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 https://arca.live/b/supernerimk2?category=%EC%86%8C%EC%84%A4&target=title&keyword=%EC%A1%B0%EA%B8%88+%EC%9D%B4%EC%83%81%ED%95%9C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07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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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로이드를 이용한 위범행위로 인해 키리시마 중의원은 현재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충격적인 스캔들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에 대한 키리시마 중의원은 일체의 혐의에 대해 부인을 하고 있으며 거짓 음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스캔들의 파문을 연 정의로운 기자 키무라와 그의 조수 ‘즐거운 토모’는...”

 

 

 

시끄러운 라디오 소리.

티비 하나 둘 돈 없어 싸구려 라디오만 겨우 사 넣은 사무실 안에는 연신 이번 사건에 대한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평화롭다면 평화로운 이른 새벽.

아침부터 화제거리에 여념 없는 앵커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을 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토모? 왓슨? 햄버거 사왔다! 이번엔 티아멧 양 거까지 들고 왔으니까 마음껏 먹으라고!”

 

“또 햄버거...? 너 햄버거 가게랑 무슨 계약이라도 맺었냐?원수 진 것도 아니고...”

 

“에헤헤, 햄버거가 뭐 어때서 그래? 왓슨?

난 맛만 좋은데~”

 

 

 

평화로운 아침과 평화로운 식사.

빵과 패티, 소스가 난잡하게 흩뿌려진 햄버거는 이른 아침부터 일 해야 하는 햄버거 가게 점원의 피곤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한입, 베어 물었다.

나를 따라 토모도, 셜록도, 티아멧도 나란히 한 소파에 앉은 채 입을 오물거렸다.

 

소스는 짜고 달았다. 패티는 퍼석거렸고, 양상추는 소스에 절여져 질겅질겅 씹혔다.

퍽퍽한 빵, 토마토 껍질이 이 사이에 끼는 것 같고 감자튀김도 눅눅하다.

 

하지만 맛있었다.

내 양 어깨에 맞닿아 있는 내 친구들이, 그 숨소리가 살아 움직이고 있었기에 싸구려 햄버거도 맛있을 수 있었다.

 

학교에 다닐 때도, 직장을 구하러 다닐 때도, 난 늘 혼자서 햄버거를 씹었다.

딱 하나 분량만큼만 오는 배달원의 비닐 봉지. 그 안을 꺼내면 햄버거 하나와 콜라 한 잔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걸 먹고, 마시고, 씹어 삼키며 외로움도 함께 삼켰던 거다.

 

 

 

“... 맛있냐?”

 

“응! 토모는 엄청 맛있는데 왓슨은 별로야?”

 

 

 

고개를 돌려 토모를 보았다.

리앤일까? 리앤이겠지.

 

하지만 이젠 별로 중요치 않은 듯했다.

세상은 아직도 평화로웠고, 셜록과 토모가 했던 일을 우리 네 명은 함께 이뤄냈다.

 

이 정도면 가짜 기억이 진짜가 되었을까,

너의 세계가 구해졌을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냥 꾹 참았다.

그건 너무 메타 발언이었으니까.

 

 

 

“그나저나 왓슨, 자네는 은근 여자복이 많은 것 같아.

애들러 씨도 그렇고, 여기 티아멧 양도 그렇고, 어디서 예쁜 아가씨만 보이면 다 주워오는 거 아냐?”

 

“주워오다니... 무슨 표현이 그렇게 저급해.”

 

“그럼 자네 같은 사람이 뭐만 하면 저런 아가씨들을 데리고 게 의심스럽게 그지 없는데, 고급스러운 표현까지 써줘야겠나?

혹시 나 몰래 뭐 이상한 거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자네 이름으로 스캔들 한 번 더 터트릴 테니까 조심하라고.”

 

“흐흐, 그거 나 없으면 좀 힘들 걸.”

 

“웃음 소리 한 번 음흉하구만.

그래도 뭐, 그건 인정. 나도 인정할 건 인정하는 사람이니까.”

 

 

 

셜록의 말을 듣고 티아멧을 쳐다보니 얼굴을 붉히며 내 눈길을 피했다.

 

 

 

“예... 예쁘지 않습니다... 저는...”

 

“... ... 후후후. 티아멧은 쓸데 없는 말을 하는 재주가 있네?”

 

"네...? 제...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하얀 피부. 나올 덴 나오고 들어갈 덴 들어간 몸매.

누가 봐도 미소녀의 전형인 티아멧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 그 모습을 보던 토모의 눈길에 그늘이 졌다.

