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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40분 회의실. 사령관과 불굴의 마리, 철혈의 레오나, 신속의 칸, 로열 아스널, 멸망의 메이, 무적의 용은 정기 회의를 갖고 있었다.

 

“좋아, 그럼 이 안건은 그렇게 넘기자고. 자, 오늘 마지막 안건인 ‘두 번째 인간 리마토르의 합류 여부’에 대해서 대화해보자고. 다들 어떻게 생각해?”

 

사령관의 말을 듣자마자 각 지휘관들은 앞다투어 발언을 신청했다. 사령관이라는 인간의 발견만으로도 저항군 전체의 앞날이 바뀌었을 정도로 인간의 명령권은 바이오로이드에게 절대적이다. 

 

때문에 여지껏 사령관을 보좌하며 그의 명령에 따라 싸워온 그녀들은 새로운 명령권자의 존재로 오르카호가 분열될지는 않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할 말이 많았다.

 

“그래, 마리부터 한 번 말해봐.”

 

“각하께서 그 인간을 어떻게 판단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군을 움직임에 있어 두 개의 머리는 불필요합니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반란의 준동이 나타날 수 있으니 사전에 싹을 자르심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오르카호에는 두 개의 머리가 필요하지 않아.”

 

“나도 마찬가지야. 분쟁을 조장할 이유는 없어.”

 

마리의 말을 들은 레오나와 메이도 그 의견에 찬동했다. 그 둘도 평소 사령관과 가까이 지내려고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만큼, 두 번째 인간이 그를 몰아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레오나는 어제 안드바리와 알비스가 리마토르를 좋은 사람이라고 평했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으나, 사령관이라는 더 중요한 가치 앞에서 그녀는 티끌 같은 가능성조차 남기를 원치 않았다.

 

“난 괜찮다고 생각한다. 어제 에밀리가 그와 시간을 보냈다길래 이야기를 들어보니 구 인류와 같은 부류라고 판단되지는 않는군. 또한, 그 스스로도 자신을 연구원이라고 소개했으니 군권이 쪼개지는 결과는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네.”

 

그녀들과는 달리 아스널은 리마토르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녀의 아픈 손가락인 막내 에밀리를 잘 챙겨준다는 점에서 리마토르는 이미 구 인류와 절대적인 차이점을 보였다. 

 

구 인류와 같은 인성이 아니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오르카호에서 그가 잘 적응해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했으니 구태여 내쫓을 필요까지는 없었다.

 

“나도 내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 걱정이 되면 철저한 감시를 붙이면 되고, 부사령관 직책에 임명하여 유사시 사령관의 백업으로 써도 되는 등 인간이라는 점에서 사용도는 높다.”

 

가장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칸이 아스널의 의견에 동조하자 리마토르에 대한 호의적인 시각은 급격히 세를 불렸다. 무적의 용만 입장을 밝힐 일이 남은 상황에서, 사령관은 칸의 말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나도 그 자리를 제안했는데 자신은 그 자리에 앉을 급이 안 된다며 거절하더라고. 그래서 대안으로 준 자리가 연구원이야.”

 

“뭐?”

 

사령관의 말에 그녀들은 전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구 인류라면 분명 그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을 텐데, 오르카호의 NO.2 자리를 거절한 시점에서 그가 구 인류와는 결이 다름을 보여주었다.

 

“소관이 묻겠소. 그 판단이 사령관의 경계를 풀기 위한 조치는 아니었소?”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어제 나름대로 검증을 몇 번 해봤는데, 사상적으로 불순한 인물은 아니었어.”

 

“그렇다고 해도 소관은 그에 대한 충분한 재고가 있어야 한다 생각하오. 그가 구 인류와 다른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충분히 믿을 근거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오. 소관은 보류를 택하겠소.”

 

합류 찬성 2, 반대 3, 중립 1. 어느 한 쪽으로 의견이 확 기울지 않았다.

사령관은 그가 구 인류와 다른 선량한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식사 중 눈물까지 흘리면서 과한 연극을 하는 것이 그에 대한 최후의 의심을 지우지 못하게 했기에 그녀들의 의견을 듣고자 했으나, 그녀들도 확답을 주지는 못했다.

 

“이거 애매하구만. 그렇다면 한 번 만나보고 결정하는 건 어때?

 

리마토르 씨에게 10시까지 여기 와달라고 했으니 한 번 너희들이 대화해보고 다시 의견을 줬으면 하는군. 그럼 난 공정한 판단을 위해 먼저 일어나도록 하지.

 

리마토르 씨, 들어오세요.”

 

그의 말과 함께 회의실의 문이 열리자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은 리마토르가 어색한 미소와 함께 들어왔다. 사령관이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밖으로 나가자, 방 안은 더욱 어색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

 

“어... 안녕하세요?”

