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는 인간의 발견, 철충에게 대항하는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과 그런 사람이 자신을 구해줬다는 사실에 즐거워 하면서 죠나단을 향해 폴짝이며 다가갔다. 

 

“안녕 하신가! 내 이름은 펍헤드! 6급 경찰 공무원이라네!” 

 

“음? 강아지?” 

 

“개라니! 무례하군! 경찰이라고 하지 않았나!” 

 

어느새 죠나단에게 다가온 콘스탄챠가 펍헤드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얘는 AGS에요음.....쉽게 말해서 지능을 가지고 있는 자율 행동이 가능한 기계라고 생각하시면 되죠.” 

 

“아, 전에 설명할 때.....그럼 이 친구는 철충에 감염이 안 된 건가?” 

 

그렇다네! 아마 내가 감염이 됐다면 자네에게 테이저 건을 쏘려고 했을 테지어쨋든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네.” 

 

펍헤드가 엄폐물의 바깥으로 뛰쳐 나올 때 조용히 뒤로 따라오던 폴른이 알 수 없는 기계음을 냈다. 

 

“이 친구는 지금 언어 모듈이 고장난 상태라 신호밖에 보내지 못 한다네. 도와줘서 고맙다는군.” 

 

“역시 23세기......기계가 말을 하는 세상이라니..... 

 

후후후, 우리 오메가 산업은 세계 제일이지!” 

 

[반박하는 듯한 기계음] 

 

“아니, 자네도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지 않겠나? BR 중공업의 기술보다 오메가 산업의 기술이 좋았다면 자네의 언어 모듈이 멀쩡했겠지!” 

 

[체념하는 기계음 후, 길고 일정한 기계음] 

 

“음, 앞에 거는 빼고 요약하자면 철충들과 싸우던 와중에 함정에 빠졌고 지휘관 개체가 한번에 파괴된 후 다른 이들은 철충에 감염됐고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거라고 하더군. 그나저나 저격이라.....폴른 개체를 한번에 파괴할 만한 파괴력을 지닌 철충 개체가 있나?” 

 

“아마....연결체인 것 같네요. 아, 연결체는 철충 중에서 대장노릇을 하는 철충이에요.” 

 

연결체......그렇다는 건 이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뜻인가? 상당히 위험하겠네..... 

 

네, 아마도 그 녀석 이름은 스토커일 거에요. 저희 저항군을 농락하면서 타격을 준 녀석이죠. 

 

음.....좋아! 일단 오르카호로 돌아가자!” 

 

지금 당장에야 스토커라는 철충도 다른 곳으로 빠진 것 같고 생존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 가는 것이 먼저였기에 죠나단 일행은 AGS 2기를 데리고 오르카호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 그런데 시민이 아까 철충이랑 싸울 때 손에서 불꽃이 생겼는데 어떻게 한건가? 

 

죠나단은 딱히 숨길 사실도 아니었기에 흔쾌히 대답해 주었다. 

 

파문이라는 기술이야. 불꽃의 파문 에너지를 모아서 타격한 거지. 

 

그 말을 들은 콘스탄챠는 눈을 깜빡이며 죠나단에게 물었다. 

 

그게 포츈 씨한테 아무런 장비도 안받고 그냥 일으킨 거였어요?! 

 

..렇지? 음, 아무래도 파문에 대해서 설명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네. 

 

파문이란! 

 

호흡에는 혈액이! 

 

혈액은 산소를! 

 

그리고 산소는 체세포를! 

 

체세포는 곧 육체, 물에 파문을 일으키는 것 처럼 육체에 파문을 일으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태양의 에너지와 같은 성질을 띄우고 있다! 

 

그런거야.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일행들은 단체로 침묵했다. 

 

그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의 신비에 가까운 것이었다. 

