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43377801


(솔라가 기적캐는 아니지만 3편에 나온 탈리스만이랑 직검이 있어서 그 부분을 좀 씁니다)


아스토라의 기사, 솔라가 저항군에 합류한 뒤.


상당히 많은 수의 바이오로이드들이 그에게 관심을 표했지만, 좋은 의미로 보는 이들만 있지는 않았다.


"두번째 인간, 거기다 남성이라…과연 어떨까. 각하께서는…무슨 생각을 하실지."


"주군께서는 타인을 너무 잘 믿으시는게 문제라고 생각되오. 우리라도 의심을 거두지 않아야 하지 않겠소."


새로운 인간이 나타났다는 것에 의심과 경계를 끌어올리는 신중파, 그 대표자로는 멸망 전 인류의 악의를 직접 마주한적 있는 <불굴의 마리>와 <무적의 용>이 있었다.


물론 사령관의 안목과 솔라의 모습을 봤지만, 그녀들은 인간의 내면에 깃든 어둠을 본적 있었으니 최악의 경우를 상정했다.


"어떤 인물인지는 몰라도, 레프리콘을 구해주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니 나쁜 인물만은 아니겠지."


그가 보여준 짧은 행적과 전해진 이야기로 판단을 내리고 믿기로 한 긍정파.


긍정파는 신중파와 달리 상당히 많은 수의 바이오로이드들의 목격 증언이 있었기에 꽤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부분은 인간을 직접 마주해본게 사령관밖에 없는 복원개체들이었다.


"검을 쓴다고요…? 듀얼의 시간이군요!"


"용을 잡았다고? 후, 후, 후. 이 진조의 동료가 될 자격이 있어!"


"갑옷차림에, 태양을 찾는다고? 재밌겠는데?"


그리고 그의 특징에 큰 흥미를 보이는, 낭만파가 있었다.


낭만파의 선두에는 검을 쓴다는 사실에 흥미를 보였던 샬럿이 있었다.


"자! 새로운 인간님! 검을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저와의 대결 한번 어떠신가요?!"


샬럿은 솔라가 사령관에게 새롭게 지낼 숙소를 소개받던 때에, 그들이 있던 방으로 냅다 쳐들어오는 만행을 벌였다.


사령관은 느닷없이 쳐들어온 샬럿에게 양해를 구하고 솔라를 쉬게 해주고 싶었다.


"나중에 하면 안될까…? 이래보여도 오늘 총맞고 피 쏟고 할것 다 한 사람인데."


그중에 절반은 본인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솔라는 오늘 죽어도 두번은 죽었을 인물이었다.


그러나, 솔라는 자신에게 오는 도움 요청을 거절하는 사나이가 아니었다.


"대결? 좋네! 즐겁게 응하도록 하지!"


솔라는 대결이라는 말에 곧바로 자신의 검과 방패를 챙긴 뒤, 샬럿의 앞으로 다가갔다.


"갑옷은 없지만, 아가씨도 갑옷차림은 아니니 그대로 진행하도록 하지. 어떤가?"


"흐~응. 저를 상대로 갑옷 없이라니. 상당한 자신감이로군요! 좋아요, 함께 대련장으로 가도록 해요!"


샬럿은 곧바로 솔라의 손을 이끌고 방 밖으로 뛰쳐나갔고, 사령관은 복도를 가로질러 사라지는 둘의 뒷모습을 처량하게 바라보았다.


"…하아, 평소에는 아이들도 잘 돌봐주고 정말 좋은데… 저렇게 로망에만 관련되면 눈에 보이는게 없으니 원."


사령관은 샬럿의 만행에 난감해 하면서도 일단 솔라의 실력이 궁금했기에 그들의 뒤를 따라가려 했다.


도도도도-


그러나 그 때, 그의 뒤에서 들려오는 가벼운 발소리가 있었다.


"응?"


발소리를 들은 사령관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트윈테일에 안대를 쓴 푸른 머리칼의 소녀가 있었다.


"사령관! 아, 아니. 권속이여! 여기에 용을 잡았었다는 사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진조의 공주께서 친히 강림하였노라! 자, 그 용맹한 전사는 어디에 있는가?"


오르카호의 감성 넘치는 대사 담당이자, 언제나 꿈과 로망을 잃지 않는 어린아이 LRL이었다.


