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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구 인류가 했어야 하는 것, 구 인류만이 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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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아는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듯 떨면서 내게 접근했지만 결국 조심스럽게 테이프를 풀었다.

풀려난 뒤 꽉 조여진 탓인지 몸이 저려저 왔기에 손목 부근을 어루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나 천아에게서 거리를 벌리고선 말했다.

"사령관 등록은 되어 있어?"

천아는 아직도 저항하는 듯 몸을 떨면서 눈동자 만을 돌린 채, 날 죽일 듯이 바라보고는 희미하게 말했다.

".....아직... 안됀 것 같네.. 네 말을 듣는 거 보니."

"그래... 다행이네 그럼 바로 시작하자 천아 날 사령관으로 등록해 이건 명령이야. "

잔인하게도 명령의 저항할 수 없는 바이오 로이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엠프레시스... 하운드 소속... 기습형... 경장 공격기... 바이오 로이드.. 천아.. 주인 님의 명령을 기다립니다. 이름을 등록해 주십시오."

마치 이걸 두 번 할 줄은 몰랐는데 라는 표정을 지으며 저항하던 천아는 결국 마지막엔 체념 한 듯 자연스럽게 말했다.  

"그래.. 인간, 아님 사람으로 해 줘. 구 인류도 상관없어."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등록을 마친 후 천아는 갑자기 모든 명령이 풀린 듯 칼을 꺼내 들고 내게 빠르게 접근해 내질렀다.
스스로 소개한 기습의 걸맞은 풍압이 느껴지고 천아와 내 머리가 흩날릴 정도로 빠른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 칼은 내 코끗을 한 뼘정도 남기고 멈춰 섰다.



아무런 명령이 없더라도 바이오 로이드는 주인을 공격할 수 없으니까.

천아는 다 포기한 듯 칼을 내 지르면서 숙였던 고개를 다시 들고는 눈을 뜨고선 말했다. 눈을 감고 휘둘렀다면 인식 못 하지 않았을 까 하는 마지막 기대를 품었던 걸까....

그러곤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살면서 주인 등록을 두 번 씩이나 하게 될 줄 몰랐는데... 나도 참 명줄이 긴가 봐?

그 썩을X을 겪고도 주인을 바꿀 생각하다니.. 이젠 네 마음대로해."

마치 장화를 처음 만났을 때 의 그 죽어 가면서 체념하는 목소리를 다시 듣자, 이 아이들의 전 주인이란 사람이 어떤 느낌인지 대략 짐작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감정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너... 감옥에 있던 스틸라인 소속 아이들  죽였어?"

그렇게 말하자 천아는 다 포기한 듯 크게 웃으면서 울것 같은 표정으로 찡그리며 미소 짓고선 말했다. 날 비웃거나... 자기 처지를 한탄하듯이.

"왜....? 나도 걔네들 있는 곳으로 보내주기라도 하게...? 참 친절하기도 하네."

하지만 그 말조차도 신경 쓰이진 않았다. 감정이 흔들리거나 화가나거나 하는 느낌 없이 평온하고, 고요하게 말했다.

"대답해."

천아는 거부할 수 없는 듯 눈을 돌리고 조용하게 말했다.

".....죽이진 않았어 그냥 기절만 시켜 놓았을 뿐이야."

그 말을 듣자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지면서 난 내가 해야 할 일했다.

"그래..? 그럼 나도 용서할게."

그러자 천아는 고개를 들면서 당황한 듯 눈이 커진 채로 말했다.
"뭐...?"

아이들이 무사하다면 난 딱히 상관없었다.

다른 바이오 로이드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분명 보복하고 벌을 내렸겠지만 소완 일을 겪은 이후론 생각이 바뀌었다.

어차피 내 바이오 로이드는 내 명령의 저항하지 못한다.  

내가 하지 말라고 명령 하면 어차피 하고 싶어도 못할 테니까 나에게 피해를 주는 건 내겐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천아도 어쨌거나  바이오 로이드고, 내 바이오 로이드는 자식처럼 소중하게 여기기로 했는데 내게 잘못하고 자식이 실수했다고 용서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편해졌다.

물론 말을 듣지 않을터인 다른 바이오 로이드를 건드린다면 그건 어떻게든 고쳐야겠지만...

"너가 그 아이들을 살려 줬으니, 이번 일은 불문율의 부치고, 다른 바이오 로이드에게도 말하지 않을게.

넌 아까 리제 한테 말한 대로 잠든 나를 사령관 실로 옮겨 준 거야."

천아는 내 행동이 이해되지 않은 듯 물었다. 분명 자신에게 좋은 조건인데도..

"왜....? 딱히 그럴 필요 없잖아. 용서라니 병X같다고."

솔직히 그 말이 맞았다. 천아에게 그런 자비를 베풀 이유는 없었다.

"글쎄... 그냥... 내가 구 인류니까 그런 거로 생각해 구 인류들은 따로 배우는 게 있거든.

사람은 사랑하고... 물건이랑 바이오 로이드는 소중히 하자... 하나님이 만드셨으니.... 뭐 그런 거?"

고아원 시설의 교회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었지만... 그냥 표절 해서 썼다.

"좀 어리석어 보이긴 해도... 너흰 전부 소중하거든.

어떻게 보면 피는 안 이어진 자식 같고 자매같다고 생각하는 너희끼리 사이 안 좋아진 일에는 화내도, 내게 피해를 주는 건 고치기만 하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어."

그 말을 하면서 머릿속에선 내가 치워줘야 했던 인간과 바이오 로이드혼혈인류들의 죽은 모습들이 떠올랐지만...

이걸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진 않았다.

그냥 나만 간직하고 싶은 애들은 평생 보면 안 되는 비밀 같아서... 억지로 미소 지은 채로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리고... 이건 거래이기도 해. 난 절대로 너가 다른 바이오 로이드를 건드는 것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경고... 그러니까 사이좋게 지내야 해?"


그 말을 듣자 천아는 마치 이해할 수 없는 듯 떨리는 몸과 눈빛을 보이며 떠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알겠어.... 그나저나... 이거 내게 거부권은 있는 거야?"

이성적으로라면 그런 질문을 할 필욘 없었지만 천아는 지금, 이성도 냉정도 확실하게 잃어 버린 것 같아서 답했다.
"물론 없지. 거래 성립이야.

날 여기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워
천아 오늘 좋은 하루 보내~

그리고 돌아가서 일주일 동안은 감옥에서 벗어나지마 이것도 명령이야."

그 말을 듣자 천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선 방문을 열고 나갔다.

모든 순간이 마치 흐르는 물처럼,
반드시 일어나야 했던 이야기의 흐름처럼, 지나가자

 긴장이 풀린 난 팔을 모아 긴장이 풀린 체 침대에 주저앉은 채로 팔을 뒤로 짚으려 했으나...

손도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풀썩하고 침대에 꼬꾸라져 버렸다.

"... 하... 끝난 건가... 잘 넘겼어."

너무나 두렵기도 했고, 이상하기도 했고, 화나기도 했던 순간이 흐르고... 겨우 마침내


난 초보 아빠로써 내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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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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