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1[구조요청] 챕터2[사구] 챕터3[아래로]

챕터4[피난민] 챕터5[끝자락] 챕터6[구덩이]

챕터7[전투] 챕터8[관문] 챕터9[길]

챕터10[에이미] 챕터11[낙오] 챕터12[옥상]

챕터13[늑대] 챕터14[다리] 챕터15[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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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포스가 추락한 곳은 고급 호텔의 채광창 아래였다.

추락의 충격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 칸이 다른 대원들을 찾아 소리쳤다.

"끄윽..!! 워울프, 페더! 상태 보고해라!"

"탈론 페더, 바로 옆에 있습니다."

"아욱.."

"워울프, 괜찮나?"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으니 아프겠지?"

"좋아, 농담하는 걸 보니 아직 버틸만 한가보군."

"여긴..어디죠?"

"호텔의 채광창 아래인 걸 봐선 호텔의 꽤 높은 층까지 떨어진 것 같다."

"그나마 모래폭풍을 피할 수 있는 장소인 건 다행이네."

"아직 안심하긴 이르지. 계속 이동한다."

복도를 따라 이동하던 그녀들의 발이 멈췄다.

"대장님. 이 철문 금방은 못 열겠어요. 잠겨있는데다

안쪽에서 판자들로 막아 방벽을 만들어놨으니..

민병대들이 언제 쫓아올 지 모르고

모래폭풍도 아직 떠나질 않아서 도로 위로 나갈 수도 없어요."

"그럼 결국 갇힌 셈이구만."

"멈춰. 지붕 쪽이다. 여기까지 쫓아왔군..다들 준비해라."

숨죽이고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낀 칸이 지붕을 바라보았다.



"저기다! 저 년들이 아직 살아있다!!"

"민병대다! 페더! 울프! 교전 개시!"

델타포스를 뒤쫓아 모래 구덩이를 통해 호텔까지 추격해 온 민병대가

강렬한 햇빛 속에 몸을 숨긴 채 위에서 공격을 개시했다.


"큭! 여긴 위치도 불리하고 햇빛 때문에 저 자식들을 보기도 힘들어!

저것들 포기할 줄도 모르고 계속 따라오네!!"

"민병대가 실내로 침투! 점점 다가옵니다!"

"계속 쏴라! 다가오게 두지 마라!"

불리한 위치와 환경 속에 실내까지 침투해온 민병대가 다가오자

델타포스는 백병전을 벌여가며 저항을 이어나갔다.

칸은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민병대원의 총을 쳐내 자세가 흐트러진 틈을 타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머리를 쏘아 그녀를 영원히 침묵시켰다.

"타겟 무력화!"

그 직후 마지막 탄이 떨어진 자신의 보조무기를 버리고

민병대원이 들고있던 총을 집어들어 사격을 이어나갔다.

한차례 총알의 폭풍이 지나가자 민병대의 인기척이 사라졌다.


"퇴각한 걸까요?"

"그런 것 같진 않다. 아무래도.."

"잠깐 대장. 위에서 이상한 소리 들린다."

'쨍그랑!! 쨍그랑!!'

갑작스럽게 채광창의 유리들이 깨지고

지붕 위에서 커다란 덩어리들이 쏟아졌다.


군용 바이오로이드인 그녀들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형태의 물건.

그녀들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는 물건이었다.

"젠장! C4를 떨어뜨렸어! 대장! 빨리 돌아와! 나가야 해!!"

"당장 가겠다! 문을 부숴!!"

"열려라 젠장! 열려!! 페더! 좀 더 힘내 봐!"

워울프와 탈론페더가 문에 부딫혀가며 문을 열려 시도하던 그 때

칸이 합세해 셋이 몸을 부딫히자 마침내 판자가 부숴지고

그와 동시에 셋의 등 뒤에서 강렬한 폭풍이 불어왔다.

"크윽!! 대장, 페더, 괜찮아?"

"전 괜찮아요, 대장님은요?"

"아슬아슬했군. 설마 방을 날려버리려 할 줄이야..

그래도 뒤가 완전히 막혔으니 당분간은 숨 좀 돌리겠지.

다들 장비 점검하고 전진한다. 이 호텔에서 나갈 길을 찾아야해."

호텔 내부를 돌아다니며 출구를 찾던 그녀들은

한 커다란 방에 도달했다.



"다음번엔 민병대랑 대화라도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위험한 건 알지만..그래도 생존자니까 저희 작전의 구조 대상에 포함되니까요."

"장난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지금 저 녀석들은

대화가 아니라 우리들의 피를 원하는 것 같던데?

도시 상황이 막장이라 구조대고 뭐고 안 보이는 거지."

"워울프 말이 이렇게 설득력있을 때도 다 있군.

워울프의 말이 맞다. 당장은 민병대를 설득시킬 수는 없다.

지금은 이 호텔에서 빠져나가 33대대와 마리 소장을 찾는게 최선이야."

"알겠습니다."

그 순간 무거운 발소리가 복도를 타고 방문을 넘어 그녀들의 귓가를 울렸다.

