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43377801


샬럿과의 결투 이후, 솔라는 오르카 호 내에서 곧바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물론 인간인점만으로도 인기는 넘칠만 했지만, 그가 보여준 모습이 놀라웠기에 바이오로이드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었다.


그런만큼, 소문이 잘 활성화 되어있어 누군가에게 묻고 대답을 듣기 좋은 조건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 합금 벽을 그대로 쪼개버렸지 말임다. 가보시면 참치 하나에 구경하고 만지고 사진도 찍을 수 있지 말임다."


"마법? 아, 그거? 본인은 기적이라던데 뭐...확실히 그렇게 상처가 바로바로 나아버리면 기적이나 다를바 없지. 어떻게 한것 같냐고? 나도 몰라. 알았으면 내가 진작 애들한테 얘기했지."


탐문 결과는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후우, 역시 탐문만으로는 정보를 제대로 얻기 힘들군요.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장비를 갖추고 직접 나서야..."


조사결과를 정리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불쑥 끼어들었다.


"응? 안녕, 시라유리! 뭐하고 있었어? 혹시...왓슨 뒷조사? 그런거면 납득할 수 없는데?"


오르카 호 내부의 인원들에게서 무언가를 조사하던 시라유리는 자신의 앞에 불쑥 나타난 바이오로이드, <자비로운 리앤>의 갑작스러운 등장에도 동요하거나 놀라는 모습없이 태연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그런건 아니에요. 다만 새로운 인간님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조합하려고요. 그것까지 용납 못할 정도는...아니시겠죠?"


시라유리는 부드러운 어조 속에 가시를 살짝 숨기며 말했고, 리앤은 그녀의 말에 담긴 뜻을 알아들었다.


'사령관에 관한게 아니니, 신경 끄시죠?'


리앤은 시라유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아~아. 그거야? 뭐, 그거라면 괜찮겠네. 하지만 그거 알아? 이러는게 의미가 없다는거?"


"의미가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시죠?"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수많은 정보들을 한곳에 모아 정보를 얻는 탈론페더나 유미와 달리, 시라유리는 전체적인 정보의 양은 적더라도 그 정보들의 '비밀성'에 대해서는 확실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행동이 의미가 없다는 리앤의 말에, 시라유리는 눈살을 찌푸릴수밖에 없었다.


"그 새로운 인간인 솔라 말이야. 애초에 처음부터 왓슨한테 감시하는 인원을 붙여도 된다고 했어."


실제로 솔라는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을 몇번이고 느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령관에게 감시를 붙일거라면 붙여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시라유리는 그 말을 믿지 않았고, 진정한 비밀은 타인을 신경쓰지 않는 무방비한 순간에 튀어나오는것이라는 자신의 철칙을 믿고 있었다.


"자처해서 감시의 눈길을 붙이는 사람이 진실된 행동을 할리가 없잖아요? 저는 제 방식대로 조사할게요."


"으음, 나는 나름대로 조언해준건데. 뭐, 알아서 하겠지~"


리앤은 시라유리가 자신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것을 봤지만, 어차피 고생은 그녀가 할테니 자신은 별 상관없을거라 여겼다.


"흐음, 흠~오늘은 왓슨이랑 데이트나 할까?"


리앤은 사령관의 방에 놀러갈 마음과, 놀고 난 이후의 일을 생각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한편, 리앤과의 대화 이후 시라유리는 솔라를 직접 미행하기로 결심했다.


'어떤 정보라도 캐내보이겠어...! 080기관의 명예를 걸고!'


그런데 막 걸라고 있는 명예도 아니고, 그녀가 마음대로 걸고 자시고 할수도 없는 명예였지만 허구언날 조부의 명예를 거는 고등학생처럼 결심을 다진 시라유리.


그녀는 솔라가 간곳을 추적해 지금 그가 있는곳을 알아내어 몰래 염탐하기 시작했다.


닥터의 연구실.


갈색 머리의 소녀, 닥터는 눈앞에 있는 솔라와 그가 들고있는 탈리스만을 보며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으음, 대체 어떻게 작동하는거라고?"


"이렇게 태양에 대한 마음을 가득 담으면! 쓸 수 있네!"


솔라는 탈리스만을 들고 자세를 잡았고, 그 순간 그의 몸에서 흰 섬광과 함께 충격파가 발생했다.


파아앗!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되는건지 모르겠다니까?!"