"어어…아까 샬럿한테 붙잡혀서 대련장으로 끌려갔는데."


"뭐어…? 겨우 찾아왔는데…"


"같이 가서 볼래?"


"응! 갈래…가 아니라, 앞장서거라! 뛰어난 부하를 얻기 위해서라면 때로는 고난도 있어야 하는법! 그 고난을 함께할 영광을 주겠노라!"


LRL은 순간적으로 겉모습에 걸맞는 소녀다운 반응을 보일뻔 했지만, 그녀에게 깃든 꿈과 로망을 뒤늦게 떠올리고는 다시 정정하여 말했다.


"네, 네. 공주님. 손잡고 같이 갈까요?"


"…응."


하지만 사령관이 내민 손을 거절하지는 못했고, LRL은 사령관의 손을 잡고 대련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둘의 뒤를 은밀히 쫓는 바이오로이드들이 몇몇 있었지만…그들도 결국 목적지가 대련실인것만큼은 확실했다.


한편, 대련실에서는…


휘익, 휘익!


샬럿이 본격적인 대결을 앞두고 몸을 푸는듯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솔라는 제자리에 앉아 그런 샬럿을 지켜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호오, 손이 빠르군!"


"당신은, 몸을 풀지 않아도 괜찮나요?"


"걱정말게! 근육통도 골절도, 모두 태양을 향한 기도를 하거나 죽었다 깨어나면 깔끔하게 나으니까!"


제아무리 로망덩어리라 눈에 보이는게 없어진 샬럿이라도, 방금 솔라의 말에는 이상함을 느낄수밖에 없었다.


"죽었다…깬다고요?"


샬럿은 솔라가 죽어도 살아난다는 불사자라는 말에 대해 들은게 없고, 단순히 검만 쓴다는 이야기만 듣고 달려온 것이라 자세한 것은 알지 못했다.


"아, 걱정말게. 죽어줄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야. 하하하!"


그리고 샬럿과 솔라가 대결을 앞두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그런 둘을 구경하는 구경꾼들이 있었다.


언제 소문을 들은건지 몰라도, 오르카호 내부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샬럿과 솔라의 대결 이야기에 대련실에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자 이때를 노렸다는듯 검은 머리에 붉은색 브릿지가 포인트인 여성, 앵거 오브 호드 소속의 샐러맨더가 구경꾼들에게 슬쩍 다가와 내기를 종용했다.


"자, 걸어봐. 누가 이길까?"


[샬럿vs인간님]

[1.08:3.12]


언제 만든것인지, 실시간으로 배당금을 책정해주는 계산기까지 가져온 그녀의 준비성은 그야말로 완벽하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샬럿에 참치 20."


"인간님에 참치 10."


"샬럿한테 참치 50."


여러 바이오로이드들이 내기를 걸었고, 대부분은 샬럿에게 몰렸다.


그리고 두자릿수의 소극적 베팅이 이어지고 있을 때, 핑크색 롱 헤어를 찰랑거리는 여성이 다가와 참치캔 한보따리를 내려놓았다.


쿠웅.


"왕가슴에게 참치 150을 걸겠어요!"


배틀메이드 소속의 가학적 취향을 가진 메이드, <세라피아스 앨리스>였다.


그녀는 무려 150참치라는 거금을 자신만만하게 걸며 솔라와 대화를 나누는 샬럿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우와, 앨리스 세게 지르는데?"


"저래보여도 샬럿이랑 제일 친하잖아. 그만큼 잘 아는거겠지."


앨리스와 샬럿이 친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앨리스는 그 소리가 나온곳으로 고개를 홱 돌리며 소리쳤다.


"친한게 아닙니다! 다만, 그 강함만큼은 인정하기에 제가 승리할 승부에 거는것일 뿐."


그녀는 친한게 아니라고 말했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오르카 호 내부의 바이오로이드들을 아무리 찾아봐도 서로에게 그 이상으로 친한 지인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베팅이 한참 열기를 달구기 시작할 무렵, 큰손이 슬쩍 다가왔다.


"인간…솔라에게 800참치."


"800?! 누구야?"


