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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인류 멸망 전에는 편의점에서 다양한 식품들을 팔았다고 해요.

거의 한달에 한번씩 신제품이 나오거나 진짜 요리해서 가져온 것 같은 도시락 등.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등 간편한 조리로 양질까진 아니어도 꽤나 준수한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수요가 굉장히 높았다고 해요.

 

 

우리 편의점은 멸망 전 편의점을 구현하려고 한 건지는 몰라도

오늘도 신제품이 들어왔어요..

빠네 파스타, 슈바인학센…  뭐… 술에 딱 어울리는 술안주 같은 음식들이었죠.

 

하지만.. 이런 신제품들은 정말 금방 나가버려요.

왜냐하면…

 

 

“ 응? 우와! 이거는 처음 봐! “

 


이 분들 때문이죠..

 

저는 출근하자마자 익스프레스 양에게 받은 편의점 물품 박스를 밀어 넣고 있었는데,

시아 양이 편의점으로 들어오더니, 물품 박스 앞에 멈춰 서서 박스 안에 든 식품들을 구경했어요..

 

그 뒤로 엠피트리테 양이 편의점으로 따라 들어왔어요.

 

 

“ 시아, 뭘 보고 있는 거야..? “

 

“ 엠피 언니! 우리 이거 먹자! “

 

 

시아 양이 신제품인 빠네 파스타 도시락을 들어올려 웃으며 엠피트리테 양에게 보여주었어요.

 


“ … 맛있어 보이네. “

 

“ 그치? 시아, 이거 먹으면 하루 종일 방긋방긋할 수 있을 것만 같아! “ 

 


겉보기에는 빵 하나밖에 안 들어있는 도시락인데..

시아 양은 빠네 파스타가 뭔지 아는 모양이네요.

 


“ 근데 시아, 이거 우리가 사기엔 좀 비싼 것 같아.. “

 

“ 뭐어!? “

 

“ 가격이 7 스티커야… 너무 비싸. “

 

“ 그치만… 언니 전단장님한테 돈 많이 받았잖아!? 


 “ 그렇긴 하지만.. 돈은 아껴 써야 좋은 거야. 시아. “

 


엠피트리테 양이 달래듯이 말했어요.

 


“ 이잉~ 한번만 사주면 안돼? “

 

 

시아 양이 엠피트리테 양에게 눈을 크게 뜨며 그렇게 부탁했어요.

시아 양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는게 여기서도 보이네요..

 


“ … 알았어.. 이번만이야. “

 

“ 야호! 고마워! 엠피 언니! “

 

 

그때,

 


“ 흐음…. 난 계산 안해줄거야? “

 

 

“ 우왓!? “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나긋나긋하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에 저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어요.

 

2번 카운터 테이블 앞에 검은색 티셔츠에 돌핀 팬츠를 입은 에키드나 양이 뾰루퉁한 표정으로 저를 째려보고 있었어요. 

*이 편의점의 카운터는 원형이며, 입구 쪽 카운터가 1번 카운터, 안쪽 카운터가 2번 카운터이다.


에키드나 양 앞의 카운터 테이블 위에는 온갖 식품들이 잔뜩 올려져 있었어요..

거기엔 신제품인 슈바인학센도 있었어요.

 

“ 아! 네! 죄송합니다! “

 

저는 헐레벌떡 2번 카운터로 달려가 바코드 스캐너를 들고 계산을 시작했어요.

근데 뭐 이리 많이 가져왔는지..

 

 

그때,

 

 

“ 우리도 ‘삑삑’해줘! “

 

 

뒤쪽 1번 카운터에서 시아 양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삑삑 해달라는 건 계산을 해달라는 말이에요..

 


“ 네! 잠시만요! “

 

 

저는 정신없이 바코드를 찍는 와중에 말했어요.

 

그 와중에 똑같은 걸 두 번 찍어버렸네요.

 


“ 이봐, 너무 꾸물대는군. 난 빨리 새로운 쾌락을 느끼고 싶단 말이야. “

 

 

에키드나 양이 불만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어요.

빨리 신제품을 먹고 싶은 모양이에요..

 


“ 네! 금방 해드릴게요..! “

 


그때, 1번 카운터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뒤로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 헤헷..!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

 


시아 양과 엠피트리테 양 옆으로 지니야 양이 엄청나게 많은 식품들을 카운터 위에 쌓아 올리고 있었어요!