 

“어……그럼 그 파문이라는 것으로 일으킨 에너지는 태양빛과 같다는 거라면, 나한테 한번 에너지를 흘려 보내 줄 수 있나? 나는 에너지 전환기를 몸에 가지고 있으니 아마 전기로 환원 될 걸세.” 

 

아, 한번 해보겠습니다. 

 

죠나단은 펍헤드의 몸체에 손가락 하나를 올리고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코오오오오.! 

 

실로 압도적인 파문의 재능을 가지고 있던 죠나단은 디오와 싸우면서, 그리고 지금까지 철충들과도 싸우면서도 파문을 성장시켜 나갔다. 

 

하지만 그만큼 커진 파문의 힘은 마치 흔들리는 땅 위에서 정량의 물을 다른 그릇에 옮겨 담는 것 만큼 힘든 일 이었기에 조금 집중을 할 필요가 있었다. 

 

경험 상으로는 파문을 흘려 넣은 철충들은 대부분 파문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죽었으니, 조절을 잘못 한다면 펍헤드가 비명횡사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펍헤드는 자신의 기체안으로 흘러 들어 오는 파문의 에너지를 음미했다. 

 

태양 발전이나 풍력 발전, 수력 발전, 리튬 배터리와는 차원이 다른 신선한 식감! 

 

마치 다른 바이오 로이드들이 흔히 말하는 따듯한 햇살이 피부를 감싸는 느낌임과 동시에 태양 발전 특유의 부드러운 맛의 전기는 가히 상등품이라고 보더라도 무방했다. 

 

이건…..! 미미(美味)……!” 

 

지금까지 여러 전기들을 맛 봐왔던 펍헤드의 미각은 꽤나 까다로운 편이었다. 

 

그런 펍헤드의 성질을 잘 알고 있는 폴른은 그런 펍헤드의 반응이 꽤나 놀라웠다. 

 

“......펍헤드한테 맛을 느끼는 기능이 있었나?” 

 

그리폰은 이 이상한 상황에 태클을 걸었지만 콘스탄챠는 반쯤 체념한 상태였고 죠나단은 AGS에 대해서 잘 몰랐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있었기에 그녀의 말에 고개만 갸웃였다. 

 

“주인님, 그러면 파문이라는 기술은 이론적으로 저희도 배울 수 있지 않나요? 주인님의 인간을 초월한 신체능력을 보면......저희 한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콘스탄챠는 죠나단이 처음 콘크리트 벽을 들고 철충을 향해서 돌격할 때나 방금 전, 방어 역장을 믿고 돌격하면서 맨손으로 철충의 장갑을 뚫어내는 괴력을 떠올렸다. 

 

저 괴력이 파문으로 인해 강화된 신체의 능력이라면 오리진 더스트로 몸이 강화된 바이오 로이드들의 신체 능력을 한층 더 끌어 올려 줄 것이었다. 

 

“아! 그럼 오르카호에 돌아가면 가장 기초적인 호흡법부터 알려줘 볼께!” 

 

“그럼 일단 돌아가는 것이 우선이겠군. 자, 어서 움직이세! 아직 갈 길이 멀지 않은가!” 

 

* 

 

LRL과 요안나포츈은 죠나단 일행이 복귀하고 있다는 소식에 가장 가까운 해안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권속 빨리 보고싶다......” 

 

LRL은 자신의 키보다 높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살랑이고 있었다. 

 

“5분만 있으면 도착할 거리거든조금만 참으면 될 꺼야.” 

 

참치캔같은 것도 찾아 왔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눈을 반짝이는 LRL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던 포츈은 오르카의 탐지망에 신호가 오자 고개를 돌렸다. 

 

“어머, 예상보다 빨리 온 것 같거든? 언니는 LRL 동생이 마중 나가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면 분명 동생도 좋아할 거라 생각하거든?” 

 

“정말? 히히, 나 갔다 올께!”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요안나는 활기찬 LRL의 모습에 조용히 웃었다. 