"누가 오는데?"

"가까워진다. 다들 숨어라."


"C4를 떨어뜨리다니..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요?"

"그 년들은 우릴 죽이려고 작정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의 선택이 아니면 다른 선택지가 없어요."

"이 호텔이 무너지지 않은게 천만다행이군요.

다음부턴 그런 방법은 쓰지 말도록 하세요."

부관으로 보이는 민수용 바이오로이드는

민병대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바이오로이드와 대화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오르카호에서도 일상처럼 나누던 대화와

슬픈 현실 속에서도 행복함을 느끼던 표정들..

하지만 두바이의 그녀들은 모래와 참혹함으로 덮여있었다.

지휘관 바이오로이드는 방의 다른 문을 통해 복도로 걸어가며 말을 이어나갔다.

"비행기에서 잡아온 스틸라인 병사. 상태는 어떻죠?"

"저 아래층에 잡아두고 있어요."

"허튼 짓 못하게 잘 감시하고 있겠죠?"

"언제나 지켜보고 있습니다."

"좋아요. 가서 인사나 해야겠군요."

"잠깐만요."

"왜 그러죠?"

"그 년..입을 열지 않을 거예요."

"후훗, 절 보면 입을 열 겁니다. 걱정마시길."


'대장. 저 민병대 대장..시라유리잖아!'

'그래..나도 방금 봤다..'

'왜 시라유리가 민병대를 이끌고 저흴 처치하려는 거죠?

게다가 왜 33대대의 병사를 잡아가는 거고..

혹시 두바이의 080도 엮인 걸까요?'

'젠장..갈수록 재밌어지는군. 직접 묻는 수밖에..'

그 순간 미처 사각지대로 숨지 못한

그녀들의 그림자가 시라유리의 눈에 들어왔다.

"저것들이..! 아직도 살아있었나? 처치하세요!"

시라유리의 명령과 동시에 각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던

민병대원들이 공격자세를 취하고 그녀들의 방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자

시라유리는 유유히 민병대들 사이에 섞여 순식간에 달아났다.



다시 델타포스는 민병대를 쓰러뜨려가며 전진해나갔다.

납탄세례에 깨져버린 유리창 건너편은 여전히 모래폭풍이 불어오고

깨진 유리창으로 모래가 쏟아져 차마 피하지 못한 민병대원을 집어삼켰다.

"밖으로 나갈 통로가 있어!"

"좋아! 이 호텔에서 탈출한다!"

마침내 발견한 통로를 통해 밖으로 나오자 여전히 거센 모래폭풍이

그녀들을 환영했다.



"폭풍 속에선 명령을 내릴 수 없으니 각자 임기응변으로 전투해라!"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간수해라? 좋지!"

"폭풍이 너무 거세요! 다시 안으로 돌아가야해요!"

"불가능해! 민병대가 여전히 안에서 우릴 향해 따라오고 있을 거다! 전진할 수 밖에 없어!"

거센 모래폭풍으로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민병대원들이 건너편의 건물에서도 나오고 있었다.

"저 건물! 저기로 전진하면 될 것 같아요!"

"좋아! 앞장서라 페더! 후방은 내가 엄호한다!"

모래폭풍과 전방의 민병대를 뚫고 탈론페더가 선두로 나서서

안내한 건물에 들어서자 마침내 모든 총성과 모래폭풍에서 잠시 벗어나는 순간이 찾아왔다.



'콜록! 콜록!!'

"이 놈의 폭풍은 여전히 맵구만..그래도 드디어 폭풍은 다시 피할 수 있겠네."

"좋아. 다들 장비 점검후 잠깐 쉬고 이동한다. 아직 끝난 건 아니야.

우리가 헤매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저 아래에서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고."

"저 엘리베이터 통로. 저걸 따라서 레펠로 강하하면 바로 아래로 통할 거예요"

탈론페더는 열려있는 채로 고정된 엘리베이터 통로를 가리켰다.

"좋아. 토끼굴에 뭐가 있는 지 구경할 시간이군. 우린 아래로 간다.

전원 강하 준비."

칸이 명령을 내리자 델타 포스는 엘리베이터 통로를 따라 아래로 강하했다.



건물내로 내려온 그녀들 앞에는

각종 침구류와 양초, 아이들이 그린 듯한 그림이 여기저기 흩어져 놓여있었다.

"누가 여기 살았었군요."

"적어도 폭풍 속에 생존자가 있긴 했었군.

무장한 생존자들은 민병대가 되고 비무장 생존자들은 아직 알 수도 없는 어딘가에 있지만."

"정지. 불빛을 포착했습니다. 아래층으로 통하는 구멍에서 빛이 나오고 있어요."

"좋아. 확인하지."

불빛이 올라오는 구멍 속으로 다시 내려간 그녀들의 눈 앞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워우..양초들하며..천막에..전기 설비, 각종 도구에 식기..피아노까지 있네?!"

"이 정도의 물품들이라면 분명 여기가 '소굴'일 거다.

하지만 피난민도 민병대도 그림자도 안 보이는군..다들 어디로 간 거지?"