 

그 분위기를 깨보고자 그가 인사를 건넸으나, 그녀들은 그가 무안할 정도로 냉정한 답을 주었다.

 

“인사는 괜찮습니다. 앉으시죠.”

 

“ㄴ, 네.”

 

그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마리가 먼저 언도(言刀)를 꺼내 그를 찔렀다.

 

“귀하께서 저희 오르카호에 승선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직책이 어떻게 되십니까?”

 

“연구원입니다.”

 

“연구 분야는 무엇입니까?”

 

“철학입니다.”

 

그의 답변이 들리자 마리와 레오나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당장 철충과 오메가와의 전쟁에서 살아남는 것도 바쁜 상황에서 한가로이 신선놀음이라니,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메이는 한술 더 떠서 아예 비웃음을 참지 않았다.

 

“크큭, 철학? 철학이라고? 아주 쓸데없는 걸 붙잡고 있네. 그런 거 하면서 밥이나 축내려고 승선한 거야? 쓸모없는 버러지나 다름없네.”

 

“철학이라면 어떤 분야를 연구하는 것인가?”

 

“사회철학입니다. 사회가 추구해야할 가치 및 사상을 연구하죠.”

 

“예를 들면 어떤 것이 있나?”

 

“어... 사회적으로 사랑이 갖는 가치와 사회가 좇는 올바름 같은 게 있습니다.”

 

아스널은 그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듣더니 꽤나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사랑에 대한 철학이라면 자신과 사령관의 관계를 진전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거고, 올바른 가치라면 그와 그녀의 사랑의 결실이 살아갈 세상을 좋게 만드는데 분명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전시 상황이오. 철학이 전시에 어떤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오?”

 

“군대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줍니다. 총알에는 눈이 없지만, 총을 쥔 군인들의 눈이 해쳐서는 안될 가치를 건드리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사례를 말해줄 수 있겠소?”

 

“구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군에 의한 학살이 자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명분이 있지만 애꿎은 민간인을 살해한 경우와, 명분 없이 광기에 도취된 군이 자행한 경우 모두 군대가 나아갈 방향을 알지 못했기에 벌어진 참사라고 봅니다.”

 

무적의 용은 그의 답변을 듣자 고개를 끄덕였다. 철학이 미래의 빵을 위해 당장의 배고픔을 참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스스로의 무지를 반성하며, 그녀는 펙스의 난민과 같은 사례를 이 경우에 대입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말을 들은 마리도 미처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만 더 묻겠네. 부사령관 자리를 거절한 이유가 뭐지?”

 

그에 대한 의견이 서서히 호의로 바뀔 때쯤, 칸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짚었다. 그가 사령관을 뒤에서 찌르려는 생각이 있는가.

 

“저는 본디 군인이 아니라 학자입니다. 전공에 맞지 않는 분야를 하며 다른 분들께 피해가 가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군 업무를 배워볼 생각은 없는가?”

 

“오르카호에서 제가 군 업무를 배우는 걸 필요로 한다면 배울 의향이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그의 대답을 들은 칸은 이 정도면 우선은 안심해도 될 거라고 판단했다. 그녀가 레오나에게 한 번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어떠냐고 눈으로 쓱 권유하자 레오나도 질문을 꺼냈다.

 

“본인이 연구원으로서 오르카호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전시상황에서의 군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조언과 전후(戰後) 인류 재건 시 필요한 사상적 토대를 연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전부야? 더 실용적인 쓸모는 없나?”

 

리마토르의 답변을 들은 레오나는 불충분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추가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오르카호에서는 종종 바이오로이드라는 존재의 철학적 개념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걸 제가 해결하는데 조언을 제공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흠, 예를 들면?”

 

예상외의 질문에 미처 답변을 준비하지 못한 리마토르는 답변을 버벅였다. 그 모습을 본 레오나는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을 하며 그에게 차가운 독설을 날려주려고 했으나, 사령관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면서 잠시 중단되었다.

 

“지금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는 사람?”

 

“바로 저런 걸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사령관의 말에서 사건의 냄새를 직감하고 레오나가 던진 질문의 답으로 제안한 리마토르는 스스로 말해놓고도 ‘이제 어떡하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지휘관들은 전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레오나는 곧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한 번 해결해봐.”

 

“해보겠습니다. 제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서! 진실은 언제나 하나니까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사건이 벌어진 것 같아. 이걸 해결함으로써 내 쓸모를 증명하면 면접은 합격이다.’

 

어째 멸망 전에 인기를 얻었던 두 명의 사신이 할 법한 대사를 하던 리마토르는 사령관이 마주한 사건의 해결을 위해 첫 발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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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붕이 벌어질 수 있으니 양해를 구할게. 미리 말해두자면 이 작품의 아스널은 순애보야.


부족한 글인데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