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설정과 다릅니다.


외전같은겁니다.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안녕하세요. 사령관님. 아. 뽀끄루씨도 계셨군요."


"주인님! 어디가시는거에요?! 하치코도 같이 갈래요!"


"각하. 데이트라도 하시는거..우웁..!"


"브라우니!! 아하하..안녕하세요..각하..뽀끄루씨도 안녕하세요.."


복도에서 마주치는 대원들 모두 사령관과 휠체어에 타고있는 뽀끄루에게 웃으면서 고개를 살짝 숙이거나 손을 흔들었다.

사령관은 그런 그들의 인사를 가볍게 받아주었지만 뽀끄루는 그러지 못 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그들의 눈을 피하기 바빴다. 뽀끄루의 무례하다면 무례한 행동에도 대원들은 뽀끄루에게 비난을 하거나하는 행동은 하지않았다. 이미 윗선과 사령관을 통해 그녀의 사정을 들은 오르카호의 모든 대원들은 그녀를 위해 이것저것 배려해주고 친절하게 대했지만 그녀는 그들의 호의를 무서워했다.


"주인님. 안녕하세요."


"아, 콘스탄챠. 안녕."


"뽀끄루씨도..."


"히익..?! 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


"네..안녕하세요..."


담요를 뒤집어쓰고 벌벌 떨고있는 뽀끄루의 모습에도 콘스탄챠는 해맑게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미안해..콘스탄챠.."


"아니에요..아니에요..."


"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


일단 그녀를 여기 오르카호의 생활에 적응시켜볼려고했지만 그녀의 행동은 사령관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런 지옥같은 곳에서 100년 가까이 있었는데 미치는게 당연했다. 지휘관들과 닥터는 테마파크에서의 기억을 지운 다음, 저항군에 합류한 새 대원인 것처럼 각본을 짤려고했지만 사령관이 이 제안을 승인하지않았다. 승인을 하지않은 이유를 밝히진않은 탓에 지휘관들은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닥터는 사령관이 왜 저런 선택을 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갔다.


그녀의 말을 인용하자면 '동병상련.' 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리는 서로를 불쌍하게 여기는 법이라고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사령관은 뽀끄루의 치료에 그 누구보다도 힘을 쓰고있었다. 오전 내내 그녀를 휠체어에 태우고 오르카호를 돈 탓에 사령관은 땀이 비오듯이 흘렀고, 목이 가뭄에 걸린 논밭마냥 건조하고 말라버렸다. 마침 카페테리아가 보였다. 목을 축일 음료를 사기 위해 그는 휠체어를 카페테리아 입구에 세워두고 담요를 뒤집어쓰고있는 뽀끄루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녀를 불렀다.


"잠시 여기서 얌전히 기다려줄 수 있어? 잠깐이면 돼."


"........"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렇게 카페테리아로 들어갈려던 찰나, 사령관은 다시 뽀끄루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녀를 불렀다.


"뭐 마시고싶은거 없어?"


"........."


이번에는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령관은 그래.하고 카페테리아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혼자 남은 뽀끄루는 담요 속에서 손톱을 물어뜯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테마파크에서부터 가지고있었던 버릇이었다. 모든 손톱을 물어뜯고 더 이상 물어뜯을 손톱이 없어지자 이번에는 손가락 마디를 입에 물고 질겅질겅 씹었다. 손가락을 얼마나 씹었을까. 주변이 웅성웅성거리는 소리에 뽀그루는 손가락을 씹는 것을 잠시 그만두고 담요를 살짝 들어올려 바깥상황을 살펴보았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한줄기의 빛이 쏟아졌다. 그 빛에 눈살을 살짝 찌푸리기는 했지만 그녀는 조심히 눈을 굴리며 바깥 상황을 살펴보았다.


"얘들아..일단 나와줄래...?"


"냐양..주인님도 차암..포이랑 있는게 싫으신가요...?"


"아니 그런게 아니라.."


"포이. 그 쯤 하시죠. 주인님꼐서 곤란해하시잖습니까?"


"냐하핫~페로 언니..설마 질투하는거야?"


"뭐...?! 이게 지금..! 너 말 다 했어?!"


"다 했다면..어쩔건데..?"


"이게..!"


"얘들아..제발..."