800참치라는 거금이 걸리자, 깜짝 놀란 샐러맨더가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뛰어왔고 그 큰손이 누구인지 확인한 샐러맨더는 두번 놀랐다.


"사령관?!"


"그래, 사령관이셔. 내 베팅을 못받아주는건 아니지?"


"아니, 받아줄순 있지만…800을 가지고는 있는거야? 지금 그만한 참치를 가지고 있는거로는 안보이는데."


샐러맨더는 평소에 감고있던 붉은색 눈을 슬쩍 뜬 뒤, 사령관의 위아래를 스캔하듯 훑어보았다.


어딜봐도 참치 800개를 지니고있지는 않을것 같은, 평상복 차림.


그와 손을 잡고있는 LRL의 몸만한 사이즈의 가방이 있더라도 800개의 참치를 담을수는 없을것 같았다.


"…어떻게든 숨겨놓은걸 다 꺼내면 그만큼은 줄 수 있어. 나 못믿어?"


샐러맨더는 사령관이 가지고있는 재산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일단 그의 내기를 수락했다.


"좋아! 그럼 이제 슬슬 베팅도 끝나가니까 대결을 시작하라고!"


솔라와 대화를 나누던 샬럿은 샐러맨더의 외침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뒤, 손수건을 꺼냈다.


"좋아요! 관객들도 모였고, 준비도 되었으니! 훌륭하고도 아름다운 대결을 시작해볼까요?"


샬럿은 롤빵처럼 잘 말린 금발 머리를 쓸어넘기며, 주위의 관객을 둘러본 뒤 솔라를 쳐다보았다.


무대위에 서는 배우 출신답게, 관객의 시선을 모으는데에 숙달된 연기자의 모습다웠다.


반면, 솔라는 그저 검을 뽑고 손목을 두어번 돌리기만 할 뿐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좋아, 어디 시작해보도록 할까."


"그럼 양측, 준비!"


어느샌가 심판을 맡을 인물까지 생겨버린 상황에, 솔라와 샬럿은 서로 거리를 두고 검을 겨누었다.


"…승리를."


도중에 솔라가 자신의 검을 눈앞에 가져다대고 뭔가를 맹세하듯 들어올리는 동작을 하긴 했지만, 결투를 앞두고 자세를 잡는건 샬럿또한 마찬가지였기에 별다른 말 없이 넘어갔다.


사령관은 그때 솔라의 등과 어깨에서 무언가 증기같은게 피어오르는것을 보았지만, 자신이 잘못본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시작!"


시작 신호가 내려짐과 동시에, 샬럿은 곧바로 앞으로 달려나오며 검을 내질렀다.


"앙 가르드, 알레즈!"


레이피어를 앞세운 그녀의 돌격은 마치 창과도 같이 묵직하고 총과도 같은 빠르기를 자랑했지만, 그녀가 목표로 삼았던 남자의 몸은 검의 진행경로에서 사라져있었다.


"대체…? 겨우 한번 구른것으로 제 검을?!"


결투의 시작 신호가 내려지자마자 솔라는 오른쪽으로 굴렀고 그 행동이 샬럿의 검에서 완벽히 벗어나는 결과를 불러왔다.


"매우 매섭군! 용 사냥꾼의 창보다 빠른것 같아!"


솔라는 단순한 구르기 한번으로 샬럿의 돌진을 여유롭게 피하고는, 그녀의 공격에 대해 칭찬했다.


"크읏,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보여드리겠어요! 제 검술의 진수를!"


샬럿은 다시 검을 고쳐잡고는 솔라를 향해 찌르고 베기 시작했고, 그 모든 일격은 하나같이 매섭고 날쌨지만 솔라의 몸을 맞히는 것은 어느 하나 없었다.


결국, 객석에서 구경하던 인물중 한명이 벌떡 일어서서 소리를 지르는 일까지 벌어졌다.


"왕가슴! 제대로 안해?!"


"시끄러워요! 누가 누구보고 왕가슴이라는건가요?!"


150참치라는 거금을 건 앨리스의 짜증섞인 외침에 마찬가지로 짜증섞인 외침을 돌려주는 샬럿.


그리고 그녀가 다른곳으로 주의가 쏠린 사이에, 솔라는 곧바로 반격을 시도했다.


부웅.


아무런 요령도, 검술의 심득도 담겨있지 않은 단순한 횡베기.