아무것도 없었는데 물리적 충격은 확실히 발생한것을 측정기와 본인의 촉감으로 전부 확인한 닥터였지만, 그 원인을 알 수 없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냥 하니까 되는걸세!"


"아아아! 정말! 비는 물이 모여서 내리는거고! 모든 물체는 더 강한 중력이 이끄는곳으로 가는것처럼! 깔끔하게 떨어지면 얼마나 좋아?! 근데 이건 뭐야! 아무것도 없는데 뭐가 생기잖아! 골치아프네!"


닥터는 전에 없던 흥분과 짜증을 분출하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하하, 그렇게 성질만 내지 말고 에스트라도 한번 마셔보겠나? 따스한 화톳불의 기운이 마음을 진정시켜줄테니."


솔라는 어딘가에서 꺼낸 녹색 유리병을 꺼냈고, 그 안에서 묘한 오렌지 빛이 일렁이는 모습에 닥터는 또다시 발작(?)을 일으켰다.


"그것도 모르겠어! 화톳불이라니?! 죽었다가도 불 옆에서 살아난다는거! 무슨 불사조야? 난, 나는..이해를 못하겠어! FAN파도 휩노스 병도 죽었다 깨어나면 낫는다니...으으, 머리야."


과학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상황 그 자체인 솔라는 닥터에게 흥미로운 연구소재인 동시에 그녀의 가치관을 파괴하는 독과도 같았다.


마치 먹으면 저릿한 느낌에 맛을 들이게 되지만 과하게 먹으면 목숨에 위협이 되는 복어처럼, 닥터는 조금씩이지만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신비의 영역에 발을 들여가고 있었다.


"음, 흐헤. 생각해보니 신체 일부를 오리진더스트로 강화하거나 금속으로 개조하고도 죽었다 깨어나면 유지되려나? 아저씨, 실험해볼래?"


"으음, 괜찮네. 닥터라 했던가? 아가씨에겐 휴식이 필요해보이네. 더이상 뭔가를 하려 했다가는 망자처럼 되어버릴걸세."


"헤헤, 괜찮아. 나도 한번 죽었다가 화톳불 옆에서 일어나면 괜찮아질걸? 일단 팔 한짝부터 바꿔보지 않을래? 내가 지금 쓰는것보다 성능이 좋은 기계팔을 달아줄게!"


닥터는 어느새 눈이 반쯤 뒤집혀 광기에 가까운 눈으로 솔라를 노려보기 시작했고, 솔라는 그녀의 눈에서 수없이 많이 봐온 망자들의 기운을 느끼고는 슬쩍 물러났다.


"고맙지만! 난 내 몸에 대한 애착이 있네! 사양하지!"


시라유리는 그 모습을 보며 이것저것을 기록했다.


[정신 안정을 위해 무언가를 복용하는 모습을 보임]

[죽었다가 깨어나면 모든 부상이 치료됨...? 병도 포함?]


그 다음으로 솔라가 향한곳은 AGS격납고였다.


그리고 솔라는 그곳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던 <해체자 아자즈>를 만났다.


"오, 반갑네! 나의 갑옷을 고쳐준 대장장이 아가씨!"


아자즈를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솔라.


그는 갑옷의 복구에 아자즈의 도움을 받은적 있었기에, 아자즈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 저는 대장장이가 아닌데..뭐. 해체자보다는 대장장이가 더 만드는 쪽의 직업에 가까우니 그런거로 할까요?"


오르카호의 창고 한 구석에 지금은 후방지역에서 섬을 개간하는 중인 요안나가 사용하던 갑옷이 있었기에 재료는 있었고, 재료와 약간의 시간만 있다면 아자즈에게 갑옷 하나정도는 금방 만들 수 있는 물품이었다.


거기다가, 아자즈도 솔라의 유쾌하고 긍정적인 모습이 마음에 든건지 그와 대화를 꽤 오래 나눴다.


"하하! 그렇게 쉽게 긍정해버리면 오히려 내가 무안해지는군!"


"그럼 부정할까요?"


"아니! 이왕 일어난 일! 모든것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


"네, 그 말이 맞네요. 이미 잘못 잘라버린 부품을 되돌릴수 없듯이 말이죠?"


"물론 나는 어딘가를 잘못 잘라서 죽어도 다시 살아나지만!"


"어머, 그건 좀 부럽네요. 저도 그런 능력 좀 못 얻을까요? 어제 실수로 잘못 자른 부품이 있는데, 완전히 부수고 새로 얻고 싶은데."