 

 

‘ 으.. 하필..! ‘


 

하필이면 우리 편의점에서 가장 먹을 걸 많이 사가는 분들이

이렇게 한번에 계산을 하러 오고야 말았네요..

그와중에 지니야 양은 제가 체크하고 있던 편의점 박스에 있던 것들을 많이 가져왔네요..

 

 

이후에도 저는 그렇게 수많은 식품들의 바코드를 한참동안 찍고 있었어요..

신제품은… 들어 온지 단 5분도 안돼서 다 팔렸답니다..

 

 








 

 

198.

 

 

오후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그때 저는 폐기 도시락을 가져와서 카운터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오늘 점심은 미트볼 스파게티에 돈가스라서, 편의점에 손님이 적어요. 

 

후식으로 음료수 같은 걸 사러 오는 사람이 아니면

 

편의점에 오는 손님이 드물었죠.

 

미트볼 스파게티에 돈가스를 먹지 못하는 건 좀 아쉽긴 하지만 

 

지금 저는 비스무레한 걸 먹고있어요.

 

뮤즈 양을 보고 따라해보고 있는 건데,

 

바로 도시락이랑 라면을 같이 먹는 거에요.

뮤즈 양은 평소에 도시락과 라면을 함께 사가거든요.


가끔씩 슬레이프니르 양과 함께 편의점에서 먹고 갈 때가 있는데,

식성이 얼마나 좋은지 도시락과 라면을 그 자리에서 다 해치우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언젠가 한번 따라 해보려고 했는데,

마침 오늘 폐기된 돈가스 도시락이 생겨서, 한번 시도해보기로 했죠!

 

미트볼 스파게티 대신 스파게티 라면으로,

돈가스는 돈가스 도시락으로 대신 먹는거죠!

헤헤..

 

근데.. 시도는 참 좋았는데요..

 

 

“ 하아… “

 

 

돈가스 반 개, 그리고 스파게티 라면을 이제 두 입 먹었는데…

벌써 배가 엄청 부른 거에요.

 

 

“ 배불러… “

 


거기다 엄청 물려요..

 

뮤즈 양은 도대체 이걸 어떻게 다 먹는 걸까요..

 

 

“ 으아… 도저히 못 먹겠다.. “

 


몇 젓가락 더 집으려다 결국 저는 다 먹지 못하고 젓가락을 내려놓았어요.

더 먹다간 배도 터질 것 같구.. 살도 엄청 찔 것 같았거든요..

 

 

“ 으으.. 으으으으..!! “

 

 

자리에서 일어난 저는 기지개를 쭉 폈어요.

 

 

“ 상인이여.. “

 

“ 우왓!? “

 

 

익숙한 목소리에 기지개를 피다 깜짝 놀랐어요.

 

1번 카운터 앞에 알비스 양과 LRL양이 와있었네요..

 

 

“ 이 곳에서 진조의 하얀 야수와 함께 숨바꼭질을 좀 해도 되겠느냐? “

 

 

아, 여기서 놀려고 왔구나..

 

 

“ 네.. 그 대신 조심해주세요.. “

 

“ 물론이니라! “

 

“ 물론이니라!! “

 

알비스 양이 LRL양의 말을 따라했어요.

 

 

“ 그럼 우리 내기라도 할까? “

 

“ 내기? “

 

“ 이긴 사람은 초코바 쏘기! 어때? “

 

“ … 초코바는 너무 질리지 않느냐..? “

 

“ 무슨 소리! 초코바만큼 질리지 않는 완벽한 음식이 어딨어!? “

 

“ 짐은 좀 질린단 말이다… “

 

 

그렇게 LRL 양과 알비스 양이 안쪽으로 들어간 사이..

 

 

“ 으으… 눈 아파.. “

 

 

저는 눈이 아파 눈을 비비적거렸어요.

 

 

어제 밤새도록 십자가 회로를 좀 손보고 있어서 그런가..

눈이 조금 따가운 거 있죠?

이럴줄 알고 예전에 다프네 양에게 받은 안약을…

 

 

“ 오호홋! 눈이 많이 아프신 모양이군요? “

 

 

눈을 비비적거리는 와중에 낯선 목소리가 앞에서 들려왔어요.

