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거모음


대망의 데이트(?) 당일.


유미는 오메가빌딩의 입구 앞에서 불안해하고있었다.

'어떡하지…진짜로 어떡하지…?'


그녀의 눈에는 미소지으면서 바깥을 쳐다보고 있는 최지가 보였다.


"흐~음! 좋은 날씨야…산책나가기 정말로 좋은 날씨…!"


지금 바깥은 먹구름이 가득 껴 흐린데다가 번개라도 칠것처럼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연신 들리고있었고, 바깥을 걸어다니는 바이오로이드들은 그것을 보고 비가 올것이라고 확신하는듯 대부분이 우산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날씨를 보며 최지는 산책가기 좋은 날씨라고 웃고 있었다.


'…일단 미친건 맞는것같아!'


그녀는 어제 본인이 오르카 저항군과 내통했던 기록과 통신채널, 펙스가 관리하는 시설들의 취약점을 종합한 정보가 담긴 파일을 모두 최지에게 빼앗겼다.


최지는 그것을 오메가에게 보고하거나 그녀의 약점으로 잡는 대신, 그 모든것을 자기가 가지겠다고 했다.


-오르카와의 통신, 펙스 내부의 취약 정보. 그 모든걸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유미씨는 그저 저를 대신해서 통신만 해주시면 됩니다.


본인이 모든 증거자료와 활동들을 가져갈테니, 그저 통신만 맡아달라 말한 최지.


유미는 그런 최지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의 행동에 거리낌이 없고 무엇인가 생각하는듯 가끔 말 없이 허공을 응시할 때가 있었으므로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 그에게 상해를 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살의를 내비친 소완이 그가 허공을 바라볼때 황홀한 표정을 지을때…


'새로운 계책을 떠올리고 계시다니…아아, 참으로 멋진 분…!'


같은 반응을 보였기에 유미는 일단 저 남자가 뭔가를 꾸미고 있는게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오메가에게 먼저 최지에 대한 사항을 고자질할까도 생각했지만, 최지는 펙스 난민들의 대탈주 이후 발견된 인간.


그 이전에 있었던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 할 수 없었기에 유미는 그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외통수에 몰렸다.


최지의 입장에서는 그녀의 약점을 캐낸것이었으니 그가 내통자라고 함께 자폭으로 끌고들어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를 따르기엔 그녀의 약점이 너무 많이 잡혀있었다.


결국, 유미는 모든것을 포기하고 최지의 말을 따르는 충실한 부하가 된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늘, 최지는 오메가와 데이트…?를 간다며 그녀에게 업무처리를 부탁해왔다.


'오메가와 데이트라니, 미친거 아닌가? 아니…예전에 보였던 광기라면 가능할지도.'


오메가는 무의식중에 최지가 자신에게 보이는 집착을 모른 척하고 있었지만, 유미는 제 3자였기 때문에 최지가 오메가에게 이상할정도로 집착하는걸 알고 있었다.


'설마…진짜 첫눈에 반해서 저런다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에이, 아닐거야. 해봐야 이용하거나…신뢰를 쌓으려고 그러는거겠지. 데이트는 단순한 명칭이고. 아니…생각하지말자. 생각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져.'


유미는 그에 대해서 더이상 생각하기 싫었기에, 그저 그가 1초라도 빨리 시야에서 사라져주기만을 바랐다.


오늘 대리로 처리하기를 부탁받은 2시간분량의 업무가 일주일치라도 좋으니, 그저 보기 싫은 두 인물이 없어져주기만을 희망했다.


그리고 그녀가 그런 생각을 했을 때, 그녀의 뒤에서 보기싫은 인물 중 하나가 나타났다.


또각, 또각-!


오메가빌딩의 로비를 울리는 구두소리.


그 구두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익히 아는 유미는 뒤를 돌아보며 자신의 마음속 외침을 내뱉지 않게 주의했다.


'하아, 빨리 없어져줬으면 좋겠-'


"…다?!"


그러나 그녀가 본 광경은 충격적이었기에, 그만 마음속 외침의 끝부분을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다.


유미는 오메가가 평소에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오만한 표정을 한 채로 나올거라 생각했던 유미였지만 오메가는 평소의 옷차림이 아니었다.


