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편안한 죽음을 달라는 에이미의 요청에

칸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자신이 주운 에이미의 권총을 확인했다.

"..."

"부탁이야..적어도 마지막만은.."

"..두바이의 사람들을 말려죽이고 너만 편하게 죽게 둘 수는 없지..

불구동이 속에서 네놈이 저지른 짓을 참회하며 죽어라.."

칸은 에미리를 겨누고 있던 권총을 홀스터에 집어넣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에이미를 뒤로 하고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비틀거리며 걸어나갔다.


뒤에선 불길에 잡아먹히는 에이미의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칸은 그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은 채 말 없이 앞으로 걸어갔다.

그 때 드디어 반가운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장! 대장! 들려?!"

"그래 들린다. 드디어 다시 얘기하는군."

"맙소사 다행이다!! 우린 지금 백화점으로 향하고 있어.

대장을 찾기도 전에 33대대가 먼저

나랑 탈론페더를 발견하고 공격해서

어쩔 수 없이 퇴각했는데 설마 대장도 무사했을 줄은.."

"이번엔 내가 운이 좀 좋았나 보군."

"..에이미 그년은 어떻게 됐어?"

"죽었다."

"잘됐네."

"아니, 그년 하나 죽은 걸로 잘 된 건 없어.

그년이 우릴 속였어. 씨발 모두를 속였다고.

도시의 모든 사람이 며칠내로 말라죽을 거야.

시민들을 1분 1초라도 빨리 대피시켜야 해."

갑작스러운 잡음이 칸과 워울프 사이에 끼어들고

잡음이 멎자 또다른 목소리, 커넥터 유미가 난입해왔다.

"이런이런, 목숨한번 질기네, 내가 대화를 방해했나?"

"젠장..워울프, 탈론페더, 목표 위치에 도착하고 대기하라. 내가 곧 가겠다."

"그래그래, 무전이 연결되어있으니 들을 수 있게는 해주지."

"지랄하지 말고 닥치기나 해."

"워, 워, 말 좀 곱게 쓰시지? 이래봬도 우리 방송은

두바이의 모든 시민들과 가족들을 위한 거야.

전체 이용가라고. 당신들 때문에

우리들 모두에게 올 갈증처럼!

전체 갈증 이용가지!"

자신의 잘못을 비난하는 유미의 말에 신경질적으로 무전을 끊어버린 칸은

탈론페더와 워울프가 향한 백화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백화점에 진입하자 탈론페더가 속삭이는 목소리로 다급한 마을 전했다.

"대장님..어디에 계신 거죠?"

"백화점이다. 33대대가 진을 쳤군."

"놈들이 워울프 씨를 인질로 잡았어요.

전 완전히 포위당해서 움직일 수도 없고..대장님의 지원이 필요해요."



그녀의 말에 칸이 주위를 살피자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33대대 대원들이 사방에 포위망을 펼치고

워울프를 붙잡은 채 탈론페더를 협박하고 있었다.

"내 말 잘 들어라 탈론페더!

당장 투항하지 않으면 이 년을 죽여버리겠다! 무기를 버리고 거기서 나와!"

"..대장, 지금이 아니면 저도 워울프 씨도 끝장이에요..!"

"알겠다. 당장 지원하지."

포위망의 한 구석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를 제거한 칸은

그 병사가 들고있던 저격총을 빼앗아 워울프를 붙잡은 병사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온 정신을 자신의 손에 집중했다.



방아쇠를 당기자 튀어나간 총알이 바람을 헤치고 날아가

깔끔하게 워울프를 붙잡고 있던 병사의 머리를 날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병사의 포박에서 풀린 워울프가 옆에 있던 병사를 제압, 사살해

전투 태세를 갖추고 탈론 페더와 합류해 교전을 시작했다.



"씨발, 고마워 대장!!"

"감사 인사는 나중에 듣겠다. 지금은 나랑 합류할 길부터 찾아!

그동안 내가 계속 저격 지원하겠다!"

"33대대 전원에게 알립니다~ 현재 델타 포스 1:1 등신대가 백화점에 입고되었습니다!

반복한다, 델타 포스가 백화점에 있다!"

"씨발! 저년 방송으로 우리 위치를 떠벌리고 있어!"

"방송은 잊어! 이 백화점에서 나갈 길부터 찾도록 해!

그쪽에선 보이나?!!"

"여기선 안 보여요! 더 이동해야 있을 거예요!!"

"알겠다! 계속 이동해!"



모래 속의 세월과 전투의 여파로

멀쩡한 곳이 없을 정도로 부숴진 백화점을 질주하며

33대대와의 전투를 이어나가면서도

유미를 쉴 새 없이 델타 포스에게 무전으로 통신하며 그녀들의 속을 긁었다.

"이런, 델타 포스라는 분대명을 가지고도 델타 포스답지도 않은 짓을 벌이네?"

"엿이나 쳐먹어! 넌 그 33대대 전범 새끼들을 위해 이러고 있는 거잖아!"

"너나 쳐먹으시지?! 너희들은 마리 대장님의 진짜 목적이 뭔지도 모르고 여기까지 온 거 아닌가?

그리고 애초에 너희가 여길 왜 온 건데?!"

"네놈이 그렇게 따르는 마리 대장의 행각을 벌하기 위해서다."

"벌한다고? 사돈 남말 하네. 관문에서 벌어진 일은 누가 벌인거지?