"으음, 불사의 저주를 얻는 법이라...거기서 벗어나려는 이들은 수없이 많이 봤지만 저주를 얻으려 하는 이는 처음이군."


"모르시는건가요?"


"음! 모르겠네! 하지만 자네의 희망은 응원해주지! 언제나 태양이 그대가 가는 길을 비춰주기를!"


"어머, 고마워요. 하지만 저는 야행성이라서 태양이 없을때 활동하는데요?"


"그렇다면 그대가 자는 시간동안 그대를 지켜주는 것이지! 이 얼마나 든든한 파수꾼인가?"


"네, 그 말도 맞는것 같네요."


둘은 전혀 통하지 않는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통하는 대화를 나누었고, 그 모습에 격납고 내부의 AGS들이 할말을 잃었다.


"...기간테스, 사고회로 정지."


"이런! 기간테스가 둘의 대화에 정신을..아니, 사고회로의 오버클럭을 멈춰버렸군!"


"후후후. 정신세계가 특이한 이들을 만난 존재들은 모두 이상해지겠지요. 다만 이미 뛰어난 존재들에겐 효과가 없겠지만 말이죠."


AGS들이 둘의 대화를 보고 자신들끼리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자, 솔라는 거기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고보니, 저 거대한 덩치의 친구들은 거인병이거나 갑주를 입힌 강아지인줄로만 알았었지만 닥터 아가씨가 다른 존재들이라더군?"


"어머나, AGS들을 처음 보시는건가요?"


아자즈는 솔라가 AGS에 대한 신기함을 표하자, 흥미로운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한 고성에서 아이언 골렘을 본적은 있었지! 저 앞의 갈색 친구와 비슷한 크기였네!"


솔라는 기간테스를 보자 아노르론도로 가기 전, 센의 고성에서 맞서싸웠던 아이언 골렘을 떠올렸다.


물론 골렘은 무기를 가지고 있고 갑옷도 있었지만, 일단 덩치와 위압감은 비슷했다.


그리고 아자즈는 '골렘'이란 말에 곧바로 어디선가 메모장과 펜을 꺼내어 무언가를 받아쓸 준비를 했다.


"골렘?! 코어는 어땠죠? 출력은? 그리고 외장의 형태는?"


골렘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폴른의 기관총 못지않은 속도로 쏟아내는 아자즈의 기세에도, 솔라는 전혀 밀리는 기색없이 태연하게 대답해주었다.


"아아, 나도 그 안에 누가 들어가있는게 아닐까 싶어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절벽 아래로 떨어져버려 알아내지 못했지."


"어머...정말 안타깝네요. 그래서, 그 절벽이 어디죠?"


"센의 고성일세. 자네가 모르는 곳일텐데?"


"그래도 기록은 해둬야죠. 센의...고석이요?"


"고성일세. 내부에 온갖 적들과 칼날 함정이 들어차있는 곳이었지."


"칼날 함정..그건 그다지 흥미가 안생기네요."


"왜? 함정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라도 있나?"


"아뇨, 너무 단순해서요."


"그렇군! 하긴 가만히 매달려서 끝없이 좌우로 흔들리기만 하는 칼날은 재미없을만도 하지!"


"끝없이 흔들려요? 그건 조금 흥미로운데."


"뭐, 자세한건 나중에 직접 실물을 보도록 하게!"


"하긴, 뭐든 직접 보는게 가장 나은법이니까요."


"나도 이곳에 왔으니, 자네도 로드란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거기 가면 불사의 저주를 받을지도 모르고."


"영원히 사는건 취미에 안맞는데...아, 평생 프라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조금 좋을지도...?"


아자즈와 솔라의 알 수 없는 대화는 계속 이어졌고, 시라유리는 둘의 대화를 듣고 있음에도 뭔가 명확한 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다.


[AGS을 처음 봄. 하지만 비슷한 골렘? 은 본적 있다고-***]


'이런건 비밀도 뭣도 아니잖아..!'


오죽하면 노트에 쓰던 내용을 지우기까지 했을까.


솔라는 아자즈와의 대화를 끝내고, 격납고 내부에서 날아더니던 로크를 보며 감탄했다.


"오오! 까마귀도 있군? 로드란에서는 까마귀가 불사자들을 날라준다네!"


까마귀가 자신읗 태워다줬을때, 솔라는 살면서 태양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었던 경험을 떠올리고는 미소지었다.