리앤도 몸매가 좋은 건 맞지만 토모의 몸은... 솔직히 말해 그리 육감적인 몸매는 아니지 않나.

 

오르카 호에서야 미인들이 넘치니 그런 말을 해도 된다지만, 현실에서 했다간 기만자 되기 십상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뭐랄까... 얼른 화제를 돌려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번 사건에 대해서 취재 기자와 함께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자민당의 기자회견에 나가 있는...”

 

“셜록, 저 라디오는 바꿀 생각 없어? 노이즈 엄청 끼는데?”

 

“저거 그냥 먼지가 끼어서 그런 거다. 청소 몇 번 해주면 금방 돌아갈 거야.”

 

“에이, 기자 사무실에 티비 하나 버젓이 없는 게 말이 되나?

이 기회에 돈도 제법 만질 텐데 그거로 하나 사던가 좀 해라. 보는 내가 불쌍해서 원...”

 

“꺄하핫, 셜록 놀리는 건 나보다 왓슨이 더 잘하는 거 같아~”

 

“토모... 우리의 불쌍한 현실을 가지고 그렇게 웃는 건 그만둬라.

듣는 사람 마음 아프니까.”

 

“하지만 이젠 진짜 다른 거 사도 되겠는걸?

나가서 구경이라도 해봐~ 마음에 드는 티비가 눈에 들어올 지도 모르잖아?”

 

“으으... 돈이 생긴다고 진짜 돈이 내 손에 들어올 줄 아는 바보들을 데리고 내가 무슨 일을 벌인 건지.

밀린 전기세에 수도세, 세금도 내야하고... 에휴, 햄버거 다 먹었으면 쓰레기나 주게. 나가는 김에 버리고 올 테니까.”

 

“에헤헤, 그렇게 말하면서 몸은 솔직하네?

지금 나가면서 티비 보러 가려는 거지?”

 

“아냐! 쓰레기 버리러 가는 거야!”

 

“어... 저도 지금 드려야 하나요...?”

 

“아, 아닙니다.

티아멧 양은 천천히 드세요. 이 애들은 이미 다 먹어서 저러는 거니까요.”

 

“야, 나 아직 다 안 먹었어!”

 

“시끄러, 왓슨! 내 절약 정신을 우습게 본 대가다!”

 

 

 

그렇게 말하며 셜록은 내 손에서 햄버거 포장지를 능숙하게 뽑아갔다.

토모의 것도 마찬가지. 손에 소스가 묻든 말든 비닐 봉투 하나에 알뜰살뜰하게 집어 넣으며 사무실 문을 열고 밖에 나가버렸다.

 

폭풍처럼 지나간 셜록의 모습에 이젠 웃음마저 나온다.

처음 저랬을 땐 나도 당황해서 미안하다 사과했었는데, 이젠 안 그래도 된단 걸 안다.

괜히 사과하면 어색해져서 말도 못하는 녀석이니까.

 

 

 

고요해진 사무실 전경에 힘이 풀린다.

옆에는 사건의 전말을 아름아름 듣고 온 티아멧과 숨길 거 하나 없는 토모, 아니, 리앤이 앉아 있다.

괜히 심술이 들어서 그랬을까, 토모의 옆구리를 툭 치면서 말했다.

 

 

 

“야.”

 

“왜에~”

 

“야야”

 

“왜에에~”

 

“야야야야”

 

“왜에에에에에~”

 

“이제 됐냐?”

 

“... 그래, 됐다. 됐냐?”

 

“크흐흐, 그래. 됐다.”

 

“그럼 나도 됐다. 에헤헤.”

 

 

 

의미 없는 말만 되풀이 해도 의미 있는 대화가 된다.

긴 말도 필요 없이 난 리앤의 옆구리를 쳤을 뿐이고, 리앤은 그런 내 옆구리를 치며 대답한다.

 

행동이란 그 어떤 말보다 무의미할 수 있으나, 그 어떤 문장보다도 더 많은 뜻을 담을 수 있다.

그 애매모호함의 경계를 넘을 수만 있다면 어느 누구라도 이것의 즐거움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이제 끝난 거지?”

 

“그래. 다 끝났네.

셜록도 무사하고, 스캔들도 제대로 터졌고.

나참. 이렇게 빨리 끝낼 줄 알았으면 이스터에그도 그냥 넣지 말걸 그랬어.”

 

“이스터에그? 그런 게 있었어?”

 

“게임 같은 거 만들 때 이스터에그 안 넣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래.

그냥 심심해서 이것 저것... 넣어봤지.”

 

“... 하긴. 백 년 동안 여기에서만 살려고 하면 심심하긴 했겠다.”

