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틸라인은 군대 조직이다.


사령관의 검이 되고 방패가 된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그러기에 사령관을 대하는 스틸라인 구성원들의 태도는


대부분 연인이나 주인이라기보다는 철저히 상사를 모시는 부하.


군인은 질문하지 않는다. 다만 실행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령관이 침묵을 지킨 채 책상만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건


그녀들에게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소리다.





뜬금없이 아르망만 데리고 시찰을 온 사령관은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아무런 사전 약속 없는 기습이었기에 대비가 늦었다.


딱 봐도 청소 상태가 불량해보이는 생활관.


몰래 야식먹다 딱 걸린 병들.


그래도 남자니까 안들어가보시겠지 싶은 화장실과 샤워실도 위생불량.


아무리 소완이 타 부대에 파견을 나갔다지만 영 부실해보이는 급식 상태.


[이프리트 병장 위로 다 모여.]라는 사령관 아니 사신의 선고에 이프리트는 몸을 떨었다.


혹시 대포로도 자살이 되려나. 포탄 하나 불출되려나.





억겁처럼 느껴지는 시간.


자리에 앉아있는 사령관 외에는 전부 부동자세로 서 있다.


드디어 사신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마리."


"옜!!!! 사령관님!!!"


"저녁이니까 목소리 크게 내지마."


"예....사령관님."


"오늘 내가 본 게 다 현싷이야?"


".....................시정하겠습니다."


"마리는 알고 있었어?"


"........................"


"보고체계가 좀 잘못되어 있는 것 같네."


그러면서 사신의 시선이 스틸라인 간부들에게 하나하나 꽂힌다.


평소에는 당당하기 그지없던 스틸라인의 지휘관들이지만


지금은 그저 두손두발 묶인 채 사냥터에 던져진 사냥감 신세.


사신의 시선을 제대로 받아낼 수 있는 간부는 없었다.


"..........오늘 스틸라인은 좀 많이 실망스럽네."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병사들 청결. 생활관 숙소환경 개선. 식단영양 개선. 다 신경써."


"알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프리트 병장."


"예..옜!!! 병장 이프리트!!!"


"이 모든 걸 간부들이 다 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


".............................."


"이프리트 병장이 도와줄 수 있지?"


"최...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지금 계급만으로는 부족하지?"


"................................"


"부족하지?"


이프리트를 바라보는 사령관의 시선은 따뜻하고 목소리는 상냥했지만


수많은 시선들이 자신에게 꽂히는 건 분명히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압박. 또 압박. 그녀가 도망칠 곳은 없었다.





"............부족합니다."


"그래. 임펫 중사가 데리고 다니면서 많이 가르쳐줘. 조만간 진급식도 하자."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사형 집행 완료.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