 

눈을 떠보니..

 

 

“ 내일 스프리건 님의 신문에서 기사라도 하나 뜨겠군요! 오르카호, 병균에 물들다! “

 


이마를 훤히 까고 있는 노란색의, 양갈래 롤빵머리를 한 바이오로이드가 제 눈앞에 서있었어요..

 

 

“ …누구…세요? “

 

“ 안녕하세요! 오호홋! 본녀는 프랭스터 머큐리라고 합니다. 스트라이커즈 팀 소속이죠. “

 

 

아, 새로 오신 분이었구나.

 

 

“ 아, 안녕하세요. 저는 커넥터 유미에요. “

 

“ 이미 알고 있사옵니다! 유미 님! 제가 사전에 조사를 좀 많이 했었거든요!

기분 나빠하진 마세요. 오르카호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 한 분 씩 조금 알아놓은 것 뿐이니까! “

 

 

머큐리 양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어요.

 

 

“ 아.. 그러셨군요.. “

 

“ 오호호홋! 그런데, 이상하군요.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미님께서 눈 건강이 별로 안 좋다는 정보는 분명히 없었는데 말이죠. 흠.. 이럴리가 없는데. “

 

머큐리 양이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더니,

 

 

“ 아! 마침 본녀에게 좋은 게 있사옵니다. “

 

 

뭔가 생각났는지 들고 온 가방을 열고 안을 뒤적거렸어요.

 

 

“ …? “

 

 

저는 도대체 뭘 꺼내나 싶어서 그녀를 지켜보았죠.

그런데..

 

 

“ 자! 여기 있사옵니다! “

 

 

머큐리 양이 꺼낸 것은, 둥글게 몸을 말고 있는 조그만한 새끼 아르마딜로였어요!

 

 

“ 우왔!? 그걸 왜 저한테 주시는거에요!? “

 

“ 오호호홋! 그거 아시옵니까? 아르마딜로를 머리맡에 두고 자면 눈이 좋아진다는 사실! “

 

 

머큐리 양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오호호홋 웃었어요..

 

 

“ …. 아르마딜로를요..? “

 

 

“ 그렇사옵니다! “

 

 

“ 근데 그건 어디서 났는데요..? “

 

 

“ 아, 이 아르마딜로로 말할 것 같으면 오르카호를 걷고 있는데 복도에 한마리가 방치되어 있… “

 

그때,

 


“ 야. 네가 데려간 거였어? “

 

 

엠프리스 양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아르마딜로를 머큐리 양의 손에서 쏙 빼갔어요.

언제 온거야..

 

 

“ 으앗!? 이게 무슨 짓이옵니까? “

 

“ 무슨 짓은 무슨 짓. 우리가 관리하는 아르마딜로를 멋대로 데려가 놓고 그런 말이 나와? “

 

 

엠프리스 양이 머큐리 양에게 따졌어요.

그러자 머큐리 양의 자세가 굉장히 겸손해졌어요..

 

 

“ 앗.. 주인이 있는 아르마딜로였군요.. 본녀가 실수했사옵니다. 정말 죄송하옵니다. “

 

“ … 뭐야. 갑자기 저자세로 나오면 내가 더 미안해지잖아. “

 

 

갑작스러운 사과에 엠프리스 양이 볼을 긁적거렸어요.

우리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어요.

 

 

“ 다음부턴 조심해. 얘는 내가 데려갈게. 안녕. “

 

 

엠프리스 양은 그렇게 편의점을 빠져나갔어요.

 


“ 흠흠. 본녀에게 착오가 있었사옵니다. 눈 건강에 좋은 것은 나중에 드리도록 하죠. “

 

 

“ 아… 네… 고마워요… “

 

 

이 분… 생긴 것과 다르게 엄청 허당이네요..

 

 

 

그때,

 

 

“ 으아아아!! “

 

 

갑자기 사령관님이 편의점 문을 박차고 들어왔어요!

 

 

 

“ 사령관님!? “

 

 

“ 나 좀 살려.. “                   

 

 

그리고 그 뒤로…

 

 

“ 주인니이임!! 나 좀 진정시켜줘어어어!! “

 

 

벌거벗은 펜리르 양이 따라 들어왔어요..

 

그 것도 사족보행을 하면서요!