두 마리의 고양이의 싸움에 보기좋게 휘말린 사령관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뽀끄루는 손가락을 씹으며 사령관의 모습과 카페테리아에 있는 대원들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바이오로이드들이 옹기종기 모여 웃고 떠들며 음료를 고르거나 의자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있는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촬영을 했을 때는 물론, 테마파크에서는 절대 꿈 꿀 수 없는 일이었다. 한낱 바이오로이드가 인간과 똑같은 대접을 받고 한가롭게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있다니. 이 모습을 인간이 보았다면 아마 저들은 분쇄기에 갈릴 운명이었다.


"......."


인간. 그러고보니 유일한 인간인 사령관은 저런 모습에도 화를 내기는 커녕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그의 앞길을 막고있는 페로와 포이의 어깨를 붙잡으며 둘의 싸움을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냥 명령을 내리면 둘은 자연스레 길을 비켜줄 것인데. 그는 어째서인지 명령을 내리고있지않았다. 생각해보니 그는 테마파크의 소유였던 자신을 구해주고 옷은 물론, 먹을거 잠 잘 곳 까지 제공해주었다. '그냥 평생 테마파크에서 썩게 해도 됐는데...어째서..'라고 속으로 생각을 하며 사령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 인간은 어째서 바이오로이드들을 인간처럼 대우해주는 것인지 그녀로서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바라보았을까. 카페테리아의 창문을 통해 누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냥 지나가는 대원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아랑곳하지않고 사령관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했는지 뽀그루가 뒤집어쓰고있던 담요를 낚아챘다. 


"앗...!"


순간적으로 들어오는 화려한 빛에 뽀끄루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태양빛을 본 흡혈귀마냥 신음소리를 내며 담요를 걷어낸 이를 째려보았다. 눈이 따갑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탓에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프릴이 달린 보라색의 치마가 희미하게 보였다. 그렇게 몸이 어느정도 빛에 적응이 되어가는 것을 느낀 뽀끄루는 눈을 비비며 담요를 걷어낸 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


"...."


토끼귀 모양의 긴 머리띠를 움찔거리며 자신을 째려보고있는 붉은 눈동자에 뽀끄루는 눈을 감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하고싶었지만, 그녀는 잘못 본 것이 아니였다. 


둔부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에, 뒤에는 치즈처럼 진한 노란색을 띄고있었다. 그녀는 두 주먹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꽉 쥐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가 몸을 부들부들 떨때마다 뽀끄루도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사악한 뽀끄루 대마왕...어째서..네 녀석이..."


누군가는 분노에 가득찬 말을 내뱉으며 뒤에서 무언가를 꺼냈다.그녀의 키만한 절구를 꺼냈다. 절구처럼 생겼지만 절구에서는 온갖 위험한 도구들이 튀어나왔지만 뽀끄루의 눈에는 들어오지않았다. 뽀끄루의 눈에는 자신을 째려보고있는 여인의 모습만이 비춰지고있었다.


"백...백토...?"


백토였다. 자신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백토였다. 그녀는 반가운 마음에 손을 뻗었지만 백토는 그런 뽀끄루의 손에 침을 뱉었다.

끈적하고 기분나쁜 촉감이 손등을 타고 흘렀다. 백토의 싸늘한 태도에 뽀끄루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죽어라!!! 뽀끄루 대마왕!!!"


그렇게 그녀가 방심한 사이, 백토는 절구의 모양을 하고있는 전기톱으로 뽀끄루의 목을 베어벌릴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만. 거기까지."


"매...매지컬 젠틀맨...!"


백토의 손목을 붙잡은 것은 사령관이었다. 


"젠틀맨..! 이거 놔라..! 사악한 뽀끄루 대마왕을 죽여야...!"


"......."


그녀의 말에 사령관은 아무런 말없이 백토의 손목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아앗..! 젠틀맨..! 그만..! 그만...!! 아아아아악!!!!"


그녀는 사령관의 악력을 버티지 못하고 절구를 떨어뜨려버렸다.

둔탁한 절구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을 본 사령관은 절구를 발로 차 백토에게서 멀어지게 한 다음, 그녀의 손을 풀어주었다. 백토는 욱씬욱씬 거리는 왼손 손목을 붙잡으며 사령관을 째려보았다.


"젠틀맨...어째서..사악한 뽀끄루 대마왕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냐..."


"괜찮나?"


그는 백토의 말을 무시하고 휠체어에 앉아있는 뽀끄루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네...괜찮아요..."


