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펙첩에 관한건 닥터랑 애들한테 맡겨놓고...

문제는 이 땃쥐를 어떻게 해야할까.


음....일단 꾀죄죄하게 못 씻은 꼴이니까 씻겨야하려나.

그래. 그냥 하루 애 본다고 생각하고 데리고 다니면서 보살피자. 그게 낫겠다.

그러면... 씻기고, 뭐좀 먹이고, 놀만한게 있나 생각해봐야겠네.. 


"...그럼 이제 가봐도 돼..?"


"아니. 그래도 불안하니까 오늘은 나랑 하루 같이 있어야겠다. 눈치보고 다니느라 재대로 편하게 있지도 못했을거 아냐."


"그래도..."


"스읍. 일단 좀 씻자. 따라와. 금란? 지금 더치걸 데리고 씻으러 갈거야."


그렇게 말하자, 밖에서 금란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대답했다.


"알겠사옵니다. 목욕탕과 샤워실 어디로 가시옵니까?"


그 말에 나는 지금 더치걸의 행색을 보고는...

응. 일단 때를 벗겨야 할 것 같으니 목욕탕이 나을것 같다고 판단했다.


"목욕탕. 아. 안드바리나 오드리한테 연락해서 더치걸 옷 하나도 부탁하자."


"알겠사옵니다. 그럼 이리로 오시지요. 안내하겠사옵니다."


그렇게 나는 금란의 안내를 받으며 목욕탕으로 갔고, 그렇게 탈의실에서 옷을 정리해서 락커에 넣은 뒤에 땃쥐를 데리고 목욕탕안으로 들어갔다.

우선 샤워기를 틀어서 물온도를 체크하고, 땃쥐를 내 앞에 앉힌 뒤에 씻기기 시작했다.

기분이 묘한데.

애 엄마가 된 기분이다.

물론 정신은 남자인데 말이다.


그렇게 땃쥐의 몸에 묻은 흙먼지같은 검댕이들, 머리도 샴푸랑 린스까지 다 써서 씻겨 주고 난 뒤에야 나는 땃쥐를 목욕물에 몸을 담글수 있도록 보내주었고, 나도 적당하게 씻고 따뜻한 목욕물에 몸을 담구러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목욕탕으로 들어왔지만, 호위를 맡은 금란이겠거니 하고 그냥 신경을 끄고 탕으로 걸어가는데...


"후~사~르! 웬일로 이 시간에 씻는 거야!"


누군가가 갑자기 내 등 뒤에서 허리를 끌어안으며 몸을 비볐다.

물론, 그냥 신경끄고 있던일이라 화들짝 놀라는건 당연했고...


"으햐악?!"


하필 또 끌어안은게 하복부와 골반 언저리 라인쯤이라서 나도 모르게 비명같지 않은 비명이 튀어나왔다.


"어?"


나를 후사르로 착각한 이 인물은 사령관.

어떻게 알았냐고? 오르카에 남자는 한명밖에 없다. 심지어 그 큰 엑스칼리버가 아직 서지 않은채로 내 허벅지 언저리에 닿고 있었다.

그리고 내 목소리를 들은 사령관은 뭔가가 잘못되었다는걸 알고 의문을 표했지만...


"사령관?"


나는 그냥 대수롭지 않다는 듯 정면을 본채로 오른팔을 위로 들어 사령관의 목을 감쌌다.

이대로 야스라도 할 것 처럼.


"어...어라..??"


그런 내 대응에 사령관도 당황했는지, 나한테서 떨어지지 않은 채로 내 손길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래서 야스 할거냐고? 내가 미쳤냐?


그대로 사령관의 목을 끌어안은 채로 전력을 다해 앞으로 점프.

사령관도 힘을 빼고 있었는지 그대로 내 허리에 두른 손이 풀리며 같이 몸이 공중으로 떴고, 나는 그대로 침대에 다이브하는 것마냥 등부터 바닥을 향해 낙하했다.

그렇다. 흔히 말하는 레슬링 기술의 RKO다.


"일단 좀 맞자 이 자식아!"