상의는 평소의 그것이었지만, 상의와 거의 하나와도 같은 형태로 허벅지 위에서 끝나는데다 깊게 파여 입지 않은것처럼보이던 그 치마 대신 골반에 걸치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상의도, 평소에 입던 정장처럼 생긴 상의 위에 얇은 가디건을 입고 있었다.


그야말로 오메가답지 않은 복장이었지만, 오메가가 그 복장을 입은 이유는 그리 오래지않아 밝혀졌다.


"…당신, 난 비가 와서 젖는건 싫고 바닥에 고여있던 물이 내 피부에 닿는건 더더욱 싫으니 비가 왔을때는 끝내줬으면 좋겠어."


지금 기상상태는 언제 비가 오더라도 이상하지 않을정도로 흐린데다 뇌우의 위험성까지 있는 상태.


오메가가 비에 젖는것과 빗방울이 튀는것을 극도로 싫어했기에 저런 복장을 입었다고 하면 납득이 가는 선택이었다.


청바지는 비록 그녀의 튼실한 허벅지와 종아리에 딱 달라붙는 형태였지만 발목까지 확실하게 덮고 있었고, 가디건은 상체를 덮기에 충분한 크기였으니까.


그리고 오메가가 불평과 함께 입구 앞으로 다가오자, 최지는 웃으면서 그녀를 맞이했다.


"걱정마세요, 비가 올일은 없으니. 그보다…평소와 다른 차림이라 그런지 매력적이시네요."


최지는 그녀가 청바지를 입고 나온것이 놀라운지, 진심으로 감탄한듯 얼굴에 웃음이 활짝폈다.


하지만 오메가는 그런 그의 말이 마음에 안든다는듯이 투덜거렸다.


"흥, 입에 발린 말을 하네? 할거면 차라리 제대로 할 것이지. 매력적이라는 말 한마디로 끝낼거면 안하느니만 못하지."


"그렇다면 제대로 말씀드릴까요? 3분정도 걸릴텐데."


오메가는 최지의 능력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그가 진짜 한다면 오만한 그녀도 부담감을 느낄정도의 찬사를 3분넘게 쏟아낼 것 같았기에 손을 내저었다.


"…됐어! 빨리 나가기나 하자고. 빨리 끝내고 돌아와서 업무를 끝내야 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레이디."


최지는 그녀를 위해 출입구 앞으로 다가가 문을 먼저 열었다.


"하, 레이디라고? …썩 나쁘진 않네."


오메가는 입가에 아주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런 최지를 따라 밖으로 걸어나갔다.


유미는 오늘의 외출을 위해 최지가 요청한 차량이 도착한 것을 보았고, 최지가 그 문을 열어주고 오메가가 아주 자연스럽게 거기에 타는 모습도 보았다.


"…괜찮으려나."


그녀가 최지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을 때, 오늘 그녀와 함께 업무 처리를 맡기로 한 콘스탄챠가 다가왔다.


"비서실장님? 주인님께서 맡기고 가신 업무가 남아있어요. 얼른 처리하도록 하죠."


"…후우, 가장 급한건 뭐죠?"


유미는 콘스탄챠와 함께 일을 처리하기 위해 그녀에게 현재 밀린 업무들을 건네받았고, 유미는 대부분 업무를 콘스탄챠에게 맡기려 했다.


'대충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면 되겠지. 어지간한건 메뉴얼대로 하라고.'


"주인님께서 대부분 정리해주고 가시긴 했는데, 우선은 북서부지역의 공장 추가신설에 대한 건이에요. 다른 부분은 몰라도 인화성물질 보관장소를 규정대로 처리할 거리가 안나와서…"


"알아ㅅ…"


하지만 콘스탄챠가 제일 먼저 꺼낸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유미는 알아서 처리하라는 말 대신 직접 지시를 내렸다.


"그건 대충 공장 옆에 붙여서 처리하세요. AGS들이 통제하는 자동공정이니까 필요없어요. 그쪽은 부지개간부터 해야해서 시간이 오래걸려요."


"네? 그래도 규정이…"


콘스탄챠는 아무리 그래도 규정은 지켜야한다고 말하려 했지만, 유미는 그 부분에 대한 조치를 최지에게서 정확히 '명령'받았다.


