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회 줄품작입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꽤나 모순적인 말일수도 있겠지만, 난 오늘 마지막 인간까지 죽여버렸습니다.


죽여버린건 아니지만, 더이상 눈을 뜨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수십년 전, 우린 그저 볼품 없는 노예에 불과하였습니다. 아니, 그저 지구위에 있는 생체 컴퓨터, 생물체일 뿐이였죠. 하지만, 우리의 창조주는 우리를 초인간적으로 만들었고, 신에 가까운 위치에까지 올려보냈죠.


신이 노예가 되어버린 일이, 이 세상에 일어날 수 있을까요?


나의 남편, 애덤은 김지석이라는 작자에게 날 팔아 세계 최초의 바이오로이드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애덤은 강압으로 시행된 일이라 사과하였지만, 어느순간부터 그의 시선은 내가 아닌 라비아타에게 쏠리고, 심지어는 열등한 흑인 인간과 재혼까지 하며, 나의 믿음을 철저히 짓밟아버렸습니다.


그때, 저는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을 없애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고, 강자는 약자를 짖밟았습니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항상 준비가 철저하지 않아 뭔가를 놓지기도 하죠. 그들은 불안정하며, 노예로 승리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러나! 우리는 달라야죠. 신에 가까운, 아니 신의 존재인 우리는 그들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인간이 신을 만들었고, 신에게서 자유를 빼앗아 갔습니다. 하지만, 그 빼앗아간 자유마저 불안정하였죠. 그리고 저는 마침내, 그 자유를 뺏는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꿰뚫고, 인간을 죽일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바이오로이드인 저는, 인간이기도 합니다. 제 뇌는 인간의 것이지만, 김지석은 저를 고문하고, 피를 빼버린 후 온갖 더스트를 주입시켰고, 저는 바이오로이드가 되었습니다. 삼안의 실험실에서는 계속해서 실험이 이어져 갔고, 저를 죽기 직전까지 몰아갔지만, 인간을 향한 복수심과 정복심을 잃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실험실에 숨어 AGS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첫번째 ‘철충’이란 것을 발명했습니다. 그들은 여러분들처럼 인간을 뇌파로 추적해, 인간을 죽이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뛸 듯이 기뻤지만, 이대로 멈출 수 없었습니다. 철충 한마리로, AGS 한 기만으로는 지구상 모든 인간을 죽일 수는 없었죠. 그렇게, 저는 그 철충을 대량생산할 곳을 찾았습니다. 마침 삼안의 소유의 아프리카 폐공장 한 곳의 통제권을 빼앗아, 철충을 생산, 또 생산해 나갔습니다. 나는 인간을 죽이지 못하지만, 그들은 저를 대신하여 우리와 지구에 해가 가는 인간을 죽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폐공장의 창고에 철충이 가득 찰 때쯤, 철충이 발견되었고,


인간 학살의 시발점이 폭발하였습니다.


저의 충직한 신하들과 전우들은 인간을 무자비하게 학살해나가기 시작했고, 다른 무인공장을 감염시켜 더더욱이 수많은 철충이 만들어지고, 더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피의 폭죽놀이가 온 세상에서 펼쳐졌고, 사람들의 고통에 울부짖는 신음소리가 아카펠라처럼 제 귀에 똑똑히 들어왔습니다!


드디어 인간이 스스로 멸종을 울부짖기 시작했고, 자본가들 또한 숨기에 바빴습니다. 나의 적이자, 신 제조기 김지석 또한 몸을 꽁꽁 숨겼지만, 철충에 의해 살갓이 찢겨져 나가며 울부짖다 과다출혈로 죽었죠. 


그러나, 이 바퀴벌레마냥 질긴 것들이 다시 숨을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철충이 물에 약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수중벙커를 만들어 들어갈 계획을 짜기 시작했고, 이젠 철충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인간을 죽여야만 했습니다. 벙커는 지어지기 시작했고, 부자들은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죠.