 

“말로만? 그게 어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인 줄 알아?

완전 미치는 줄 알았지.”

 

“누가 들으면 백 년 내내 의식 멀쩡하게 살아서 버틴 줄 알겠네.”

 

“에헤헤, 아닌 거 알았어?”

 

“내가 아는 리앤이 그랬다간 아마 미쳐서 악령이 되어버렸겠지. 참을성이 그리 좋은 애는 아닌 것 같거든.

뻔하지 뭐.”

 

“그래도 그렇게 말하면 좀 더 불쌍하게 보일 거 아냐.”

 

“이미 충분히 불쌍하게 보이니까 그러지 마.”

 

“... 헤헤.”

 

 

 

토모가 내 어깨에 몸을 기대어 왔다.

얼굴이, 머리카락이, 숨결이, 피부에 맞닿아 온다.

 

토모가 리앤으로, 리앤이 토모로,

어디서부터가 경계고 언제부터가 빗금이 되는지 애매모호하여 난 그냥 있는 그대로 보기로 했다.

 

리앤이 교복을 입는다면 이런 모습이겠지.

토모가 와이셔츠를 입는다면 이런 모습이겠지.

가련한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난 내가 사랑했던 캐릭터의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렸다.

 

 

 

“저... 토모 님...?”

 

“아, 맞다. 티아멧이라고 했던가?

만나서 반가워~ 근데 이제 또 헤어져야겠네... 에헤헷. 미안해.”

 

“아... 아니에요...

그냥 조금...”

 

“조금?”

 

“... 여쭤볼 게 있어서...”

 

 

 

티아멧은 한참을 우물쭈물 거리다 이내 얼굴을 베개로 푹 뒤집어 쓰곤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아무 것도...”

 

 

 

애 상태가 영 좋지가 않다. 최대한 싸우는 걸 피하도록 했는데 여기서 갑자기 칼에 피를 묻혀야 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아무래도 이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나중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 왓슨. 혹시 티아멧한테 나쁜 짓 한 건 아니지?”

 

“아, 아니에요! 사령관님은 그런 분 아니에요...!!”

 

 

 

변호해주는 티아멧에 괜시래 어깨가 으쓱해져서 토모에게 고개를 돌렸다.

 

 

 

“봐봐. 저렇게까지 말하는 데 내가 뭐 잘못한 거 있겠어? 나 엄청 당당해.”

 

“으으... 그렇게 말하니까 왓슨, 되게 재수 없어 보인다.”

 

“거 미안하게 됐네요.

그냥 나중에 만날 때까지 시간 조금 걸릴 텐데 잊지 말라고 그래 본 거야.

좀 강렬한 인상이 필요하지 않겠어?”

 

“그런 거로 강렬한 인상 남기는 건 별로다. 왓슨... 그것도 엄~청.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 해도 충분히 멋있는데 왜 이제 와서 그런 걸 걱정한담.”

 

“그렇게 말해주는 건 고마운데 언제 끝나? 이거?”

 

“언제 끝나냐고?”

 

 

 

게임 클리어를 이제 목전 앞에 두고 있다.

용의 보고에 따르면 추기경이란 것도 거의 제압이 완료됐다고 하고, 클리어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물론 너무 날림으로 한 느낌이 없잖아 있으니 노말 엔딩 정도겠지만, 리앤의 표정을 보면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이제 나가면 유전자 코드와 이 게임에서의 기억을 업로드하여 내가 아는 이 리앤을 현실로 가지고 올 수 있을 것이다.

 

 

 

“나 빨리 나가봐야 할 것 같거든.

밖에서 싸우는데 미믹이 이백 마리가 넘게 부서졌대. 나가서 그거 뒤처리 좀 해야 한단 말이야.

아, 미믹이란 게 뭐냐면 그냥 AGS 같은 건데...”

 

“알아. 애들러가 말해주고 갔으니까.

그런 게 200 마리나 완파 됐으면 추기경인지 뭔지도 엄청 강한 거겠네.”

 

“강했겠지. 그래서 그거 커버해주려면 빨리 나가야 하는데, 클리어 판정은 언제 나와?

셜록이 돌아오면 나오나? 아니면 내가 전에 갔던 학교까지 다시 가야 하나?”

 

 

 

이왕이면 라디오 소리가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사무실에서 엔딩을 맞이하고 싶지만, 또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팔을 하늘 높게 쭉 펼쳐 보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왜, 아침 하늘에 노을이 지고 있지?

 

 

 

“... ...”

 

“리앤? 무슨 문제라도 있어?”