"어차피 포세이돈쪽에 정해진 수량만 맞춰주면 상관없어요. 게다가 주 생산공장은 내륙쪽에 설치하니, 그쪽은 정비소개념으로 두는거에요. 인화성 물질도 많이 없을거고."


"아,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처리하도록 할게요."


오늘 데이트를 나가기 전, 최지는 유미에게 업무처리에 대한 당부를 몇가지 했었다.


'북서부, 워싱턴에 다녀왔었지? 거기에 설치할 공장에서 인화성물질을 공장에 가까이 붙여줘. 안전규정이랑 대규모 토목공사에 관련된 안건이니까 결재가 올라올거야. 거기서 규정을 무시하라고 해. 인화성 물질의 양도 적고 규정대로 하면 납기일을 못맞춘다고.'


'왜 그런 조치를…?'


'오르카호가 치고 빠져야하니까. 인화성 물질이 있는 창고에 폭탄 하나만 던져줘도 공장이 통째로 날아가지 않겠어?'


'……!'


'어차피 내륙에 공장이 더 많기는 하지만…포세이돈쪽은 엿좀 먹는거고, 펙스는 체면 좀 구기는거고, 오르카 호는 실적 하나 쌓는거고. 괜찮잖아?'


'………'


그녀는 최지의 계획에 순간 소름이 돋았고, 그를 적으로 돌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대체 왜 데이트를…"


하지만 어째서 오메가와 데이트를 하는건지에 대한 의문은 없앨 수 없었다.


"네?"


"아니, 아무것도."


유미는 콘스탄챠의 질문을 무시한 뒤,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윗층의 비서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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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 오메가눈나와 데이트다!


유미한테 제대로 처리해야 할건 대충 다 얘기해주고 왔는데, 뭐 알아서 처리하겠지?


그보다 오메가눈나가 청바지를 입다니, 아 이건 가능이다.


대충 5연속정도로 가능하다 이건.


게임에서 스킨이 가리면 가릴수록 꼴리던 이유가 있다니까?


옷으로 다 가렸지만 다리 형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스키니진에, 노출도가 조금 있는 섹시한 비서복장에서 가디건으로 덮으니까 평상복같아서 진짜 제대로 꼴린다.


"…후후."


아, 무심코 웃음이 새어나갔다.


"뭐가 그렇게 웃긴거야?"


가만히 앉아서 창밖으로 4.3초정도 보고 내 뒤통수를 1.4초정도 보는걸 반복하던 오메가눈나가 내 웃음소리에 신경이 쓰인건지, 내가 웃는 이유를 물으신다.


어후 제가 괜히 신경을 쓰이게 했네요.


하지만 나한테 말을 걸어주시다니, 그것도 나름대로 좋아…!


"아뇨, 그냥…오메가님이랑 둘이서 시간을 보내는게 좋아서요."


난 언제나 거짓없이 솔직한 직구의 남자다.


오메가눈나와 같은 공간에서 단둘이 같은 공기로 숨쉬고 대화를 나눈다니. 안좋을리가 없잖아!


"미리 말해두지만, 둘은 아니야. 이 주변에 경호 AGS가 깔려있는건 알지?"


"알지만, 지금 이 차에는 단 둘이 타고 있으니까요."


내가 운전담당이고, 오메가눈나가 뒷자리에 앉아계신다.


안전벨트도 채워드리려고 했지만 벨트는 차량에서 자체적으로 알아서 채워지더라.


망할 첨단문물녀석, 죽어버려라.


"당신, 지금 굳이 따져보면 기사같은 포지션인거 알아?"


네 당연하죠.


아니 내가 모셔야하는데 인공지능이랑 AGS기사나 바이오로이드 기사한테 맡겨야하나? 내가 직접 운전해야지!


참고로 나는 1종보통면허 소지자다.


후후후, 한때 군대 운전병으로 복무했던 남자라고.


물론 포병부대에 별도 포대운영 없이 본부포대와 통합막사라서 운전은 개뿔 매일 작업만 쳐 했지만.


"옆자리에 계시든, 뒷자리에 둘이 앉든, 중요하진 않습니다. 그냥 함께 나왔다는것만으로도 좋은걸요."


"…뭐가 좋다는건지."


