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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저희는 이 공장에 오게 됐어요. 하지만 오게 된 날 밤에 이곳에서 그만 사고가 터져버렸어요. 방사능이란 게 유출되고 있다고, 이대로 가다간 모두 죽는다고.”


 아리아드네가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하치코조차도 침을 꼴깍 삼키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방공호 같은 곳이 있다고……. 머리가 새햐얘지는 것 같았어요. 곳곳에서 폭발음이 들려왔어요. 불길이 치솟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어요. 도망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매니저 님이, 저를 감싸다가 다치셨거든요.”


 아리아드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과거의 억지로 잡아 뜯는 고통이겠지. 하지만 난 제지하지 않았다. 제지할 수 없었다. 그녀 역시 말을 그만둘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이곳에 들어왔어요. 조금이라도 매니저 님이 살 수 있길 바라면서. 하지만 매니저 님은 금방 돌아가셨어요. 어떻게 제가…마지막 얘기도 못 했는데……. 노래도, 못 불러드렸는데…….”


 100년 동안 그 상처를 견뎌왔던 것일까. 더 이상 슬퍼할 기력조차 남지 않았을 텐데도, 아리아드네는 흐느끼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아까와 같이, 그저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그 작은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뿐이었다.


 “…힘들었겠네.”


 “힘들었어요. 죽고 싶었어요. 하지만, 하지만 죽는 것보다도 이대로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는 게 더 괴로웠어요. 매니저 님의 소원을 이뤄드리고 싶었어요. 이대로 그저 제가 사라진다면, 그건, 그건……. 매니저 님이 너무 가엾잖아요.”


 그녀를 세계 무대에 세우겠다고 했었지.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는 한 사내의 쾌활한 웃음이 들리는 듯했다.


 “해바라기 꽃씨를 찾았어요. 이런 곳에 그런 게 왜 있었나 몰랐지만 상관없었어요. 매니저 님이 제일 좋아하던 꽃이었으니까. 그 꽃이 다 자랄 때까지만이라도 노래를 부르기로 했어요. 제발 제 몸이 버티길 바라면서. 누군가에게 제 목소리가 닿길 바라면서.”


 그렇게 그녀는 노래를 불렀다.


 100년 동안.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을 지키면서.


 혼자서.


 “…그 매니저 님은 어디 계시니?”


 “안쪽 방 중 하나에 모셔놨어요. 그런데…그런데 모시고 나서 다시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인간 관계자 분의 인증이 필요하다면서……. 그래서 지금까지 들어가보지도 못했어요. 슬펐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노래를 불러드리는 것뿐이었어요. 눈도, 이렇게 돼선…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아리아드네는 내 팔뚝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빛바랜 눈동자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회한과 절망으로 가득 찬 그 눈엔 내가 비추고 있지 않았다.


 “그분의 목소리도, 그분의 말투도, 그분의 웃음소리도 기억나요. 그런데, 그런데……. 이제 그분의 얼굴이 기억나질 않아요. 새까맣게, 그 부분만 뚝 떨어져 나간 것처럼 모르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간다는 건 얼마나 괴로운 일일까. 무의식적으로 용과 아르망을 되돌아봤다. 우연이었을까, 그녀들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미래에…그녀들을 떠나야 할 때가 온다면 난 어떤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할까. 그녀들을 떠나는 것도, 그녀들이 내 곁에서 떠나는 것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인간 님. 저는, 저는 왜 이렇게, 왜 이다지도……. 이렇게 한심하고, 무력한 걸까요.”


 “…….”


 추억조차 지키지 못한 채, 그저 살아있기만 한 삶.


 어떻게든 흔적이라도 남기려고 한 그 미약한 발버둥이 내 가슴을 찌르는 듯했다.


 “…오르카에 와, 아리아드네.”


 나는 힘주어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비록 네 매니저 님을 살릴 수는 없겠지만, 네 노래를 우리가 꼭 미래까지 전달할게. 아니, 네가 직접 미래까지 부르는 거야. 먼 훗날까지 너와 네 매니저 님의 이야기가 전해지도록.”


 “노래를요? 저…계속 노래할 수 있나요?”


 “물론이지. 오르카에 노래 좋아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사랑 얘기라면 다들 꺼벅 죽는다고.”


 “후훗, 네. 그럴 수 있으면…정말 좋을 거 같아요.”


 아리아드네는 쓰게 웃었다. 나는 안다, 그 웃음의 의미를.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그녀의 몸은 마치 부스러져가는 모래 기둥과도 같았다. 그녀 역시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인간 님, 희망을 믿으시나요?”


 “그럼, 믿지.”


 “그 희망이 부질없다는 걸 안다면요? 이뤄질 수 없는 희망이란 걸 알면서도, 그래도 매달려야 한다면요?”


 “…그럼 마지막까지 매달리겠지.”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리아드네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이었다.


 “최후의 순간에 절망한다 해도, 그게 내가 노력을 안 할 이유는 안 되니까.”


 “역시 인간 님은 정말 굳센 분이세요.”


 아리아드네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니, 제 행동도 이해해주실 거라 믿을게요.”


 그리고선 내가 채 뭐라 행동하기 전에 입안에 들어있던 뭔가를 으직 씹었다.


 [삐이이이이이이-!]


 귀를 찢을 듯한 경보음이 건물 전체를 울린 건 그 직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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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포인트: 몸수색으로부터 숨기고 싶은 게 있다면 몸 안에 숨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