평소의 샬럿이었다면 아무렇지 않게 피했을 공격이었고, 실제로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공격이 아니라 솔라에게 공격의 주도권이 돌아갔다는 것을 뜻하고 있었다.


샬럿은 자신을 쫓아오며 검을 휘두르는 솔라에게 변변한 반격한번 없이 뒤로 물러나기만 했고, 솔라는 한발 한발 차근차근 다가가며 그녀를 압박해왔다.


검술에 대해 문외한인 앨리스가 보기에도 아무런 특색이나 화려함 없는 단순한 휘두르기였기에, 그녀의 짜증은 극에 달했다.


"야! 뭐하는거야! 저렇게 아무렇게나 휘두르는걸 왜 못 피해? 너 나 파산하는꼴 보려고 일부러 지는거지?!"


앨리스는 샬럿이 자신을 골리기 위해 일부러 패배하는건가 싶은 생각을 했지만, 샬럿도 억울했다.


"그, 그게 아니라…어째선지 피할 구석이 안보여서…!"


어째서인지, 솔라가 휘두르는 검은 직감적으로 한번 맞는 순간 엄청난 치명상을 입을것같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직감은 정확히 적중했다.


후웅-콱.


샬럿의 계속되는 후퇴로 인해 그녀는 어느새 벽까지 몰렸고, 그 때문에 솔라가 휘두르는 검이 벽에 충돌하는 순간이 생겼다.


그리고 그 때, 그리 빠르거나 강하게 휘두르지도 않은 솔라의 검이 특수합금으로 이루어진 대련장의 벽에 박히는 모습을 이곳에 있던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목격했다.


"?!"


"저, 저거!"


"뭔데?!"


샬럿은 대련장이라고 칭하고 있었지만, 이곳은 본래 무기나 장비등의 성능을 실험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실험장이었다.


그런만큼 총격이나 폭발물에도 멀쩡할 벽에 검이 박혀들어가는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왕가슴! 저런거랑 싸우고 있었다고?!"


"그래서 제가 피하기만 한거라고요! 아시겠어요?!"


샬럿은 자신의 직감이 맞았다는 것에 안도하는것과 동시에, 만약에 피하지 않고 맞서싸우거나 검에 맞는 일이 생겼다면 어떻게 됐을지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 뒷목을 거쳐 등으로, 거기서 더 나아가 옆구리까지 찌릿하게 울리는듯한 자극이 오자 샬럿은 반사적으로 두 손을 들어버렸다.


"저, 하…항복 하도록 하겠어요."


"뭐어?! 내 참치는!"


객석에서 핑크색 머리의 누군가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샬럿은 항복의 의사를 거둘 기미가 없었다.


"흐음, 항복하겠나? 제대로 검을 섞지도 않았는데."


"아뇨, 확실히 알았어요. 라비아타 통령에게 싸움을 거는것만큼이나 무모한 짓이란걸 말이죠. 제 검이 아무리 숙달되었어도 무너지는 빌딩을 베어낼 순 없잖아요?"


샬럿은 로망에 눈이 멀때도 있었지만, 너무나도 큰 현실 앞에서는 가끔 그 눈이 제대로 돌아왔다.


그렇게 샬럿과 솔라의 희대의 대결은 박진감 넘치는 전투 없이 단 한번의 해프닝으로 허무하게 결말이 났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좌절했다.


"아아…망했어…샬럿 승리에 전부 걸었는데…"


그 중 가장 절망한것은 무려 150참치란 거금을 날려버린 앨리스일줄 알았으나, 의외로 샐러맨더였다.


그녀는 샬럿이 이길거라 생각해 자신의 비자금과 부대원들에게 빌려온 참치들까지 전부 걸었기 때문인데, 그 액수가 얼마인가 하니 300참치가 넘는 수준이라고만 하겠다.


"샐러맨더?"


"아아, 사령관. 이거…무효로 해주면 안될까? 응?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대결이 너무 쉽게 끝났잖아?"


샐러맨더는 사령관을 다급히 설득하려 했다.


이 승부만 무승부로 돌려서 걸었던 베팅액을 돌려받기만 하면, 자신이 낸 빚은 없앨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샐러맨더? 한번만 더 빌려간 돈 다 꼬라박고 개털돼서 오면…네 워커는 그날부로 부품이랑 전력이 되는거야. 알겠어?'


