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lastorigin/43650148?category=%EC%B0%BD%EC%9E%91%EB%AC%BC&p=1


2편- https://arca.live/b/lastorigin/43656535?category=%EC%B0%BD%EC%9E%91%EB%AC%BC&p=1


3편-https://arca.live/b/lastorigin/43656680


4편-https://arca.live/b/lastorigin/43710164


5편-https://arca.live/b/lastorigin/43710278


6편-https://arca.live/b/lastorigin/43772263


7편-https://arca.live/b/lastorigin/43772474


8편-https://arca.live/b/lastorigin/43844239


9편-https://arca.live/b/lastorigin/43844333


10편-https://arca.live/b/lastorigin/43901329


“으으... 머리야...”


리마토르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정신을 차리자, 옆에서 차트를 보던 다프네와 걱정 어린 표정으로 그를 보던 LRL이 그를 반겨주었다.


“권속이여! 일어났느냐?”


“괜찮으세요? 어디 아픈 데는 없으신가요?”


왜 지금 자신이 여기 있는지를 먼저 묻고 싶은 리마토르였으나, 두통이 입을 가로막아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LRL이 평소의 중2병적인 말투가 아닌 평범한 말투로 다프네에게 물었다.


“다, 다프네 언니... 인간 많이 아픈 거야...?”


“걱정 마요, LRL. 리마토르님, 어떻게 쓰러지게 된 건지 기억나시나요?”


간신히 말문을 연 리마토르는 LRL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다프네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제가 여기 온 거죠?”


“LRL이 리마토르님을 찾으러 가다가 복도에 쓰러져있는 걸 보고 수복실까지 끌고 왔어요.”


그 말을 들은 리마토르는 자신을 보며 울먹이는 안대 소녀를 더욱 쓰다듬어줄 수밖에 없었다. 어린 그녀가 185cm에 육박하는 자신을 끌고 여기까지 오려면 분명 엄청난 체력 소모를 요구로 했을 테니 말이었다.


“고마워, 진조의 프린세스님. 덕분에 이 권속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


“다행이다... 권속이여! 이 진조의 허가 없이 함부로 곁을 떠나지 말지어다!”


“걱정마시옵소서.”


그가 자신을 떠난다는 사실이 많이 두려웠는지, LRL은 아예 리마토르의 품에 안겼다. 그의 가슴팍이 조금씩 축축하게 물들자, 리마토르는 그녀의 작은 등을 토닥여주었다.


“괜찮아요. 옆에 있어줄 테니까요.”


그렇게 한참동안 LRL을 달래준 뒤, 그녀가 그의 품 안에서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에 들자 리마토르는 다프네에게 말했다.


“혹시 제 몸에 무슨 이상이 있는 건 아니었죠?”


“네. 신체 스캔 결과 큰 이상이 발견되지는 않았어요. 대신 식사 직후 쓰러지신 거라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을 가진 게 아닌가 싶어 위세척과 알레르기 약을 처방했어요.”


“그랬군요.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찾아오세요.”


“알겠습니다.


아, 혹시 LRL이 좋아하는 게 뭔지 아시나요? 절 여기까지 데려오느라 고생했는데 뭐라도 주고 싶어서요.”


“음... 아! LRL이 참치캔을 되게 좋아해요.”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다프네.”


잠든 LRL을 안고 수복실을 나온 리마토르는 잠든 그녀를 어디 데려다 줘야할지 고민하다가 아이들의 놀이방에서 재우는 게 맞을 거라도 판단했다. 방으로 가던 중 몇몇 바이오로이들이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고, 그도 그녀들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사만 받을 줄 알았으나, 그는 놀이방에 가던 중 자신의 방 앞을 지나칠 때 문 앞에 쌓인 선물상자를 보자 뜻밖의 일에 당황했다. 편지는 기본으로 붙어 있었고, 참치캔부터 초코바에 음원 CD까지 각양각색의 선물이 놓여있자 그는 인간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체감하고 그녀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와중에 참치캔 하나를 챙겨 잠든 LRL의 손에 들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놀이방에 도착하여 그녀를 보속의 마리아에게 인계한 후, 그는 저녁 식사 전 페로에게 했던 말을 곱씹었다.


‘바이오로이드의 인간다움, 그건 분명 존재하는 거야. 여지껏 그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왔는데 오늘 LRL로부터 그 답으로 향하는 길을 본 것 같군.


그 아이가 내게 보여준 걱정과... 주변인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단순한 유전자 설계에서 비롯했다고 보기 어려워. 소완이 나를 멕이려고 한 것들이 사령관의 명령이 아니라 그녀의 판단이라고 가정하면, LRL과 마찬가지로 명령에 귀속되지 않는 자율성을 갖고 있다는 게 보여.


이 자율성을 풀어내는 게 바이오로이드들이 가진 인간성을 증명하는 열쇠가 될 거야. 그녀들이 진정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인간성을 가지고 있음을 명백히 하고, 이를 정의의 제1원칙에 부합하는 사례로써 공정한 분배와 공존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거야.


그러기 위해 그녀들이 인간에 종속된 족쇄를 풀어준다면 인류의 명맥을 잇겠지. 그러면 완성될 거야. 구 인류가 만든 지옥이 아닌, 누구나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으면서도 약자의 권리가 짓밟히지 않는 신세계가.’


그는 문 앞에 놓인 선물들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간 뒤 의자에 앉았다. 사령관에게 부탁한 게 받아들여진 결과로 컴패니언들이 철수하자 방은 다시 조용해졌다.


“이제야 제대로 연구를 시작해볼 수 있겠어.


자, 그럼 오늘은 연구부터 설계해볼까, 주제는 ‘자유란 무엇인가’다.”


그는 펜을 들더니 안드바리에게 다음 날 창고에서 꺼내주기를 요청하는 서적의 제목을 썼다. 내일 아침식사 이후 그녀에게 전달할 예정이었다.


“정말 좋은 제목이야. <On Liberty>. 이 다음에는 <De I'espirit des lois>를 <정의론>과 같이 해석해봐야지.”


리마토르의 철학 수업이 그 막을 올리고 있었다.

-------------------------------------------------------------------------------------

원서로 제목이 나온 책들은 앞으로 조금씩 나올 예정이야. 딱 개념만 나올 거니까 너무 우려하지는 않아도 돼.


그리고 우좌는 애호해줄 예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