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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거유의 스카이 나이츠 소속 하르페이아는 두 번째 인간이 궁금했다. 그가 과연 사령관과 같은 자신들에게 친절한 부류인지, 아니면 멸망 이전의 구인류처럼 악독한 부류인지 알고 싶었다.

 

만약 전자라면 그녀는 그와 가까워지기를 희망했다. 지금의 사령관도 자신들에게 대해주고 정말 좋은 사람이지만, 저항군 업무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자신과는 업무 외에 사적인 접점이 없었다. 

 

이따금씩 좋은 책을 찾아서 사령관과 같이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그의 곁에는 다른 이들이 있었고, 오르카호 내부에서는 책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가 없었기에 그녀는 혼자만의 세계에 몸을 던지기도 했다.

 

그녀와 같은 취미를 갖고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이가 나타나기를 바랐던 그녀의 뜻에 하늘이 감응이라도 했는지 마침내 그런 인물을 보내주었다. 자신을 연구원이라고 소개한 그는 예전에 그녀가 한 번 읽고 창고로 보냈던 <자유론>을 주제로 강연을 했고, 그녀가 알고 싶었던 부분을 짚어서 알려주었다.

 

주변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졸거나 ‘집어치우고 첫 사랑 얘기나 해보세요’라는 분위기였으나 그녀는 그 순간이 그렇게 가슴 뛰는 순간이 될 줄은 몰랐다. 지적인 호기심이 채워지며 목마름의 길에 단비가 내리는 기분이었다. 그의 강연을 듣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안드바리에게 <자유론>을 꺼내달라고 요청했으나, 안드바리는 그 책은 한 권뿐인데 이미 두 번째 인간이 가져갔다고 답했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내일 그가 여는 강연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가서 듣기로 마음먹었다. 강연이 끝나면 질문을 던질 것이고, 책을 주제로 한참을 대화하고 싶었다. 그렇게 그녀는 오늘 그가 연 <법의 정신>에 대한 강연을 들으며 감탄했고, 지금 그를 마주하고 질문을 던졌다.

 

“인간이란 대체 무엇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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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인간이 발견되었다고 했을 때, 네오딤은 그 소식이 달갑지 않았다. 특히 그가 연구원 신분으로 승선했다고 말하자 그녀는 사령관이 부디 그를 오르카호에서 내쫓기를 바랐다.

 

오로지 전투 목적으로 만들어져 자신에게 수많은 싸움을 시키고, 지옥 같은 환경에서 고통을 참으며 시간을 보내게 만든 원흉들인 연구원에게 그녀는 결코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었다. 그 연구원이 자신을 만든 블랙리버 출신이라면 더더욱.

 

그런 그가 처음 강단에 서서 오르카호 구성원들과 만났을 때 그녀는 웃을 수 없었다. 저렇게 웃음을 얼굴에 바르고 있더라도 무언가를 ‘연구’한다는 미명하에 그녀들을 유린할 것이 뻔할 거라고 그녀는 경험에 근거하여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말한 내용은 그녀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기술이 아닌 ‘철학’이라는 학문을 연구한다면서 몇 백 년 전 학자가 쓴 책을 꺼내들고 이야기 했다. 강연을 듣는 순간에는 단지 그가 공학을 연구하는 연구원이 아니라는 것에만 놀라웠으나, 첫 강연을 들은 저녁에 ‘에밀리가 두 번째 인간에게 찾아가서 사랑을 나누었다’라는 말이 들리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순수한 에밀리가 직접 찾아가고, 주변에서 그걸 제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두 번째 인간이 자신을 괴롭힌 연구원들과 다른 연구원임을 어느 정도 증명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혹시 두 번째 인간도 사령관처럼 자신들을 잘 대해주는 것이 아닐까, 아직 100% 확실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 가설이 참으로 판명나길 바란 그녀는 그의 두 번째 강연을 들으러 왔다. 그 곳에서 바이오로이드와 인간이 동등한 존재라는 그의 말을 들은 순간, 그녀는 그에게 꼭 물어보고 싶었다.