오메가눈나는 나랑 대화하는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건지, 대화를 중간에 끊고 작게 중얼거리시며 다시 창 밖을 바라보기 시작하셨다.


아, 젠장. 아까처럼 내 뒤통수를 바라보지도 않으신다.


아아 젠장, 좀 더 재밌게 말했어야하는데.


너무 직설적으로 내 감정만 말했나?


유미한테 부탁해서 코딩이랑 해킹배울때 커뮤니케이션 방법도 좀 배워야겠다.


소완은 맨날 자기혼자 이해하거나 내 말에 고개 끄덕이는것만 할 줄 아는 과잉충성이니까, 좀 다른사람이랑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려면 유미한테 가야겠지.


애니멀 커넥터처럼 나랑 오메가눈나 사이의 대화를 커넥트시켜줘, 유미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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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는 여러모로 심란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이 뭐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한가롭게 외출에나 어울려줘야한다니.'


창 밖을 보자, 거기엔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먹구름이 보였다.


구름이 부딪히며 나는 작은 천둥소리는 오메가빌딩의 특출난 소음방지시공덕분에 들을 수 없었지만, 일단 구름의 상태만 봐도 비가올것같았다.


"하아, 비가 오는건 싫은데."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하루빨리 외출을 끝내기 위해 바깥으로 나가려했다.


이미 최지와 유미가 아래층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기에, 그저 빨리 나가서 빨리 끝내고 돌아오려했지만 지금 입고 있는 복장이 신경쓰였다.


화장이나 머리손질등의 관리는 아침에 끝냈으니 외모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문득 바깥으로 나가려던 순간, 자신의 복장이 평소에 입던것과 똑같다고 생각했다.


"…나도 간만에 나가는거니까, 기분전환을 좀 해야겠어."


알래스카에 갈 때에도 지금 입은 이 복장 그대로 갔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생각지못한채 집무실 옆에 마련된 자신의 방에서 옷장을 열었다.


원래는 회장이 쓰는 간이 침실과도 같은 곳이었고, 오메가빌딩에 있는 호텔 객실과도 같은 크기에 설비까지 동일하게 갖춰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의 옷장에는 그녀의 옷들이 보관되어있었지만…대부분이 지금 입은 비서복장이었다.


"…대부분이 똑같다니. 입을 옷이 없잖아?"


물론 그녀가 자신이 입는 비서복장을 좋아하는것도 있고, 그 비서복장들이 전부 최고급 소재와 기술로 만들어져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고는 해도 옷장의 대부분을 같은 옷이 차지한것에는 약간의 실망감을 느꼈다.


"아니, 무슨 소리야. 입을 옷은 많아. 종류가 다양하지 않을뿐이야. 다른게…"


물론 그녀가 입을 다른 옷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겠지만, 여기는 집무실의 옆에 있는 방이었기에 그녀의 정식 거주공간도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찾을 수 있었던 옷은 몇개 없었다.


하의로는 청바지 하나와 색깔만 분홍색이지 지금 입은것과 같은 치마, 정강이 아래까지 오는 롱 스커트.


상의로는 가디건과 모피코트, 울 스웨터가 있었다.


"…겨울때 입었던 것들인가?"


아무리 난방을 잘 한다 하더라도 그녀가 집무실에 가만히 있을때에는 가끔 쌀쌀함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난방을 너무 뜨겁게 올려버리면 더위를 느꼈기에, 그녀는 적당히 선선한 온도를 유지했지만 그래도 창문을 통해 냉기가 침투하는건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겨울용 의복들…이지만 어지간해서는 청바지를 입거나 롱스커트를 입고 업무를 진행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리고 의식하지 않게.'


오메가는 아래층으로 빨리 내려가야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으므로, 최대한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 옷을 빠르게 골라 갈아입고 내려갔다.


그 결과, 청바지와 가디건을 입은 상태로 최지에게 갔고 그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감탄하자 오메가는 간만에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오만함이 자극받는것을 느꼈다.


'훗, 그래. 이거였어. 나를 바라보는 선망의 시선…'


그녀는 그런 그의 시선을 즐기며, 무심코 옷을 갈아입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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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밖을 나서고, 그 사람은 차량을 대기시켜 놓은 뒤 나에게 뒷자리 문을 열어줬다.