잠깐, 이게 무슨 냄새지? 어린 바이오로이드가 불길 속에서 구워진 냄새였네?"

"이 씹새끼가! 너 만나면 내 손에 뒤질 줄 알아! 알았어?!!

대장이 뭐라하든 상관없어!!"

"빌어먹을, 너희 둘다 그 녀석 말은 무시해라.

그 녀석을 상대하는 건 나중에 해도 되니까.

계속 전진해서 합류할 수 있는 통로를 찾도록."


"옥상에 집라인 발견!"

"대장! 집라인이 있어!

근데 33대대 새끼들이 득실거려! 좀 도와줘!"

건물의 끝까지 달려간 끝에 마침내 칸이 있는 곳으로 뻗어있는

집라인이 있었으나 턱밑까지 추격해온 병력들과

옥상에서 헬기를 동원해 습격해오는 지원 병력이

탈론페더와 워울프를 양쪽에서 압박해오기 시작했다.

"달려! 내가 엄호하겠다!!"

칸은 자신의 위치에 거치된 기관총을 붙잡아 사격자세를 취했다.




수많은 층과 옥상에서 그녀들을 추격하는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그 순간에 칸은 방아쇠를 당겨 포화를 쏟아내 그녀들의 뒤를 밟는 병사들을 뿌리치고

위에서 압박해오는 병사들을 쳐냈다.

칸의 지원을 받으며 전진한 탈론페더와 워울프가 옥상에 도달해

집라인을 타고 내려오자 마침내 델타 포스가 다시 집결했다.


"모두들 용케 살아있군. 상태는 어떤가?"

"전 괜찮아요."

"나도 멀쩡해."

하지만 재회의 순간도 잠시 그녀들의 뒤편의 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그녀들은 숨소리도 죽인 채 방문 앞으로 다가가 돌입 준비를 했다.

"열어라 워울프."

"알았어. 도탄 주의하시고. 간다!"





잠금장치를 파괴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안에는

미처 전투에 참가하지 못했던 노움 한 개체가

벌벌 떨기만 한 채 바닥에 주저앉아있었다.

"씨발 그 총 버려! 당장!"

"ㅇ, 알겠습니다. 항복할테니 쏘지만은 말아주십쇼!"

탈론페더와 워울프는 그녀를 포박하고 일으켜 칸이 있는 곳으로 끌고갔다.




"이 자식은 싸울 의지도 없는 것 같은데요 대장."

"너, 노움이군. 관등성명은?"

"예 그렇습니다. 계급 병장. 군번은 xx-xxxxxx..."



얼음과 같이 냉정한 표정으로 권총을 꺼낸 칸은 노움의 머리에 겨누었다.

"네놈은 전쟁 포로가 아냐. 포로처럼 굴지 말라고.

애초에 네놈들은 빌어먹을 병사조차도 아니지."

"ㅅ, 살려주십시오..!"

"포로가 아니니까 네 목숨은 언제든 우리가 원하는 대로 빼앗을 수도 있어.

너희 33대대를 위해 라디오를 하는 그 유미..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지?"

"만나겠다는 겁니까? 그녀는 엄중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3명이서 갔다가는.."

칸은 겨누고 있던 권총의 총구로 노움의 이마를 툭툭 밀어내며 입을 열었다.

"우리 문제, 우리 목숨이다. 너와는 관계없으니

넌 그저 우리가 원하는 정보만 말해주면 된다."

"..알겠습니다. 저기 보이는 트랜스 에미리트 건물의 옥상입니다."

노움은 결국 칸의 말에 한 마천루를 가리켰다.



"페더. 저기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방송 시스템을 쓸 수 있을 것 같나?"

"도착만 한다면 그 다음은 얼마든지 가능해요.

대피명령 방송을 내릴 준비도 바로 마치겠습니다."

"..대피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방금 뭐라고 지껄였나?"

냉담한 목소리로 노움이 고개를 돌린 채 칸에게 말을 건네자 칸이 반문했다.



"진정하고 차분하게 생각해 보십시오, 칸 대장님..

여긴 사막입니다. 사막에서 물이 없다면..얼마나 살겠습니까?

제길..마리 대장님께서 원하셨던 건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부디 그걸 잊지 말아주세요.."



"..명심하지..다음에도 놈들이 우릴 죽이려 들 때도 말이야!!"

노움의 말에 칸은 들고있던 권총으로 그녀를 후려쳐 기절시키고는

권총에 튄 피를 닦으며 탈론페더와 워울프를 쳐다보며 장비를 챙겼다.




"이제 두바이는 시한부 상태다.

목숨이 다하기 전에 저기서 대피명령 방송을 보내야 해. 어서 가자."

장비를 챙기고 일어난 칸을 필두로

탈론페더와 워울프도 그녀를 따라 각자의 장비를 점검하고
백화점을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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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연중박기 아쉬울 정도까지 왔으니 완결까지 계속 달린다.

글로 쓸거면 콘문학이나 해야지.

장편되니 뇌절기운 올라오는게 느껴짐


챕터1[구조요청]

챕터2[사구]

챕터3[아래로]

챕터4[피난민]

챕터5[끝자락]

챕터6[구덩이]

챕터7[전투]

챕터8[관문]

챕터9[길]

챕터10[에이미]

챕터11[낙오]

챕터12[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