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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보고썼음


이 글은 2차 창작입니다. 설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일부 잔인한 장면이 묘사되어있습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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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펙첩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나는 펙스 컨소시엄의 현 회장이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기억을 더듬어 말하자면 진상은 그렇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정체를 모를 곳에 갇혀 있었다


그 어두침침한 방에 있는것은 나와 뒤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커다란 기계. 


뭐, 처음엔 다들 그러듯이 여기저기 소리를 질러대며 도움을 구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암울한 침묵 뿐-


이내 공포에 질려 그곳은 빠져나오려 해봤지만 내 손발은 구속구에 묶여 있었다


어떻게든 몸부림치며 벗어나보려고 했으나 역시 불가능이였고 현실을 직시하며 쓰러져 울던 도중에


내 눈에 들어온것은 레모네이드 오메가였다


갑자기 쟤가 왜 나오냐 할수도 있겠지만 진짜였다


잘 빠진 각선미와 잘록한 허리, 고혹적인 눈매와 눈 밑의 점. 그리고 가슴팍의 나비 문신까지.


완전히 내가 알던 그 게임 속의 레모네이드 오메가였다


그제서야 감이 왔던 것 같다


난 게임 속으로 들어간거고, 거기서도 콘스탄챠와 그리폰에게 발견된것이 아닌, 레모네이드. 그것도 악독하기로 소문난 오메가가

나를 발견해서 데려온 것이였다


오메가는 질질 짜고있던 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뭔가 기억나는게 있냐고 물었다


기억을 되살려보니 이년은 인간을 잡아서 회장의 부활을 위한 제물로 쓰려고 하고 있었다. 아마 나도 그래서 잡혀있을 것이였고.


허튼소리하면 그자리에서 시체행이 확정이였기 때문에 일단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었는데,


세상에,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더 좋아하며 나를 즉시 그 커다란 기계에 집어넣으려고 하는것이 아닌가!


저 기계의 용도는 안 봐도 뻔했다


아마도 저기다 사람을 집어넣으면 일련의 과정을 거쳐 회장이 된다던가 하는 그런 기계일 것이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당장 그 늙다리들에게 내 몸을 빼았기기는 싫었기에 아는 정보를 전부 다 불었다


사령관이 어디서 나온 존재인가 하며, 그놈이 뭘 했고 정체는 무엇인가 까지.


처음엔 그 정보를 듣고 흥미로워 했으나 이내 사령관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이 수상하단 이유로 


나는 인간이 보낸 첩자 비스무리한 존재로 오인되고 있었다.


미친년. 알려줬더니 더 지랄을 한다


내게서 더 추궁해낼 것이 있다며 나를 어딘가로 끌고 갔고, 이 이상은 기억하기도 싫다.


그년은 나를 잡아다가 온갖 방법을 총동원해서 고문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래도 사령관,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불렀던 철남충이란 놈을 돕기 위해 그놈의 행방이나 목적지는 절대 불지 않았다.


너무나도 견디기 힘든 고통의 연속이였지만 그래도 내가 선택한 길이니 악으로 버티려고 했는데,


가면 갈수록 고문의 강도가 심해져갔다. 심지어는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혀서 내가 기절이라도 하면 


수복제를 투여해 되살리고 다시 고문하는것이 반복되었다.


고문은 너무나도 끔찍했다.


전기로 온 몸의 뼈가 분쇄될때까지 지지거나, 심플하게 물고문을 하거나, 쇼크사나 과다출혈로 죽지 않을만큼 신체 일부를 절단하는 등. 차마 말할 수 없는 행위들을 내게 반복했다.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널 죽여버리겠다, 뭐 이런 복수심들로 버텨보려 했으나 그것도 한순간. 결국 역부족이였다.


이 과정에서 내 정신은 점점 피폐해지고 있었고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다. 유약한 내 자신이 미웠다.


아는 정보를 다 털어놓자 오메가는 그제서야 나를 풀어줬다.


그 끔찍한 고통들에서 벗어난 행복을 만끽하는것도 잠시, 나를 강제로 끌고가 그 기계에 집어넣었다.


딱 사람 하나가 들어갈만한 사이즈였는데, 안쪽에 누우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더욱 무서워지는 그런 기계였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죽겠구나 싶어 몸부림을 치고 아무나 구해달라며 소리를 질러댔지만 기계 밖으론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는 모양이였다.


기계를 가동하는 소리가 들리고 내 정신은 점점 몽롱해져갔다.


끝을 모르는 물 속으로 내 정신은 점점 가라앉아가고 이상한 소리들이 수면 위로 들려왔다.


"이대로 삼안과 블랙리버의 녀석들에게 질 수만은 없어"


들려오는 환청


"보르비예프 박사를 납치하는데 성공했다더군"


무슨 목소리지? 


"제발, 제발 이러지 마세요!"


너무나도 처절한 소리.


"이년을 이용해서 일곱 바이오로이드를 만들자고"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내용들.


