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입니다.

https://arca.live/b/lastorigin/43345646?category=%EB%8C%80%ED%9A%8C&p=1

2편입니다.

https://arca.live/b/lastorigin/43346533?category=%EB%8C%80%ED%9A%8C&p=1


"사령관의 일기장인가...?"

죽는 것이 일상인 전쟁터에서 일기를 쓰는 건 자주있는 편이다. 몸이 좀 피곤하더라도 죽기전에 뭐라도 남기고 싶은 법이니까

페이지 대부분이 젖고, 번져있었지만 중간부분은 무사했다. 

'월요일

요즘들어 부쩍 주변으로 부터 피곤해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고 산다. 개조를 받고난 이후부터 부대의 편성범위가 다양해졌고 그로인 해 내가 관리해야할 서류의 양이 증가한 거 겠지 하지만 그 만큼 많은 이들이 날 의지한다는 거니까 힘을 내서 계속해보자'


'화요일

지휘관들과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자체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끝난뒤 모두들 나보고 잠을 좀 자라고 한다. 그렇게 피곤해 보이나? 커피를 좀더 자주 마셔줘야겠다.'


'수요일 

거울을 보았다. 몸이 개조되었는 데도 다크서클이 내려앉아서 눈이 두배는 커진 것 같다. 이거... 괜찮겠지? 복도를 거닐다 안드바리를 마주쳤는데 얼굴을 보더니 겁에 질린듯 

내 손을 잡고 날 보급고로 데려가 침낭을 깔아주었다. 참치캔 몇통과 함께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말고 쉬라고 한다. 정말 기특한 아이다. 잠시 햇볕을 쐐고 온다고 말한뒤 사령관실로 돌아와 업무를 계속했다.  어쩌지... 이러다간 애들이 자기업무의 집중을 못할 텐데...'


'목요일

 방안을 뒤지다가 선글라스 하나를 발견했다. 전쟁영화를 본 워울프가 어디서 구해왔는지 "장군들은 다 쓰는 거야 사령관님!" 라며 마련해준 보잉 선글라스였다. 워울프는 자기도 한번 써보더니 너무 어둡다며 자기 군생활같다고 내방에 두고 떠나버렸다. 쓰고 거울을 보니 생각보다 잘어울렸다. 이거면 다크서클도 어느정도 가릴 수 있겠지...'


'금요일

선글라스를 쓰고 가는데 lrl이 멋있다고 칭찬해줬다. 확실히 쓰기 빛이 덜 들어오니 전보다 눈이 덜 피곤한 것 같다. 목은 뻐근 거리지만 좋은 것 같다. 지휘관 급 회의에서도 모두 걱정해 줬지만 다행이 무사히 넘어간 것 같다. 워울프 넌 역시 내 베스트 오브 베스트야!'


이후론 물에 젖어서 더 볼 수 없었다. 흔하디 흔한 워울프모델인 내가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니 다른 바이오로이들이 봤으면 분명 서운해 할게 분명하다.

"하지만 나도 사령관이 베스트오브 베스트 였어..." 


 한명밖에 없었지만 최고로 좋은 사람인 게 틀림없었다 그야 나같은 말단 병사도 제대로 봐주고 좋아해 주었는 걸 

분명 최고로 좋은 사람이야...


바다위에 파손되어있는 채로 쓸쓸히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는 오르카와 살아남은 대다수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의지를 잃고 무기력해져 있었다. 새로운 사람을 찾으려는 시도는 더이상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새로운 사람이 와도 그만큼 우리를 다정하게 해줄지도 모르는 사랑을 이미 맛보았기 때문이겠지.


나도 어제까지는 그중 하나였었다. 하지만 사령관은 이런 날 지키려했고, 살기를 원해주었다. 이제 부턴 아마 이제 본격적으로 철충과 별의 아이의 대결일 거야

"일단 살아보자 그러면 언젠가 기회가 올거야 

운이 좋다면 한방 먹여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오랜 시간 머물러 있었던 방을 떠나며 사령관의 책상옆에 떨어져 있던 선글라스를 챙겼다. 머리쓰는데 재주도 없고 실력도 평범한 외톨이다.

"막막하네...."


외로움에 사무치지만 그래도 오늘도 살아가 본다.

언젠가 저 바닷속에 별에 아이가 깨어날 것을 알고, 하늘이 철충으로 가득찬다는걸 눈으로 보았지만 


지금 하늘을 비추고 있는 바다는 너무 아름다우니까 함께 보고 싶어 사령관이 쓰던 선글라스로 한번 비춰보았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