"다행이군."


그는 뽀그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백토 때문에 놀랐을 그녀를 달래준 다음, 다시 휠체어의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앞을 향해 나아갔다. 그런 사령관의 모습에 카페테리아에 있는 대원들은 입꼬리를 올렸지만 백토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젠틀맨..어째서..?"


어째서 사령관이 사악한 대마왕의 편을 든 것인지 그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자리에 주저앉아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 쯤에 결론을 도출해냈다.


"세뇌마법이구나!!"


사악한 뽀그루 대마왕이 사령관에게 세뇌마법을 건 것이라고 생각한 백토는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전기톱을 줍고는 뽀끄루 대마왕에게 달려들었다. 뒤에서 백토가 다가오는 것을 느낀 뽀끄루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사령관을 향해 소리쳤다.


"사장님..! 사장님..! 뒤에!!"


그녀의 말에 사령관은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미 백토의 전기톱은 뽀끄루를 향해 겨눠져있었다. 뽀그루는 눈을 감고 자신의 최후를 기다렸다. 하지만 전기톱이 자신의 살을 갈아버리는 고통은 없었다. 선홍빛 피를 토해내며 머리가 땅바닥을 구르지도 않았다. 이상한 기운에 그녀는 눈을 떠보았다. 백토가 푸른빛에 감싸여 허공에 둥실둥실 떠있는 것이 아닌가. 그 상황에 뽀끄루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엔..틀...맨...어째애서....!"


그녀는 슬로우 모션에 걸린 만화 속 주인공처럼 말을 하고있었다. 


"꽉 잡아..!"


"꺅...!!"


이 때를 놓치지않고 사령관은 휠체어의 손잡이를 꽉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점점 빨리지는 속도에 뽀그루는 그에게 그만두라고 말하고싶었지만 어째서인지 입이 열어지지않았다. 모든 것이 주마등마냥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에 그녀의 입꼬리는 점점 올라갔다. 


"사장님! 더 빨리요!"


"알았어!"


그녀의 말에 사령관은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려나갔다.


"뽀끄루 대마왕! 언젠간 네 녀석의 목을 베어버리겠어!!"


뒤에서 들려오는 백토의 살벌한 살해예고에도 뽀그루는 헤실헤실 웃었다. 시원한 바람이 답답하고 무서웠던 마음을 한번에 쓸어내리는 듯한 기분에 그녀는 두팔을 높게 들어올려 바람을 느꼈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이 감각을 더 느끼고싶었다. 


"야..잠시만..쉬자..."


사령관은 지치기 시작했는지 달리던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하긴 그렇게 달렸으니 지치는 것이 당연했다.


"힘드시면...잠시 쉬어도 좋아요..."


"그래..그래..."


그녀의 말에 사령관은 휠체어에 브레이크를 걸어두고 복도에 주저앉았다. 헬멧이 답답하게 느껴졌는지 그는 헬멧을 벗고는 얼굴에 흥건한 땀을 닦아냈다. 뽀끄루는 휠체어에 앉아 그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했다.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그녀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사령관은 그녀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 아니에요..! 그냥..그..."


"백토는 나중에 혼내줄께..."


혼내준다는 말에 뽀끄루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눈에 보인 것은 수많은 인간들에게 둘러싸여 비명을 지르고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였던 백토가 그런 짓을 당한다니 그녀는 올라오는 구토를 참아내기 위해 숨을 천천히 내쉬고 내뱉었다.


"뽀끄루..?"


"혼내지마세요..! 그냥..가만두세요..! 벌이라면 제가 받을께요..! 그러니..백토는 가만두세요..!"


그녀는 손사레를 치며 백토를 감쌌다. 그녀의 이런 행동에 사령관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전기톱을 들이댄 백토를 어째서 감싸는 것인지 그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않았다.


"어째서. 백토를 감싸는거지?"


"그냥 가만두세요..!"


그의 질문에 뽀끄루는 휠체어의 손잡이를 꽉 잡고 절규하듯이 소리쳤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는 그녀의 목소리만이 메아리쳤다.

그녀의 완강한 태도에 사령관은 일단 한발자국 물러나기로했다.


"알았어..알았어..안 혼낼께..."


"감사해요..."