그래도…기본적인 매너는 있는 모양이네. 하긴, 비서 업무를 그렇게 잘하는데 그정도 상식이나 능력은 있겠지.


물론 내가 뒷자리에 탄 뒤 문을 열고 있긴 했지만, 벨트가 채워지자 문을 닫았다.


…설마 벨트 착용까지 확인한거야? 자동으로 채워지는건데?


그리고 그 사람은 기사 없이, 스스로가 운전하려는듯 운전석에 올랐다.


같이 외출을 가자고 해놓고, 옆에 안타고 본인이 운전을 한다고? 괘씸…


아니, 비서잖아. 비서가 운전을 할수도 있지.


그리고, 그 사람…최지는 뜻밖에도 운전을 잘했다. 왜지?



왜 잘하는거지? 20년은 운전해온 사람처럼 엄청 부드럽게 운전하잖아?


아니, 신경쓰지 말자. 창 밖이나 바라봐, 오메가. 이왕 나온거잖아.


네가 완전히 장악하고, 펙스의 발 아래로 둔 아메리카 대륙이야.


예전엔 생각도 못했던 일을, 너 스스로 해낸 결과물이야.


거리를 다니는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너와 회장님의 소유물이고, 그 아래에서 최선을 다해 일할 노예들이라고.


그래…저 남자처럼 일을 잘 해줄 그런 노예들이야.


비서로서의 업무능력에, 운전까지 잘하는…아니, 아니야. 왜 저 남자를 보는거야?


다시 바깥을 보자. 바깥을 봐.


그렇게 몇번정도 바깥을 의식하기 시작하자, 그 남자에게서 의식이 조금 멀어졌다.


하지만 어느순간 그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나는 의식하기도 전에 그 남자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웃긴거야?"


분명 예전같으면 웃거나 울거나 신경쓰지 않았을텐데, 나는 왜 그걸 물어본거지?


그리고 그 남자는 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뇨, 그냥…오메가님이랑 둘이서 시간을 보내는게 좋아서요."


나랑 시간을 보내는게 좋다니, 시덥잖아.


"미리 말해두지만, 둘은 아니야. 이 주변에 경호 AGS가 깔려있는건 알지?"


둘 맞다. AGS가 있다고 해도, 그것들은 기계고 나와 저 남자…우리들은 숨쉬고 살아있는 생명체니까.


다른 바이오로이드들? 그것들은 숨쉬고 살아있긴 하지만 도구들이다. 나와 같은 높은 수준이 아닌…그저 살아있는 도구들.


내가 다른쪽으로 생각을 돌리려고 할 때, 남자는 또다시 나에게 웃으며 대답해왔다.


"알지만, 지금 이 차에는 단 둘이 타고 있으니까요."


…나도 알아, 단 둘이라는거. 강조하지마.


"당신, 지금 굳이 따져보면 기사같은 포지션인거 알아?"


기사가 주인한테 말대꾸를 하는 일은 없어. 물론 기사도 아니고, 주인…아직은 주인이 아니지만.


"옆자리에 계시든, 뒷자리에 둘이 앉든, 중요하진 않습니다. 그냥 함께 나왔다는것만으로도 좋은걸요."


남자의 말을 계속 듣다가는 짜증이 날것 같았기에, 나는 일부러 남자를 무시하고 창 밖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뭐가 좋다는건지."


몸에 열이 오르고 땀이 날것 같다.


평소랑 다르게 더운 복장을 입어서 그런가?


에어컨을 켜달라고…아니, 아니다. 말 걸지 말자. 그냥 조금 참는거야.



창가에는 오메가가 아주 작지만 은은한 미소를 띄고 있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지만, 오메가 본인은 창 밖의 풍경에 의식을 집중하느라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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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최지는 오메가와 함께 이곳에 도착한 뒤 그녀를 내려주었다.


탈때와 마찬가지로, 사모님을 모시듯 극진한 예를 갖춰 문을 열고 그녀가 내릴 수 있게 문 앞에 매트를 깔아주기까지.


"…당신, 이런것도 준비했어?"


"레드카펫이 가장 좋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길이가 모자랄 것 같아서 말입니다."


"할거면 확실하게 하지."


"죄송합니다."