그렇게 사령관은 나에게 레슬링 기술을 받은채로 목욕탕 바닥에 널브러졌고, 나는 그런 사령관을 구석에 치워버린 후에 땃쥐가 있는 온탕으로 들어깄다.


"부사령관....저거 괜찮은 거 맞아..?"


"괜찮아. 저래보여도 오르카안에서 몸 튼튼하기로 둘째라면 서러운 인간이니까. 손버릇이 나쁘면 고쳐야지."


그렇게 땃쥐를 안아들어서 내 앞에 앉히고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편안하게 목욕을 즐기던 찰나.

구석에 치워놓은 사령관이 깨어났다.


"어우 머리야..."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내 맞은편으로 와서 욕탕에 들어왔다.


"다짜고짜 레슬링기술은 심하다고 생각안해..?"


"그 아랫도리를 내 허벅지에 비비적댄건 누구고? 내가 왜 싫어하는지 아는데도 그래?"


"그냥 뒷모습만 봤을땐 후사르인줄 알았다고..."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뒤에서 끌어안거나 허벅지에 니 엑스칼리버를 비비적거리거나 니 손을 내 아랫도리로 가져가려는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그게..."


"평소에도 꼴린다고 일하던 애들 데리고 가서 이러는거면 난 널 인간으로 안 볼거야. 그게 인간이냐. 발정난 짐승새끼지."


"너무하잖아..."


"너무한건 니 손이랑 엑스칼리버고."


땃쥐를 계속 쓰다듬으면서, 너무하다고 항의하는 사령관의 의견을 묵살.

뭘하던, 상대의 동의 없이 그냥 여성의 몸을 막 만지는건 범죄행위다.

아무리 정신이 남자인 여자라고 해도 말이지.


한숨을 푹 내쉬고, 내 품에서 벗어나 사우나실로 가려는 땃쥐를 보내준 뒤, 사령관을 쳐다봤다.


"에휴."


"근데 저 더치걸은 누구야?"


"더치걸 1972호. 난민데려올때 섞여있었던 애야. 북아메리카쪽 테마파크 C구역 생존개체고."


"....C구역?"


"그래. 그래서 눈치보고 불안에 떨고 있길래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케어중인거야."


"....난 또 니가 소아성애자인줄."


"더 맞고 싶다고?"


"아니 난 농담도 못하냐..."


"농담이라도 어린애들은 건드는거 아니야."


"그래. 미안하다."


"알면 자중 좀 해."


사령관에게 말하면서, 나는 몸을 좀 더 목욕물에 담궜다.

흐으...역시 뜨뜻한게 최고라니까.. 나중에 땃쥐도 전기장판이나 따뜻한 이불같은거로 따땃하게 푹 자게 해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때, 사령관이 아까보단 좀더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저번에 한다던 첩자 검거는 어떻게 되고있고?"


"...대충 리스트는 추렸고, 닥터랑 080애들, 그리고 따로 협조를 요청한 애들이 조사중이야. 오르카호 외부로 발신되는 모든 통신은 차단한 상태고, 위성통신으로 연락한다고 하더라도 허가된 주파수가 아니면 재밍되게 조치해놨어."


"...언제 그렇게 까지 한거야?"


"통신차단은 취임한 첫날. 리스트를 추려낸 건 오늘. 물론 그 전에 뭔가가 유출 되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있다는 게 알려졌으면 오메가든 감마든 뭐든 이쪽으로 쳐들어 왔을테니 그건 아닐거 같고.... 아직 조심스럽게 정보를 모으는 중이라고 봐야겠지."


"...난 이런쪽은 잘 모르겠어. 기껏해야 이게 함정인지 아닌지, 거짓말인지 사실인지 정도밖에 판단하는 재주밖에 없거든."


"이 기만자새끼가.... 그거하나만으로도 존나 축복받은거야 X발. 내가 하는건 그 연장선상이고. 그쪽이 함정을 놓으면 난 그 함정을 역이용해서 더 큰 덫을 놓는거지. 조금만 기다려봐. 상상도 못한 선물을 하나 해줄테니까."