 

 

펜리르 양은 금방 사령관님을 따라잡더니 그를 덮쳤어요.

사령관님의 몸이 머큐리 양 앞으로 넘어졌어요.

 

 

“ 우왓!? 사령관님, 어딜 보시는겁니까!? “

 

 

머큐리 양이 얼굴을 살짝 붉힌 채로 치마를 부여잡고 뒷걸음질쳤어요.

그리고..

 

 

“ 펜리르!!! “

 

 

펜리르 양 뒤로 블랙 리리스 양이 급하게 뛰쳐 들어왔어요..

 

 

“ 펜리르, 주인님에게 이러면 안돼요..! “

 

 

“ 주인님..! 주인니이임!! “

 

 

“ 그..그그.. 제발 진정해.. 펜리르..! “

 

 

“ 나.. 진정이 안돼! 헥.. 헥..! “

 

 

 

…도대체 이게 무슨 환장하는 상황인지 모르겠네요..

 

머큐리 양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는지 몸을 입구 쪽으로 다시 옮겼어요..

 

 

“ 펜리르..!!! “

 

 

블랙 리리스 양이 있는 힘껏 펜리르 양을 사령관님에게서 떼어내려고 했지만..

 

힘이 엄청 센 리리스 양에게도 무리인 모양이에요..

 

 

펜리르 양은 리리스 양의 손길을 애써 뿌리치고 사령관님의 옷을 벗겨내고 있었어요..

 

 

 

“ 으..? “

 

 

그때…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어요..

 

 

“ 저…저거…. “

 

 

바로 LRL 양이 저 끔찍한 현장을 목격한 것이었어요!!

 

 

“ 안돼..! “

 

 

저는 작게 혼잣말로 외쳤어요.

 

그리고 급하게 LRL양에게서 몸을 돌렸어요.

 

 

 

“ 짐이 지금 잘못보고 있는게냐..? “

 

 

그리고 제 뒤통수에서 빛이 번쩍했어요.

 

LRL 양이 또 안대를 벗은 게 분명했죠.

 

다행히 저는 LRL 양에게서 등을 돌렸기에 이번엔 눈을 다칠 일이 없죠. 헤헤.

 

 

그런데..

 

 

 

 

제 눈에 멀지않은 곳에 머큐리 양이 보였어요..

 

 

 

 

 

 

 

 

 

 

 

 

 

그 모습은 마치….

 

 

 

 





 





 

 

199.

 

 

잠시 수복실을 좀 다녀왔어요..

 

아까 그 사건 이후로 눈이 엄청 아팠거든요.

 

저 말고도 그 현장에 있던 모두가 수복실을 다녀왔어요.

이 소설의 뻔한 레파토리가 만들어낸 참사긴 한데..

 

... 에휴.

 

 

하여간 모두가 각자 있을 곳으로 돌아갔고, 저는 편의점으로 돌아왔어요.

 

 

“ 하아.. “

 

 

선글라스를 쓴 채로 저는 편의점으로 터덜터덜 걸어갔어요.

입구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네요.

 

자세히 보니..

 

 

“ 근데 여긴 왜 온겁니까? 골타리온 씨. “



골타리온과 각자 코스프레라도 한 듯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서 있었어요.  


 

“ 크하하하! 여긴 내 종이 운영하는 편의점이다. 

하찮고 느려터진 마법소녀들보다 한 발 앞서서 점령해둔 곳이지!

여기서 너희들에게 특별 인센티브를 지급할 것이다! 크하하하하! “

 


…호탕한 웃음소리가 복도를 가득 울렸어요.

 

 

“ …여기서 말입니까? “

 

 

이그니스 양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어요.

 

 

“ 어이. 특별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서 순순히 따라와줬더니 고작 편의점이야? “

 

 

사디어스 양이 골타리온에게 따졌어요.

근데.. 이 분들… 제가 바로 뒤에 있는데도 서로 말하느라 비켜줄 생각을 안하네요.

 

 

“ 크하하하! 마왕군 사전에 고작이란 건 없다! 이 곳에서 사고 싶은 물품을 말하거라. 

그럼 내가 전부 사줄 테니! “

 

 

골타리온이 뭔가를 꺼내 들었어요.