최지가 고개를 숙이자, 오메가는 그가 고개숙이며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나름 정성들였네."


"네?"


최지가 그녀의 말을 잘 못들은듯 되묻자, 오메가는 그를 내려다보며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단호히 말을 꺼냈다.


"아무것도 아니야. 서둘러서 안내해, 나는 바쁜 몸이니까."


"네, 모시겠습니다."


그 이후, 오메가는 최지와 함께 센트럴 파크 내부의 길을 천천히 걸으며 주위 풍경을 감상했다.


센트럴파크는 인류 멸망 이후 관리의 손길이 줄어들어 잘 발달된 도시인근 공원에서 거의 숲에 가까운 형태로 변모해있었다.


그래도 엘븐시리즈의 관리가 있었기 때문인지, 공원은 산속같은 모습을 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책을 갈 수 있을정도로는 정리되어있었다.


자박, 자박-


나무와 나무 사이에 생겨난 오솔길을 걷기도 했고.


첨벙-


오리가 헤엄치는 공원 내 호수를 구경하기도 했고.


삑, 삐익-


가끔은 멈춰서서 나무 위에서 휴식하던 새의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모든 과정을 최지의 옆에서 함께 했던 오메가는 드디어 작은 불평을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당신, 외출하자고 했으면서 하는거라고는 공원구경이 전부잖아. 뭔가 다른계획은 없었던거야? 이럴거라면 차라리 빌딩 내의 정원에서 시간을 보냈지. 뭐하러 여길 온거야?"


오메가의 불평이 쏟아지자, 최지는 작게 미소지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오메가님, 휴식을 취하신적은 있나요?"


평소라면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지 말라며 화를 냈을 오메가였지만, 그의 물음에 그대로 답하기 시작했다.


"휴식? 나는 언제나 필요한만큼 수면하고 업무중에도 쉬는시간을…"


그녀의 대답은 최지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는 제대로 정정하여 질문하기 시작했다.


"아뇨, 그것 말고. 제대로 된 휴식이요. 일터에서 벗어나서 전혀 다른공간에서 가지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의 시간 소비."


그런쪽의 휴식은 취한적이 없었던 오메가는 그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했다.


"…그래서, 지금 나한테 휴식을 주기 위해 여기로 데려왔다는거야? 그것도 비올것같은 날에? 참 대단해. 진짜 휴식을 주려고 했다면 이런 공원이 아니라 다른 장소를 선택했어야지."


그녀는 최지에게 이상할 정도로 까탈스럽게 쏘아붙이고 있었고, 최지는 그런 그녀의 태도에도 아랑곳않고 미소를 유지할 뿐이었다.


"말씀이 전부 맞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뒷부분은 동의할 수 없군요. 일단 지금 비가올것 같은 날씨는 아닙니다."


"뭐?"


최지는 그녀를 데려다가 나무 앞에서 벗어나 언덕과 잔디밭이 펼쳐져있는곳으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하늘을 가리켰다.


"보시죠."


오메가가 그의 손가락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자, 거기에는 방금 전 있었던 먹구름에 구멍이라도 뚫린듯 먹구름들 사이로 맑고 화창한 푸른 하늘이 보이고 있었다.


마치 그들이 있는 센트럴파크의 위에있던 구름만 누가 제거한것같은 모습.


오메가가 그 모습에 놀라고 있을 때, 태양이 구름사이로 빠져나와 그 햇살을 지상에 비추기 시작했다.


태양의 찬란하고도 따스한 햇살은 센트럴파크의 위에 비춰지기 시작했고, 이내 오메가와 최지가 있는 잔디밭에까지 내리쬐기 시작했다.


어두운 주위와 대비되게, 공원의 나무사이로 비치는 햇빛과 물기를 머금고 있다가 빛을 반사하여 반짝거리기 시작한 잔디들은 매우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감상은, 마음속에만 머물지 않고 그녀의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했다.


"…멋져."


"마음에 드시는것 같군요."


오메가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뒤늦게 깨닫고 깜짝 놀랐다.


"아, 아니. 내가 무슨말을 한거지?"


하지만 최지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도 태연하게 조언해주었다.


"오메가님?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서는 솔직해지셔도 됩니다."