 

“인간이란 대체 무엇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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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토르는 자신을 기다리는 두 명의 손님을 마주보며 앉았다. 강단에서 내려와 접이식 의자를 펴고 지근거리에서 그녀들을 마주한 그는 뒤에 팬텀이 따라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는 말문을 열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꽤나 어려운 질문이죠. 많은 철학자들이 역사 속에서 고민한 질문이지만 명확한 답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않아?”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

 

그녀들이 생각보다 배우는데 열의를 보이자 리마토르는 기분 좋은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좋아요, 그럼 인간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인류의 역사를 쭉 보도록 하죠. 안드바리가 이 책을 갖고 있으면 좋겠네요.”

 

리마토르는 자리에서 일어났더니 그녀들과 함께 창고로 향했다. 떡볶이를 먹으며 쉬던 안드바리는 그와 하르페이아, 네오딤이 함께 나타나자 무슨 일인가 싶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 무슨 일이신가요?”

 

“별 거 아니에요. 편하게 먹고 말해도 돼요.”

 

“아니에요, 책 찾는 거 있으신가요?”

 

“오, 역시 눈치가 빠른 데요?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 있나요? <총균쇠>도 있으면 더 좋고요.”

 

“잠시만요... 네! 3권 다 있어요.”

 

“네? 인류 멸망 후에도 그런 책들이 다 보존되어 있다니... 3권 다 꺼내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안드바리가 창고 안으로 총총 들어가자 하르페이아가 리마토르에게 으쓱대면서 말했다.

 

“내 취미는 독서라고. 그래서 탐사 나갈 때마다 도서관이 보이면 멀쩡한 책들 좀 모아놨지.”

 

“고마워요, 덕분에 좋은 책들을 지금도 볼 수 있네요. 이름이...”

 

“고맙긴 뭘. 내 이름은 하르페이아야.”

 

“네, 하르페이아.”

 

“난 네오딤이라고 해.”

 

서로 통성명을 한 셋은 안드바리가 책을 꺼내오자 각자 한 권씩 들고 다시 대회의실로 돌아왔다. 리마토르는 3권을 한 줄로 세우더니 하나씩 설명을 시작했다.

 

“자,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앞서 우리가 인류의 역사를 짚어보는 이유를 궁금할 수도 있을 텐데 그 이유는 확고합니다.

 

‘역사를 통해 본질을 아는 것’은 과거 학자들이 많이 쓴 방법이죠. 발자취를 통해 어디서 왔는지 뿌리를 안다면, 우리는 분명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도 바라볼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께서 보실 <총균쇠>와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는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줄 것이며, 여기에 <The Selfish Gene>을 추가하고 싶지만 그러면 여러분과의 대화에만 편수를 5편 이상 소모할 것 같으니 이 책은 나중에 보도록 하죠.

 

그럼 <총균쇠>부터 보도록 할까요?”

 

아무렇지 않게 엄청난 발언을 한 리마토르는 그녀들과 함께 지식의 길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광학미채를 뒤집어 쓴 채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팬텀도 사령관에게 반란모의는 아닌 것 같다고 보고를 올린 뒤 그 광경을 관심있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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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을 읽어주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올린다.


원래대로라면 쓰고 있는 본편이 올라가야 하는데, 잠깐 중간 편이 올라온 건 내 글을 읽어주는 라붕이들에게 물어볼게 있어서 그래.


당초 내가 계획한 소설은 30편 분량으로 초반에는 관계가 꼬여도 끝에는 화목하게 끝나는 거였는데, 최종적으로 첨삭을 마치고 나니 나온 건 생각보다 더 철학적인 내용이 많이 나오고(리마토르의 강의가 초안에는 3번, 최종본에는 6번 나옴.) 리마토르의 개인사도 초안에서는 가벼운 반전이었다가 최종본에서는 무거운 반전으로 가게 되었단 말이지. 


결말은 해피엔딩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되면 분량도 거의 50화 정도로 2배 가까이 늘기 때문에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필력 나쁜 글이라도 읽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서 라붕이들의 의견을 묻고 싶어.


모두 부탁한다. 참고로 이 다음에 나올 <총균쇠>,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에피소드는 다 쓴 상태고, 투표 결과에 따라 내용이 더 가벼워지나 조금 생각할 거리가 있게 가나 그 차이야.


다들 좋은 하루 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