"어머, 탑승형 로크인가요? 그건 조금...재밌을지도."


아자즈는 솔라의 말에 로크를 탑승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려면 어떻게 견적을 내야할까 하는 고민을 시작하려햤다.


"저에게 손대지마십시오! 저는 오직 사령관 각하만을 모시기 위해 존재할 뿐. 한낱 탈것으로 전락할수는 없단 말입니다."


하지만 로크는 눈치없는 AGS가 아니었고, 아자즈의 불온한 분위기를 먼저 감지하고 소리쳤다.


"...쯧."


"방금 혀 찬것, 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했습니다. 방금 클라우드에도 올라갔습니다."


"어머, 혀를 차다뇨? 저는 모르겠는데?"


아자즈는 로크의 말에 능청스럽게 시치미를 떼었고, 로크는 인간들이 느끼는 '열받음'이란 감정이 이런것인가를 새로이 학습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의 연산회로가 현재 난동을 피우지 않고 아자즈를 물러나게 할 방법과 그녀를 어떻게 해야 골탕...아니, 처벌 받게 할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과열되고 있었으니 실제로도 열을 받고 있긴 했다.


[까마귀를 탄다고 함. 대체 왜? 견우와 직녀?]


솔라는 AGS격납고에서 나간 뒤, 다른 이들을 따라 식당에 도착했다.


시라유리는 그런 그의 뒤를 쫓으며 그의 식사취향정도는 알아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일반 병사들이라면 군의 식단을 따르겠지만, 솔라는 사령관님과 같은 인간. 원하는 메뉴는 얼마든지 골라먹을 수 있는 입장이니 입맛에 맞는것을 고를거야.'


솔라 또한 식당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들었을테니, 먹고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거란 계산을 했다.


인간은 선택지가 있을때 자신이 원하는것을 고르는 경향이 있었고, 그건 그녀가 지금까지 접해왔던 모든 정보속의 인간들이 동일한 행동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시라유리는 이해불능의 광경을 목격했다.


오늘도 사령관이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면 거기에 응해 정성을 다해 조리한 음식을 대접하는 쉐프 소완.


그런 소완이 솔라를 죽일듯한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다.


"감히 소첩의 요리를..."


소완은 솔라를 보며 손톱을 잘근잘근 씹고 싶은 마음과 그래선 안된다는 이성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듯, 연신 손톱을 입으로 가져가다 도로 내려놓는 행위를 반복했다.


시라유리는 자연스럽게 점심을 먹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도 알아내기 위해 식사중에 곁눈질로 가만히 식탁에 앉아있는 솔라와 주방에서 연신 그를 쳐다보는 소완을 관찰했다.


그러나 점심시간이 끝날때까지도 솔라는 아무것도 닙에 대지 않았고, 소완은 시간이 갈수록 솔라를 쳐다보는 빈도가 늘어만 갔다.


그쯤 되자? 시라유리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식사를 하지 않음. 불사라는 것의 영향?]

[소완-의외로 자신의 요리를 먹지 않는게 자존심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듯]


소완에 대한 또다른 정보까지 확보한 시라유리는 슬슬 사람이 빠지기 시작할때 타이밍에 맞춰 일어난 솔라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는 우등생답게 자신이 먹은 식사의 뒷정리는 깔끔히 끝냈다.


점심식사 이후 솔라가 도착한곳은 뜻밖의 장소였다.


"학교...?"


오르카 임시학교.


알렉산드라나 콘스탄챠가 오르카호의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상식과 정서교육을 실시하는, 일종의 유치원과 같은 장소.


점심시간이 끝났으니, 이제 이곳의 아이들은 머지않아 낮잠시간을 가질 예정이었다.


"제 노트에 의하면 식사후 30분간 가벼운 운동이나 공부 후 오침...그런데 그가 여기를 찾아온 이유가 뭘까요...?"


시라유리는 임시학교의 옆을 지나치며 30분간 작동하는 일회용 도청기를 슬쩍 던져 설치했다.


그리고 유치원 근처의 빈 방에서, 시라유리는 귀에 낀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전에 하던 얘기! 그 얘기 들려주세요!


-그래, 어떤 이야기였지? 혹시 기억하고 있는 똑똑한 아가씨가 있는가?


-나, 나! 나 알고있어! 두마리 가고일과 싸우려던 부분이었어!


-오오! 그래, 공주님! 그대의 말이 맞았어! 지난번에 거기까지 했었지?