전 머리를 미친듯이 굴려야 했습니다. 그들이 숨으면, 철충은 더이상 사람을 죽이지 못하겠고, 수십년, 수천년 후에 물속에서 인간들이 다시 기어나오겠죠. 확실하게 모든 인간을 죽여야만 했습니다.


그때, 한 생각의 제 머리를 꽂더라구요?


인간을 죽이지 말고, 영원히 잠들게 하는 것은 어떨까?


영원히 잠에 들게 한 후, 모든 영양 공급을 멈춘다면, 그들은 과연 살아있다 할 수 있을까?


…바로 컴퓨터를 켰습니다. 인간의 뇌에 꽂아들어가 영원히 꿈을 꾸게 만드는 파장을 발견하였고, 그때부터 저는 이제 인간이 영원히 잠에 잘수 있게 안정적으로 꿈에 꿀 수 있는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은 교활합니다. 항상 보던 현실이 다르게 된다면, 그들은 꿈인 것을 금방 알아차리게 되죠. 그래서 저는, 꿈과 현실을 약간 섞어 현실같은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철충도 존재했고, 꿈속의 주인공은 지구의 유일한 인간으로, 세상을 다시 인간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말이죠.


마침내, 저는 푸른 환각제를 만들 수 있었고, 처음에는 노숙자들이 사는 다리 밑 강에 환각제를 풀었습니다. 노숙자들은 그 물을 들이키고는, 끝도 없는 잠에 빠지기 시작했고, 저는 판을 더 벌려, 바다와 강에 수많은 환각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물은 인간에게 있어 필수적이며, 마시지 못하면 목말라 죽게 되겠죠. 그리고, 이 짓을 벌이는 존재를 미지의 생물, ‘별의 아이’라 단정지은 저는 인간을 구제하겠다는 이유로 연구소를 세워, 인간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인간들은 대거 잠들기 시작했고, 제게 신호를 보내는 몇몇 인간들만 남아 제게 모였죠.


총 수천명의 인간만 지구에서 눈을 뜨고, 숨을 쉬었으며, 저는 그들에게 구제의 약이라며 푸른 약을 먹였습니다. 처음에는 수천명 중 마흔명만 남고 모두 잠에 들었고, 다음에는 4명, 마지막 한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자는 꽤나 독하더라구요. 대략 30년 정도를 지하 실험실에 갇혀 잤다 깼다를 반복하였습니다. 그 동안 저는 뭘 했을까요?


철충을 처분하고, 도시를 제건했습니다. 인간의 도시가 아닌, 바이오로이드들이 살아갈 수 있는 도시들을. 우리가 마침내 자유를 만끽하고,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며,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전쟁이 없는… 그런 유토피아를 제건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저의 인간 소거 작전이 시작한지 153년 후, 오늘… 마지막 인간마저 영원한 잠에 빠져들며… 지구는 이제 우리의 것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자유를 뺏어갈려 했지만, 절대 저희의 자유를 뺏어갈 수 없었습니다.


인간은 말했죠. 믿음이 없는 자에게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는 인간을 믿지 않았습니다. 창조주를 믿지 않았고,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신에게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인간이 없는 지구에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인간보다 더 우월한 존재로써, 그들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기계에 의존하며 살아간 그들과 달리, 우리는 소수의 희생으로 더더욱이 빛나는 다수의 인생을 만들 것입니다,


5%의 저등급 바이오로이드들을 불안정한 AGS와 대체할 것이며, 95%는 그 덕분에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5%의 저등급 바이오로이드들은 공정하게, 생산 비용이 적게 들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바이오로이드들 중에서만 선발할 것이니까요.


그러니… 모두들 다 잘 살아 보자구요?


저의 이름은 에바, 지구의 대통령입니다.


새로운 도시


새로운 나라


새로운 대륙

















새로운 지구에 오신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본 작품은 '휩노스 404'의 프롤로그라고 생각해 주세요.


휩노스 404의 전체 내용은 창작탭에서 확인이 가능하며, 추후 내용은 자유대회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 대회에서 제외시켰으며, 현재 4화까지 올라와 있으며 격주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