뽀끄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사령관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사령관은 얼굴을 매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둘은 한동안 아무말 없이 멍하니 복도 바닥에 비춰진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숨이 막힐 듯한 침묵에 제일 먼저 입을 먼저 연 것은 사령관이었다.


"백토를 감싼 이유라도 좀 알 수 있을까..?"


"....."


그의 질문에 뽀끄루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친구니깐요..저한테 전기톱으로 제 사지를 잘라버린다거나, 전기의자에 앉히거나, 물고문을 한다거나해도..저에겐 있어선 둘도 없는 친구니깐요..."


"......친구라."


사령관은 고개를 한두번 끄덕였다. 친구. 참으로 단순한 이유였다. 


"사장님은..친구가 있으신가요..? 아니면 동료라던가.."


"...."


이번에는 뽀끄루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령관은 아까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아니."


"네..?"


"전부 죽었어. 전부.."


예상 외의 대답에 뽀끄루는 당황스러웠다.


"죄송해요.."


"네가 죄송할 이유는 없어."


"그래도..."


"아니. 됐어."


사령관은 헬멧을 쓰고 자리에서 일어나 휠체어를 밀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아주 천천히 나아갔다. 

뽀그루는 손잡이는 손으로 긁어대며 사령관의 기분을 풀어줄만한 말을 생각해볼려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게 없었다. 그렇게 일행은 어느새 오르카호의 상점가로 도착했다. 


"앗! 권속!"


상점가에 쭈그리고앉아있던 LRL이 사령관의 모습을 보자 손을 흔들며 그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LRL. 뭐하고있었어?"


"쿠후후..오늘 짐은 짐이 가지고있는 모든 마력을 총동원하여 새로운 힘을 탐하기위해 이 자리에 왔노라!"


그녀의 손에는 매지컬 모모의 얼굴이 그려져있는 빵 봉지가 들려져있었다. 요즘 오르카호에서 유행하고있는 것으로 빵 안에는 매지컬 모모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스티커가 하나 동봉되어있었다. 


"아, 스티커 뽑을려고?"


"맞노라!"


"누굴 갖고싶은데?"


"뽀끄루 대마왕이다!"


자신의 이름이 불렸다는 것에 뽀그루는 고개를 살짝 내밀어 LRL을 살펴보았다. 

자그마한 한 여자아이가 빵 봉지를 들고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으로 웃고있었다. 그 모습에 뽀끄루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예전에 어린 팬을 만났을 때와 똑같은 감정이었다.


"히잇..?!"


사령관의 뒤에서 뽀끄루가 나온 것을 본 LRL은 손에 들고있는 빵 봉지를 떨어뜨릴 뻔 했다. 그러고는 사령관의 다리를 붙잡고 그의 뒤에 서서 자신을 힐끔힐끔 쳐다보고있었다. 뽀끄루는 순간 상처를 받았지만 그녀가 저런 행동을 보이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가 그제서야 떠오른 뽀끄루는 LRL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아까..그...죄송했어요.."


"아..아니다! 그대를 몰래 염탐한 짐의 잘못이로다..!"


"아뇨..! 제 잘못이에요..!"


"그대의 잘못이 아니다!"


LRL의 고함에 뽀끄루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 했다. 그런 그녀와는 달리 LRL은 아까보다 더 씩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뽀끄루 씨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러니 사과하지마세요! 당신은 그런 존재가 아니에요..!"


말을 마친 LRL은 숨을 헐떡이고는 다시 사령관의 뒤로 숨어버렸다. LRL의 말을 들은 뽀끄루는 휠체어의 손잡이에 올려져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LRL의 말을 곱씹었다. 


"정말로...제 잘못이 아닐까요.."


"네 잘못이 아니야. 내 잘못이지."


사령관의 말에 뽀끄루는 사령관을 쳐다보았다. 


"그게 왜 사장님 잘못이죠..? 사장님이 저지른 일도 아니잖아요.."


그녀의 말에 사령관은 헬멧을 긁적임과 동시에 그의 다리에 붙어있는 LRL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대답을 해주었다.


"뭐..같은 인간으로써 내가 더 미안하지.."


"네..?"


뽀끄루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사령관은 헬멧을 벗고, 한쪽 무릎을 꿇은 다음 뽀끄루의 손을 붙잡아주었다.

온갖 잔 상처와 이빨자국으로 가득함과 동시에 손톱이 없는 손을 살포시 붙잡으며 그녀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난 옛날 인류가 저지른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않을거야.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할거고."