"너희는 각각 우리 밑에서 일하게 될것이다. 일곱 죄악이여"


확실하다. 이건 펙스의 회장들의 기억이다.


"저 이상한 기계놈들은 뭐야! 어서 막아!"


그런데 왜 내가 이것들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거지? 이건 게임에도 안 나온 내용인데.


"어쩔 수 없어, 어서 새로운 육체를 찾고 나를 부활시켜라. 오메가"


이것을 끝으로 밖에서 흘러오는 목소리는 끊겼다. 


무엇이라도 좋으니 생각을 해내야 했다.


몸은 완전히 가라앉아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머리에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바이오로이드들은 뇌파로 인간을 구분한다고 했다. 


회장들의 기억이 머릿속에 들어온다는 것은 곧 회장들의 기억과 뇌파를 통째로 내 머리에 주입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딱히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이대로 물 속에 완전히 가라앉기 만을 기다릴 수도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채로 방법을 갈구하고 있었고,


그 과정속에서 내 정신또한 점점 희미해져가고, 회장들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점점 또렷해져갔다.


진짜 죽는다는 생각이 들자 몸에 소름이 돋고 정신이 조금이나마 돌아왔다.


회장들의 기억과 뇌파가 들어오는것은 정신력으로 거부해야했다.


그것에 가장 도움이 된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날 고문했던 기억들이였고, 


그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하나하나 똑똑히 기억해내자 머릿속엔 다시 복수심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이윽고 회장들의 기억의 편린들이 내 머릿속에서 조금씩 분리되었다.


그러자 수면 위로 몸이 조금씩 끌어올려졌고 점점 정신이 들게 되었다.


슬슬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해졌고 내가 기계 속에 갇혔다는 것도 전부 기억났다.


그리곤 다시 눈을 뜨자 내 손발의 감각이 돌아왔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머릿속에 이질적인 기억과 내 기억을 전부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기계의 문이 열리고 다시 광명을 찾자 오메가는 내게 달려와서 안겼다.


내 몸에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비벼대며 회장님을 되찾았다는 둥, 이상한 소리만 해 대고 있었다.


상황 판단이 완벽하게 되었다. 


나는 내 기억을 온전하게 유지한 채로 회장들의 기억과 뇌파 또한 전부 가지게 된 것이였다.


나...완벽하게 부활...!


내가 깨어나자 오메가는 눈물까지 흘려가며 나를 반겼다.


"회장님. 제가 회장님을 다시 깨어나게 했어요. 다시 만나는것이 이렇게 기쁠줄은...흐흑...."


"조금이라도 더 빨리 회장님을 모셨어야 하는데..흑...흐흑...정말..흡...죄송해요.."


얘 뭐래니


그래도 장단은 맞춰줘야 할 것 같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야 내가 더 완벽하게 복수를 할 수 있었기에.


내가 회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절망에 빠진 그 표정이 당장이라도 보고 싶었지만 고작 그 정도로 내 원한을 풀 수는 없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내가 회장이 되어주마.


마지막까지 너를 처절하게 이용해먹고 버려버리겠다.


그 이후로 딱히 큰 일이 있지는 않았다. 단지 내가 펙스의 회장이 되었다는거? 


펙스는 게임에서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규모가 컸다. 


왜 이런 전력을 가지고 그런 작은 잠수함 하나를 못 당해냈던거지?


새삼 오메가가 무능하게 보였다.


오메가는 내게 오르카 호와 새로운 인간, 그리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전부 설명했다.


내가 맨 처음 잡혀왔을 때 불었던 정보를 마치 자신이 알아낸것 마냥 자랑스럽게 말하자 한심하고 웃기기까지 했다.


도중에 말을 끊고 내가 오메가에게 케스토스 히마스는 어딨냐고 묻자 그녀는 대답을 회피했다.


분위기를 잡고 진지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혹여라도 그 반군이라는 놈들에게 빼았긴것은 아니겠지? 그랬다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오메가는 이 말을 듣자 흠칫하더니 벌벌 떨기까지 했다. 


솔직히 재밌었다. ㅋㅋㅋㅋㅋ


다른 레모네이드들도 만나보기 위해 소집명령을 내렸다. 


일곱 회장의 뇌파를 가지고 있으니 다른 레모네이드들도 전부 나를 자신들의 주인으로 인식할 것이 분명했다.


그 뒤론 뭐, 오메가 때와 반응이 비슷했다.


부활할줄 알았다는 둥, 뭐 내가 잠들어있는 동안에 뭘 어떻게 했다는 둥. 이미 알고있는 것들이라 별 반응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그래도 애써 칭찬해주니 다들 좋아 죽으려고 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상황을 유추해보니 지금이 딱 사령관 일행이 스발바르 제도로 떠나기 이전의 상황이였다.


그래서 나 또한 스발바르 제도로 향했다. 일단 사령관을 만나야 뭐라도 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철남충아,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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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