 

“역시 어린아이는 활기찬 게 보기 좋은 것 같군. 등대로 철충을 피해 올 때만 하더라도 기운이 없었는데 이렇게 기운을 차려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 한다네.” 

 

“나도 LRL은 평소에도 등대에 자주 놀러 와서 정말 아끼거든? 확실히 동생이 있으니까 평소보다 활기 찬 것 같거든?” 

 

* 

 

죠나단 일행은 근처에 있는 섬에 오르카호가 정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섬으로 향했다. 

 

해는 어느새 지평선의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기에 일행은 서둘러서 오르카호로 돌아가고 있었다. 

 

일행은 지나가는 길에 물자를 보충할 수 있을 만한 장소에서는 물자를 가져 갔기에 어느정도 많은 짐을 가지고 섬의 숲을 가로 질러 가고 있었다. 

 

콘스탄챠는 오는 길에 죠나단이 하는 파문의 호흡에 대한 이론을 들으면서 패널에 그 내용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래서 파문은 물질에 따라서 전도도가 다르고 기본적으로 액체에 가장 잘 전달이 돼.” 

 

흐음.....그럼 그런 특성을 잘 활용하면 다양한 행동이 가능하겠네요? 물 위를 걷는 다거나, 머리카락을 침처럼 세워서 던진 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오, 그런 식으로도 활용이 가능하겠구나? 지금까지 주먹으로 싸우거나 검에 전달하는 식으로 밖에 안 써봐서 그런 방식으로의 활용은 상상하지 못했네......” 

 

“이런 특성을 잘 활용하면 저항군의 무력이 증가할 거에요! 이거는 정말 대발견이라니까요? 문제는 그 호흡법이네요......” 

 

확실히 파문의 호흡은 일반인, 아니, 바이오 로이드라고 하더라도 따라하기 힘든 종류의 것이었다. 

 

“특정 리듬을 맞춰서 호흡을 해야 한다니......그리고 그 수련법은 너무 괴악한 거 아니에요?” 

 

“음....아무래도 호흡의 리듬이 중요하니까. 1초에 10번 호흡을 한다거나 10분동안 들이쉬고 10동안 내쉬기 같은 훈련은 실제로도 도움이 많이 됐어목에 구멍이 뚫린 상태에서도 잠깐 동안은 파문의 호흡을 유지 했었으니까.....” 

 

생각해보면 죠나단은 처음 만났을 때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마 수복용 주사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명을 달리했을 것이었다. 

 

“그 때는 정말 식겁 했어요. 주인님의 목에 구멍이 뚫린 채로 죽어가고 계셨었으니......” 

 

그렇게 대화를 하며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해안가 너머에 부상한 오르카호와 입구에서 일행을 맞이하려 기다리고 있는 LRL이 보였다. 

 

LRL은 일행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는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권속이여! 이 몸이 직접 마중을 나왔노라! 히히, 참치캔 찾은거 있어?” 

 

“몇 개 있긴 하지? 그건 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거거든! 아, 물론 나는 권속이 더 좋으니까.....!” 

 

횡설수설하는 LRL을 보며 피식 웃고는 머리를 쓰다듬은 죠나단은 한 팔로 그녀를 안아 들었다. 

 

“그러면 오르카호로 돌아가자. 모두가 기다릴 테니까.” 

 

“응!” 

 

그 장면을 뒤에서 바라보던 콘스탄챠와 그리폰은 흐뭇하게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시민은 어린아이를 정말 좋아하나 보군!” 

 

[농담을 던지는 듯한 기계음] 

 

“어허, 그런 농담은 하면 못 쓴다네.” 

 

펍헤드와 폴른도 죠나단 일행을 따라 오르카호로 들어가고 있었다. 