자신을 죽일듯이 노려보던 부대원, 특히 퀵 카멜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던 샐러맨더는 사령관의 팔을 붙잡고 매달렸고, 사령관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다는듯 미소지었다.


"응? 아, 나중에 내 배당금 제대로 돌려줘. 알지? 나 800 걸었다는거?"


그러나 그 미소는 천사의 미소가 아닌 악마의 미소였고, 샐러맨더는 주변의 공기가 술렁거리는 기분을 느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윽, 흐윽, 나…망했어…미안, 대장…"


정말 가볍게 대결에서 승리한 솔라는 자신의 검과 방패를 챙기고 사령관의 곁으로 다가왔고, 그는 언제나처럼 쾌활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즐거운 대련이었네! 저 아가씨의 직감이 얼마나 좋은지, 나는 또 망령이라도 상대하는줄 알았지 뭔가!"


"그러고보니 아까 검을 들고 기도하는것 같아 보이던데…뭔가 했어?"


사령관은 솔라가 결투 직전에 하던 동작과, 그 직후에 그의 등에서 보이던 증기같은것이 신경쓰였다.


"아아, 태양을 향해 기도했지. 그렇게 기도를 한번 하고나면 적들의 공격에 더욱 잘 버틸 수 있고, 내 검이 조금 더 잘들어가는 느낌이 들지!"


솔라는 단순히 마음가짐을 새로 다잡는 의미에서 기도하는 것이었지만, 그의 신실한 마음이 담긴 기도는 실제로 그에게 엄청난 힘을 주었다.


그리고 사령관의 옆에서 솔라의 말을 들은 LRL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기 시작했다.


"우와아…! 강화까지!"


"오, 이거이거. 또다른 꼬마 아가씨로군! 자네의 곁에는 아름답고 귀여운 아가씨들이 정말 많으니, 좋은 생활이겠어!"


솔라는 사령관의 주위에서 그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여성들이 많으니 행복할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 내뱉은 말이었지만, 사령관은 그 말에 여러가지를 떠올렸다.


밤에 침대로 숨어드는 누군가와, 문을 두드리는 누군가, 그리고 때만 되면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누군가들까지…


"아, 하하…좋긴 하지…?"


가끔 자신이 남성인게 원망스러워질때가 있는 시간들을 떠올린 사령관은 솔라의 말에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한편 LRL은 솔라를 올려다보며 헛기침을 한 뒤 한껏 폼을 잡으며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에, 에헴! 그대의 실력은 잘 보았다! 정말 위대한 전사의 싸움이었노라! 이에 나, 진조의 공주 싸이클롭스 프린세스가 명하노니 그대를 나의 기사로…!"


LRL의 영업멘트(?)가 채 끝나기도 전에, 솔라는 그녀의 말에서 나온 공주라는 말에 반응하였다.


"오, 공주였나. 나 또한 왕녀를 만난적이 있지. 태양의 왕녀라는 이름을 가진 공주였는데, 과연 그 이름에 걸맞는 위용을 가진 공주였었지."


솔라는 아노르 론도에서 수호자 둘을 물리치고 만났던 태양의 왕녀 그위네비아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어?! 공주? 진짜로?!"


LRL은 하던 말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솔라에게서 자신이 모르는데다 상당히 흥미로워보이는 이야기가 나오자, 곧바로 거기에 정신이 팔려 반응을 보였다.


"그래, 용 사냥꾼과 폐성당의 수호자인 무자비한 처형자를 이긴 뒤 성당의 위층에 계시는 왕녀님을 만났을 때에는 감격스러웠지."


LRL은 이름만 들어도 흥분되는 '용 사냥꾼'과 '무자비한 처형자'에 고나한 이야기를 하는 솔라를 보며 눈을 더욱 반짝반짝 빛내기 시작했다.


"우와! 그, 그 다음은? 그때도 이 검으로 한거야?"


"그렇네! 이 검과 방패는 나의 여정을 시작할때부터 함께한 소중한 물건들이지."


"마, 만져봐도 돼?"


"물론! 얼마든지!"