 

 

“ 바로 이 뽀끄루 대마왕님의 스티커로!! 크하하하하!! “

 

 

뽀끄루 스티커 다발이네요..

 

어떻게 저렇게나 많이 모았대..

 

 

“ 저기요..? “

 

“ 돈은 다 어디서 났죠? “

 

 

무리 사이에서 아탈란테 양의 목소리가 들려오네요.

그들에게 제 말은 안중에도 없었던 모양이에요..

 

 

“ 내가 뽀끄루 대마왕님과 마왕군 재건을 위해 하나하나 모은 것이다!

하찮은 마법소녀들 스티커보단 역시 대마왕님의 스티커가.. “

 

 

“ 저기요!!! 

 


저는 그들에게 목소리를 높여서 말했어요.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저를 향하네요.

 

 

“ 좀 비켜주실래요..? “

 

“ 오. 크하하하. 내 종이 돌아왔군. 좋다! 문을 열어라! “

 

 

골타리온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그리고 그들은 저에게 길을 터주었어요.

 

 

“ 매번 말하지만 저 당신 종 아니거든요..? “

 

 

저는 종이라는 말에 발끈하면서 문으로 다가갔어요.

잠금장치에 손을 올리니, 편의점의 불이 모두 켜지며 문이 열렸어요.

 

그렇게 모두가 편의점으로 들어왔어요.

 

 

“ 크하하하! 뭐든지 골라라! 이건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자비로운 대마왕님께서 너희에게 하사하는 것이다! “

 

“ 진짜 아무거나 사도 되냐? “

 

 

사디어스 양이 골타리온에게 물었어요.

 

 

“ 그렇다! 멸절의 뇌전룡이여! 뭐든지 사도 좋다! “

 

“ 그럼… 후회하지 마라. “

 

 

사디어스 양이 입가에 살짝 미소를 보인 뒤 안쪽으로 들어갔어요.

 

이그니스 양은 반대쪽으로 이미 들어갔고,

 

곰… 인형옷? 비슷한 옷을 입은 아탈란테 양은 얼굴이 시뻘개진 채로 안쪽으로 달려갔어요..

 

 

 

“ 그럼… 다들 갔으니… 너랑 할 얘기만 남았군. 나의 종이여. “

 

 

골타리온이 카운터 앞으로 다가오면서 말했어요..

 

 

“ … 도대체 몇 번을 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저 종 아니라니까요.... “

 

“ 흠… 너는 종 직책이 그렇게나 맘이 안 드나? “

 

“ 당연하죠! 대뜸 누가 자기한테 와가지고 종 노릇 하라고 하면 좋아할 사람이 어딨다고요! “

 

 

저는 언성을 높였어요.

 

 

 

“ 흠… 알았다. 너는 앞으로 나의 종이 아니다. “

 

 

골타리온이 왠지 비참해보이는 눈빛을 저에게 보냈어요.

 

 

“ …? 에? 진짜요? “

 

“ 네놈이 그렇게나 싫다면.. 어쩔 수 없지.. “

 

“ 아니.. 이렇게 쉽게? 1년이나 저를 괴롭혀놓고..? “

 

 

저는 어이가 없어 그에게 되물었어요.

 

 

“ 나는 뽀끄루 대마왕님의 충직한 부하다. 마왕군내 불만사항은 뽀끄루 대마왕님이 원하지 않는 사항이다. “

 

 

골타리온이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면서 말했어요.

 

그건 바로..

 

 

“ …? 표준 근로 계약서..? “

 

“ 크하하하! 이제 넌 종이 아니라, 마왕군의 병사가 되는 것이다! “



풀죽어있던 골타리온의 눈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어요!


 

“ 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

 

“ 내가 특별히 군단장의 권한으로 널 종에서 병사로 승진시켜주겠다는 것이다! 크하하하!

마음에 들지 않느냐? “

 

 

“ 아뇨! 전혀요! 애초에 저 마왕군 할 생각이 없다니까요! “

 

 

“ 어허. 우리 마왕군을 무시하는구나. 우리 마왕군은 각종 4대보험과 특별 인센티브! 그리고 최상급의 복지까지 보장한다! “

 


" ...? 특별 인센티브? 복지? "



" 크하하하. 그렇다. 이정도면 아주 만족스러운 마왕군 생활이 될 것이다. 어떠냐? "



….누가 들으면 대기업인줄 알겠네..

