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야한거.. 맞지..?

***


오르카의 안전을 책임지는 불침번을 제외한다면 모두가 자고 있을 시간인 세 시.

가끔 잠에서 깨봤자 화장실 같은 일어나는 이 조용하고 깊은 새벽에 스카이나이츠 숙소에서 하르페이아의 이름이 불렸다.


"으.. 으응.."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는지 몸을 뒤척이면서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그녀.

하지만, 그 대답으로는 부족했는지 누군가가 다시 하르페이아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하르페이아. 잠깐 일어나 봐"


그녀의 귀에 속삭이듯이 말을 하자 방금까지는 반사적으로 대답을 했던 그녀는

이제야 잠에서 깬 것인지 실눈을 뜬 채 기지개를 펴며 입을 열었다


"하암... 왜에.. 나 자고 있었단 말이.. 으읍..!"


하르페이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하르페이아의 입을 틀어막아 말을 멈추게 만들었다.

조금 거칠게 입을 틀어막았지만 따듯하면서도 부드러운 그것에 입술이 닿자 그녀는 당황해하기 시작했고

편안하게 펴던 기지개를 멈추고 팔을 감싸 '누군가'를 안았다.


"푸우.. 갑자기 밤 중에 키스라니.. 너무한거 아니야 사령관?"


입술을 떼자마자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감싸안은 팔을 푼 하르페이아는

두 눈을 똑바로 떠 입술로 자신의 입술을 틀어막은 사령관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너무 크게 말하길래 막으려했더니.. 미안해."


"그래도... 조금은 로맨틱했어. 저번에 읽었던 책의 공주님이라도 된 것 같은데?"


그녀의 말을 듣자 사령관은 멋쩍은 듯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머리를 긁었고

하르페이아는 저번에 읽었던 멸망전의 소설인 '백설 공주_잠에서 깨어난 그녀의 숨겨진 본성'의 내용을 떠올리며

조금 부끄러운지 밤에도 보이는 그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르페이아 위에 타고 있는 모양새가 되어버린 사령관은 깊게 숨을 내 쉬더니 그녀를 향해 말했다.


"..그건 그렇고 하르페이아. 부탁이 있어."


새벽 세시에 부탁이 있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하르페이아는 이전에 보았던 그 소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웠던 키스와 한 밤중에 하는 부탁. 성별이 뒤바뀌었을 뿐, 소설의 상황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지금의 모습은

소설 속의 장면을 따라 해보는 것에 환상을 가지고 있던 하르페이아를 흥분시키기에는 아주 충분했다.


"무.. 무슨 부탁.. 인데..?"


어두워서 보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부끄럽지만 한편으로는 기대하는 얼굴을 하며 하르페이아는

덮치듯이 위에 올라타 있는 그를 바라보았고 대답을 통해 그나마 부탁을 듣는 눈치인 것을 안 사령관은

안도의 한숨을 쉰 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건.. 너만이 할 수 있는 부탁이야. 하르페이아."


"나.. 밖에 못해..?"


"네가 아니면 안 돼. 네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부탁이야."


사령관의 진지한 목소리와 소설 속에 똑같이 등장하는 대사를 내뱉는 그에게 하르페이아는 엄청나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만약 지금 당장이라도 사령관이 하자고 말하면 즉시 수락해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가지면서 

하르페이아는 입고 있던 잠옷을 그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조심스럽게 벗기 시작했다.


"그.. 정말.. 이야..?"


"..정말이야."


조금 뜸을 들이기는 했지만, 사령관은 '하르페이아가 아니면 안 된다'라는 대답을 말했다.

그 대답에 머릿속으로 온갖 망상을 하기 시작한 하르페이아는 지금에 집중하기 위해 입술을 깨물며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사령관의 말을 듣기 위해, 소설과 비슷한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하르페이아의 행동에 사령관은

말을 들어주는 눈치이기는 하지만 수락할 의도가 없어보인다 생각하고 몸을 움직여 그녀에게서 떨어지려 했다.


하지만.. 하르페이아는 위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을 눈치채고 사령관이 입고 있는 상의의 끝자락을 조심스럽게 붙잡고서는 말을 꺼냈다.


"사령관.. 내가 할 수 있는거라면.. 얼마든지 도와줄게. 그러니.."


하르페이아는 그 말을 한 후 잡았던 그의 상의를 더욱 강하게 잡아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고선 그에게서 나오는 숨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맞댄 하르페이아는 이제는 정확하게 보이는

눈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내 곁을.. 떠나지 말아줘.. 사령관.."


"하르페이.."


그녀의 대답을 듣고 사령관은 움직임을 멈춘 채 이제는 정확하게 보이고 있는 얼굴을 보며 말을 꺼내려 하자

그녀가 쥐고 있는 옷 방향으로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넘어지면 큰 소리가 날 수도 있었기에 사령관은 어떻게든 충격을 줄이기 위해 그 짧은 시간에 몸을 움직였고..

어쩌다보니 그녀의 손목을 잡은 채 서로의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까지.. 정확히 사령관이 하르페이아를 덮치는 모습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상황을 간절할 정도로 원했던 하르페이아는 더욱 얼굴을 가까이해 그에게 자신의 얼굴을 각인 시킨 뒤 말을 꺼냈다.


"사령관... 무슨 부탁이던.. 내가 들어줄게."


"하르페이아.. 알겠어. 내 부탁은.."


'부탁은...?!'





























"지금 당장 무장하고 322로 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