"......."


사령관의 눈을 바라본 뽀끄루는 그의 눈에서 멸망 전의 인간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그들의 모습은 어느샌가 사라져있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손을 붙잡은 그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거칠고 차갑기 그지없었지만 이상하게 따뜻하고 포근했다. 아까 병실에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줬을 때랑 똑같은 느낌이었다. 


그 느낌에 뽀그루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물이 흘러나왔다. 


"하..하하..이상하신 분이네요..하하..하핫..! 하하핫..!"


뽀끄루는 한동안 미친사람 웃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LRL은 고개를 갸우뚱했고, 사령관은 그녀의 웃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의 손을 붙잡은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낀 사령관은 그녀의 손을 더 꽉 붙잡았다.




"안녕하세요..헤헤.."


"아. 뽀끄루씨도 안녕하세요."


뽀끄루의 인사에 콘스탄챠도 그녀의 인사를 기분좋게 받아주었다. 

아직까지는 부끄럼을 타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모습에 대원들 모두가 그녀에게 박수를 보냈다.


"뽀끄루씨! 안녕하세요!"


"쿠후후..대마왕이여! 오늘도 진조의 공주와 함께 새로운 힘을 탐해보지않겠는가?!"


"저기..사인 좀...."


뽀끄루는 오르카호 광장의 벤치에 앉아 대원들의 인사도 받아주거나 같이 스티커를 확인하거나 사인을 해주거나하는 등 평화로운 날들을 보내며 오르카호의 생활에 점점 적응해나가고있었다. 이따금씩 테마파크에서의 일들이 떠오르기는했지만 그 때마다 대원들이 그녀의 손을 붙잡아준 덕분에 그 때의 일은 더 이상 떠오르지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아직 적응되지 못한게 있었다.


"뽀끄루...!"


"히익..?! 백토..?!"


"오늘이야말로 네녀석의 목을 베고 젠틀맨을 구하겠다!"


백토는 절구모양의 전기톱을 휘두르며 뽀끄루를 쫓아갔다. 뽀끄루는 그것을 잽싸게 피하며 뒤도 돌아보지않고 달려나갔다.


"거기서!!"


"사장님! 살려줘요! 사장님!"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도 뽀끄루는 무섭지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이런 즐겁고 평화로운 나날들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사장님? 사장님? 제 얘기 듣고있으신가요?"


뽀그루의 부름에 사령관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응..?"


"정말...안 듣고계셨잖아요!"


"하하..미안미안..다시 말해줄 수 있어..?"


뽀끄루는 볼을 부풀리며 사령관의 책상을 쾅.하고 내려쳤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모든 물건이 잠시 공중에 떴다가 떨어지는 것을 본 사령관은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에게 다시 말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뽀끄루는 빵빵한 볼에 있는 바람을 뺄 생각은 전혀 없어보였다. 화가 날대로 난 그녀는 그의 책상을 가볍게 뛰어넘은 다음, 사령관의 무릎 위에 앉았다.


"뽀끄루..?"


"이번에는 잘 들리도록 여기서 말할께요.."


양손으로 사령관의 목을 휘감은 다음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달콤하게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사령관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를 어떻게든 쳐내고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사장님...고마워요..."


 뽀끄루의 말에 사령관은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렇게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있던 와중에 누군가 사령관의 방문을 벌컥하고 열었다.


"젠틀맨! 뽀끄루 대마왕이 여기에 있다는데..."


뽀끄루가 사령관의 위에 앉아 꽉 끌어안고있는 모습에 백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백토..?"


"아...안녕하세요..백토...헤헤..."


"이...이...! 이 사악한 대마왕! 젠틀맨을 돌려줘!!"


"히익..! 사장님! 살려주세요!!"


전기톱을 꺼내드는 백토의 모습에 뽀끄루는 사령관의 품에서 벗어나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놓칠까보냐!!"


백토는 그런 뽀끄루의 뒤를 쫓아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사령관은 어안이 벙벙했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책상 위에 있는 공구를 집고는 뽀끄루와 백토를 쫓아갔다.











나중에 화해했다고 한다. 




중간에 나온 삽화는 본인 작품입니다.


마음의 정리를 하고 요양을 보내느라 많이 늦었습니다.

여튼 뇌절에 재미도 없는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때까지 쓴 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