저는 마왕군에 들어갈 생각은 1도 없었지만, 커리어 우먼으로써 한가지 궁금한게 있어서 그에게 물어보기로 했어요.

 


“ … 그래서 사내, 아니 마왕군 내에 사람은 몇 명인데요? “

 

“ 5명이다. “

 

“ 5명이면 완전 소기업이네요. “

 

“ 지금 마왕군은 군세를 늘려가는 중이다. 지금은 조촐해보일진 몰라도 언젠간 제대로 떡상하여 마법소녀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 “

 

 

말은 그럴 듯 하지..

 

 

“ 거절해도 좋다. 하지만.. 난 네놈이 꼭 마왕군에 들어왔으면 좋겠군. 

마음이 바뀌었다면 계약서에 두 장 겹쳐서 싸인해라. 비록 내가 줄 수 있는 직책은 병사지만, 내가 너에겐 특별히 잘해주겠다. “

 

 

“ … “

 

 

그런데..

저.. 처음엔 할 생각이 1도 없었는데… 갑자기 솔깃해지는 거 있죠..?

 

골타리온의 평소와는 다른 정중한 태도를 보다 보니

 

어느새 도대체 이걸 어떻게 말하면서 거절을 해야하나 회로를 굴리고 있었죠..

 

 

“ 야! 우리 다 골랐어. “

 


사디어스 양이 이그니스 양과 아탈란테 양을 데리고 카운터 앞으로 왔어요.



“ 오! 거스름돈이 남지 않도록 잘 골랐겠지? “ 

 

“ 뭐야. 그런 말도 했어? “

 

 

“ 거스름돈이 남더라도 상관없다. 거스름돈은 줘도 받지 않을 것이니! 

자, 스티커는 줄테니 어서 이 녀석에게 계산을 맡겨라. “

 

 

그때,

 

 

띠리링~

 

 

골타리온의 뒤에서 누군가 나타났어요.

 

 

“ 고… 골타리온!! “

 

 

바로 뽀끄루 양이었죠.

뽀끄루 양은 골타리온을 보고 깜짝 놀란 듯 했어요.

아니, 정확히는 골타리온 옆의 마왕군 분들을 보고 놀란 거였죠.

 

 

“ 뽀끄루 대마왕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지금 마왕군의 군세를 늘리기 위해.. “

 

“ 여기서 뭐하는 거에요! 제가 백토가 잠잠해질 때까지 숨어지내라고 했… “

 

 

그리고 뽀끄루 양 뒤에는 그 ‘두 분’이 서있었죠..

 

 

 

 

“ ….. “

 

“ 그.. 백토 씨..? 우리 지금은 잠시 참아보는 인내의 시간을.. “

 

 

모모 양의 만류하는 목소리에도 불길한 기운은 잦아들 틈이 없었어요.

뽀끄루 양은 뒤돌아보지 못하고 몸을 벌벌 떨며 눈치를 보고있었어요..


 

“ 뽀끄루…. “

 

 

위이이이이이이잉 

 

 

백토 양의 낮게 깔린 목소리와 함께 전기톱 소리가 편의점을 마구 울려댔어요..

 

 






 

 



 




 

200.

 

 

그 날 밤 11시.

 

휴게실 - B

 

 

“ 하하하. 그랬구나. 오늘 어쩐지 편의점 쪽이 좀 시끄럽다 했어. “

 

 

사령관님이 술잔을 손에 들고 웃었어요.

 

 

“ 에휴. 사령관님은 그렇게 가볍게 말씀하지만.. 전 진짜 심각했다구요.

 

백토 양이 편의점 올 때마다 진짜 긴장을 한 움큼 씩 집어 먹는다니까요. “

 

 

“ 괜찮아. 난 침실에 자고 있을 때마다 긴장하는걸. “

 

“ 왜요? “

 

“ 누군가 불시에 찾아올 수도 있거든. “

 

“ 아. 헤헤… “

 


누구 얘기인지 대번에 알겠네요..

 


" 허리는 괜찮으세요? "


" 아직도 조금 뻐근해. 아까 펜리르한테 덮쳐질 때 허리를 너무 세게 부딪혔어.. "

 

" ...술 드셔도 괜찮으시겠어요? "


" 뭐.. 다프네가 당분간 조심하라곤 했지만.. 술 몇잔 정도는 괜찮지. 오늘은 약속한 날이니까 더 괜찮고. "


" 헤헤.. "


 

우리는 곧바로 건배를 했어요.

