


 

당연하지. 뭐라고 부르게.


 

......


 

낭군님.


 

......


 

좋아. 배도 찼겠다. 2차전 가자.


 

낭군님께서 바라시온다면...


 

......


 

낭군님.


 

응?


 

낭군님께선, 떠돌이였던 소첩을 받아주셨사옵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소첩의 실수를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 분에 넘치게도 이렇게나 애정을...


 

낭군님, 소첩이 머물 곳은 낭군님의 곁 뿐 이옵니다. 낭군님의 기쁨이 소첩의 기쁨이옵니다.


 

혹여 낭군님의 마음이 소첩에게서 떠난다 할지라도,


 

소첩은 평생 낭군님만을 연모하겠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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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대사는 소완 2주년 스킨 서약 대사에서 주인을 낭군님으로 바꾸기만 한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