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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직 성공하면 쓰겠다는 공약으로 시작한 글임, 라붕이들아 정말 라스트 감사합니다.

    오버로드의 배경 뿐만 아니라 스타일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피해자 시점으로 서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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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스 프레스콧은 책에서 나올법한 기사였다. 대대로 기사를 배출한 명문가 태생으로 어릴적부터 맞춤형 검술 지도를 통해 빠르게 재능을 개화한 그는 열 한살 부터 아버지를 따라 전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열 네살에 처음으로 적을 참살했고, 열 여섯살 부터 병사를 이끌기 시작해 스물 여덟이 된 지금에 이르러서는 명장이라는 소리를 듣기에 충분한 지휘관이 되었다.

그렇기에 그는 도저히 지금 벌어지는 일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시작은 간단한 명령처럼 보였다. '오르카 용병단'이라는 떠오르는 신예 용병단이 단순한 용병 집단을 뛰어 넘어 군벌을 형성하려고 한다. 이교도를 믿는 동시에 개심의 여지가 없는 마녀들로 이루어진 용병단은 마왕과의 결전에 앞서 하루 속히 배제해야 할 이 나라의 암덩이라고 들었다. 무력으로 제압하고 신병을 구속하여 수도의 왕궁까지 압송해 오라는 지시였다.

    맥스는 정확한 진상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귀족은 원래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족속들로 정말 그들이 이교도일 수도 있었지만 그저 단순히 왕족에게 밉보일 짓을 한건지도 모른다. 혹은 불가능한 임무에 거액의 보수를 약조하고 단순히 토사구팽하는 것이 싸게 먹힐거라 생각한 것일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구성원 전부 천상에서 내려온 여신 같은 미모를 자랑한다는 용병단의 소문으로 볼때 더 추잡하고 노골적인 이유가 있을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압도적인 장비와 군마로 무장한 잘 훈련된 정예 이 천여 명으로 수 백명도 안되는 용병단을 겁박하여 무장해제 시키고 끌고가는 단순한 임무였다. 그러나...


(우웅)


'끄아아아아악' '살려줘!!'


    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수많은 병사들이 팔다리를 한 두개씩 잃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나마 비명을 지를 얼굴이라도 무사히 남아있는 병사들이었다. 


(웅웅웅)


'저 마녀를 죽여!!'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맥스가 이끄는 마법사들은 이미 이성을 잃었고, 각자가 알고있는 가장 강력한 주문을 고래고래 악을 쓰며 외치고 있었다. 바위만한 불덩이들이 아군이 휩쓸리는 것 조차 아랑곳 않고 쉴새없이 전장을 강타하고 있었다.


(우우웅 우웅)


'신이시여 제발 자비를...'


    마녀다. 눈앞에 마녀가 있다. 토끼처럼 새하얀 머리가 흩날리고 안경너머 불길한 새빨간 안광을 흩뿌리며 그녀는 한손에는 푸른 불꽃으로 타오르는 거대한 마검을, 다른 한손에는 기괴한 공명음을 흘리는 거대한 매직큐브를 들고 있었다. 압도적인 존재감과 그 앞을 가로막는 병사들에게 벌어진 끔찍한 일을 감안할 때 그 장비들의 무게가 같은 크기의 강철보다 무겁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어떤 맹수 보다도 민첩한 움직임으로, 눈에 비치는 모든 것들을 참살하고 있었다.


(콰앙)


    일반적인 검사는 눈으로 쫓을 수도 없을 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마녀였지만, 요행히 한 마법사의 주문이 그녀에게 직격했다.


(콰앙 쾅쾅 쾅)


    마녀의 움직임이 잠시 멈추는 동시에 발작적으로 마법사들이 연거푸 주문을 연발하여 그녀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그들은 탈진할때까지 신경질적으로 주문을 퍼부었고, 뿌연 먼지가 그 부근을 완전히 뒤덮고 나서야 다 쉬어버린 목을 쉴수 있었다. 그 순간은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이것으로 제발 저 마녀 아니 악마의 진격을 멈출수 있기를, 제발 이 악몽이 여기서 끝나기를...


(치이익)


    강한 열기로 인해 지면의 모래까지도 녹아내리는 그 한복판에... 불행히도 마녀는 아무렇지 않게 서있었다. 마검을 방패 삼았는지 주변의 폭발로 인한 잔해까지 막지는 못한 것 같았지만 겨우... 그녀의 하얀 옷을 조금 그을리게 했을 뿐이었다. 저주스럽게도 그녀는 무사했다. 그들은 그녀의 안경에 흠집 조차 내지 못한 것이었다. 


'!!'


그런 그녀가 돌연 맥스를 정확히 응시했다. 분노, 증오 그런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얼음장 같은 시선이 맥스를 훑자 그는 저항할 새도 없이 바지에 지렸다.


(철컥) (붕붕붕)


    마녀는 마검을 쥐고있던 손이 아닌 반대쪽에 들고 있던 매직큐브를 공깃돌 처럼 공중에 집어 던졌고, 기묘한 동작으로 정확히 그것을 마검에 결합하였다. 그리고 연거푸 포효하듯 마검을 공중에 휘두르더니 와이번 보다도 높게 도약했다.


(우우우우우웅)


맥스는 직감했다. 죽음이 다가 오고 있었다. 시퍼런 빛을 내뿜으며, 마치 피할 수 없는 사신의 낫 끝 처럼.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


    그러나 당연히 뒤따랐어야 할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벌써 죽은 것인가? 맥스는 코앞에서 느껴지는 플라즈마의 뜨거운 열기와, 눈으로 보지 않아도 강력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그 앞의 압도적인 육체의 숨결에 마치 자신이 사자의 아가리 앞에 있다고 느끼면서도 살아있는 이상 별 수 없이 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지휘관이시죠?'


'네...?'


'...이들에게 항복을 명하십시오, 무의미한 살생은 원하지 않습니다.'


마녀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자애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기는 부사령관 라비아타. 본부, 현시간부로 적대적인 토착민을 모두 제압 하였습니다. 입구에 환자들을 조치할 인원을 보내주세요'


이것은 이세계에 떨어진 오르카 식구들의 좌충우돌 여행기, 

그러나 이곳의 백성들 사이에선 영원히 회자 될 오르카 전설의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