"그래도 소굴을 찾았으니 실키 중사라도 곧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 이동하지."



"맙소사.."

익숙한 군복, 익숙한 얼굴들.

스틸라인의 바이오로이드.

33대대의 병사들의 시체가 줄지어 쓰러져있었다.

"33대대인가? 모조리 학살당했어요.."

"아냐, 이렇게 줄을 세워놓은 걸 보면 처형당한 흔적인 것 같아."

"내가 케시크로서 싸우던 시절이 생각나는군..제길.."

'..!!..!!!..!!'

"누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들 소리 죽이고 접근하도록."




"당신이 입을 열 때까지 계속 고통받게 할 겁니다..

물 보관소에는 병력이 얼마나 있는 거지?!"

"계속 떠들어 보시죠. 시라유리..33대대가 곧 올 겁니다..!"

"33대대? 그것들은 여기엔 오지도 못할 걸?!

33대대는 완전히 박살나서 자기 목도 겨우 간수한다고!"

"지랄..당신들이 여기에 와서 난민들을 선동하지만 않았어도

두바이는 조용한 곳이었어! 당신들만 없었어도..!!"

분노로 흥분한 시라유리가 델타 포스가 그토록 찾아 다니던

실키를 심문하고 있는 광경이었다.

시라유리와 실키는 서로를 향해 분노섞인 욕을 퍼부어가며

언쟁하고 시라유리는 실키를 구타해가며 심문하고 있었다.



"우리들 스틸라인은 당신네들은 얼마든지 죽일 거야. 반드시 한다고."

"그렇게 나와야지. 080은 우리들의 목적에 방해되는

당신들 같은 것들은 반드시 제거하니까."



시라유리가 권총을 실키의 머리를 향해 겨누자

몸을 숨기고 있던 워울프가 엄폐물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멈춰!!"

"뭐야?!"



워울프의 외침에 시라유리가 고개를 돌린 찰나의 순간에

밧줄을 풀고 일어난 실키가 권총을 오히려 시라유리의 머리에 겨누고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머리에 총알을 맞는 시라유리는 그대로 피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지고는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실키는 델파 포스를 향해 권총을 겨누며 소리쳤다.



"당신들은 뭐야!!"

"진정해! 델타 포스다. 두바이의 생존자를 구조하기 위해 왔다.

무기를 내려라, 그러면 우리도 내리지."

"내리라고? 지랄,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여?"

"우릴 믿어라. 우린 널 해치지 않는다."

3대 1의 상황에서도 실키는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도

전혀 주눅들지 않은 채 델타 포스를 위협하고 있었다.

실키는 먼저 두 손을 들고 움직임을 멈췄다.

하지만 여전히 권총을 한 손에 들고 있어

델타 포스는 경계를 풀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관등성명은?"

"중사 실키 3141, 33대대 알파 패트롤.

어떻게 이 소굴을 알고 온 거죠?"

"비행기에 있던 자네의 동료들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자네를 찾아달라더군."

"그녀들은 어떻게 되었죠?"

"...먼저 갔다.."

"놀라운 소식은 아니군요."

"뭐?! 그럼 우리가 걔들을 죽였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뇨, 단지 정말로 놀라운 소식이 아니라서 그럽니다.

살아서 당신들과 왔다면 기뻤겠지만요.

현실은 현실이군요, 무슨 소설도 영화도 아니고.."

"그녀들의 부탁으로 자넬 찾으러 왔다.

우리와 함께 마리 소장을 만나러 가지.

모두 힘을 합쳐 두바이의 생존자들을 구조하는 거다."

"..알겠습니다, 이 소굴에 33대대 대원도 있다는 건 알고 온 거겠죠?

당장은 합류할 수 없지만 대원들이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거기서 다른 대원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힘을 합치면 병력을 늘릴 수 있을 겁니다.

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 

"대장. 어떻게 할 거야? 노움이 말했던대로 우린 실키를 찾았어.

정말로 저녀석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지금 두바이가 돌아가는 꼴을 보니

아무나 쉽게 믿을 수는 없어. 아까 시라유리가 심문하면서 말한 '물 저장소'..기억하지?"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녀가 이상한 짓 못하게 발을 묶어둬."

워울프와 탈론페더가 실키를 향해 총을 겨누고

실키는 칸의 대답을 기다리며 입을 열었다.

"칸 씨..대답은 정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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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게임 스토리상으로는 챕터4에서 선택인데 챕터 중간에 있는 선택이라

챕터3~챕터4 초반 이어붙여서 이번 편으로 약간 수정함

다른 챕터들도 이렇게 선택지가 마지막에 오도록 조금씩 수정할 예정


수정 전에는 CIA 포지션에 몽구스 팀 넣었다가 댓글 반응보니

080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이 꽤 나와서

몽구스 버전, 080 버전으로 2개 올려봄

나름 시리즈 각 잡고 연재하려니 생각 많아지더라


챕터1[구조요청]

챕터2[사구]

챕터3[아래로]

챕터4[피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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