 

얼마만에 사령관님과 함께하는 술자리인지, 제 기분은 어느때보다도 들떠 있었죠.

 

바로 술잔에 있는 술을 입에다 한번에 다 털어 넣었어요.

 

 

“ 캬아..! 좋다! “

 

“ 흐흐. 그렇게 좋아? “

 

“ 그럼요. 사령관님이랑 간만에 하는 데이트인데 너무 좋아요. 이대로 술 5병은 더 넘길 수 있을 것 같다니까요. “

 

“ 그래? 그럼 진짜로 그렇게 해볼까? “

 

“ 에? 진짜요? 헤헤.. 사령관님.. 후회하실텐데… “

 

 

 

 

 

1시간 후.

 

 

맥주 3병째..

 

 

 

“ 으에…. “

 

 

저는 술에 완전히 절여져 버렸어요.


아까 자신만만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저는 어느새 헤롱헤롱해서 테이블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어요..

 


“ 이만 들어가자. 유미야. “

 

 

사령관님이 저를 조심스럽게 안고 저를 일으켰어요.

 

 

“ 네? 헤헤.. 저.. 안 들어갈건뎅. 헤헤… “

 

“ 그래? 그럼 저기서 조금만 쉴까? “

 

 

사령관님이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다름아닌 침대였죠..

 

 

“ 엥? 편의.. 아니, 휴게실에… 침돼가 있었어요..? “

 

 

… 이건 술에 안 취했어도 몰랐던 사실이에요..

휴게실 B에는 보통 술마시러 오지 자러 오진 않았거든요..

 

 

“ 응. 어서 저쪽으로 가자. “

 

 

 

그렇게 사령관님은 저를 데리고 침대로 갔어요.

 

저는 비틀비틀거리며 사령관님 발을 밟은 줄도 모르고 그대로 몸이 이끌려갔죠.

 

 

“ 후아… “

 

 

저는 그런 의성어를 내면서 침대에 몸을 눕혔어요.

공용 침대라 그런지 왠지 침대가 조금 딱딱한 기분이 드네요.

 

사령관님은 곧바로 제 옆에 누으셨어요.

 

 

“ 엥… 허리 아프시다면서요.. 그리구.. 저… 술마셨는데… “

 

“ 허리는 괜찮아. 그리고, 첫 관계할 때도 우린 만취상태였다구. “



그 말을 듣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 !! 그 얘긴 꺼내지 마세요..! 그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창피하다구요..! “

 

“ 하하하. 아직도 그때가 부끄러워? “

 

“ 그럼요… “

 

 

저는 그날 이야기에 어느새 술이 깼는지 그렇게 우물쭈물 대답했어요.

 

 

“ 하지만.. “


 

저는 사령관님 앞에서, 그러지 않기로 했던 다짐을 기억해냈어요.

 

 

“ 이젠 제가 사령관님을 창피하게 만들거에요… “

 

 

저는 사령관님의 가슴팍에 꼭 안긴 채로 말했어요.

실은 엄청 부끄러워서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했죠.

 


" 오늘이 안되면..! 내일도..! 모레도..! 계속 해볼거에요.. "



그 말을 하자마자

저는 사령관님의 심장소리가 빨라지는걸 느꼈어요.


그러자 저는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되었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이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 품에 있으니까.

 



end.





ㅎㅇ 오랜만임 

거의 1달만이네..



이렇게 늦은 이유는.. 

56화를 올린 이후로 내가 인생에서 가장 바쁜 1달을 보내게 됐어..


자세한 사안은 말해줄수 없지만, 문학에 쓸 활자를 다른데다 쓰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되겠음.



그런 이유로 1달동안 글을 못쓰고 있었어.




ㅅㅂ 만든날짜 2월 25일..



하여간 200번째 이야기 특집인데도 이렇게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2주에 1번씩 본편을 올리는걸로 일정을 변경할 것 같아.


개백수일 때는 1주일에 2번도 무리가 없었는데, 이젠 조금 벅차네..



항상 말하는 거지만


늘 부족한 글이여도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