 

부스럭 

 

무언가가 마른 풀을 밟는 듯한 소리에 뒤를 돌아 본 펍헤드는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자신의 오디오에도 문제가 생겼나 고개를 갸웃이며 방금 전의 소리를 기분 탓이라 여기며 다시 오르카호의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어느 바이오 로이드 하나가 수풀에 몸을 숨기며 저 멀리 사라져 가는 잠수함을 지켜 보고 있었다. 

 

디오 님, 방금 죠나단 일행이 잠수함에 탑승했습니다.” 

 

그렇군. 계속 주시해라. 밤이니 활동에 제약도 없을 테니 성과를 기대하겠다.” 

 

무전의 너머로 들려 오는 남성의 목소리에 붉은 머리의 바이오 로이드는 황홀해 하며 다리를 꼬았다. 

 

후으으......디오 님의 말씀대로.” 

 

* 

 

디오는 통신기를 내려 놓고 차가운 눈으로 주변을 살펴 봤다. 

 

마치 기계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브라우니들과 레프리콘들, 모두 미녀에 굉장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은 다른 바이오 로이드들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창백한 피부. 

 

마치 온기를 잃은 듯한 그녀들은 서 있는 도자기와도 같았다. 

 

그런 그녀들을 뒤로 디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생인들과 자신을 위해서 직접 생포해 온 바이오 로이드가 있는 감옥으로 향했다. 

 

마침 고블린이라는 남성형 바이오 로이드의 신체를 뺏고, 오리진 더스트로 한층 더 강해진 몸을 시험하기 위해서 였다. 

 

감옥에 가둬져 있는 바이오 로이드들은 대부분 디오가 이 연구소에 있는 제조기로 만든 바이오 로이드였다. 

 

스틸 라인이 대부분이었고,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아머드 메이든같은 다른 부대의 바이오 로이드들도 섞여 있었다. 

 

바이오 로이드들은 무장을 모두 뺏긴 채 기본으로 지급되는 옷만 입고 감옥에서 떨고 있었다. 

 

제조되자 마자 눈 앞에 보이는 인간 형상의 괴물,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든 그 괴물의 말을 따르는 창백한 피부의 자매들은 아무리 용맹한 이들이라도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호오......너는 이 디오를 두려워 하지 않는 건가......” 

 

그런 바이오 로이드들 중 디오를 노려보고 있는 이가 있었다. 

 

당신같은 괴물을 왜 두려워 해야 하죠? 당신은 그저 한낱 철충보다 못한 쓰레기에 불과하잖아요.” 

 

그녀는 지금까지 소속을 밝히지 않은 유일한, 금발에 검은색 노출도가 있는 드레스를 입은 바이오 로이드는 여전히 투쟁심이 있는 눈빛으로 디오를 철창 너머로 노려 보고 있었다. 

 

“철충보다 못한 쓰레기라.......후하하하하하! 그 투쟁심, 정말 마음에 드는군. 너는 특별히 내가 살려서 내보내 주도록 하지.” 

 

그 말에 순간, 금발의 바이오 로이드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것은 그녀에게 내장된 첩보 활동에 필요한 정보들과 감각이 알려주는 일종의 경보와도 같았다. 

 

“제가 봤을 때, 당신이 저를 멀쩡히 바깥으로 내보낼 것 같지는 않군요. 맞죠?” 

 

“눈치가 빠른 여자야. 아주 마음에 들어. 혹시 나에게 충성할 마음이 있는가?” 

 

“괴물의 수하가 될 바에야 권총으로 자결을 하겠어요.” 

 

“그래, 그래야지.....안 그러면 재미가 없지 않은가.......이제 실험할 대상도 정해 졌으니 실행해야겠군 

 

“그게 뭔......히익......!” 

 

디오의 등 뒤에는 끝이 뾰족한 촉수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 꿈틀대고 있었다. 

 

금발의 바이오 로이드는 자신을 덮쳐 오는 촉수줄기에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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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다녀 오느라 늦었음 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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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https://arca.live/b/lastorigin/46616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