 

“... 왜... 안 끝나는 거지...?

클리어 조건에 특정 장소로 가야 한다던가 특정 시간대여야 한다는 조건은 없었는데...”

 

 

 

게임이 끝나지 않는다.

가짜 세계가 멈추질 않았다.

 

 

 

“... 내가 안 끝낸 게 있었나?

너무 빨리 끝내서 그랬나? 확실히 쉽게 쉽게 가긴 했는데.”

 

“아냐. 내가 분명 다 봤어. 클리어 조건 다 부합하는 거 확인했단 말이야.

게임은 분명 이대로 끝나야 한단 말이야. 하지만 대체 왜...”

 

 

 

“그래... 너무 쉬웠지. 안 그래?”

 

파직.

 

“... 어라?”

 

파직. 파직. 파직.

 

 

 

녹슨 라디오에서, 들리지 말아야 할 소리가 들려 나왔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쉬웠어. 그래! 너무 쉬웠다고!”

 

“저게... 무슨...”

 

-오빠!! 오빠!! 당장 대답해줘!! 당장!!

 

“... 닥터? 왜 갑자기 전화를...”

 

-사라졌어!

 

“사라져? 뭐가...”

 

-용 언니가 제압해서 가둬두고 있던 추기경의 사체가 사라졌다고!!

 

“... 뭐?!”

 

 

 

그 말을 들은 순간, 오한이 돋았다.

 

 

 

“259번이다! 널 만나기 위해 용한테 259번을 죽었어!

그런 곳에 숨어 있었으면 내가 못 찾을 거라 생각했겠지! 가소롭기 짝이 없어!!”

 

-그게 어디 있는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그러니까 오빠도 조심...

 

“쉿.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네가 했던 말 중에 난 이 말이 제일 마음에 들더라.”

 

 

 

사라졌다는 추기경이 어디 갔는지,

알 것 같다.

 

 

 

“...!! 안 돼. 안 돼...!!

왓슨! 당장 로그아웃 해!! 통제권이 나한테서 사라지고 있어!!”

 

 

 

급박한 상황에 리앤은 이전의 빨간 문을 다시 만들어 단숨에 열어 재쳤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상황에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나는 옆에 있는 티아멧을 끌어 안아 문 속으로 던져 넣었다.

 

 

 

“사, 사령관님?!”

 

 

 

저 애는 아직 싸울 준비가 안 됐다.

좆간 새끼에게 당한 트라우마가 아직까지도 치료가 안 될 정도로 깊었으니까.

그런 애는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방해가 될 뿐이었다.

 

티아멧을 던져 넣은 다음, 나도 그 문 속으로 몸을 던지려 했다.

하지만 순간, 놓치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클리어 보상...”

 

“지금 상황에서 무슨 보상 타령이야! 빨리 도망가기나...”

 

“아직 클리어가 안 됐어! 클리어 판정이 없으면 유전자 코드가 나오지 않는다매!!

그럼 지금 내가 나가게 되면...”

 

 

 

클리어 포기. 당연히 그에 따른 보상도 사라지게 될 것이었다.

 

리앤을 만나지 못한다. 그 생각에 움찔거리며 발걸음을 멈춘 나였지만, 리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나를 문 속으로 밀어 넣었다.

 

 

 

“안 돼!! 그냥 보상을 포기하고 가라고!

지금 못 나가면 영영 못 나갈 수도 있단 말이야!!”

 

“하... 하지만 그러면 너는...”

 

“닥치고 나가!! 이 바보 같은 친구야!!”

 

 

 

어안이 벙벙했다. 어이가 없었다.

이제 다 왔는데,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이제 겨우 리앤을 만날 수 있는 바로 직전까지 왔는데,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라고?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이었다.

 

리앤이 날 밀어 넣은 탓에 빨간 문의 문턱을 넘을 수 밖에 없었다.

몸의 반절이 문 너머로 넘어간 마당에 난 마지막으로 리앤의 모습을 보았다.

 

 

 

“됐어! 로그아웃이 50%까지 진행됐으니까...?!

아... 안 돼!! 왜 안 넘어가지는 거야!!”

 

“...”

 

“제발 가!! 제발 넘어가라고!!

왜! 왜 내가 만든 건데 안 되는 거야!!”

 

 

 

운다. 저 아이가 또 운다.

기어코 운명이 베드 엔딩으로 향하는구나.

 

그리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자아,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단자.

너의 이야기가 계속될 가치가 있다는 걸 한 번 증명해 봐!”

 

 

 

난 여전히 이 세계 안에 남아 있었다.

괴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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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절대 애 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