"흐음....기대가 되는걸. 우리 부사령관이 그렇게까지 말 할 선물이면 도대체 뭘까?"


"그건 비밀. 선물이 뭔지 알려주면 재미없잖아?"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근데 언제 갈거야."


"글쎄. 넌 언제 나갈건데?"


"더치걸 때 좀 밀어주고 나가려고."


"애 엄마 다 되었구만 진짜."


"이게 진짜 할말이 있고 못 할말이 있지 X발"


그 말에 빡쳐서 사령관의 정강이를 욕탕안에서 발로 걷어차고, 나와서 땃쥐를 사우나실에서 데리고 나와서 샤워대 앞에 앉힌 다음에 때수건으로 살살 밀어서 피부를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왜인지 모르게 그런 나랑 땃쥐를 흐뭇한 아빠미소를 지으며 쳐다보고 있는 사령관이 보이지만, 저건 나중에 나가서 쥐어패든가 해야지.


그렇게 뽀송뽀송해진 땃쥐를 데리고 소완한테 가서 맛있는 파스타도 먹여주고, 가다가 창고터는 알비스와 좌우좌를 발견해서 땃쥐랑 같이 놀아주는 척하면서 안드바리한테 넘겨주고, 그렇게 부사령관실로 돌아왔다.


창고에서 왜인지 모르겟지만 있는 방한기구 중 하나인 전기매트를 꺼내서 침대에 깔고, 적당히 따뜻해졌을때 땃쥐를 끌어안고 침대로 들어가 이불을 덮었다.

내 앞에서 꼬물꼬물거리면서 이불을 덮은 땃쥐가, 나에게 물었다.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거야..?"


"잘해주는데 이유라도 필요해?"


"아니...그게 아니라.."


"돌아다녀보니까 어때? 오르카호. 아직도 여기가 그렇게 희망이 없는곳처럼 보이니?"


"...아니."


"그러면 된거야. 앞으로 차차 익숙해지면 되는거고."


"그렇구나...왜 오늘 날 데리고 돌아다녔는지 알것 같아.."


"알았으면 잠이나 자자. 슬슬 잘 시간이야."


그렇게 팔을 이불 밖으로 빼서 더치걸이 덮을 이불을 툭툭 두드려주면서, 따뜻하게 잘 수 있도록 해줬다.

사람의 손길이라고는 매질, 비난, 손가락질, 욕설같은 부정적인 경험만해왔을 더치걸.

심지어 자신의 동형기가 눈앞에서 죽어나가는걸 보면서 그게 자신의 차례가 되기를 저항조차 못하고 기다렸어야 할 운명이던 애라고 생각하니까.


멸망 전의 인간에 대한 분노가 머릿속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 멸망 전의 망령이 아직까지고 펙스라는 이름으로 바이오로이드들을 통제하고 괴롭히고 있다.


절대로 곱게 끝내지는 않을것이다.

펙스의 그 할카스 할배들이든, 뒤질짓을 자처한 레모네이드 녀석들이던,

그 결말을 절대 편안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하면서, 나는 더치걸을 내 품속에서 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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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오르카호 바깥으로 향하는 비인가 통신채널이 감지되었다."


"위치는? 그리고 유출여부는?"


"통신은 닥터가 사전에 차단했다. 위치는 난민 바이오로이드 공용숙소 14호. 사용인원 7명중에 리스트에 들어있는 바이오로이드는 한명밖에 없다."


"확인했다. 시라유리에게도 연락해라. 그림자를 사냥할 시간이라고."


"알았다. 지속적인 감시를 부탁한다 선배. 나는 닥터에게 보고하러 가겠다."


그 말을 끝으로 끊어진 레이스의 통신.

팬텀은 은폐장을 뒤집어쓰면서 혼잣말로 말했다.

자기 암시라도 거는것마냥 말이다.


"유령... 작전개시..."


그렇게 팬텀은 은폐장이 작동하면서, 주변의 풍경에 완전히 녹아 사라졌다.

아무도 없었던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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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집링크 https://arca.live/b/lastorigin/43742876  


땃쥐 애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