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되고 알바해야지 했는데 엄마가 아는 사람이 주방장으로 있다고 가라고 했었음

난 학교 선배 결혼식장에 명목상 따라가서 갈비탕 얻어먹고 다음날 피시방 면접보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식당으로 가게됨


근데 그 식당이 12층 짜리 건물에 4,5층을 동시에 쓰는 큰 고깃집이었어

뭐 신라호텔 막 이런 급이야 당연히 아니지만 근처에서 상견례, 돌잔치, 환갑, 기타 단체(보통 중장년층 위주) 행사 있으면 오는 그런 곳이었단 말이야


가서 인사하고 사장(인줄 알았던) 아저씨가 일을 시키는데 호박죽을 쪼만한 그릇에 따르래, 그러면서 쉽지않냐고 하는거야

쉽다 그랬지


그리고 그날 지옥을 봤음

구조가 4층에서 요리를 하고 미예약손님은 4층에서, 단체손님은 5층으로 올려보내고 요리를 5층으로 보내면 내가 카트에 싣고 방까지 서빙하면 이모들이 방에서 음식 받아서 그 안에서 싹 해주는 구조였거든


근데 식당알바고 자시고 그냥 일을 한단 개념이 처음이었던 나한테 5층 홀서빙 전체를 맡겨버림, 그니까 이모들은 방에만 있고 나머지 주문 받고, 주문 밑층에 내려보내고하고 뭐 부터 올려달라하고 요리 오면 카트에 넣어서 룸까지 보내주고 하는데


요리도 시발 코스요리 하나 시키면 4인분인데 쟁반 꽉차게 4쟁반이 나옴, 근데 그릇이 전부 도자기

아까 호박죽 담던 그릇도 도자기고 맨 마지막에 매실차 나가는 잔까지 전부 도자기야

근데 서빙만 하겠냐고, 청소도 해야지, 브레이크 타임때 막 동치미 같은거 30kg짜리 옮겨담아야지

그와중에 런치코스랑 런치특선은 뭐가 다른지도 모르는데 요리는 막 올라오지

5층에 일단 요리는 다 올라가서 이모들이 고기 썰고있으면 내려와서 사용한 숯 갈고 그 숯 들어가는 접시 닦았지


그걸 하루에 12시간함

그걸 이틀하고 평일에 학교감


근데 한 3주 일하니까 그냥 혼자 티카하는게 편해서 나중엔 5층에서 이모들이랑 농담따먹기 하면서 하고 그랬음

근데 어버이날은 시발 진짜 지옥을 봤다

요리를 진짜 그날 저녁타임만 200인분 나간거같아, 점심 빼고도


그렇게 석달하고 관뒀지

근데 뭐 재미는 있었음, 이모들도 잘해줬고, 요리하던 형도 가끔 냉면같은거 말아서 맥여주고 그랬어

최저시급 5천원~6천원 이러던 시절에 월급을 80넘게 받았으니까 페이도 뭐 적당히 잘받았고

그러고 쭉 편의점 알바하다가 군대가고

복학하고 나서는 다시 같은 곳에서 편의점 알바를 했는데

평일에 학교가고 평일 야간 알바를 했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새끼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