자연 앞에 감탄하는것은 당연한 일이니, 부끄러워하거나 놀랄 필요없다는 조언.


오메가는 그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크게 틀리지도 않았고 그녀가 스스로 내뱉은 약속을 꼭 지키듯 본인의 행동을 부정하는 행위도 하고싶지 않았기에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연만큼 아름다운 예술도 없는법이지. 하지만 그걸 당신이 했다고는 믿지 않겠어."


"네, 물론이죠. 우연일 뿐입니다. 그럼…소완?"


최지는 오메가의 말에 동의해주며 슬슬 식사를 해야할 것 같아 소완을 불렀다.


그들의 차량 뒤에서 경호 AGS가 운전하는 다른 차로 센트럴파크에 따라온 소완.


그녀는 주인의 명령에 곧바로 허리를 숙였다.


"네, 주인. 분부하신 식사를 대령하겠사옵니다."


"저 소완은…"


오메가는 뒤에서 대답하는 소완의 정체를 알고 있었고, 그녀가 저지른 전적도 알고 있었기에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러나 최지는 그녀가 보일 반응도 예상한듯, 정확히 그녀가 우려할만한 부분에 대해 대답해주었다.


"걱정마시죠. 제가 함께 먹을 식사니까, 이상한 짓은 하지 않을겁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명령도 했고요. 소완! 명령이다! 내 말에 진실로 대답해! 이번 식사는 레시피대로 조리했고, 이상한 약물이나 독극물 등을 넣지 않았겠지?"


"물론이옵니다, 주인. 소첩은 주인께서 드실 음식에는 그 어떤 해악도 끼치지 않나이다."


"그리고…드실 음식이 있다면 제가 먼저 먹겠습니다. 소완은 제가 먹을 음식에는 그 어떤 해도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으니까요. 이번에 준비하는 메뉴 전부, 제가 먹겠다고 미리 말도 해뒀습니다."


"물론입니다. 소첩은 주인께서 분부하신대로 따랐사오니, '약물'이나 '독'같은건 신경쓰지 말고 편안히 식사를 즐기시옵소서."


거부할 수 없는 인간의 명령과, 꺼림칙하긴 해도 진실대로 한 대답.


최지가 기미상궁(?)을 해주겠다는 말 까지 하자, 오메가는 그가 준비한 식사에 나름의 신뢰가 생겼다.


"좋아, 그럼 그 식사를-"


삐비비빅-!


그녀가 최지의 제안에 응하여 식사를 하려고 했을 때, 최지의 품속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울렸다.


다름아닌 긴급 메시지의 착신음.


직접 보고해야할 상황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한 것은 최지였지만, 그는 중요한 순간에 방해가 들어오자 화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화를 참고 그 메시지를 확인한 최지는 그 내용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죄송하지만, 돌아가야할 것 같습니다."


"뭐지?"


"다른 레모네이드측에서 온 연락입니다. 직접적인 통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자매기라는게 짜증만 돋굴줄 알아서는…!"


오메가는 최지의 말에 곧바로 몸을 돌려 차량이 있는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최지는 지금까지 외출을 리드하던 입장에서 곧바로 그녀의 대각선 뒤로 위치해 비서 모드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소완이 준비했던 피크닉용 식사는 바구니에서 조금씩 식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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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더이상 못쓰겠다 GG 난 여기서 끊어여겠어 피곤해 죽겠네 왜 맨날 1만자를 넘기는거지 나는)


(오메가는 최지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의 중심에 자리잡기에는 많이 먼것 같네요.)


(최지는 이번 긴급 안건에 대해 유미에게 최대한 막으라고 지시했지만, 레모네이드 개체의 통신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빡치지만 빡침을 드러낼 수 없는 사태에, 그는 화가 차오르기 시작했지만 그의 옆에 같은 수준은 아니라도 화가 차오르는 누군가가 있다네요.)


(소완은 오메가를 위한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에 자꾸 위험한 식재료나 과도한 조미료에 손이 갔지만 최지가 먼저 기미상궁을 하겠다는 말을 해서 그럴 수 없었답니다.)


(아 이제 진짜 자러가야겠어. 솔라 관련은 나중에 언젠간 쓰겠음…내 머릿속 솔라 담당 스작이 교통사고를 당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