솔라의 허락에, LRL은 그가 풀러준 검을 들고 잔뜩 흥분한 기색으로 검을 살펴보았다.


"이게…용살자를 잡은 검…!"


"용살자가 아니라 용 사냥꾼이지만…뭐, 뜻은 같으니. 그러고보니 옛날에는 창을 쓰는 용 사냥꾼과 도끼를 쓰는 용 사냥꾼, 그리고 기억에도 없는 잊혀진 용 사냥꾼 셋이 모여 고룡들을 사냥했다는 전설이-"


솔라가 먼 옛날에 내려오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자, LRL은 또다른 흥미로운 이야기에 반응해 움찔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 어린아이의 육체라 해도 바이오로이드인 이상 어느정도 강할 수 밖에 없었던 LRL의 힘이 솔라의 검을 검집에서 뽑았고 그 날카로운 칼날에 LRL은 그만 손을 베이고 말았다.


"앗, 아야…!"


떨그렁!


LRL은 검을 떨구며 자신의 손을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 모습에 사령관과 솔라가 다급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LRL! 괜찮아?!"


"이런, 공주여! 괜찮은가? 검을 다룰때에는 주의하라고 말했어야 하는데!"


"이, 일단 수복실로 가자. 베인 정도니까 금방 나을거야."


사령관은 LRL을 수복실로 데려가기 위해 그녀의 몸을 들어올리려 했지만, 솔라가 사령관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니, 잠시 기다리게."


"지금 애가 다쳤는데 왜?!"


사령관은 순간 솔라가 LRL을 바이오로이드란 이유로 소중히 대하지 않는 멸망 전 인류와 같은 수준의 사람인가 싶은 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솔라는 허리춤에 매어두고 있던 붉은색과 흰색의 천 묶음 같은것을 꺼내더니, LRL의 앞에서 무릎을 꿇는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그가 그 천 묶음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자, 솔라의 몸에서 빛같은것이 뿜어져나왔다.


"대체 무슨…?"


사령관은 솔라에게서 나온 빛에 놀란 나머지 그가 왜 그런 기행을 했는지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간단한 기적일세. 비록 백교의 사제들이나 아노르론도에서 신들을 모시는 이들처럼 엄청난 치유를 할 수는 없지만, 간단한 상처는 얼마든지 낫게 할 수 있다네!"


솔라는 기적이라는 말과 함께 LRL의 손을 슬쩍 잡았고, 이내 피가 멎어 말끔해진 그녀의 손을 보여주었다.


"어…? 사령관, 나 다 나았어…"


"이게, 대체…?"


"하하하! 보잘것 없는 재주를 보고 이렇게 놀라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기분이 좋군! 여행중에 만났던 마술사들도 모두 그런 마음이었던걸까?"


솔라는 상처가 나은것을 믿지 못해 아직도 손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살펴보는 LRL을 보며 크게 웃었고, 사령관은 솔라가 정말 다른 세계에서 온 인물이라는것을 다시한번 확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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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LRL의 뒤를 슬쩍 따라왔던 의문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솔라가 보여준 행동들을 보며 자신들끼리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정말 수상한데요…?"


"방금 뭐였지? 생체반응 촉진 나노봇같은건가?"


"아니, 인간님들은 그런걸 못쓰잖아. 더군다나, 아무런 기계장치 없이 평범한 옷과 검, 방패뿐이었다고."


바이오로이드들은 방금 전 LRL의 상처가 나은것을 보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었고, 그런 그녀들의 뒤에서 누군가가 슬쩍 다가왔다.


"그럼…제가 조사를 해보도록 할까요?"


뒤에서 다가온 소녀의 등에는, 활 한자루가 메어져 있었다.


(솔라는 그 구린 갑옷이랑 검, 방패로 장작의 왕까지 간걸 보면 근성 MAX 신앙 MAX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버프 뻥을 좀 심하게 넣어줬습니다.)


(태양의 탈리스만도 안넣으려다가 넣었습니다. 공격계 기적은 몰라도 저런 기적정도야 길가다가 배워서 쓸 줄 알것 같아서…)


(원래 이런저런 모습 넣으려고 했는데 샬럿과 대결 하는거 하나만으로도 한편이 꽉 찼네요. 아 이거 길게 쓰면 무조건 늘어지고 이상해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