시라유리는 대화의 내용으로 추정했을 때, 솔라는 이곳에서 아이들이 낮잠을 자기 전까지 자신이 겪었던 모험(추정)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것 같았다.


[아이들을 좋아함. 의외로 이야기에 소질이 있는듯]


시라유리는 솔라에 대한 정보를 캐내야 했지만, 좁은 지붕 위에서 두마리의 가고일과 맞서싸우며 불을 방패로 막고 꼬리에 달린 도끼를 피해 가고일을 처치한 이야기에 빠져들어가버린 자신을 뒤늦게 발견했다.


'아앗,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시라유리는 정보를 캐야할 자신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판타지스러운 이야기에 빠져버렸다는 사실에 약간 수치심을 느꼈지만, 노트의 다른 페이지에 그가 말해줬던 내용을 전부 베껴 썼다는 사실을 감출수는 없었다.


'이, 이건..재밌어서가 아니라 그저 중요할까 싶어서 남겨둔 녹취록이니까. 그러니까 이것도 수집한 정보일 뿐!'


시라유리는 그 뒤로도 솔라의 뒤를 계속 쫓았지만, 크게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수는 없었다.


메리를 찾아가서 물감과 붓을 얻어온 다음, 자신의 갑옷에 태양을 그려넣는다거나.


마키나를 찾아가 태양 홀로그램을 띄워달라고 말한 뒤 그 앞에서 양 팔을 하늘로 들어올리는 정체불명의 자세를 취한다거나.


사령관실로 들어가 리앤과 꼭 붙어 앉아있던 사령관에게 보기좋다는 칭찬과 함께 도와 줄 일은 없냐고 질문하는 등.


'어디까지나 그냥 사람 좋은 인간일 뿐이잖아...'


시라유리는 본래 솔라의 추악한 면, 사령관과 달리 어둡고 사악했던 옛 인류와도 같은 모습을 찾아보려 했지만 그래봐야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임시학교...유치원의 아이들보다 천진난만했고, 그 어떤때에도 굴하지 않고 일어서는 몽구스의 스틸 드라코나 080기관의 토모보다도 긍정적이었다.


자신의 갑옷 장식을 스스로 그려넣는 것에 있어서는 일벌레에 가까운 사령관보다도 근면하고 자신의 것을 스스로 챙길 줄 아는 모습이 보였다.



이상하다고 하면 음식을 안먹는거나 태양을 앞에두고 보이는 기행이었지만...그정도야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음식은...계속 마음에 걸렸지만 아사하더라도 다시 부활한다고 했으니, 그 부분은 어떻게든 해결한 것이라 믿었다.


결국, 시라유리는 그날 하루종일 솔라를 따라다녔지만 그의 약점이 될만한 정보는 커녕 미담에 가까운 모습만을 관찰할 수 있었다.


'여기서 그만둘수는 없는데...그래도 어쩔 수 없죠. 오늘 야간에 딱 한번 더 가보고, 그만두기로.'


시라유리는 오늘 밤 솔라가 잠들었을때 정보를 캐보기로 마음먹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야행복을 챙기려 했다.


그렇게 감시의시선이 사라지자, 솔라는 비로소 긴장을 풀고 기지개를 켰다.


"흐읍! 흐으으~이것 참, 긴장되는군. 설마하니 진짜 감시가 붙을줄은. 갈곳을 잃은 불사자에게 의심할것따위 없겠지만...그래도 의심을 거두지 않는건가. 사령관이란 친구도 좋은 곳에서 사는군? 자신을 걱정하여 과감하게 움직여주는 이가 있는것도 좋겠지. 너무 과감하지만 않았으면 하지만, 그럴리가 없겠지? 하하, 조금 더 돌아다니다 방으로 돌아가줘야 그 아가씨가 기분좋게 찾아오겠지.'


솔라는 시라유리가 자신에 대한 감시를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다른 구역도 여기저기 돌아보고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누구 하나정도는 솔라를 의심하지만, 우리의 바른생활 사나이 솔라는 그 어느것도 위반하지 않고 잘 살았답니다.)


(다음에는 태양만세와 빛 만세의 광신도 간의 맞다이가 펼쳐질지도...?)


(참고로 솔라의 모험 시리즈는 매일 밤 좌우좌가 일기장에 정리한다네요!)


(오늘의 유치원에는 이프리트 병장님이 계셨답니다.)


(아 글 세개나 썼더니 피곤하다 저는 언젠가 돌아오겠습니다...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